공장 관리 부실로 엄청난 큰 불을 낸 나는 속죄하는 마음에서 회사 일을 충실히 하도록
노력하였다.특히나 화재가 날만한 용접 수리를 하는 곳에는 용접 작업원을 마치 감방
죄수 감시하듯이 이중 삼중으로 감독을 하도록 하였다.냉연 분야에 대한 전사적인
지원이 이루어지고 시간이 감에 따라 공장은 점점 안정화의 길을 접어들고 불이
언제 났느냐 하는 식으로 되어 갔다.냉연 기술 최고의 고수인 박정시 부장이 어느날
날불렀다."자네 그동안 고생많이 하고 있지.머리도 식힐 겸 필리핀 출장 한번 다녀 오게"
한다.평소 욕도 많이 하는 상사는 이렇게 자상한 면이 있는 것이다.
신창식 부소장,이원표 품관부 차장 그리고 수출과장 과 네명이서 8일간 다녀 오게 됐다.
필리핀 제철소에 열연 소재 공급 문제로 현지 제철소와 협의 하러 가는데 필요도 없는 나를
꼽사리 끼운 것은 현장에서 고생한다고 위로하는 차원이다.마닐라에 도착하니 종합상사
몇군데 직원이 포철 현지 소장과 반갑게 맞아 준다. 8일 동안 이들은 우리를 입안의
혓바닥 처름 고루고루 두루두루 보살펴 준다.다짜고짜 첫날부터 마닐라의 밤거리 문화를
접하게 해준다.백여평 룸에 아가씨들 백여명이 가득차 있어 우선 신 부소장부터 아가씨를
옆에 앉히자 다음으로 다들 모두 옆에들 앉힌다.나는 혼자 앉아 있어니 "어이 자네는
왜 혼자 있나?빨리 참한거 델고 온나"한다.나는 " 잠깐 있어 보이소. 마음에 드는 아들이 없네요"
하고 홀 주위를 돌아 다녔다.그러다 다리를 꼬고 혼자 앉아 있는 아가씨가 눈에 띄였다.
키도 크고 때뭇지 않으면서 이런 곳에 어울리지 않는 참신한 외모에 이애를 골라 내 옆에 앉혔다.
나중에 알고 보니 간호대학 3학년인데 졸업하면 카나다 이민 가서 그곳 병원에 취직하는
것이 희망 이란다.그러다 이 아가씨가 걱정어린 얼굴로 자꾸 고개를 갸우뚱하여 왜카느냐고
물어니 한국에서 미스터 박이 오늘 전화를 해 왔는데 한국 사람 누군가가 자신을 찾을 것이다
하는 것이 아닌가?.이무슨 조화인고! 박부장이 이가씨에게 전화를 한 것이다.우리는 통성명을
하고 이 기적과 같은 둘의 만남에 박장대소를 하고 웃어대니 신부소장은 저넘 저거 디기
빨리 가스나하고 친해지네 하며 부러워 한다.이 아가씨는 내가 마닐라 있는 5일 동안 자동차와
운전 기사를 대동하여 유명한 곳곳에 유람과 관광 안내를 시켜주었다.마닐라 민다나오섬
제철소에 들렸는데 공항에서 빠져나가는 고속 도로를 한일개발이 공사하였지만
일반 도로보다 못한것이 그야말로 엉망이었다.왜 한국 기업이 이런 엉터리 짓을 했냐고
현지 소장에게 물어니 마르코스 대통령 부인 이멜다에게 돈 갖다 바치다 보면 이것도
잘한 것 이란다.이곳 제철소는 용광로가 멈추어져 있고 열연 소재를 외국에서 수입하다가
열연과 냉연 제품을 만들고 있다.냉연 관계자 20여명을 앉혀 놓고 냉연 작업 기술에 관해
한바탕 떠들어 준것이 내가 8일 동안 이곳 필리핀 출장중 한 유일한 공적인 일이었다.
그 다음은 마닐라 돌아가서 다른 사람이 회의하러 가면 "나는 빠져도 되지요?
나는 나대로 할일이많슴다"하고 마닐라 간호대학 아가씨와 차타고 놀러다녔다.
신나게 놀다 귀국한 후 박부장이 나에게 "그 아가씨와 어쨰 됐노"하고 궁금해 죽는 표정이다.
나는 "애고,부장님 아무 일도 없었심다.걱정 털어 놓으소"하고 대답 했다.이 필리핀 출장에서
돌아와 보니 수중에 출장비 남은게 5백불이나 되었다.9년전 월남에서 1년 총쌈하고 벌은 돈보다
많은 것이다.
공장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현장에서 "사장님이 떳습니다!"하고 긴급 전화가 왔다.
쏜살같이 달려 나가보니 비서 한명을 대동한체 지하 유실로 들어 갔단다.
높이가 아파트 6층이고 축구장 크기의 지하 유실은 여름 날씨에 온도가 45도 이상이다.
박태준 사장은 단정한 복장에 지휘봉도 쥐지 않은체 약간의 홍조만 띄고 있지만
옆에서 이것은 뭐다 저건 뭐다 설명하는라 비같은 땀방울을 흘리고 있는 나의 이야기를
듣는체 마는체 호랑이 눈썹으로 쉴세없이 무엇을 찾고 있다.무언가 구석을 가르키니
그곳은 빈 페인트 깡통이 차곡차곡 쌓어져 있었다.이십보 밖에서 숨죽여 서 있던
안전주임을 가까이 오라 한 후 명찰을 뜯어 손아귀에 쥔다.30분동안 현장을 뒤진
사장은 도금 공장을 둘러 돌아가 버렸다.그제사 비상 연락을 받고 온 박정시 부장은
우리 이야기 듣고 입만 쩝쩝 다셨다.그 다음날 안전주임의 권고 사직명령이이 내려왔다.
공사 시원찮게 한다고 현대 건설 소장 전무의 정강이를 차고 주저앉힌 박사장은
일개 기능직 사원을 이렇게 혹독히 한 일이 처음이라 우리들의 충격은 컷고
책임을 물을려면 관리자인 나인데 식솔을 데리고 포항을 떠나는 불쌍한 안전 주임을 생각하니
도무지 잠이 오지 않는다.이 참에 오랬동안 고민해온 박정시 냉연부장이 생활고 때문에
사직하고 브라질로 떠나 버린다.포철 부장이 얼마나 박봉이었으면 수십년 일한 직장을
버리고 다른나라에 가버린다는 말인가.박부장 가족을 김포 공항에서 보내고 나는 하염없이
우울해 졌다.
첫댓글 에고~정신 바짝 차려야 겠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