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장일기를 읽고, 고민끝에 글 올리고자 했으나 장문의 글을 이장님 글의 댓글에 올리는 게 쉽지 않아 이 지면에 올립니다. 양해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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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마을에 이사 온 지 반년이 되었는데 이사 초기에 들어 와 보고 이제야 촘촘히 카페를 둘러봅니다.
구례에 부임해 이장님과 최선생님 덕분에 좋은 마을에 살며 구례는 산 좋고 물 좋은 곳뿐만이 아니라 사람 좋은 곳이라는 걸 피부 깊숙이 느끼며 감사하고 있습니다. 오가며 뵙는 마을 어르신들 모두 한결 같이 온화하고 넉넉하신 분들이라 마을분들의 삶에 깃든 결 고운 빛깔들을 헤아리며 감동하고 성찰하는 과정이기도 합니다.
도시 생활에 익숙해 있는 사람들이라 마을에 집을 짓기로 마음먹고 나서도 어떻게 소통해야 마을 공동체와 마을 일 하시는 분들께 마땅한 처신이 되는지 잘 몰라 조심스러웠습니다. 마을에 땅을 샀다는 것, 집을 짓게 되었다는 것 등을 이장님께 말씀드려야겠기에 부모님 모시고 이장님 뵈었습니다. 마을분들께 여러 방법으로 인사드려야 한다는 것, 이장님 말씀 아니라도 평소 부모님 살아오신 성품으로 넉넉히 함께 나누실 일이라 마땅하고 지당한 말씀으로 공감하였습니다. 신입금 200만원은 생소한 얘기였음을 고백합니다. 하지만 마을 규정이 그렇다면 마땅하고 즐거운 마음으로 따라야 한다는 게 부모님 생각이셨고 그리하리라 마음먹었습니다. 다만 그 날 이해하기론 마을에 이사한 뒤에 이사했다고 내는 기금 정도로 이해했습니다. 이장님께서도 그 돈을 내어야 집 짓는 일을 할 수 있다고 말씀하신 게 아니라 외지인이 마을에 이사 오면 200만원을 내야한다고 말씀하셨기에 집 짓는 절차와 과정에 필요한 일이라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수도 공사와 관련해 “전에 말한 200만원을 내지 않으면 어떤 일도 진행되지 못할 텐데요.”라는 요지의 이장님 말씀을 듣고, 멀리 있어 자세히 소통하기 어려우니 부모님께 말씀 전해드리겠다고 했지만 솔직히 당혹스러웠습니다.
이장님 노고가 많으실 겁니다. 저희처럼 마을 물정 모르고, 공동체와 충분히 소통하지 못한채 입주하기를 원하는 외지인들과의 소통은 더욱 어려움이 많으시겠지요. 되돌아보니 신입금 문제를 각자 이해관계를 중심으로 이해한채 절차와 과정에 대한 정확한 인지가 부족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장님 말씀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채, 이장님과 마을 분들께 누가 되었다면 송구합니다. 다만 이장님 글을 읽으며 평생 교사를 선언하고 진솔하고 성실하게 살아오신 부모님이 작은 약속도 지키지 않는 분들이 되어버린 것 같아 마음이 아팠습니다. ‘작은 약속이 큰 세상을 만듭니다.’ 그렇습니다. 평생 그렇게 살아오셨고, 이제 구례 상사마을에서 여생을 갈무리하시기 위해 딴엔 큰 결심을 하신 분들입니다. 아무쪼록 신입금 문제에 대해 저희 쪽의 부족했던 점, 이사 뒤에 내는 것으로 이해한 저희쪽 이해부족에서 생긴 일임을 너그러이 양해하여 주셨으면 합니다.
감히 드리는 말씀이지만, 신입금과 관련한 이해와 전달을 위해 정확한 공지나 문건 전달 등 보다 공식적이고 섬세한 소통 방법이 필요하단 생각이 듭니다. 또한 '이장 일기’이지만 마을 분들과 불특정 다수가 읽는 글이기에 지극히 사적인 부분에 대한 언급은 삼가해주시는 게 도리인 줄 압니다. ‘교편을 잡는 딸이 땅을 사주고 그 땅에 부모님이 집을 짓는다.’ , '해외에서 온 국제 전화', '해외 여행하기 좋은 방학철'등은 당사자 또는 읽는 이에 따라 이장님의 본의와 다른 해석이 가능한 부분이지요.
제가 글을 읽으며 그랬던 것처럼 애쓰시는 이장님께 생각 더해드리는 일이 될까 조심스러웠지만 저처럼 외지에서 들어와 상사마을에 터를 잡고자 하는 분들과의 소통은 앞으로도 진행될 것이기에 고민하며 글 올립니다. 앞으로도 마을 물정 몰라 서툴게 행한 부분이 있거든 잘 일러 주시기 바랍니다.
이장님과 마을 분들의 조화로운 삶, 평화를 기원합니다. 부족하지만 마을 주민으로서 마을 공동체를 일궈가는 일에 노력하겠습니다.
첫댓글 섭섭하신 면면에 대해 충분히 이해합니다. 진심으로 서운 하셨다는 점에 대해 양해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장님 제안하시기 전 부모님 생각이 상량식때, 집들이 할 때 이렇게 두 번 마을 분들과 소통과 나눔의 자리를 갖고자 했습니다. 개터식때, 상량식때 소통하라는 이장님 말씀 이해하였지만 집들이때 누구보다도 마을 분들과의 나눔이 필요하단 생각에 저희 생각대로 상량식때, 집들이때 이렇게 두번 마을분들과의 나눔을 정하였습니다. 세세한 결정을 이장님께 소통하지 못한 점이 마을에 인사도 안 나누고 터를 닦은 사람들이 된 것 같습니다. 이 점, 너그러이 양해하여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