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전 눈이 내려 금오산 정상이 하얗게 덮여있어 눈꽃 구경을 하고 싶었는데
설을 쇠고 난 다음날 별로 할 일이 없어서 혼자 금오산으로 향했다
상가앞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서 배낭을 둘러메고 출발을 하니 10시 01분이다
얼마전 태백산에 갔을 때 눈꽃을 못보아서 서운한 마음이 많았었는데
마침 금오산 정상 부근이 하얗게 눈꽃으로 덮여있어 설레이는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재촉한다 배낭에는 물도 없이 막걸리 한 통만 달랑 들어있다
설연휴라서 그런지 많은 사람들이 올라가고 내려온다
조금 가다 보니 방부목으로 계단을 만들어 놓은게 나온다 그리고 돌탑을
만들어 놓은게 나오는데 원추형이 거의 대부분인데 각추형도 몇개 보인다
금오산성 입구를 지나서는 개울을 건너서 뒷길로 올라가니 완전히
나 혼자만을 위한 등산로가 된다 눈이 덮인 산길을 호젓하게 가다보니
금오산이 내꺼처럼 생각된다 물론 물질적이 아닌 정신적인 면에서 그렇다
나무와 바위 그리고 오솔길을 하얗게 덮고있는 눈을 보니 따스한 느낌이 든다
그런데 간간이 길위에 새겨진 노오란 자국들이 신경을 거슬리게 한다
아무리 급하더라도 사람들이 다니는 길은 피해서 소변을 볼것이지
마치 장난을 하듯이 버젓이 길 중간에 배설을 해 놓았다 에이 가이스키들...
쉼없이 가다보니 숨이 가빠지기 시작한다 나무에 기대어 잠시 쉬다가
다시 눈길을 걸어간다 차츰 경사지가 나오니 길이 미끄러워진다
가끔 삐거덩 거리며 올라가니 할딱고개가 나온다 약 오십분 걸렸나 보다
할딱고개전망대에서 금오저수지를 일별하고는 다시 정상을 향하여
발걸음을 옮기니 제법 많은 사람들과 조우를 한다
남녀노소가 섞여서 산을 오르내린다 과연 이 사람들은 무엇을 위하여
이런 눈길을 오르내릴까
약사암에 불공을 드리러 가는 사람도 있겠고 데이트를 하러 다니는 사람들
그리고 연휴에 심심하여 가족들 데리고 산을 오르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특이하게도 아줌마 혼자서 아이들 데리고 온 사람들도 꽤 눈에 띈다
저 아지매들 신랑들도 예전에 나처럼 친구들하고 논다꼬 혼자 다니는 사람들일까..?
정상 1.4Km 표지판이 나오자 슬슬 힘이 들기 시작한다 송전탑까지의 금경사 길이
오늘 나의 할딱고개인가 보다 잠시 더 올라가다가 길가에 혼자 앉을 만한 자리가 있어
퍼질러 앉아서는 막걸리 세 모금과 초코를 씌운 과자 한 개를 먹으며 숨을 고른다
송전탑 바로 아래에 가니 드디어 눈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나뭇가지에 앉은 눈이
살짝 녹을 때 다시 눈이 쌓여서 그대로 얼어붙은 정경들이 눈이 부시다
송전탑을 뒤로하며 올라가는 길에 햇살에 반사되는 얼음꽃이 수정처럼 빛난다
그런데 그 좋은 모습이 역광으로 인하여 사진기에는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산굽이를 돌아서 마지막 경사로에 들어서니 눈꽃이 아름답게 피어있다
구경을 하다가 사진기에 담다가 하다보니 어느새 정상에 다다른다 12시 02분이다
다른분에게 부탁하여 정상석을 배경으로 사진을 한 장 박히고는 사방을 둘러본다
발아래 머문 세상이 퍽이나 아름답다 아..!! 좋은 세상이다 올해도 건강하게 잘 살자..!!!
정상부근에 핀 눈꽃은 정말 예술이다 마치 돛새치의 멋들어진 등지느러미처럼 보인다
연신 카메라를 들이대며 약사암쪽으로 내려오다가 미끄덩하며 엉덩방아를 찍었따
에고 인자 나도 늙었나 왜이런거여... 그래도 주위에 사람이 없어 쪽팔림은 면했다 에혀...
약사암에 들러 부처님게 새배를 드리고는 사방을 둘러보니 정말 환호성이 절로 나온다
정상의 통신탑쪽으로 산등성이 전체가 얼어붙어 있고 범종각쪽으로의 정경도 멋지다
그리고 범종각 입구의 큰 나무에도 얼음들이 덮여서 한 폭의 그림을 만들고 있따
길이 미끄러워 이젠 아이젠을 착용하고 내려가야 할 것 같다
마애석불쪽으로 하산길을 잡고는 급경사면을 내려오다 보니 산위로 발자국이 있어
함 따라가보니 길이 없다 그래도 눈꽃이 이뻐서 사진을 박고는 다시 돌아나온다
그런데 어떤양반이 내가 내려오는 길로 들어서려한다
그래서 이곳은 길이 없다고 말하며 하산길을 일러주었다
그러다 보니 문득 서산대사님의 "답설야중거"란 한시가 생각난다
답설야중거(踏雪野中去) 불수호난행(不須胡亂行)
금일아행적(今日我行蹟) 수작후인정(遂作後人程)
눈 덮인 들판을 걸어갈 때 어지러히 걷지 마라
오늘 나의 이 발자국은 뒤에오는 사람들의 이정표가 될지니...
무릇 산을 타는 사람들은 늘 명심해야 할 말씀인 것 같다 물론 그길이 그길이 아니지만...
간혹 산을 타다 보면 길이 없는 곳에도 산악회표시 리본들이 달려있는 것을 자주 본다
길이 없으면 그것들을 회수해 놓아야 다른이들이 골탕을 먹지 않을텐데...
마애석불을 지나는데 네분이 열심히 절을 하고 있다 세사람은 가족인 것 같은데 한명은
고등학생 정도 되어 보이는 것 같다 무슨 소망이 저리도 간절하여 열심히 공을 들일까
쪼매 안되어 보인다 일단 나도 마애석불께 새배를 드리고는 하산길에 접어든다
조금 내려오다가 석탑을 쌓아 놓은곳이 보여 그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자그마한 탑들을 공들여 쌓아놓았는데 이름이 오형석탑(烏形石塔)이라 붙여 놓았다
보아하니 까마귀 형상은 아닌 것 같은데 아마 금오산 기슭에 있다고 그렇게 부르나 보다
석탑들을 둘러 보고는 절벽끝에 걸터앉아 막걸리와 초코과자 세 개로 점심을 떼운다
발아래를 보니 좌측으로 구미1대학, 봉곡동, 도량동, 지산들, 금오공대, 4공단, 3공단,
1공단, 임은동, 형곡동, 상모동 등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져있다.
여기서니 구미시내가 한 눈에 다 들어오는구나 하며 기지개를 한 번 켜고는 발길을 돌린다
공들여서 만들어 놓은 탑들을 보니 우리나라의 전래 되어온 민속신앙들이 생각난다
각종신에게 제물을 차려놓고 제를 지내며 부족간에 화합을 도모하고 또한 안도감을 얻고서
한 해를 별탈없이 잘 지내려는 마음으로 그런 행사들을 했을 것이다
요사이 새해를 맞이하여 많은 산악회에서 시산제를 행하고 있는데 여기에 대하여 내 나름의
견해가 있어서 밝힌다 통상적으로 고사에는 시루떡을 사용하는데 팥시루떡을 사용한다
그것은 아귀들과 원귀들에게 좋아하는 떡을 주는데 고사를 지내는사람을 만만이 보고
언제든지 덤벼드는 것을 막기위해 붉은 팥을 이용하여 위협을 주는 의미에서 팥시루떡을 쓴다
그런데 산신제에는 팥떡이 아닌 백설기를 쓰는게 맞다 그리고 산신은 늘 동자들을 데리고
다니니 색깔이 고운 과자도 제물로 준비하는 것도 좋다고 본다 과일은 홀수 종류, 홀수 갯수로
준비하되 모든 고사에서와 같이 절대로 칼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
그러니까 떡도 원판을 사용하여 지내고 산신제가 마친뒤에 잘라서 갈라 먹는 것이 맞다
원래 고대에는 적장의 머리를 제를 지내는데 사용을 하였는데 세월이 지나면서 돼지머리로
대용을 하게 되었다 중국의 삼국지에서는 적벽대전에서 제갈량이 동남풍을 빌기 위하여
제를 지내면서 밀가루로 사람의 머리형상을 본뜬 것을 젯상에 올렸다고 하는데
그게 요사이 우리가 즐겨 먹는 만두가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제일 큰 문제는 고사를 지낼 때 절을 몇번 하느냐는게 사람들을 헷갈리게 만든다
시산제는 시초가 칠십연대에 어느 산악회가 지내면서 부터 시행이 되어 왔는데 통상 절을
두 번 하는 걸로 내려온다 그런데 우리나라 고문화를 연구하는 곳이나 어느 사적에도
일맥상통하게 나오는게 산 사람에게는 일배 돌아가신 분에게는 이배 부처나 신에게는 삼배
왕이나 성인(공자)에게는 사배를 한다는게 정설로 되어있다 유교가 공자로 부터 나왔으니
공자가 부처보다 절을 한 번 더 받는 모양이다 그러니 돌아가신 조상들의 혼을 달래기 위한
고사는 절을 두번 하는게 맞지만 산신 또는 다른 신에게 드리는 고사는 세 번 절 하는게 맞다
그리고 재(齋)와 제(祭)를 혼동하는 경우가 있는데 사십구재, 산신재, 용왕재, 천도재 등
절에서 올리는 재는 재계할 齋를 쓴다 무속인이나 일반인이 지내는 것은 산신제, 용왕제 등의
제사 祭를 쓴다 그러니 "염불 보다는 잿밥에 마음이 있다"는 말에서도 보듯이 젯밥이 아닌
잿밥에서 나타나는데 절에서는 제(祭)가 아닌 재(齋)를 지낸다고 보면 된다
씰데 없이 말이 길어졌뿐네... 아무튼 제사는 제주 마음대로 상사는 상주 마음대로지만 기본은
어떻다는 건 아는게 좋은 것 같아 쓸데 없는 말이라도 함 지끄려 본다
송전탑 아랫길을 통하여 내려오다 보니 헥헥 거리며 올라가는 사람들이 많아지자
슬며시 기분이 좋아진다 마치 고속도로에서 나는 씽씽 잘 가는데 건너편 차선을 꽉 막혀서
오도가도 몬하는 걸 보마 기분이 좋아지듯이... 내 속에 놀부가 사는가 보다... ㅋ~~
아이고 쪼매마 더가마 경치도 쥑이고 기분도 쥑임니데이 하는 말을 입에 걸고는
헥헥대는 사람들 한테 해 준다 할딱고개에서는 대혜폭포쪽으로 내려와서 아이들 오줌빨 같은
폭포를 힐끗 쳐다 보고는 아이젠을 풀고서 내려왔다 오랜만의 운동이라 그런지 다리가
쪼매 뻑적지근해도 기분은 대끼리다...
여러님들 경인년에는 모두 건강하시고 즐거운 일 만땅하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