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방심이 불러온 몸의 반란
나이가 들면 누구든 내 몸과의 전쟁을 치러야 합니다. 그동안 어린 양처럼 내 마음에 늘 순종하던 몸이 걸핏하면 심술을 부리고 파업하고 반란을 일으킵니다. 이번에 해외를 다녀오면서 캐리어를 옮기다가 방심한 탓에 안 그래도 안 좋은 오른쪽 허리를 삐끗했는지 여러 날 아주 지독한 고통을 겪었습니다. 움직일 때마다 팔을 짚어 몸무게를 싣다 보니 금방 어깨가 결리기 시작합니다. 어깨가 긴장하니 혈류의 흐름이 안 좋아져 머리가 멍해지면서 온몸의 맥이 갇히는 듯했습니다. 숨 쉴 때마다 그곳이 결리니 어느 순간 내가 평소대로 호흡하고 있지 않음을 알게 되고 이내 가슴까지 먹먹해졌습니다. 결국 다친 곳은 한 곳인데 온몸 전체가 염증 반응을 보이는 초긴장 상태로 돌입한 셈입니다. 몸 어느 한 곳에 비상이 걸리면 멀쩡한 곳까지 데프콘이 발령되도록 우리 몸이 아주 예민한 연락망으로 설계되어 있다는 사실입니다.
또 아파보면 마음이 몸에게 얼마나 쉽게 굴복하는지도 알 수 있습니다. 심각한 골절 현상이 아닌 한 의사들은 자꾸 걷고 움직이라고 말합니다. 예컨대 허리를 삐끗했을 경우 ‘아마 나는 걸으면 아플 거야.’라고 마음이 결정해 버리면 자연스레 움직임이 줄어들게 됩니다. 동시에 치료 효과까지도 줄어듭니다. 하지만 안될 것 같았지만 애써 걷고 움직이다 보면 ‘어, 걸어도 되네.’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몸이 일상으로 되돌아오는 속도는 그만큼 빨라집니다. 결국 이번 몸의 반란으로 내 마음대로 앉고 서고 구부리고 드러눕고 일어나는 일상의 동작 하나하나를 고통없이 수행한다는 사실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또 몸과 마음의 관계가 어떤 구조를 이루고 있는지 역시 제대로 실습한 것 같습니다.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우리가 방심하다가 약으로 병원 치료로 몸의 반란을 진압해야 한다면 이미 작전 실패입니다. 이번 필자의 경우도 캐리어를 싣고 내릴 때 허리가 부담해야 할 힘의 안배를 고려해 두 발의 위치를 바로 잡았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순간의 방심이 몸의 평화를 깨뜨린 것입니다. 때로는 허약하고 과민해진 멘탈이 몸의 반란을 부추길 수도 있긴 합니다.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임에도 우리는 늘 잊고 살다가 고생을 자초합니다. 몸의 평화는 마음의 평화와 별개가 아니라는 진리는 몸과의 전쟁을 한 번씩 치러봐야 비로소 실감하기 때문입니다. 어쨌든 늘 몸을 다스리고 때로는 달래고 꾸준하게 보살피는 것만이 몸의 반란을 미연에 방지하는 길입니다. 여기엔 그 어떤 반론도 있을 수 없습니다. 몸은 오늘 이 순간에도 내 생명과 마음을 담고 있는 소중한 존재니까요. 이런 의미에서 몸 다루기에 좋은 습관 몇 가지 사례를 공유하도록 하겠습니다.
1) 세면대 앞에서는 허리를 편 채 무릎 관절을 접어 상체를 낮춥니다.
2) 승용차에 탈 때는 엉덩이를 먼저 좌석에 내려놓고 그곳에 체중을 담은 채 두 발 을 차례로 차 안으로 옮깁니다. 내릴 때는 허리를 굽혀 상체를 먼저 내밀지 말 고 다리를 돌려 발을 한 쪽씩 차례로 바닥에 내딛고 허리는 세운 채 손잡이를 잡고 체중을 분산시켜 내립니다.
3) 의자에 앉아 PC 모니터를 볼 때는 눈과 거리를 40~60cm로 유지하고 엉덩이를 의자 등받이에 붙이고 상체를 바로 세웁니다.
4) 물건을 들어 올릴 때는 허리를 굽히지 말고 무릎을 굽혀 몸을 낮추어 물건을 잡 아야 하고 두발을 의식하고 자세가 어느 쪽으로든 기울지 않게 해야 합니다.
5) 침대에서 일어날 때는 누운 상태에서 바로 허리를 구부려 일어나지 말고 옆으로 돌아 양손으로 침대를 누르고 양다리를 침대아래로 내리며 천천히 일어납니다.
* 특히 잘못된 상체 자세를 오랫동안 유지하면 첫째, 흉곽을 눌러 폐의 확장을 제 한시켜 호흡곤란을 초래합니다. 둘째 위장을 눌러 위장관의 혈류를 방해하고 소 화효소의 분비도 감소시킵니다. 게다가 잘못된 자세는 스트레스를 증가시키는 심리적 불안 상태의 원인이 될 수도 있습니다.
* 등받이 없는 의자에 자주 앉거나, 쪼그려 앉고, 의자에 비스듬히 걸터앉고, 다 리를 꼬고 앉고, 무거운 짐이나 가방을 한 손으로만 들거나, 양반다리로 바닥 에 앉는 것은 다 바로 잡아야 할 일상의 습관들입니다.
20241101/글 최익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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