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운 放談(코로나와 손주) 소운/박목철
뜻하지 않게 중국 우한에서 발생한 역병은 우리의 삶 자체를 송두리째 흔들고 있다.
직업에 따라서는 밥줄이 끊겼다는 최악의 상황을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볼 수 있기도 하다.
경제적 일선에서 한발 물러선 입장이긴 하지만, 이런저런 여파가 삶을 어렵게 하는 게 오늘의 현실
이라 이런 상황이 빨리 끝나기를 바라는 마음이 할 수 있는 일의 전부라는 사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서울에서의 생활을 접으며 웬만한 세상사와는 거리를 두기로 하고 양평에 둥지를 튼 지도 몇 년의
세월이 흐른 듯하다. 하지만 사람이라는 속성은 하나를 버리면 다른 하나에 마음이 가게 마련이라는
사실을 새삼 깨우치고 있기도 하다. 요즘은 막내 손주를 돌보는 일이 일상의 전부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손주와의 소통에 온통 정성을 쏟고 있으니 말이다.
녀석도 창문에 붙어서서 할아버지를 기다리는 게 일상이 되었으니 소통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다.
녀석이 고집이 세고 의사 표현이 확실한 탓에 다른 식구에게는 혼나는 일이 자주 있기도 하지만,
고집을 부리거나 떼를 쓰는 모습이 오히려 안쓰럽게 보여 마음이 짱 하기도 한 것은 아이를 가까이하며
겉에 드러나지 않은 내면을 보게 된 까닭이기도 하다. 어린아이를 가깝게, 세밀히 살피며 같은 눈높이
로 놀아 준 것도 막내 손주가 처음이니 새롭게 깨닫는 것도 많을 수밖에 없고, -아이가 속마음은 여리다-
는 이해가 생긴 것도 아이를 살핀 소통의 결과 이기도 하다 하겠다.
요즘 아이들이 다 그렇듯 밖의 세상은 위험하다. 는 인식 탓에 손주도 거의 갇혀 지내다시피 하는 게
측은해 보여 매일 새로운 경험을 찾아 아이를 데리고 다니는 것이 코로나 이전의 일과였다.
양평 인근의 놀이터를 비롯해 가 볼 만한 곳은 안 가본 곳이 없었고, 전철을 타고 가다 내리고 싶다는 곳에
내려서 마음껏 놀게 하거나 시골 버스도 태우는 등, "대한아 오늘 뭐 하고 싶어?"로 시작해서 하고 싶다는
것을 해 주는 것을 낙으로 삼았었다.
* 양평 인근에는 콘도가 2곳 있다. 오락실에서 총 쏘는 것에 재미가 들려 매일 코로나 이전에는 매일 들렸다.
* 민물고기 생태관도 코로나 이전에 자주 들렀던 곳이다.
* 양평에는 곤충 박물관도 있다.
* 굼뱅이 체험관에는 직접 만져 보게도 한다. 징그럽다고 못 만지는 아이들도 있는데,
* 좀 외진곳이긴 하지만 거미 박물관에도 볼거리가 꽤 있다.
* 먼 나들이에는 귀가길에 이렇게 골아떨어지기도 한다.
-어느 날 갑자기 할아버지가 변했다-
손주로서는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놀이를 위한 모든 나들이가 한 번에 끊겼으니 말이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꼭 가던 키즈 카페도, 콘도의 오락실도 "절대 안돼" 로 못 가는 이유를 5살 꼬마에게
설명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에 가까웠다. "대한아 거기 가면 아야! 하는 사람이 많아서 문 닫았어"
이런 구차한 설명이 계속되다 보니, 어떤 때는 무의식중에 놀러 가자고 말을 꺼냈다가 얼른 스스로 답을
하고는 한다. "할아버지 사람들 아야 다 나으면 가자!" 녀석 의젓하게 현실을 받아들이는 것을 배운 듯
하여 귀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안되기도 했다.
코로나 이후 할아버지를 따라와 봤자, 제집보다도 좁은 집에서 할 수 있는 놀이가 많을 리 없다.
답답하고 지겨운 할아버지 집에서의 놀이이지만 그래도 으레껏 할아버지를 따라나서는 손주가 대견하다.
"대한이 형아랑 아빠랑 집에서 놀고 싶어?" 물으면 어김없이 "아니, 대한이 할아버지랑 놀 거야"
이러니 손주가 이쁘지 않을 수 없다. 미안한 마음에 "대한아, 사람들 아야 다 나으면 기차도 타고 키즈까페도
가고 재미있게 놀자!" 바램대로 손주의 이쁜 소망이 빨리 이뤄졌으면 좋겠다.
코로나 이후 좋아진 걸 들라 하면 막내 손주가 6살 터울의 제 형과 친해진 것이다.
형이 학교에 갈 때는 같이 놀 시간이 별로 없어 친해질 게기가 없었지만, 코로나 사태로 형이 학교에 가지
않으며 같이 놀 시간이 많아지고부터는 제 형을 무척 따르게 되었다. 지금은 새로운 것을 하려 하면 제 형을
꼭 챙기곤 한다. 예를 들어 "자전거 타러 갈까?" 하면 "형아랑 같이 가야지 할아버지" 하는 식이다.
예전에는 차를 타고 이동할 때면 할아버지 무릎을 떠나지 않던 애가 요즘은 뒷좌석에서 형하고 노느라
떠들썩하고, 너무 시끄럽다고 제재를 받을 때가 많을 정도로 제 형과 노는데 재미를 붙이기도 했다.
인류가 세상을 살며 겪은 고난은 끝도 없이 많고, 늘 이를 극복 해 왔듯 코로나도 극복될 것이다.
사람은 환경이 바뀌면 이에 적응하려는 본능이 작용하게 마련이다.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서 잃는 것도
많지만 얻는 것도 있게 마련이다. 옛날 같으면 한 곳에서 발생하고 그칠 질병도 지금은 순식간에 전 세계로
확산하는 걸 막을 길이 없는 세상이다. 앞으로 무슨 일이 생길지 아무도 미래를 장담할 수 없다.
코로나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생긴 사회적 시스템 변화가 선순환의 구조로 정착되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코로나 이전에 막내 손주는 할아버지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종일 놀고도 제집에 데려다줄 때면 안 떨어지겠다고 한바탕 울고 난리를 치는 통에 시선을 딴 곳에 팔리게
하고는 도망치듯 와야 했고, 여행을 갈 때도 할아버지 곁을 떠나려 하지 않았다.
지금은 제 형하고도 잘 놀고, 시간이 되면 할아버지와 떨어져 제집으로 가야 한다는 것도 이해한 듯하다.
이제 좀 있으면 유치원도 가야하고, 학교도 가야 할 터인데 -할아버지하고 만- 은 바람직하지 않다.
순순히 "할아버지 바이 바이" 손을 흔들며 집에 들어가는 아이를 볼 때 한편으로는 소중한 것을 잃은 듯
허전하기도 하지만, 녀석, 세상의 어려움과는 상관없이 나름 성장한 것이 대견하다.
삶이 어렵다고 하지만, 해가 뜨고 달이 뜨고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듯, 세월의 흐름에 달라지는 것은 없다.
희망만 놓지 않으면 아픔의 상처도 딱지가 되어 흔적으로 남을 것이다.
여러분 코로나에 기죽지 마시고 힘들 내시라!
코로나와 손주, 소운/박목철
다섯 살배기 손주는
걷는 법이 없고
늘 뛴다
보는 것마다 신기한 듯
"저거 뭐야? "
"왜 그런데?"
늘 바쁘고 궁금 한 것도 많은 건
그가 봄인 까닭이다.
코로나라고 잡아두려니
설명이 궁해
"대한아, 어야 가면 아야 해서 죽어"
"할아버지 죽으면 어떻게 돼?"
"눈도 못 뜨고, 숨도 못 쉬고, 코 자는 거야"
녀석 또, 왜? 왜?
죽음의 의미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대한아! 죽으면 깜깜한 곳에 혼자 가는 거야"
"엄마도 아빠도, 할아버지 할머니 형아도 없고"
조금만 어두우면 무섭다고 안겨드는 아이인데,
피붙이의 의미를 막 깨우쳐 볼을 비비는 아이인데,
"할아버지 무섭다"
죽음의 공포를 알게 하다니
몹쓸놈의 코로나,
* 양평에는 키즈 카페가 여러곳 있어 자주 들렀었다. 코로나 사태에 직격탄을 맞은 안타까운 업종이다.
* 양평군민 미술관은 볼 만한 전시를 자주 했었는데,
* 전시물이아이에게는 다정한 친구가 된다.
* 아프리카 박물관에서 흑인 조각상에 관심을 보이는 아이,
*서울 어린이 대공원에도 여러번 갔다. 지구상에는 사람외에도 많은 동물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하고 싶었다.
* 어른들도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이 크지만 아이들도 나름 지루한 나날을 보내는 셈이다.
빨리 사태가 종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이 간절하다.
첫댓글 손자가 아주 귀엽고도 잘생겼네요.
이방인인 제가 보아도 이렇게 보이는데
할아버지인 형님에게 손자는 세상 제일 가는
귀엽고고 똘똘한 보배일 것 같습니다.
상기 글과 사진을 대하니 마치 본 양평 관광서 내지는
할아버지와 손자의 정감 깊은 수필같은 느낌입니다.
지방이고 약간 추운 지역이긴 하지만 양평은 멋진
서양식 별장들과 수려한 자연환경으로 둘러싸인
아름다운 곳이지요. 구태여 대도시에서 비좁고 비싼
지역에 살면서 아파트값이 오르기를 고대하는 것보단
차라리 지방의 넓고 아늑한 주택에서 깨끗한 공기와
멋진 자연환경 속에서 여생을 보내는 것도 현명한
일이라 생각되네요.
조석으로 찬바람에 감기 조심하시고 늘 평안하시기 바랍니다.
리피터님 반갑습니다.
늘 답글이 늦어 죄송한 마음입니다.
녀석이 컴퓨터 만 켜면 빼앗아서 아무키나 두드리곤 한답니다,
님의 말씀대로 서울의 아파트 가격을 보곤 놀라고 합니다
양평에서 6억 원 정도면 멋진 전원주택에서 생을 즐길 수 있답니다.
저는 예전 부터 아파트는 싫어 했답니다.
덕분에 재산 증식에는 완전히 실패였지만 후회하지 않습니다.
옛날에 2억을 들여 지은 봉평의 집은 버려두고 있기도 합니다.
세월이 하수선하여 참 어렵습니다.
독감 예방주사를 맞고도 영 찜찜했답니다. ㅎㅎ
못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 바랍니다. 리피터님,
손주가 귀엽고 참 잘생겼네요
코로나 잘견디고 행복 하세요
친구처럼님 감사합니다.
녀석은 제가 세상에 태어나 가장 사랑하는 사람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다는 말이 실감나기도 합니다.
못쪼록 건강하시고 행복한 날들 되시기를 바랍니다.
코로나 사태 이후 다들 힘들겠지만 특히 어린 아이들이 안쓰럽습니다. 한창 세상에 대한 호기심과 관심을 키워나갈 시기에 집에만 잡혀 있으니 얼마나 갑갑할까요. 그래도 의젓하게 어려운 시기를 함께 견뎌내고 있는 대한이가 대견합니다. 대한이가 마음 놓고 키즈카페나 박물관, 공원에 갈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합니다.
푸른꿈님 좋은 말씀에 많은 위안이 됩니다.
어른들도 힘들지만 아이들도 한창 세상을 배울 나이인데 안타깝습니다.
녀석 마스크를 씌워줘도 많이 답답해 하며 코를 내놓곤 하니 걱정입니다.
사람 근처에 가지 말라고 하면서도 -애한테 할 소리가 아닌데- 반성하기도 합니다.
코로나가 조속히 근절되기를 바라는 수 밖에 도리가 없으니 걱정입니다.
님께서도 건강 잘 지키시고 좋은 일 만 가득하시길 빌겠습니다.
손주가 정말 귀엽습니다.
빨리 이 우한폐렴이 지나가기를 간절히 바래봅니다.
모든 생활이 엉말이니 저 귀여운 아가들의 일상도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감사합니다.
외부와 단절된 갑갑함을 손주와
보내는 시간 탓에 잊고 지낸답니다.
문인협회 공식 행사가 일년이 다가도록
정상화 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려운 고비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넘기시기 바랍니다. 산타클로스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