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天運
1.
天其運乎(천기운호) : “하늘은 움직이고 있는 것인가?
地其處乎(지기처호) : 땅은 제자리에 그대로 있는 것인가?
日月其爭於所乎(일월기쟁어소호) : 해와 달은 서로 자리를 놓고 다투고 있는 것인가?
孰主張是(숙주장시) : 누가 이것들을 주관하는가?
孰維綱是(숙유강시) : 누가 이것들을 질서 있게 유지하는가?
孰居無事而推行是(숙거무사이추행시) : 누가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이것들을 밀어 그렇게 되게 하는가?
意者其有機緘而不得已邪(의자기유기함이부득이사) : 생각하기에 땅은 틀로 묶여 있어 그렇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인가?
意者其運轉而不能自止邪(의자기운전이불능자지사) : 생각하기에 하늘은 움직이며 돌아서 스스로 멈출 수도 없게 되어 있는 것인가?
雲者爲雨乎(운자위우호) : 구름이 비를 오게 하는가?
雨者爲雲乎(우자위운호) : 비가 구름을 만드는가?
孰隆施是(숙륭시시) : 누가 구름이 일고 비를 내리게 하는가?
孰居無事淫樂而勸是(숙거무사음락이권시) : 누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재미로 그렇게 추진하는가?
風起北方(풍기북방) : 바람은 북쪽에서 생겨나서
一西一東(일서일동) : 서쪽으로 불었다 동쪽으로 불었다 하기도 하며,
在上彷徨(재상방황) : 위쪽으로 불면서 빙빙 돌기도 한다.
孰噓吸是(숙허흡시) : 누가 바람을 불고 마시고 하는 것일까?
孰居無事而披拂是(숙거무사이피불시) : 누가 아무 일도 하고 있지 않으면서 바람을 부채질하는가?
敢問何故(감문하고) : 감히 왜 그런지 알고 싶다.”
巫咸祒曰(무함초왈) : 무함이 말했다.
來吾語女(래오어여) : “내가 말해드리지요.
天有六極五常(천유육극오상) : 하늘에는 육극(六極)과 오상(五常)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帝王順之則治(제왕순지칙치) : 제왕이 이것을 따르면 나라가 다스려지고
逆之則凶(역지칙흉) : 이것을 거스르면 흉해지는 것입니다.
九洛之事(구락지사) : 구주(九疇)와 낙서(洛書)에 기록된 것을 보면,
治成德備(치성덕비) : 정치가 완성되고 덕이 갖추어지면
監照下土(감조하토) : 온 세상을 햇볕처럼 비추게 되어,
天下戴之(천하대지) : 세상사람들은 그 임금을 떠받들게 되는데,
此謂上皇(차위상황) : 이런 분을 상황(上皇)이라 부르는 것입니다.”
2.
商大宰蕩問仁於莊子(상대재탕문인어장자) : 상나라 태재인 탕이 장자에게 어짊에 대해서 물었다.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虎狼仁也(호랑인야) : “호랑이나 이리와 같은 것이 어짊입니다.”
曰何謂也(왈하위야) : 탕이 묻기를, “어째서 그렇습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父子相親(부자상친) : “아비와 새끼가 서로 친한데
何爲不仁(하위불인) : 어찌 어질지 않다고 하겠습니까?”
曰請問至仁(왈청문지인) : 탕이 말하기를, “지극한 어짊은 어떤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至仁無親(지인무친) : “지극한 어짊에는 친함이 없습니다.”
大宰曰(대재왈) : 탕이 말했다.
蕩聞之(탕문지) : “제가 듣기로는 친
無親則不愛(무친칙불애) : 함이 없다면 사랑하지도 않고,
不愛則不孝(불애칙불효) : 사랑하지 않으면 효성스러움이 없다고 했습니다.
謂至仁不孝可乎(위지인불효가호) : 지극한 어짊은 효성스럽지 않은 것입니까?”
莊子曰(장자왈) : 장자가 말했다.
不然(불연) : “그렇지 않습니다.
夫至仁尙矣(부지인상의) : 지극한 어짊이란 고상한 것이어서
孝固不足以言之(효고부족이언지) : 효성으로 그것을 말할 만한 것이 못됩니다.
此非過孝之言也(차비과효지언야) : 그것이 효성보다 뛰어난 것이라는 말이 아니라,
不及孝之言也(불급효지언야) : 그것이 효성이 될 수 없다는 말입니다.
夫南行者至於郢(부남행자지어영) : 남쪽으로 가는 사람이 영땅에 이르러
北面而不見冥山(북면이불견명산) : 북쪽을 바라보면 명산(冥山)은 보이지 않습니다.
是何也(시하야) : 그것은 어째서 그렇겠습니까?
則去之遠也(칙거지원야) : 멀리 떠나왔기 때문입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以敬孝易(이경효이) : 「공경함으로 효도를 하는 것은 쉽지만
以愛孝難(이애효난) : 사랑으로 효도를 하기는 어렵다.
以愛孝易(이애효이) : 사랑으로 효도하기는 쉬우나
以忘親難(이망친난) : 어버이를 잊고 스스로 효도하기는 어렵다
忘親易(망친이) : 어버이를 잊기는 쉬우나
使親忘我難(사친망아난) : 어버이로 하여금 나를 잊게 하기는 어렵다.
使親忘我易(사친망아역) : 어버이로 하여금 자기를 잊게 하기는 쉽지만
兼忘天下難(겸망천하난) : 천하를 모두 잊기는 어렵다. .
兼忘天下易(겸망천하역) : 천하를 모두 잊는 것은 쉽지만
使天下兼忘我難(사천하겸망아난) : 천하로 하여금 나를 모두 잊게 하기는 어렵다」고 하는 것입니다
夫德遺堯舜而不爲也(부덕유요순이불위야) : 그의 덕은 요임금과 순임금도 잊고 그들이 한 것과 같은 일도 하지 않고,
利澤施於萬世(리택시어만세) : 이익과 은혜와 혜택이 오래도록 베풀어지게 하는데도
天下莫知也(천하막지야) : 천하에서는 그를 알아주지 않는데,
豈直太息而言仁孝乎哉(기직태식이언인효호재) : 어찌 크게 한숨지으며 어짊과 효성만을 얘기하겠습니까?
夫孝悌仁義(부효제인의) : 효도와 공경과 어짊과 의로움이나
忠信貞廉(충신정렴) : 충성과 신용과 정절과 청렴 같은 것은
此皆自勉以役其德者也(차개자면이역기덕자야) : 모두가 스스로 힘씀으로써 자기의 덕을 부려먹는 것들이어서
不足多也(부족다야) : 존귀한 것이 못됩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르르
至貴(지귀) : 지극히 존귀한 사람은
國爵竝焉(국작병언) : 나라의 벼슬도 버리고,
至富(지부) : 지극한 부자는
國財竝焉(국재병언) : 나라의 재물도 물리치고,
至顯(지현) : 지극한 소망을 얻은 사람은
名譽竝焉(명예병언) : 명예도 물리친다고 하는 것입니다.
是以道不渝(시이도불투) : 그래서 도란 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3.
北門成問於皇帝曰(북문성문어황제왈) : 북문성이 황제에게 물었다.
帝張咸池之樂於洞庭之野(제장함지지락어동정지야) : “임금님께서는 함지의 음악을 동정의 들에서 연주하셨는데,
吾始聞之懼(오시문지구) : 저는 처음 듣고는 두려움을 느꼈고,
復聞之怠(부문지태) : 다시 듣고는 권태를 느꼈고,
卒聞之而惑(졸문지이혹) : 마지막으로 듣고는 미혹되어 버렸습니다.
蕩蕩黙黙(탕탕묵묵) : 밋밋하고 멍멍해서 ”
乃不自得(내부자득) : 스스로를 어쩔 수도 없었습니다.
帝曰(제왈) : 황제가 말했다.
汝殆其然哉(여태기연재) : “당신에게는 아마 그랬을 것입니다.
吾奏之以人(오주지이인) : 나는 음악을 연주함에는 사람의 마음을 따르고,
徵之以天(징지이천) : 악기를 연주함에는 하늘의 기후를 쫓아 고루었다
行之以禮義(행지이례의) : 음악을 진행시킴에는 예의를 따르고,
建之以太淸(건지이태청) : 음악을 조화시킴에는 하늘의 지극한 도를 따릅니다.
四時迭起(사시질기) : 사시가 서로 바뀌어 일어나고 고루어졌던 것이다
萬物循生(만물순생) : 만물이 서로 쫓아 생겨나는 것 같아서
一盛一衰(일성일쇠) : 한 번 성하고 한 번 쇠할 때
文武倫經(문무륜경) : 문과 무는 차례를 얻었고
一淸一濁(일청일탁) : 한 번 맑았다가 한 번 흐릴 때
陰陽調和(음양조화) : 음과 양은 고루어졌던 것입니다
流光其聲(류광기성) : 그 소리를 빛나고 우렁찬게 했을 때에는
蟄蟲始作(칩충시작) : 마치 땅 속의 벌레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吾驚之以雷霆(오경지이뢰정) : 우뢰 소리로써 놀라게 하는 것과 같이 했던 것이다
其卒無尾(기졸무미) : 또 문득 그치어도 꼬리가 없고
其始無首(기시무수) : 문득 시작해도 머리가 없어서
一死一生(일사일생) : 한 소리가 죽으면 한 소리는 살아나고
一僨一起(일분일기) : 한 소리가 엎드리면 한 소리는 일어나서
所常無窮(소상무궁) :이렇게 끝없는 변화가 끊이지 않았었다
而一不可待(이일불가대) : 그래서 그것이 어디로 돌아가는지를 찾을 곳이 없었던 것이다 다.
汝故懼也(여고구야) : 그러므로 네가 처음에는 두려워했던 것이다
吾又奏之以陰陽之和(오우주지이음양지화) : 나는 또 그 음악을 음양의 조화와
燭之以日月之明(촉지이일월지명) : 일월의 광명으로 탔던 것이다
其聲能短能長(기성능단능장) : 그래서 짧을 데에는 짧게 길 데에는 길게 하며
能柔能剛(능유능강) : 부드러울 데에는 부드럽게 거셀 데에는 거세게 해서
變化齊一(변화제일) : 변화가 한결같이 가락에 맞아 한 가지도 되풀이함이 없이
不主故常(부주고상) : 갈수록 새로웠던 것이다
在谷滿谷(재곡만곡) : 골짝에 있으면 골짝에 차고
在阬滿阬(재갱만갱) : 구덩이에 있으면 구덩이에 찼었다
塗却守神(도각수신) : 그때 나는 모든 생각을 떨어 버리고
以物爲量(이물위량) : 오직 한 가지 정신을 지켜 물을 따라서 그 양을 삼았기 때문에
其聲揮綽(기성휘작) : 그 소리는 굽이쳐 넉넉했고
其名高明(기명고명) : 그 가락은 높고 밝았던 것이다
是故鬼神守其幽(시고귀신수기유) : 그러므로 귀신도 그 그윽한 자리를 지켜 나오지 않고
日月星辰行其紀(일월성신행기기) : 일월과 성진도 그 궤도를 따라 어지럽지 않았으니
吾止之於有窮(오지지어유궁) : 이것은 내가 반드시 그쳐야 할 자리에서 그치고
流之於無止(류지어무지) : 이어가야 할 곳에서 이어갔기 때문이다
子欲慮之而不能知也(자욕려지이불능지야) : 그러므로 그대는 생각을 보고자 해도 알지 못하고
望之而不能見也(망지이불능견야) : 바라보고자 해도 보지 못하며
遂之而不能及也(수지이불능급야) : 따라가고자 해도 미치지 못하는 것이다
儻然立於四虛之道(당연립어사허지도) : 이때 나는 혼자 우두커니 허공의 빈 길에 서서
倚於槁梧而吟(의어고오이음) : 책상에 기대어 읊조리는 것이다
心窮乎所欲知(심궁호소욕지) : 내 마음은 알고자 하나 하나 부정없었고
目窮乎所欲見(목궁호소욕견) : 내 눈은 보고자 하나 부정없었고내
力屈乎所欲逐(력굴호소욕축) : 힘은 따르고자 하나 그만 꺾이어
吾旣不及已夫(오기불급이부) : 나는 끝내 미치지 못하고 마는 것이다
形充空虛(형충공허) : 자기 형체가 공허한 세계로 채워지며
乃至委蛇(내지위사) : 나는 그만 기운이 풀리어
汝委蛇(여위사) : 되는대로 맡겨 두었던 것이다
故怠(고태) : 때문에 권태로움을 느꼈을 것입니다.
吾又奏之以無怠之聲(오우주지이무태지성) : 나는 또한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서 권태로움이 없는 소리를 사용하였고,
調之以自然之命(조지이자연지명) : 그것을 조화시킴에 있어서 자연의 생명으로써 했습니다.
故若混逐叢生(고약혼축총생) : 그러므로 뒤섞여 한꺼번에 생겨나는 듯 했고,
林樂而無形(림락이무형) : 음악이 고조되자 아무런 형체도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布揮而不曳(포휘이불예) : 널리 진동하여 퍼지며 멈추지 않고 .
幽昏而無聲(유혼이무성) : 흐릿해져서 소리가 없는 듯이 되었습니다.
動於無方居於窈冥(동어무방거어요명) : 방향도 없는 곳으로 움직이고, 아득한 곳에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或謂之死(혹위지사) : 때로는 죽은 것이라 생각되기도 하고,
或謂之生(혹위지생) : 때로는 살아있는 것이라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或謂之實(혹위지실) : 혹은 열매가 열린 것처럼 생각되기도 하고
或謂之榮(혹위지영) : 혹은 꽃만 핀 듯이 생각되기도 했을 것입니다.
行流散徙(행류산사) : 움직이며 흐르고 흩어지며 옮겨가서
不主常聲(부주상성) : 일정한 소리를 위주로 하지 않았습니다.
世疑之(세의지) : 세상에서는 그것을 의심하고
稽於聖人(계어성인) : 성인들에게 물어보아야 하게 되었습니다.
聖也者(성야자) : 성인이란
達於情而遂於命也(달어정이수어명야) : 진실에 통달하고 운명에 순종하는 사람들입니다.
天機不張而吾官皆備(천기부장이오관개비) : 하늘의 기틀은 움직여지지 않아도 오관은 모두 갖추어져 있습니다.
無言而心說(무언이심설) : 말은 하지 않아도 마음은 기쁘게 되는 것입니다.
此之謂天樂(차지위천락) : 이것을 하늘의 음악이라 하는데,
故有焱氏爲之頌曰(고유염씨위지송왈) : 그러므로 유염씨가 기리어 말했습니다.
聽之不聞其聲(청지불문기성) : 「그것을 들어보아도 그 소리는 들리지 않고,
視之不見其形(시지불견기형) : 그것을 보아도 그 형상은 보이지 않는다.
充滿天地(충만천지) : 그러나 하늘과 땅에 가득 차고
苞裏六極(포리육극) : 천지사방을 포용한다」
汝欲聽之而無接焉(여욕청지이무접언) : 당신이 그것을 들으려해도 귀에 들리지 않았을 것이니,
而故惑也(이고혹야) : 그래서 미혹되었던 것입니다.
樂也者(락야자) : 음악이라는 것은
始於懼(시어구) : 두려움에서 시작하는 것이니,
懼故崇(구고숭) : 두려움 때문에 재난을 당한 것처럼 느껴집니다.
吾又次之以怠(오우차지이태) : 나는 그 다음에는 권태로움으로써 그것을 계속합니다.
怠故遁(태고둔) : 권태롭기 때문에 모든 의식이 없어질 것입니다.
卒之於惑(졸지어혹) : 마지막으로는 미혹됨으로써 음악을 끝내는 것이니,
惑故愚(혹고우) : 미혹되기 때문에 어리석은 듯 모든 것을 잊습니다.
愚故道(우고도) : 어리석기 때문에 도를 터득하게 됩니다.
道可載而與之俱也(도가재이여지구야) : 도를 터득하면 모든 것을 거기에 싣고서 도와 더불어 있을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4.
孔子西遊於衛(공자서유어위) : 공자가 서쪽 위나라로 여행을 갔을 때,
顔淵問師金曰(안연문사금왈) : 안연이 사금에게 물었다.
以夫子之行爲奚如(이부자지행위해여) : “선생님의 이 번 여행을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師金曰(사금왈) : 사금이 말했다.
惜乎(석호) : “애석하게도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 당신의 선생님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顔淵曰(안연왈) : 안연이 물었다.
何也(하야) : “왜 그렇습니까?”
師金曰(사금왈) : 사금이 말했다.
夫芻狗之未陳也(부추구지미진야) : “무당이 쓰는 개허수아비는 귀신 앞에 진열되기 전에는
盛以筴衍(성이협연) : 상자에 담겨
巾以文繡(건이문수) : 무늬를 수놓은 보자기에 싸여집니다.
尸祝齊戒以將之(시축제계이장지) : 시동과 축관은 제계를 하고 그것을 신에게 바칩니다.
及其已陳也(급기이진야) : 그러나 그것을 바치고 난 다음에는
行者踐其首脊(행자천기수척) : 길가는 사람들이 그 머리와 등을 짓밟고,
蘇者取而爨之而已(소자취이찬지이이) : 풀 베는 사람이 그것을 가져다 아궁이에 불쏘시개로 때게 됩니다.
將復取而盛以筴衍(장복취이성이협연) : 그렇지 않고 누군가 다시 그것을 가져다가 상자에 담고
巾以文繡(건이문수) : 무늬가 수놓인 보자기에 싸놓고
遊居寢臥其下(유거침와기하) : 그 곁에서 자고 눕고 한다면,
彼不得夢(피부득몽) : 그가 악몽을 꾸게 되거나
必且數眯焉(필차수미언) : 자주 가위에 눌리게 된다고 합니다.
今而夫子(금이부자) : 지금 당신의 선생님은
亦取先王已陳芻狗(역취선왕이진추구) : 옛 임금들이 이미 사용한 개허수아비를 가져다
聚弟子游居寢臥其下(취제자유거침와기하) : 제자들을 모아놓고 함께 그 곁에 지내면서 자고 눕고 하고 있습니다.
故伐樹於宋(고벌수어송) : 그러므로 송나라에서는 나무를 베어 넘기는 협박을 당했고,
削迹於衛(삭적어위) : 위나라에서는 발자국까지 지우며 다녀야 할 정도로 쫓기며
窮於商周(궁어상주) : 상주 나라에서 궁지에 몰렸었습니다.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 이것이 악몽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圍於陳蔡之間(위어진채지간) : 진나라와 채나라 사이에서는 포위를 당하여
七日不火食(칠일불화식) : 칠일동안이나 익힌 음식을 먹어보지도 못하고,
死生相與隣(사생상여린) : 죽음과 삶 사이에서 지냈습니다.
是非其夢邪(시비기몽사) : 이것이 가위눌리는 것이 아니고 무엇이겠습니까?
夫水行莫如用舟(부수행막여용주) : 물 위를 여행하기에는 배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고,
而陸行莫如用車(이륙행막여용거) : 땅 위를 여행하는 데는 수레를 이용하는 것보다 좋은 것이 없습니다.
以舟之可行於水也而求推之於陸(이주지가행어수야이구추지어육) : 배로 물 위를 여행할 수 있다고 해서 땅 위에서도 배를 저어가려 한다면
則沒世不行尋常(칙몰세불행심상) : 평생을 가도 얼마 나가지 못할 것입니다.
古今非水陸與(고금비수륙여) : 옛날과 지금이란 물이나 육지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周魯非舟車與(주로비주거여) : 주나라와 노나라는 배나 수레와 같은 것이 아니겠습니까?
今蘄行周於魯(금기행주어로) : 지금 주나라의 방식을 노나라에 행하려고 하는 것은
是猶推舟於陸也(시유추주어륙야) : 마치 육지 위에서 배를 밀고 가려는 것과 같습니다.
勞而無功(로이무공) : 힘들기만 하지 아무런 성과도 없을 것이며
身必有殃(신필유앙) : 자신에게 반드시 재앙이 돌아가게 될 것입니다.
彼未知夫無方之傳(피미지부무방지전) : 저들은 방향이 없는 작용이 사물에 대응하는데 있어서
應物而不窮者也(응물이불궁자야) :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는 것임을 모르고 있습니다.
且子獨不見夫桔橰者乎(차자독불견부길고자호) : 선생께서는 무거운 추를 달아놓은 두레박틀을 보지 못하셨습니까?
引之則俯(인지칙부) : 끌어올리면 내려가고
舍之則仰(사지칙앙) : 놓으면 올라갑니다.
彼人之所引(피인지소인) : 그것은 사람이 끌어당기는 것이지
非引人也(비인인야) : 사람을 끌어당기는 것은 아닙니다.
故俯仰而不得罪於人(고부앙이부득죄어인) : 그러므로 내려가든 올라가든 사람에게 책잡히지 않습니다.
故夫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부삼황오제지례의법도) :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는
不矜於同而矜於治(불긍어동이긍어치) : 모두 공통됨을 숭상하지 않고 세상을 다스리는 것을 숭상했습니다.
故譬三皇五帝之禮義法度(고비삼황오제지례의법도) : 그러니 삼황오제의 예의와 법도를 비유로 들면
其猶柤梨橘柚邪(기유사리귤유사) : 마치 돌배와 배와 귤과 유자나 같은 것입니다.
其味相反而皆可於口(기미상반이개가어구) : 그 맛은 모두 틀리지만 모두가 입에 넣으면 맛이 있습니다.
「故禮義法度者(「고례의법도자) : 그러므로 예의와 법도라는 것은
應時而變者也(응시이변자야) : 시대를 따라서 변해야 되는 것입니다.
今取猨狙而衣以周公之服(금취원저이의이주공지복) : 원숭이에게 주공의 옷을 입혀준다면
彼必齕齧挽裂(피필흘설만렬) : 원숭이는 반드시 물어뜯고 찢어발겨
盡去而後慊(진거이후겸) : 모두 벗어야 만족을 할 것입니다.
觀古今之異(관고금지이) : 옛날과 지금의 차이를 보면
猶猨狙之異乎周公也(유원저지이호주공야) : 마치 원숭이가 주공과는 다른 것과 같습니다.
故西施病心而矉其里(고서시병심이빈기리) : 아름다운 서시가 가슴이 아파서 그의 동네에서 얼굴을 찌푸리고 다니자,
其里之醜人見之而美之(기리지추인견지이미지) : 그 동네에 사는 못난 여자가 그것을 보고 아름답다 생각하고는
歸亦捧心而矉其里(귀역봉심이빈기리) : 돌아와서 자기도 역시 가슴에 두 손을 얹고서 남이 보는 데서 얼굴을 찌푸렸습니다.
其里之富人見之(기리지부인견지) : 그 마을의 부자는 그를 보고는
堅閉門而不出(견폐문이불출) : 문을 굳게 닫아걸고 나가지 않았고,
貧人見之(빈인견지) : 가난한 사람들은 그를 보고는
挈妻子而去走(설처자이거주) : 처자를 거느리고 다른 고장으로 달아났다고 합니다.
彼知矉美(피지빈미) : 그 여자는 아름다운 얼굴에 찌푸림이 있음만을 알았지
而不知矉之所以美(이부지빈지소이미) : 찌푸린 얼굴이 아름다운 이유는 몰랐던 것입니다.
惜乎(석호) : 안타깝게도
而夫子其窮哉(이부자기궁재) : 당신의 선생님도 이와 같은 궁지에 몰리게 될 것입니다..”
5.
孔子行年五十有一而不問道(공자행년오십유일이불문도) : 공자가 나이 쉰한살이 되도록 도에 대해 들어보지 못했다.
乃南之沛見老聃(내남지패견노담) : 그래서 남쪽 패땅으로 노자를 찾아갔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子來乎(자래호) : “어서 오십시오.
吾聞子(오문자) : 내가 들으니
北方之賢者也(북방지현자야) : 선생님을 북방의 현자라고들 하던데
子亦得道乎(자역득도호) : 선생님께서도 도를 터득하고 계시겠군요.”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未得也(미득야) : “아직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惡乎求之哉(자악호구지재) : “선생님께서는 어디에서 도를 구하려 하셨습니까?”
曰吾求之於度數(왈오구지어도수) : 공자가 말하기를, “저는 도를 음양의 변화에서 구해보려 하였으나
五年而未得也(오년이미득야) : 오십 년이 지나도록 터득하지 못했습니다.”
老子曰(노자왈) : 노자가 말했다.
子又惡乎求之哉(자우악호구지재) : “당신은 또 어떤 길에서 구했소.”
曰吾求之於陰陽(왈오구지어음양) : 공자가 이르기를, “그 다음에는 음양에서 구하기를
十有二年而未得(십유이년이미득) : 십 이년이나 했지마는 얻지 못했습니다
老子曰然(노자왈연) : 노자가 말하기를, 그렇겠지요.
使道而可獻(사도이가헌) : 도를 가져다 바칠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獻之於其君(칙인막불헌지어기군)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임금에게 바칠 것입니다.
使道而可進(사도이가진) : 도를 가져다 드릴 수 있는 것이라면 사
則人莫不進之於其親(칙인막불진지어기친) : 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부모에게 갖다 드릴 것입니다.
使道而可以告人(사도이가이고인) : 도를 일러줄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告其兄弟(칙인막불고기형제)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형제들에게 일러줄 것입니다.
使道而可以與人(사도이가이여인) : 도를 남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면
則人莫不與其子孫(칙인막불여기자손) : 사람들은 누구나 그것을 자기 자손들에게 전해줄 것입니다.
然而不可者(연이불가자) : 그렇지만 그렇게 할 수 없는 것은,
無佗也(무타야) : 다름이 아니라
中無主而不止(중무주이부지) : 마음속에 도의 주인이 될만한 것이 없으면 그 사람에게 머물지 않고,
外無正而不行(외무정이불행) : 밖이 올바르지 않으면 행해지지 않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由中出者(유중출자) : 마음속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不受於外(불수어외) : 밖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면
聖人不出(성인불출) : 성인은 그것을 내놓지 않습니다.
由外入者(유외입자) :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것에 대해
無主於中(무주어중) : 마음속에 주인노릇을 할 만한 것이 없으면
聖人不隱(성인불은) : 성인은 그것에 따르지 않습니다.
名公器也(명공기야) : 명예란 공용의 기구와 같은 것이어서
不可多取(불가다취) : 혼자 많이 취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仁義(인의) : 어짊과 의로움은
先王之蘧廬也(선왕지거려야) : 임금의 여관과 같은 것이어서,
止可以一宿而不可久處(지가이일숙이불가구처) : 단지 하루저녁 묵는 것은 괜찮겠지만 오래 묵어 있을 곳은 못됩니다.
覯而多責(구이다책) : 오래 머물러 있으면 책망만 많이 받게 될 것입니다.
古之至人(고지지인) : 옛날의 지극한 사람은
假道於仁(가도어인) : 어짊을 가는 길로 삼고,
託宿於義(탁숙어의) : 의로움을 숙소로 삼아 몸을 기탁함으로써
以遊逍遙之墟(이유소요지허) : 소요하는 고장에 노닐었습니다.
食於苟簡之田(식어구간지전) : 그는 자기 먹을 정도의 것만이 생산되는 땅을 지니고,
立於不貸之圃(립어불대지포) : 먹고 남을 것이 없는 정도의 채소밭만을 가꾸었습니다.
逍遙(소요) : 소요한다는 것은
無爲也(무위야)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뜻합니다.
苟簡(구간) : 자기 먹을 것만을 생산한다는 것은
易養也(이양야) : 몸을 보양하기 쉬움을 뜻합니다.
不貸(부대) : 먹고 남는 것이 없을 정도란
無出也(무출야) : 남에게 내놓지도 않음을 뜻합니다.
古者謂是采眞之遊(고자위시채진지유) : 옛날에는 이것을「참됨을 취하는 노닒」이라 불렀습니다.
以富爲是者(이부위시자) : 부를 좋은 것으로 아는 사람은
不能讓祿(불능양록) : 남에게 재산을 사양하지 못하며,
以顯爲是者(이현위시자) : 출세를 좋은 것으로 아는 사람은
不能讓名(불능양명) : 남에게 명예를 양보하지 못하고,
親權者(친권자) : 권세를 가까이 하는 사람은
不能與人柄(불능여인병) : 남에게 권력을 맡기지 못합니다.
操之則慄(조지칙률) : 그것들을 가지고 있자니 두렵고,
舍之則悲(사지칙비) : 그것들을 버리자니 슬퍼질 것입니다.
而一無所鑑(이일무소감) : 전혀 도에 대해 살핀 것이 없어서
以闚其所不休者(이규기소불휴자) : 언제나 쉬지 않고 변동하는 것들만을 바라보고 있으니,
是天之戮民也(시천지륙민야) : 이런 사람들은 하늘의 벌을 받을 백성들인 것입니다.
怨恩取與諫敎生殺(원은취여간교생살) : 원한·은혜·취하는 것·주는 것·간하는 것·가르치는 것·살리는 것·죽이는 것의
八者(팔자) : 여덟 가지는
正之器也(정지기야) : 일을 바로잡는 기구입니다.
唯循大變無所湮者爲能用之(유순대변무소인자위능용지) : 오직 위대한 변화를 따라서 막히는 것이 없는 사람만이 그것들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故曰(고왈) : 그러므로 이르기를,
正者(정자) : 올바르게 하려면
正也(정야) : 자신부터 올바르게 해야 한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其心以爲不然者(기심이위불연자) : 스스로의 마음으로 그렇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天門弗開矣(천문불개의) : 하늘의 문이 열리지 않을 것입니다.
6.
孔子見老聃而語仁義(공자견노담이어인의) : 공자가 노자를 만나서 어짊과 의로움에 대해 물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夫播穅眯目(부파강미목) : “겨가 눈에 들어가면
則天地四方易位矣(칙천지사방역위의) : 곧 하늘과 땅과 사방의 위치를 혼동하게 됩니다.
蚊虻噆膚(문맹참부) : 모기가 살갗을 물면
則通昔不寐矣(칙통석불매의) : 밤새도록 잠을 못 잡니다.
夫仁義憯然乃憤吾心(부인의참연내분오심) : 어짊과 의로움이란 잔인한 것이어서 우리 마음을 어지럽히는데
亂莫大焉(란막대언) : 이보다 더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 없습니다.
吾子使天下無失其朴(오자사천하무실기박) : 선생께서는 세상 사람들이 그들의 소박함을 잃게 하지 마십시오.
吾子亦放風而動(오자역방풍이동) : 선생께서 바람을 따라 자연스럽게 움직이면
總德而立矣(총덕이립의) : 모든 덕이 아울러 처신하게 될 것입니다.
又奚傑傑然揭仁義(우해걸걸연게인의) : 어찌 스스로 잘난 체하여 인의를 내 걸고
若負建鼓而求亡子者邪(약부건고이구망자자사) : 큰북을 짊어지고 두드리고 다니면서 잃은 자식을 찾듯 지냅니까
夫鵠不日浴而白(부곡불일욕이백) : 백조는 매일 목욕을 하지 않아도 희고
烏不日黔而黑(오불일검이흑) : 까마귀는 매일 검은 물을 들이지 않아도 검습니다.
黑白之朴(흑백지박) : 검고 흰 소박한 바탕은
不足以爲辯(부족이위변) : 좋고 나쁨을 따질 것이 못됩니다.
名譽之觀(명예지관) : 명예라는 겉모양은
不足以爲廣(부족이위광) : 자랑할 것이 못됩니다.
泉涸(천학) : 샘물이 마르면
魚相與處於陸(어상여처어육) : 그 곳에 사는 물고기들은 땅 위에 함께 모여
相呴以濕(상구이습) : 습기로 서로 문질러주고
相濡以沫(상유이말) : 입거품으로써 서로 추기어 주지마는
不若相忘於江湖(불약상망어강호) : 그러나 그것은 강물이나 호수 속에서 서로를 잊고 잊는 것만 못한 것입니다.”
孔子見老聃歸(공자견노담귀) : 공자가 노자를 만나고 돌아와
三日不談(삼일부담) : 사흘동안 말을 하지 않았다.
弟子問曰(제자문왈) : 제자들이 물었다.
夫子見老聃(부자견노담) : “선생님께서는 노자를 만나서
亦將何規哉(역장하규재) : 또한 무엇을 가르쳐주려 하셨습니까?”
孔子曰(공자왈) : 공자가 말했다.
吾乃今於是乎見龍(오내금어시호견룡) : “이제야 용을 본 것 같다.
龍合而成體(룡합이성체) : 용은 합쳐지면 훌륭한 몸을 이루고,
散而成章(산이성장) : 흩어지면 아름다운 무늬를 이룬다.
乘雲氣而養乎陰陽(승운기이양호음양) : 구름의 기운을 타고 다니며 음양 속을 날아다닌다.
予口張而不能嗋(여구장이불능협) : 나는 입이 벌어져 다물 수가 없었다.
予又何規老聃哉(여우하규노담재) : 내가 무엇을 노자에게 가르쳐줄 수 있었겠느냐.”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然則人固有尸居而龍見(연칙인고유시거이룡견) : “그렇다면 사람 중에는 본시 시체처럼 있다가도 용처럼 나타나고,
淵黙而雷聲(연묵이뢰성) : 천둥 소리를 내다가도 심연 같은 침묵을 지키고,
發動如天地者乎(발동여천지자호) : 활동이 하늘과 땅 같은 사람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賜亦可得而觀乎(사역가득이관호) : 저도 그 분을 뵐 수 있겠습니까?”
遂以孔子聲見老聃(수이공자성견노담) : 마침내 공자의 주선으로 자공이 노자를 만났다.
老聃方將倨堂而應(노담방장거당이응) : 노자는 대청에 앉아 있다가 마중하면서
微曰(미왈) : 작은 소리로 말했다
予年運而往矣(여년운이왕의) : “나는 이미 나이가 지나 늙어버렸는데
子將何以戒我乎(자장하이계아호) : 당신은 장차 무엇으로 나에게 계율을 얘기해주려 하십니까?”
子貢曰(자공왈) : 자공이 말했다.
夫三皇五帝之治天下不同(부삼황오제지치천하부동) :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은 같지 않았지만
其係聲名一也(기계성명일야) : “그 분들이 명성을 누렸다는 점에서는 같습니다.
而先生獨以爲非聖人(이선생독이위비성인) : 그런데 선생님께서는 그 분들이 성인이 아니라고 생각하고 계시다니
如何哉(여하재) : 어째서입니까?”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子何以謂不同(자하이위부동) : “자네는 어째서 그들의 방법이 같지 않다는 것입니까?”
對曰(대왈) : 자공이 말했다.
堯授舜(요수순) : “요임금은 순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고,
舜授禹(순수우) : 순임금은 우임금에게 천하를 물려주었으며,
禹用力而湯用兵(우용력이탕용병) : 우임금은 힘을 사용하였고, 탕임금은 군사를 사용했습니다.
文王順紂而不敢逆(문왕순주이불감역) : 문왕은 주왕에게 순종하여 감히 거스르려 하지 않았으나,
武王逆紂而不肯順(무왕역주이불긍순) : 무왕은 주왕을 거슬러 순종하지 않았습니다.
故曰不同(고왈부동) : 그래서 같지 않다는 것입니다.”
老聃曰(노담왈) : 노자가 말했다.
小子少進(소자소진) : 젊은이여 좀 더 가까이 오라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의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皇帝之治天下(황제지치천하) : 황제가 천하를 다스릴 적에는
使民心一(사민심일) : 백성들의 마음을 하나로 만들었습니다.
民有其親死不哭而民不非也(민유기친사불곡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의 부모가 죽어도 곡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는데,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堯之治天下(요지치천하) :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림에 있어서는
使民心親(사민심친)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친하게 만들었습니다.
民有爲其親殺其殺而民不非也(민유위기친살기살이민불비야) : 백성들 중에는 그들의 친분 때문에 친하게 지내고 따돌리는 차별을 하는 경우가 있었으나, 그래도 백성들은 그를 비난하지 않았습니다.
舜之治天下(순지치천하) : 순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競(사민심경) : 백성들의 마음을 서로 다투게 만들었습니다.
孕婦十月而生子(잉부십월이생자) : 백성들 가운데는 부인이 아기를 배어 가지고
子生五月而能言(자생오월이능언) : 열 달 안에 자식을 낳고, 아이가 태어나서 다섯 달만에 말을 하게 되고,
不至乎孩而始誰(불지호해이시수) : 방긋방긋 웃기도 전에 사람들을 분별하는 경우가 있게 되었습니다.
則人始有夭矣(칙인시유요의) : 그래서 비로소 사람들에게 어려서 죽는 일이 생긴 것입니다.
禹之治天下(우지치천하) : 우임금이 천하를 다스려
使民心變(사민심변) : 백성들의 마음을 변하게 만들었습니다.
人有心而兵有順(인유심이병유순) : 사람들은 제각기 다른 마음을 갖게 되었고, 전쟁은 도리를 따른다는 구실이 생겼으며,
殺盜非殺人(살도비살인) : 도적을 죽이는 것은 살인이 아닌 것으로 되었고,
自爲種而天下耳(자위종이천하이) : 자기만을 중히 여기고 보고 듣는 것을 믿지 않게 되었습니다.
是以天下大駭(시이천하대해) : 그리하여 온 천하 사람들은 크게 놀라
儒墨皆起(유묵개기) : 유가와 묵가들이 한꺼번에 생겨났던 것입니다.
其作始有倫(기작시유륜) : 시작할 때는 그런 대로 법도가 있었으나,
而今乎歸(이금호귀) : 결과는 지금과 같은 상태가 되고 만 것입니다.
女何言哉(여하언재) : 그런데 당신은 무슨 말을 하는 것입니까.
余語汝三皇五帝之治天下(여어여삼황오제지치천하) : 당신에게 삼황과 오제가 천하를 다스리던 방법을 얘기해 주겠습니다.
各曰治之(각왈치지) : 천하를 다스렸다고 하지만
而亂莫甚焉(이란막심언) : 사실은 더 말할 수 없이 천하를 어지럽혔던 것입니다.
三皇之治(삼황지치) : 삼황의 다스림은
上悖日月之明(상패일월지명) : 위로는 해와 달의 밝은 빛을 거슬렸고,
下睽山川之精(하규산천지정) : 아래로는 산과 냇물의 정기를 배반하였으며,
中墮四時之施(중타사시지시) : 가운데로는 사계절의 순환을 파괴했던 것입니다.
其知憯於蠣蠆之尾(기지참어려채지미) : 그들의 지혜는 전갈의 꼬리보다도 잔혹한 것입니다.
鮮規之獸(선규지수) : 작은 짐승들도
莫得安其性命之情者(막득안기성명지정자) : 모두가 그의 본성과 생명의 진실한 모습을 따라 편안히 지냅니다.
而猶自以爲聖人(이유자이위성인) : 그런데 스스로 성인이라 생각하고 있다면
不亦可恥乎(불역가치호) : 부끄럽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其無恥也(기무치야) : 그들은 수치를 모르는 것입니다.”
子貢蹴蹴然立不安(자공축축연립불안) : 자공은 다리를 떨면서 불안하게 서 있을 뿐이었다.
7.
孔子謂老聃曰(공자위노담왈) : 공자는 노자에게 말했다
丘治詩書禮樂易春秋六經(구치시서예악역춘추육경) : “나 공구는 시·서·예·악·역·춘추의 6경을 오랫동안 공부해서
自以爲久矣孰知其故矣(자이위구의숙지기고의) : 스스로는 거기에 대한 것은 익숙히 안다고 생각합니다.
以奸者七十二君(이간자칠십이군) : 그래서 그것으로써 칠십명의 임금에게 쓰이기를 구해서
論先王之道而明周召之迹(론선왕지도이명주소지적) : 선왕의 도를 이야기하고 주공·소공의 사적을 밝혔지만
一君無所鉤用(일군무소구용) : 한 임금도 내 말을 들어 주는 이가 없었습니다
甚矣夫(심의부) : 심하도다
人之難說也(인지난설야) : 람에게 교를 이야기 하고
道之難明邪(도지난명사) : 사도를 밝힌다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일입니까?”
老子曰(노자왈) :노자가 말하기를
幸矣子之不遇治世之君也(행의자지불우치세지군야) : “당신이 치세의 임금을 만나지 않은 것은 다행한 일이요
夫六經(부육경) : 저 6경은
先王之陳迹也(선왕지진적야) : 선왕의 캐캐 묵은 발자국으로서
豈其所以迹哉(기기소이적재) : 어떻게 그것이 발자국을 내게 한 그 자체야 되겠소
今子之所言(금자지소언) : 이제 당신이 말한 그것은
猶迹也(유적야) : 발자국과 같은 것이요
夫迹(부적) : 대개 발자국은
履之所出(리지소출) : 신발이 내는 것으로서
而迹豈履哉(이적기리재) : 발자국 그것이 어떻게 신발이 될 수야 있겠소
夫白鶂之相視(부백역지상시) : 저 백역라는 물새는 서로 바라봄에
眸子不運而風化蟲(모자불운이풍화충) : 눈동자를 움직이지 않고 서로 물끄럼이 바라보고서 새끼를 낳고
雄鳴於上風(웅명어상풍) : 벌레는 수놈은 바람 위에서
雌應於下風而風化(자응어하풍이풍화) : 울고 암놈은 바람 아래서 응해서 새끼를 낳고
類自爲雌雄(류자위자웅) : 유라는 짐승은 한 몽에 암수 양성을 가졌기 때문에
故風化(고풍화) : 새끼를 낳는 것이요
性不可易(성불가역) : 이렇게 본성은 바꿀 수 없고
命不可變(명불가변) : 천명은 변할 수 없으며
時不可止(시불가지) : 또 때는 그치게 할 수 없고
道不可壅(도불가옹) : 도는 막을 수 없는 것이요
苟得於道(구득어도) : 요컨대 적어도 도를 얻으면
無自而不可(무자이불가) : 어디서고 옳지 않음이 없고
失焉者(실언자) : 도를 잃으면
無自而可(무자이가) : 어디서 옳음이 없는 것이요.”
孔子不出三月(공자불출삼월) : 공자는 그 뒤로 석달 동안을 밖에 나가지 않다가
復見曰(부견왈) : 다시 노자를 찿아보고 말했다.
丘得之矣(구득지의) : “나는 이제 도를 깨닭았습니다
烏鵲孺魚傅沫(오작유어부말) : 까막까치는 알을 품어 새끼를 낳고 물고기는 거품을 불어 새끼를 낳으며
細要者化(세요자화) : 벌들은 뽕나무벌레를 가져다 새끼로 삼고
有弟而兄啼(유제이형제) : 아우가 생기면 형이 우는 것입니다
久矣夫丘不與化爲人(구의부구불여화위인) : 아, 나는 조화와 한 몽이 되지 못한 지가 오래이었습니다
不與化爲人(불여화위인) : 조화와 한 몸이 되지 못하고서
安能化人(안능화인) : 어떻게 사람을 교화할 수 있겠습니까?”
老子曰可(노자왈가) : 노자가 이르기를 “옳소
丘得之也(구득지야) : 당신 공구는 도를 깨닭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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