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끝의 집

[김신부]

20200111 공현후 토요일

<신랑 친구는 신랑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 요한이 전한 거룩한 복음입니다. 3,22-30
그때에 22 예수님께서는 제자들과 함께 유다 땅으로 가시어,
그곳에서 제자들과 함께 머무르시며 세례를 주셨다.
23 요한도 살림에 가까운 애논에 물이 많아, 거기에서 세례를 주고 있었다.
그리하여 사람들이 가서 세례를 받았다.
24 그때는 요한이 감옥에 갇히기 전이었다.
25 그런데 요한의 제자들과 어떤 유다인 사이에 정결례를 두고 말다툼이 벌어졌다.
26 그래서 그 제자들이 요한에게 가서 말하였다.
“스승님, 요르단 강 건너편에서 스승님과 함께 계시던 분,
스승님께서 증언하신 분, 바로 그분이 세례를 주시는데
사람들이 모두 그분께 가고 있습니다.”
27 그러자 요한이 대답하였다.
“하늘로부터 주어지지 않으면 사람은 아무것도 받을 수 없다.
28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하고 내가 말한 사실에 관하여, 너희 자신이 내 증인이다.
29 신부를 차지하는 이는 신랑이다.
신랑 친구는 신랑의 소리를 들으려고 서 있다가,
그의 목소리를 듣게 되면 크게 기뻐한다. 내 기쁨도 그렇게 충만하다.
30 그분은 커지셔야 하고 나는 작아져야 한다.”
주님의 말씀입니다.
◎ 그리스도님 찬미합니다.


'세상 끝의 집' 카르투시오 봉쇄 수도원. 의외로 요즘 사람들이 봉쇄 관상 수도생활에 관심이 참 많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앗시시의 성 글라라 봉쇄 관상 수도원을 방문했을 때, 관상수도자의 얼굴에 기쁨이 없으면 아무 의미가 없다는 인상깊은 표현을 한 적이 있다. 다큐멘터리 '세상 끝의 집' 3부작을 보면서 나의 관심은 화면 속 수도자들의 얼굴에서 기쁨을 찾는 것이었다. 예수 그리스도를 만난 기쁨.


모든 복음서들의 목표는 예수님의 정체성, 곧 예수님이 예언자들이 예언한, 오시기로 되어있는 메시아(그리스도),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임을 밝히는 것이다. '예수 그리스도'는 구원에 이르게 하는 믿음이요, 복음 그 자체다.

예수님의 탄생과 공현, 그리고 공생활 동안과 십자가 죽음에 이르기까지 사람들의 관심사는 예수님의 정체성이다. 베들레헴 마굿간 구유에서 태어나신 예수님이 과연 진짜 예언자들이 예언한, 오시기로 되어있는 메시아, 그리스도인가? 그리고 세례자요한은 누구인가? 그는 분명히 밝힌다. ‘나는 그리스도가 아니라 그분에 앞서 파견된 사람일 따름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는 선구자로 파견되었음을 분명히 밝힌다. 과연 그는 그리스도의 길을 준비하는 사명을 완수하고 감옥에 갇힌다. 그리고 예수님께서는 그리스도로서의 당신의 사명을 본격적으로 수행하심으로써 당신이 바로 오시기로 되어있는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드러내 보여주신다.

예수님의 정체성, 곧 구세주, 하느님의 아들 그리스도이심을 보고 믿는 이들은 신랑의 친구로 신랑의 목소리를 듣고 기뻐하는 세례자 요한처럼 기쁨에 넘친다.

그리스도와의 만남, 믿음의 기도, 말씀으로 일어나는 치유기적의 기쁨에 넘친다.

현대인으로서 참 이해하기 힘든 삶의 길인 '세상 끝의 집' 봉쇄 관상 수도생활이 가능한 것은 바로 이 기쁨 때문이다. 비록 감옥에 갇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모든 욕망으로부터 해방된 가장 자유로운 삶이기 때문이다.

아이러니하게도 현대인들이 '세상 끝의 집' 다큐멘터리에, 감옥같은 봉쇄수도생활에 관심이 많다는 것은 현대인들이 얼마나 이 기쁨과 자유를 갈구하고 있는가를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리고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첫 교서 '복음의 기쁨'은 오늘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이 기쁨과 자유의 길을 되새겨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