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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해만의 낚싯배에서 한 낚시인이 수조기 낚시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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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질 아주 미세해 한눈팔면 낭패
- 생미끼 달고 채비 살살 끌어줘야
- 6월 시즌 시작 휴가철 되면 피크
- 30~45㎝ 대형 수조기 '비싼 몸값'
6월이 시작되자 무더운 날씨가 이어지고 있다. 바닷속 환경도 여름으로 치닫고 있다. 꾼들에게 여름 무더위는 낚시를 방해하는 요인임에는 분명하다. 낚시를 갔는데 날은 무덥고 고기는 잡히지 않으면 쉬 지쳐버릴 수밖에 없다. 낚시하지도 않고 지쳐버리는 일도 다반사다. 그렇지만 수조기가 있어 뜨거운 여름을 시원하게 보낼 수가 있다. 보기보다 당찬 손맛과 회의 쫄깃한 식감은 꾼들에게 또 다른 기쁨을 준다.
■ 미끼·채비 따라 조과 큰 차이
통상 전문 꾼들은 수조기 낚시를 그리 탐탁지 않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지만, 필자가 생각하기에는 남녀노소 누구나 손쉽게 즐길 수 있는 낚시 대상어라 희소성이 떨어지는 데서 기인한 게 아닌가 한다. 그러나 수조기 낚시는 뜻밖에 재미있는 낚시다. 세밀하게 채비를 운영하는 꾼들은 마릿수 조과뿐만 아니라 굵은 씨알의 수조기도 곧잘 낚아낸다.
여느 어종과 마찬가지로 수조기 낚시 역시 전문 꾼과 초보 꾼의 조과는 하늘과 땅 차이로 날 수밖에 없다. 입질이 미세하거나 약을 때에는 미끼에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한다. 가능하면 싱싱한 생미끼가 좋다. 채비를 던지고 난 후, 그냥 가만히 있지 말고 채비를 살살 끌어주면서 빠른 입질을 유도하는 것도 마릿수 조과를 올리는 방법이다. 참고로 수조기는 입질이 다른 물고기보다 아주 미약한 편이므로 절대 낚시 도중 한눈을 팔면 안 된다.
수조기는 배 쪽에 황금색 선기관이 없으며 몸은 전체적으로 노란색을 띤다. 몸체에 흑갈색 점으로 이루어진 띠가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등 쪽은 회색 바탕에 연노랑 빛이며, 위턱이 아래턱보다 길다. 가을에 발해만과 서해로부터 남하해 제주도 서쪽 해역에서 월동하고 봄에 서남해로 북상해 이동하는 특징이 있다. 5~8월 백조기와 같은 시기에 산란하며, 산란을 위해 육지 가까이 얕은 바다로 들어온다. 1년이면 15~16㎝, 2년이면 22~25㎝ 크기로 자라며 3년이 돼야 30㎝ 전후 크기가 된다.
수조기라는 표준 명보다는 전국적으로 반어라는 이름을 쓰는 사람이 뜻밖에 많다. 부산 지역에도 이 시기를 전후해서 가덕도 부근으로 많이 들어온다. 따라서 이때부터 본격적인 수조기 낚시 시즌이 시작돼 7~8월 휴가철에 피크를 맞는다. 수조기는 입질을 시작하면 마릿수 재미가 좋다. 불볕더위가 내리쬐어 날이 뜨거운 때 특히 잘 낚인다. 수조기와 유사한 어종인 백조기(보구치)와 마찬가지로 20~30m의 사니질대 또는 펄 바닥의 암초대에서 마릿수로 잘 잡힌다. 배낚시에 주로 낚이는 수조기나 보구치는 20~30㎝이나 간혹 40㎝ 가까운 놈도 낚이며, 낚여 올라오면 '뽀굴뽀굴' 부레로 소리를 내는 특징이 있다.
■ 무리 이뤄 회유해 줄줄이 입질
수조기는 무리를 이루어 회유하므로 한 번 낚이기 시작하면 마릿수로 잡을 수 있다. 수조기 낚시를 하기에 가장 적합한 물때는 1~3물과 9~12물이 적기이다. 요즈음은 가덕도 부근에서 수조기 낚시 재미가 쏠쏠하다. 이곳에서 낚시할 때에 주로 사용하는 채비는 다음과 같다. 장대는 1~1.7호대의 낭창낭창한 장대를 사용하며, 원줄은 5~6호, 목줄은 3호 정도를 사용하며, 봉돌은 20~30호를 사용하는 원투낚시로 수조기를 낚는다. 어떤 꾼은 묶음추 채비를 사용하기도 한다.
포인트만 잘 잡으면 묶음추 채비에 청갯지렁이를 사용해도 마릿수 조과를 올리는 경우가 종종 있다. 그러나 입질이 예민하므로 끝이 낭창낭창한 연질대가 여러모로 유리하다. 원줄에 구멍 봉돌을 끼우고 쿠션 고무, 도래 순으로 채비를 만든다. 목줄은 50~80㎝로 하며, 바늘은 감성돔 낚싯바늘 7호 정도를 사용하며 미끼는 혼무시라 불리는 참갯지렁이를 통상적으로 많이 사용한다.
요즘은 부산 인근 진해만에서부터 낙동강 하구까지의 사이에서 수조기가 많이 잡히는데, 소형 어선이나 낚시 어선이 특히 이 구역에 집중적으로 모여든다. 지금부터 잡히는 수조기는 추석 명절이 되면 제사상에 올라가는 특별한 대우를 받기도 한다.
한여름 불볕더위가 시작되면 몸길이 30~45㎝의 대형 개체도 상당수 잡힌다. 이런 수조기는 상자당 25만~35만 원의 가격으로 공동어시장에서 위판되기도 한다. 누구나 할 수 있어 만만해 보이지만 비싼 몸값을 자랑하는 어종이 수조기다. 수조기는 어떻게 먹어도 몸값을 톡톡히 한다. 회로 먹으면 비린내가 많이 나지 않아 여성이나 어린이도 좋아한다. 수조기도 조기인 만큼 구이나 매운탕도 일품이다.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여름철, 수조기는 또 다른 낚시의 한 장르로 꾼들에게 묵직한 손맛을 안겨주는 최고의 대상 어종이라고 할 수 있다. 수조기 낚시의 매력에 한번 빠져보길 권한다.
낚시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