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창5기입니다. 중앙대 디지털문예과 예비1번으로 합격했습니다.
알려진 바로 작년 정시의 경우 예비가 합격된 적이 없었고, 올해는 (수시합격생때문에) 더 적은 정원(7명? 9명? 조금 헛갈리네요.)때문에 걱정을 했는데 운 좋게 합격한 것 같습니다.
중앙대 디지털문예과(극작과)의 경우, 시험이 세 개로 나뉘어 집니다.
수능 50% 내신 10% 실기40%인데, 실기 40% 안에서 (서술1-40% 서술2-40% 면접-20% ) 로 시험을 치르지요.
서술1은 '외국인노동자'와 '빵집점원'을 가지고 글을 쓰는 것이었습니다.
주어진 시간은 2시30분이고 연필 사용가능해서 연필로 썼습니다. 분량은 2000자 내외입니다. 흔히 드라마에 등장하는 '돈'과 '자존심'에 관한 (이상과 현실이 될 수도 있겠네요.) 고민을 해왔던 탓에 그 고민을 바탕으로 글을 써봤습니다. 한 시간을 구상하고 얼개짜는데 투자했고, 나머지 시간동안 지우개로 열심히 지워가며 글을 썼습니다, '나'는 여자인 외국인 노동자(필리핀인)이고 삼인칭으로 글을 썼습니다.
'안나'의 엄마에게서 편지가 옵니다. 시작은 축소한 편지의 내용을 썼습니다. ['안나'는 필리핀에서 온 외국인 노동자라는 것. 6개월 전 불법체류자가 되었다는 것. 18살 터울인 여동생이 47살 돈 많은 남자에게 시집을 간다는 것. 엄마가 보기에 너처럼 돈을 버는 것보다는 시집을 가는 것이 집안을 일으키는데 기여한다는 것. 엄마로서 늘 너를 걱정한다는 것. 생일축하하며 돈을 조금 부쳐달라는 것.]대충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편지와 함께 늙은 남편과 찍은 동생의 사진이 있습니다. 안나는 동생을 비웃습니다. 비록 내가 불법체류자로 있지만 안나는 꿈이 있고(필리핀 해변가에서 집을 대여해서 작은 관광사업을 하는 것) 노력을 하기 때문입니다. 어머니는 늘 시집이 최고라고 가르쳤고 동생과 안나는 생각이 달랐습니다. 자매는 4살 터울로 생일 날짜가 같습니다. 어느 새 훌쩍 커서는 젊음과 꿈을 포기한 채 낯선 남자 곁에 서 있는 동생이 보기 싫어 사진을 던져버립니다. 안나는 힘들지만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자신을 자랑스러워하며 오늘만은 자신의 생일을 축하하기로 합니다. 6개월 전부터 불법체류자임을 안 사장은 월급을 마음대로 깎아 버리고, 지갑엔 만원밖에 없지만 스스로를 격려하는 것이죠. 동네에 있는 작은 빵집의 점원은(작은 가게라 동시에 사장인) 안나를 보며 항상 자신을 오빠라고 불러보라고 합니다. 안나에게 치근대는 것이 불쾌하지만(공장과 상황에 대한 언급을 하며 앞에서 언급했습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죠. “예쁜아 오빠라고 불러봐” 등의. 그리고 빵집 근처를 자주 지나간다는 것에 대한 언급.) '안나'는 제일 가까운 이 곳으로 향합니다. 그는 늘 그렇듯이 씨익 웃으며 "예쁜이 왔네" 하고 말합니다. 나는 8000원이 적힌 케잌을 가리키며 손짓을 합니다. 안나는 말귀는 잘 알아듣지만 한국어가 서투르고 발음이 어눌합니다. 빵집점원이 케잌을 포장하며 초를 넣는 동안 안나는 빵집의 빵들을 구경합니다. 군침을 흘리고 있는 안나를 본 빵집점원은 "예쁜아 오빠라고 부르면 그거 다 줄게."라고 말을 합니다. 그의 치근대는 태도에 늘 불쾌해하던 안나였지만 잠시 고민하다가, 결국 "오빠 고맙습니다" 하고 말을 합니다. 그 순간 무섭게 곁에 온 남자가 '안나'의 가슴을 만집니다. 늘 찝쩍대던 빵집점원이 결국 성추행을 한 것이죠. 놀라서 빵을 떨어뜨린 안나를 두고, 빵집점원은 기분 나쁘게 웃으며 유유히 카운터로 향합니다. 빵집점원은 '돈은됐으니 가라'는 듯이 손을 흔듭니다. 안나는 자신의 손에 들린 지갑을 보고 있습니다. 아직 그 곳에 만원이 있다는 것을 압니다. 밖에는 경찰로 보이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워 물고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게 보입니다. 안나는 고민합니다. 돈, 불법체류자, 돈, 만원, 빵, 성추행, 자존심, 자존심, 돈 이런 것들을 고민하지만 결국은 케잌을 들고 도망치듯이 그곳을 나옵니다. 헐레벌떡 뛰어나오는 안나를 경찰들은 흥미 없다는 듯이 바라봅니다. 안나는 곧장 집에 도착합니다. 모든 불을 끄고 가만히 숨죽이고 앉아 있던 안나는 케잌을 꺼냅니다. 22살인 안나에게 초가 모자랍니다. 20개 밖에 없었죠. 하나하나 켜져가는 촛불 위로 동생의 얼굴이 보입니다. (자신이 비웃던 동생과 자신이 다를 바가 없었죠.) 나머지 초 2개를 버리고, 안나는 동생 아니타의 얼굴을 떠올리며 그녀의 생일을 조용히 축하합니다.
서술2는
전광용<꺼삐딴 리> 김원일<어둠의 혼> 김소진 <자전거 도둑>의 세 소설을 부분발췌해서 제시문으로 주어지고,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하는 세 작품에서 작가가 아버지의 어떤 점을 부각시키고자 했는가와 주제의식에서 차이점과 공통점을 논하고 비평하라는 것이었습니다. 시험 당시에는 세 작품을 A, B, C로 표기할 뿐, 제목이나 작가에 관한 언급은 없습니다.
당연히 비평시험일 것으로 예상하고 연극이나 소설관련 비평준비만 했던 저에게 당혹스러운 문제였습니다. 논술같이 느껴졌으니까요. 시간은 2시간이 주어졌고, 분량은 1500자 내외였습니다.
여기에 대해선 언급하기가 어렵네요. 정확히 기억도 안 나고, 무엇보다 제가 대학을 떨어지면 성적이나 서술2 때문 일거라고 예상할 정도 자신이 없었거든요.
공통점은 추례한 아비의 모습으로 작품 각각에 대해 설명했고, 차이점은 아들의 태도를 사회반영과 현대사회의 모습으로 연관지어 세 작품에 대해 썼습니다.
꺼삐딴 리와 어둠의 혼에서 발췌된 부분 이외의 내용에 관해서 확실히 떠오르지 않아서, 그 자리에서 제시된 문제지만을 바탕으로 서술했습니다.
면접은 다음날 이루어졌고 3분의 시간이 주어집니다.
1분 30초는 질문카드에 대한 대답이고 남은 1분 30초는 교수님들께서 여러 가지를 마음대로 질문하십니다.
총 7분 정도 계셨던 것 같습니다. 물론 심사를 보시는 교수님들은 네 분이었고, 옆에 세 네분이 참관하셨던 것 같습니다. (관계자인지 교수님인지는 정확치가 않습니다.) 그 당시 시험도우미(현재 재학생)에게 물어보니, 심사를 하는 네 분 중 한 명을 제외하고는 타 학교에서 시험을 위해 초청된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면접 순서는 수험번호나 이름을 말하지 않고 가번호로 치르게 되는데, 모든 것이 최대한의 공정함을 기하기 위한 과정들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리고 면접 당시 카메라가 촬영을 합니다.
질문카드는 뽑는 사람들 마다 다른데, 저의 경우 [찰스 디킨스 이후로 많은 소설이 영화화 되었다. 시가 영화화 될 수 있는지 가능성 여부를 논하고, 시를 영화화 한다면 어떤 점을 중점적으로 이용할 것인지를 말하시오] 였습니다.
카드를 보고 너무 충격을 받은 탓에 아직도 기억이 생생하네요. 카드에 대해 생각할 시간 또한 3분이 주어집니다. 앞사람을 기다리는 동안 개방하게 하고 시간을 주는 것이지요.
정답이 없는 것이므로. 저의 경우는.
시의 영화화가 가능하다. 시라는 장르의 가장 큰 매력이 ‘함축’이므로 영화화 역시 상징을 이용해야 할 것이다. 시의 상징은 소설의 플롯에 비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하다는 점이 매력적인 것 같다. 소설은 그 내용을 바탕으로 줄거리 중심으로 이해하고 모두 같게 해석하겠지만(물론 감상은 사람마다 다르고, 제가 말하고자 한 것은 줄거리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시는 5줄 속에 든 상징을 바탕으로 누구는 멜로로, 누구는 코미디로, 내용도 의미도 전부 재해석 할 수가 있다. 예를 들어 로버트 프로스트 시- 가지 않은 길의 경우도 해석 여부가 다양하다고 생각한다. 소설이었다면 모든 줄거리가 하나겠지만, 시의 경우 상징성을 바탕으로 작가가 누구냐, 감독이 누구냐에 따라 수만 가지의 영화가 탄생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대충 정리한 것인데, 답은 없겠지요. 두서없이 말하는 중간에 갑자기 시도 떠오르고.. 아무튼 어려운 면접이었습니다.
이것이 카드질문에 대한 답이고 교수님께서 초시계를 들고 계셨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1분 30초가 넘게 대답했는데 계속 말을 들어주셨습니다. 나중에 안면을 튼 사람들에게서 듣기로, 1분 30초에 말을 끊은 경우가 있었다고 하는데, 저는 워낙 초반에 치른 면접이고 여러모로 좋게 들어주셨던 것 같습니다.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기타질문은
1.시를 말했는데 시집 많이 읽었나. 생각나는 것 뭐있나
-시집 많이 못 읽었다고 소설을 많이 읽었다고 했습니다.
2.소설 어떤 거 많이 읽었나.
-이게 정말 난감한데,,,,위대한 개츠비 외에는 기억이 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기억안난다고 그랬더니 웃으면서 소설 많이 읽었다더니? 반문하시더군요. 저도 너무 당황해서 평소에 많이 읽는데 기억이 안난다고 대신 위대한 개츠비의 경우, 재미있게 읽고 영화도 찾아봤다. 저는 영화와 소설의 관계에 관심이 많아서 그런 것들을 찾아보는데 얼마 전에서야 처음으로 위대한 개츠비 영화를 봤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3.여기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가
4.어떤 상을 탔나
대략 이 정도가 면접 내용입니다.
다시 생각해봐도 '내가 뭔가 많이 하고 왔구나, 흠 나름 고생 했어'라는 말이 나오는 시험입니다.
어느 하나 쉽지도, 만만하지도 않았으니까요.
중앙대 같은 경우 성적의 비중도 크고 실기의 비중도 큰 것 같습니다.
저는 성적이 높지 않아 자신이 없었는데 운이 좋았네요. 감히 제 성적을 일반화시켜 말씀 드릴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앙대 디지털문예과(극작과) 같은 경우 정보가 많이 부족합니다.
신설이기도 하고 학교 측에서도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서 저도 준비하는데 어려웠습니다.
저의 면접상황이나 저의 글이 정답일수는 없겠지요. 다만 상황이나 시험 같은 것들에서 이 곳 시험을 준비하는 분들께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첫댓글 축하합니다..^^
어려운시험 치뤘어요.. 언니.. 난 읽기만 해도 겁부터남..; 축하축하 ^^
대단해요..3관왕하신거죠? 와...ㅋㅋ 축하드려요.^^
우와 ~~ 숭실도 합격하셨네요~ 어딜 가실 건가요?? 기왕이면 중앙대로 가주세요 ㅠㅠ 제가 숭실 예비라 ㅋㅋㅋ
축하합니다!!!처음부터 끝까지 읽는데 제가 다 떨리더라구요..
시험이 뭔가 되게 어려워 보여요ㅠ 너무 수고하셨구 축하드려요~
감사합니다.^^
우와 진심으로 축하드려요!
중대 디지털 문예가 신설된지 겨우 2년째라, 입시정보가 많이 부족한데 이 글이 정말 많은 도움을 주는구나. 시험 방식이나, 인원, 시간배분까지 정말 자세한 수기다. 다음 입시생들을 배려한 흔적이 역력하구나. 멋진걸, 3관왕씨. ^^ 더구나 내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위대한 개츠비'라니. 순간 무지 반갑고 설렌다. 그 소설, 내 선호 목록 몇 위 안에 들거든. 영화도 있는지는 나도 몰랐구나. 봐야겠다. 네 수기는 볼 수록 마음이 진지해진다. 창의력에 자극을 된달까. 디지털문예 합격생이 나와서 다행이고, 그런 수기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어서 다행이고, 본보기가 생겨서 또한 다행이다. 멋지다~! ^^
축하해요!!!!
정말 본보기가 되는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