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일 오후 3시 쯤...
6개월간 미루던 운전 면허 갱신을 신고 기간 하루를 남겨놓고 겨우겨우 마친 다음...
며칠전 치질 수술한 친구 집에 들러 산더미같이 쌓인 설거지를 해주고 있는데
엄마가 우시면서 전화를 하셨다...
"정민아...
아버지가 병원에 입원을 하셔서 수혈을 받아야 하는데 병원에 A형 피가 없다는구나...
어쩌니...주위에 누구 A형 없을까..."
우리집 세남자 모두 B형인데...
동생 둘, 올케 둘, 딸, 사위, 손자... 모두모두 A형이 아니다...
"엄마, 잠깐만 기다려 봐...내가 알아볼게요..."
집에 있는 큰아들 현호한테 전화를 걸어 A형 친구들을 알아보라고 했다...
현호는 자기반 반장에게 연락을 했고
반장인 주현욱군은 단체로 반 아이들에게 문자를 보냈다고 한다...
아르바이트 중이라서, 멀리 여행을 와있어서, 학원에 있어서, A형이 아니라서...
정말 도와주고 싶지만 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모든 아이들이 답장을 해주었다고...
그 중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잠을 자고 있던 도한울군과
친구와 약속이 있었으나 약속을 취소한 이도건군이 바로 달려와 주었다...
부천역에 있는 '헌혈의 집'으로 달려가 A형인 두 녀석과 B형인 현호...
셋이 나란히 누워 헌혈을 하는 모습에 코끝이 찡해온다...
(모든 헌혈은 '헌혈의 집'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한다)
두 녀석이 헌혈한 혈액은 곧 병원에서 가져갈거라고 했다...
짜노는 자기도 하고 싶다 했지만 나이 미달로 자격이 되질 않는단다...
엄마에게 헌혈 증서 번호를 알려드리고 저녁을 먹으러 갔다...
"얘들아...오늘 넘 고마웠다...
니네들 엄마한테 아줌마가 직접 말씀을 드려야하는데 니네들이 아줌마 대신 엄마께 전해줄래?
정말 착한 아들 두셨다고...정말 감사드린다고...
그리고 니네들 덕분에 아줌마 아버지가 조금 더 사실 수 있게 됐구나...
니네들 고마움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지만 이걸로 책 사보든가 영화 보거라..."
돈을 주기도 뭐해서 문화 상품권을 내밀었다...
둘이 입을 모아
"맛있는 저녁도 사주셨는데...
감사합니다!!!! 저녁 잘 먹었습니다!!!!" 한다...
아이들을 집까지 태워 주고 병원에 가니 울 아버지 딸 손 잡고 눈물을 흘리신다...
참 흐뭇하다고 하신다...
참 예쁜 녀석들이라 하신다...
현호에게 고맙다고 하신다...
아마도 이번 명절을 병원에서 보내실듯 하지만 따뜻한 마음으로 보내시리라...
돌아오는 차안...현호가 그런다...
"엄마...나도 깜짝 놀랐어...
그렇게 금방 달려 와줄줄 몰랐어...
도건이랑 한울이가 걔네들 엄마한테 말하니까
두 분 다 얼른 가보라고 하셨대..."
아...그러셨구나...그랬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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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헌혈의 집'을 처음 가보았다..
썰렁할 거라는 예상과 달리 그 곳은 매우 북적거리고 있었다...
방학이라 그런가... 남녀 고등학생들...대학생들...직장인들...건장한 청년들...아저씨들...
물론 순수한 마음으로 헌혈을 하러 온 녀석들도 있겠고 필요에 의해 헌혈을 하러온 녀석들도 있겠지만...
모두들 아름다워 보였다...
헌혈을 하고 나니 쵸코파이 두개와 음료수...그리고 3천원 짜리 문화 상품권을 준다...
설마 그걸 받으러 헌혈하러 오지는 않았겠지...
오늘 정민이 그동안 우울하고 속상했던 마음들...
아름다운 두 청년들 덕분에 모두 날려버렸다...
다음엔 그 녀석들에게 '샤브샤브'를 사주기로 했는데...
약속 꼭 지켜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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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호는 아직 헌혈할 수 있는 나이가 안됐고 현호 친구들이 도와줬어...태우도 아주 훌륭한 청년으로 임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