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동주 문학제는 매년 대상 수상자를 미국에 초청해 한인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마련하고 있습니다.
이재무. 김용택 시인에 이어 이번 문학제에는 '제8회 윤동주 문학대상' 수상자로 선정된 시인 이정록(49)씨가 초대됐습니다.
여성싸롱도 서둘러서 이정록 시인을 초대했습니다. 방송듣기
*오늘 할일을 내일로 미루자는 여유로운? 좌우명을 갖고 있으면서도
글쓰는일은 개미처럼 부지런한 시인
"어린이"들과 " 똥" 이야기를 재미있게 하는 시인
"일상을 남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수상한 시인
* 어머니말씀을 받아 적으면 시가 된다는 엄마바보 시인
다시 습도가 높아지는 두번째 주말입니다.
당신의 편안한 의자와 배경이 되어줄 시 한편 읽으시면 어떠실까요?
( 의자 )
병원에 갈 채비를 하며
어머니가 한 소식 던지신다
'허리가 아프니께
세상이 다 의자로 보여야
꽃도 열매도 그게 다
의자에 앉아있는 것이여
주말엔
아버지 산소 좀 다녀와라
그래도 큰애 네가
아버지한테는 좋은 의자 아녔냐
이따가 침 맞고 와서는
참외밭에 지푸라기도 깔고
호박에 똬리도 받쳐야겠다
그것들도 식군데 의자를 내줘야지
싸우지 말고 살아라
결혼하고 애 낳고 사는 게 별거냐
그늘 좋고 풍경 좋은 데다가
의자 몇 개 내놓는 거여
( 픗사과와 주름살)
어물전 귀퉁이
못생긴 과일로 탑을 쌓는 노파
뱀 껍질이 풀잎을 쓰다듬듯,
얼마나 보듬었는지 풋사과의 얼굴이 빛난다
더 닳아서는 안 될 은이빨과
국수 토막 같은 잇몸과, 순전히
검버섯 때문에 사온 낙과
신트림의 입덧을 추억하는 아내가
떫은 핀잔을 늘어놓는다
식탁에서 냉장고 위로, 다시
세탁기 뒤 선반으로 치이면서
쪼글쪼글해진 풋사과에 과도를 댄다
버리기에 마음 편하도록 흠집을 만들다가
생각없이 과육을 찍어올린다
떫고 비렸던 맛 죄다 어디로 갔나
몸안을 비워 단물 쟁여놨구나
가물가물 시들어가며 씨앗까지 빚었구나
생선 궤짝에 몸 기대고 있던 노파
깊은 주름살 그 안쪽,
가마솥에도 갱엿 쫄고 있을까
낙과로 구르다 시든 젖가슴
그 안쪽에도 사과씨 여물고 있을까
주름살이란 것
내부로 가는 길이구나
연 살처럼, 내면을 버팅겨주는 힘줄이구나
시인 이정록은
1989년 대전일보 신춘문예에 ‘농부일기’,
1990년 「한길문학」 신인상에 ‘아이들에게’와 ‘감자꽃이 피기 전에 북을 돋워주세요’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혈거시대’가 당선되면서 등단했다.
‘첫 시집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1994) <정말> <의자> <제비꽃 여인숙> <풋사과의 주름살>,<아버지 학교>< 어머니 학교>
동화책 <귀신골 송사리> <십 원짜리 똥탑>, 동시집 <콧구멍만 바쁘다> 등이 있다.
김수영문학상과 김달진문학상, 그리고 올해 윤동주 문학상을 수상했다.
현재는 천안중앙고등학교 한문선생님으로 재직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