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부부들 중에 내가 유독 좋아하는 부부가 있는데
나이가 제일 연장자인 부부가 바로 그 대상이다.
남자분이 57세이고 여자분이 55세인데
그 분들의 사고력이나 행동은 젊은이들하고 흡사하며
이론적으로 우리가 갈망하는.......이를테면 욕심없이
누구에게 좋은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은....그런 삶을 사는 사람들이라
할 수 있는 분들이다.
며칠 전 고추를 장만 했냐고 묻기에 아직 준비를 못했다고 하니
한꺼번에 태양초를 이웃들과 구입하기로 했으니
그럼 자기가 내 몫까지 사주겠다고 하기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시골서 도착하려면 며칠 시일이 걸리려니 하곤 그만 그 일을 잊고 있었다.
그런데 어제 아침 전화 벨이 울려서 받고 보니 그 여자분이었다.
"바쁘지....? 내가 고추 꼭지도 따고 마른 행주로 먼지도 다 닦아서
아예 방앗간에서 빻아다 줄테니 어느 정도로 굵게 빻으면 되...?"
고추만 사다 놓으면 김장을 앞 둔 어느 날 밤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다듬어야 할 형편인데
어차피 당신 하는 김에 해주시겠다고 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웃에 사는 분들하고 어울려서 함께 작업을 한다고는 하지만
고추 한 두근도 아니고 두 집 고추를 꼭지도 따고 깨끗하게 먼지까지 닦는 일이
여간 번거로운 게 아니란 걸 너무도 잘 알기에 그러시면 안된다고
극구 사양했지만 어차피 해야 하는 거라며 가볍게 웃어 넘기셨다.
남편에 비해 약간은 서구적이고 깍쟁이 같은 부인의 외모 때문에
털털하기까지한 나로서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상당히 의외였는데
잠시 생각해 보니 역시 인생 연륜은 무시 할 수 없는 것이란 걸
바로 깨닫게 되었다.
요즘처럼 바쁜 일상에서 누구나 할 수 없는 상대방을 위한 배려였다.
그 배려는 학식이 높아서도 아니요, 누가 가르쳐서 되는 것도 아닌
삶에서 얻어지는 철학이며 연륜에서 터득하는 지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스쳤던 것이다.
부인은 다소 까탈스러워 보이고 남편은 한없이 자상하며 소탈해서
사실은 부인 보다 남편을 조금 더 좋아했는데 그렇게 생각했던 것이
미안 할 정도로 고마웠다.
"그럼......작업 하시다가 출출 하시면 칼국수라도 사 드세요.
제가 사 드릴께요......."
그렇게라도 하지 않고는 도저히 미안하고 염치 없는 것 같아서
말을 꺼내니....한바탕 웃으시며 칼국수야 누가 사든 그러자고 하셨다.
언제나 자신들의 이익 보다는 남을 배려하는 그 분들을 보면서
앞으로 우리 부부가 닮고 싶은 모델의 선두 자리에 다시 한 번
그 분들을 자리매김을 해뒀다.
첫댓글 서향님 참 아름다운 이야기네요. 저도 닮고 싶은 분이시네요...
청난당님....잘 지내시죠? 정말로 나이 들어가며 우리 그렇게 살아요....베풀면서요....^^
좋은 이웃이있다는건 瑞香님께서 좋은 이웃이 돼있다는거같아요...복받으세요...^^*
배려한다는것은 물질적으로는 도저히 않되는것이겠지요. 마음으로만이 이루어지는 따뜻한 배려속에서 감동받고 살 수 있으니 사는일이란 참 재미난 것이겠지요^^...외모로 선입견으로 판단하면 안된다는것을 서향님글에서 다시 한 번 생각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