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최고 미사(서귀포 성당에서)
이원우 아우구스티노(현 한국소설가협회-한국수필가협회-한국문인협회-한국가톨릭문인회-국제PEN한국본부 회원/ 현 대한가수협회 회원/ 전 초등학교장/ 전 천주교 부산교구 노인학교 강사지원단장/ 전 평화의마을 자문위원/ 전 초량시각장애인 복지관 노래지도+웃음치료 강사/ 전 유네스코부산협회 부회장/ 지은 책<천주교야 노올자> 등 18권/ 황조근정훈장-자랑스러운부산시민상 봉사본상/ 부산교육상/ KNN문화대상/ 부산수필대상-허균문하상 본상-<문예시대> 문학대상-부산가톨릭문학상-한국수필제정 청향문학상 본상>
내 삶은 참으로 보잘것없다. 거기다가 만약 가톨릭이라는 신앙이 없었다면? 가벼운 푸념이 아니라, 일찌감치 이 세상을 마감했으리라. 한 십년 전쯤에…….아니면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든지. 그래서 부르짖는다. 주님 감사합니다!
이번에도 주님이 아내와 나, 큰손자 바오로를 제주도까지 데려다 주신 것 자체가 은총이다. 18개월짜리 막내손자에게까지는 그분이 허락을 하지 않으셨다. 녀석의 어미아비도 동행할 수 없었다. 이번 여행은 우리에게 아주 특별한 의미가 있었다. 십 년여 만인데, 그동안에 너무 가슴 아픈 일을 겪기도 했었다. 대신 새로운 생명인, 위의 베드로(막내손자)를 딸 내외를 통해 얻었다. 흔한 표현인 ‘만감이 교차 운운’ 따위로써는 부족하고말고.
3박 4일 여정이었다. 이튿날과 사흘째는 서귀포 어느 호텔에서 투숙했다. 물론 낮엔 관광을 했고. 손자 바오로를 배려하다 보니, 어차피 코스는 녀석 중심으로 짜지기 마련이지만, 그래도 아내와 나도 오랜만에 동심에 젖어들 수 있어서 좋았다.
아내와 나도 어찌 수확이 없었으랴. 나는 특히 제주도 ‘4‧3사건(정확한 명칭은 아니다)’이며, 조선 시대 거상 김만덕(金萬德)의 일화, 어딜 가나 단골 메뉴로 삼는 개(犬) 문화도 접할 수 있어서 그 의미가 컸다. 내 문학의 소재로 등장시키기에 알맞은 일들이었다고 강변하자.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들의 총화(總和)보다 훨씬 큰 비중을 차지하는 체험을 했으니, 주님의 현존 확인이다. 내 생애 최고의 미사에 참례한 것이다. 주일이 아닌 그제 저녁 여덟 시 서귀포 성당! 바오로가 청영성체 교육을 받고 있는 중이라, 사실 바오로의 미사 참례는 의무적이었다. 너무 일정이 빡빡하고 피곤한 나머지, 화요일은 빠질 수밖에. 하지만 제주도까지 와서, 1900년도 초에 설립된 신앙의 산 역사 현장인 서귀포 성당에 안 갈 수 있으랴! 그런데 그 발걸음의 결과가 내 생애 최고의 마사로까지 이어진 것이다. 설명해 보자.
숙소에서 성당까지는 택시로 십분도 채 안 걸렸다, 택시로. 오후 8시라면 아무리 하지(夏至)가 가까워진 절기라 해도 사위가 어둑어둑하다. 한데 성당에서 새어 나오는 빛이, 진입로호텔 로비보다 더 밝게 해 주었다. 난 11년 전에 부산에서 영세한 아직 새내기, 교구 외의 다른 본당 미상에 참례해 본 경험이 별로 없어서였을까? 사뭇 떨리고 가슴이 설렜다.
그런데 어찌 된 셈인지 묘한 정서가 나를 휩싸는 것이었다. 이렇게 외람되게 말해 보자. 이상하게(?) 마음이 한없이 편안하였다. 주님이 그 안에 계시기 때문 아니고 뭘까?
나는 솔직히 말해 떠벌이기 좋아한다. 바리사이를 닮았다고 자평할 때도 있다. 그 자체가 또 우스갯거리 아닐는지…….하나 이번엔 거짓을 떨어내고 참만 얘기해 보련다.
평일 저녁이라 교우들은 무도 합해 봐야 서른 명 남짓? 어김없이 연로한 분들이었다. 입당송을 부르는데, 사제는 안 보이고 복사단만 들어온다. 한데 그 중 하나가 제대 앞에 서는 게 아닌가? 도무지 뭐가 뭔지 구분하기 힘든 가운데, 방금 전의 그 무리에 신부가 섞여 있었다! 뒤늦게 깨닫고 나니, 내 얼굴이 붉어졌다. 초등학교 5학년 학생 정도, 5척 단구였다. 서른 살을 갓 넘긴 듯한, 차라리 미소년(?)에 가까운 분이 신부였던 것이다.
그러나 그분의 미사 집전엔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이 실려 있었다. 차라리 신음이 터져 나왔다. 역시 백미(白眉)는 그분의 강론이었다. 메모를 보면서 귀에 쏘옥 들어오도록 하는데, 전혀 군더더기가 없다. 물론 그 내용은 어디서엔가 몇 번 들었던 것이긴 했다. 지옥에 갈 만큼 나쁜 짓은 안 한다 치자. 그렇다고 해서 천당 갈 만큼 이웃 사랑을 실천하지 않는다. 어찌 그를 진정한 하느님의 아들딸이라 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맵시 있고 일사천리로 진행된 미사에 걸린 시간은 딱 29분 29초. 지난 11년 동안의 신앙생활에서 처음이다. 내 입에서 절로 터져 나오는 탄사. 오늘 내 생애 최고의 미사에 손자 바오로와 함께 참례했다.
대신 남은 시간 성당 안팎을 두루 둘러 볼 수 있었다. 입구의 또 다른 예수님 고상 앞에서 나는 충격을 받았다. 못이 예수님의 손목을 관통하고 있는 것. 일찍이 김웅렬 신부의 강의를 방송으로 들은 적 있다. 그분은 예수님의 오상(五傷을) 얘기하면서, 못이 박힌 자리가 손바닥이 아니라 했었다. 만약 손바닥이라면 예수님의 시신이 십자가에서 그대로 지탱하지 못했을 테니, 손목이 맞는단다. 그리고 손바닥과 손목은 고통 자체에 엄청난 차이가 있고.
나도 그걸 무슨 큰 자랑처럼 얘기했었는데, 서귀포 성당에서 김웅렬 신부의 증언(?)을 몇 년 만에 다시 확인한 셈이다. 그와 관련된 소중한 체험은 부산교구청 강당과 서귀포 성당 외 두어 군데뿐! 돌아와서 고백했다. 주님, 감사합니다.
내 본당은 동백성요셉성당. 더 바랄 것 없을 만큼 현 주임신부를 통해 주님의 은총을 받지만, 만약 서귀포 성당 같은 본당이 있다 치자. 어찌 1년에 한 번쯤 안 가 보고 싶으랴.
* 12장 반
* 후기/ 10여 년 전엔 불자였습니다. 본래 남매를 두었었는데, 그 중 하나를 잃었습니다. 어느덧 저도 늙어 일흔 네 살, 지금은 타향인 용인 딸애한테 와서 살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내와 큰손자를 데리고 제주도에 발을 들어 놓았을 때 가슴이 무너지는 슬픔에서 헤어날 길이 없었습니다.
그래도 서기포 성당이 있어서 내내 위로가 되었습니다. 일정도 그렇고 아내는 몸이 안 좋아 손자와 마지막 날 저녁에 주님이 계시는 서귀포 성당 미사에 차례할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세상에 생애 최곡의 미사였으니--.전 연령(위령)회장님이던가요? 그분에게 전화로로 물어 봤더니 상세한 안내를 해 주더군요. 손자 녀석의 미사 참례 확인서를작성해 준 사무장님도 그저 고마울 따름입니다. 다. 형제 자매님들도 어찌나 친절한지--.특히 평화의인사를 주고받을 때 '평화를 빕니다.'며 하이파이브 하는 것도 주님이 기뻐하실 일이었었고말고요.
집전하신 사제가 본당 주임신부님이 아니라는 말씀을 들었습니다. 어느 피정 기관에서 오셨다더군요. 그분의 키가 작으면 어떻습니까? 작은 거인이 있잖습니까? 어쨌든 저는 領洗 11년 만에 최고의 미사에 참례한 셈입니다. 서귀포 성당은 이제 제가 잊을 수 없는 곳이 되었습니다. 이 공간에 들어오도록 해 주신 카페지기님에게도 감사드립니다.
다시 제주도에 간다면, 서귀포 성당--.은총이 넘치는 그 공간부터 들르고 싶습니다. 글쎄요, 그때까지 살아 있기나 할까요?
현요안 요한 주임신부님('97년도 敍品 받으셨음을 문헌을 통해 알았습니다.)을 비롯한 보좌신부님, 수녀님, 평협회장님 외 모든 신자분들에게 주님의 평화가 함께하시기를 기도합니다. 아멘
첫댓글 서귀포성당을 찾아주시어 감사드립니다.
가족 모두에게 사랑과 평화가 함께 하시길~
회장님이신가요? 정말 서귀포 성당은 잊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감사합니다.
은총 받으셨다니 저희들로서도 감사할 따름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은총 체험을 올려주셔서 또한 감사드립니다.
서귀포 성당을 찾아오시는 모든 분들에게 주님의 은총을 .....
제주도에서 많은 걸 보고 느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서귀포성당 미사야말로 색다르고 거룩한 체험이었습니다. 회장님과 여러 교우님들도 어찌 그리 친절하신지--.감사합니다. 작은 성의 부끄럽기 짝이 없지만, 매월 1만원만 자동이체로 후원하고 싶은데, 받아 주시겠습니까? 얼굴이 붉어집니다만 감히 청해 올립니다.
아우구스티노 형제님, 저는 서귀포성당 총회장 오충윤 야고보입니다.
우리 본당을 방문해주시고 미사참례 은총의 감격을 이렇게 글로 남겨 주신 것 만으로도 고마운데
또 다른 성의 표시까지 하시겠다니 너무 감사드립니다.
서귀포성당에서는
육지부 성지순례자들의 편의를 위한 '순례자의 집' 운영을 위하여 봉헌을 받고 있습니다.
보내 주시는 성의는 하논성당순례길과 순례자의집 운영을 위하여 사용하겠습니다..감사합니다.
입금계좌 : 국민은행 702101 - 04 - 196996, 우리은행 1006 - 701 - 395479
예금주 : 천주교 제주교구 서귀포성당.
찬미 예수님! 오충윤 야고보 총회장님, 이렇게 친절하게 안내해 주시다니 정망 감사합니다. 작은 성의지만, 1만원씩 계좌로 자동이체 되도록 하겠습니다. 은행 업무를 잘 모르는 처지라, 딸애가 퇴근하는 대로 시켜서 '제가 살아 있는 동안'(한 20년?/ 웃음) 순례자의 집 운영에 쓰이도록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은총이서귀포 본당 모든 교우들에게 함께하시기를 기도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