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옥의 가슴속 글과그림◎ - 한국사립미술관 협회장 -
♣너만의 꿈의 목록을 작성하라♣
-남경민, 서안(書案) 안에서 향유를 즐기다, 2014년-
“나의 꿈은 무엇일까?” “아직도
꿈이라는 것을 가슴에 품고 살아가고 있는 걸까?”
‘화가의 방’ 연작으로 알려진 남경민의 그림 앞에서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졌다. 꿈꿀 권리를 잃고
살아가는 보통 사람들과는 달리 그녀는 꿈의 목록
을 작품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은가.
그림 속 실내는 조선시대 선비들이 책을 읽거나 글을
쓰던 문방(文房)이다. 화면 가운데 목가구는 선비들이
사용하던 책상인 서안(書案)이며, 그 위에는 문방사우
(붓 먹 종이 벼루)와 문갑, 다기(茶器)가 놓여 있다.
남경민이 작성한 꿈의 목록과 문방의 물건들은
어떤 관련이 있을까?
단아하고 격조 높은 전통공예품 속에 깃든 선비정신,
즉 인격 완성을 위해 학문과 덕성을 키우고 의리를
신념으로 지켜내던 옛 선비들의 정신세계와 교감
하고 싶다는 뜻이다. 날아다니는 나비는 부활과
재생의 꿈을, 병 속에 갇힌 날개는 자유와 해방
에 대한 갈망을, 꺼진 촛불은 매순간의 삶에
충실하고 싶은 바람을 표현한 것이다.
127개의 꿈의 목록 중에서 111개의 꿈을 실천한 것으
로 유명해진 탐험가 존 고더드는 꿈의 목록을 기록하
는 행위가 꼭 필요한 이유를 이렇게 말했다.
‘꿈을 이루는 가장 좋은 방법은 목표를 세우고, 그 꿈
을 향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는 것이다.
그렇게 하면 단지 희망사항이었던 것이 꿈의 목록으
로 바뀌고, 다시 그것이 해야만 하는 일의 목록으로
바뀌고, 마침내 성취된 목록으로 바뀐다.’
남경민의 꿈도 이루어지리라. 선비정신을 되살리고,
아름다운 나비처럼 변신하고, 이상의 세계를 향해
비상하고, 열정적인 예술가로 살고 싶은 꿈의 목
록을 그림으로 충실히 작성하고 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이 맨드라미 꽃그림은 안창홍답다.
꽃과 교감하며 꽃의 모습을 빌려 우주의 리듬과
법칙도 전달하고 있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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