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K?
골프는 퍼팅을 마무리 하고 hole out을 해야 한 홀이 끝나는 경기다.
필자가 외국인들과 라운드를 많이 해 봤지만 ‘OK’(정식 용어는 give me 혹은 줄여서 gimme) 를 주고 받는 것은 없다. 골프 룰에 OK란 것은 없고 룰에 위반되기 때문이다. 한 일본인과 라운드 할 때는 동료가 일본인에게 OK를 줬다가 “그게 뭡니까” 라고 물어와 무안을 당하기도 했다.한국골퍼처럼 OK 후하게 잘 주고 또 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경우는 없다.접대 문화로 골프가 많이 발전하다 보니 접대 받는 사람에게 2-3미터도 OK를 주는 경우도 있으니 이런 건 좀 심하다.
1:1로 경기를 하는 매치 플레이를 하는 경우는 선수간에 gimme를 주고 받는다. 그것이 경기의 일부고 또 고도의 심리전의 일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1미터 give를 줬다가 80센티를 give를 안 주어 당황하게 만들어 리듬을 무너뜨리기도 한다.
골프는 골패다
1991년 생으로 만 17세(2008년)에 일본남자 투어 첫 우승을 하고 2009년 최연소 상금 왕을 차지했던 이시가와료 선수가 있다. 2013년은 PGA Tour에 전념하느라 일본투어를 많이 뛰지는 못했지만 미국에서 잠시 귀국해 일본투어 첫 메이저 대회인 투어 선수권에서 국민들의 열렬한 환영을 받으면서 출전했는데 첫날은 80타(8 오버), 둘째 날은 65타를 치며 분전했지만 예선 탈락했다. 한 선수가 하루 이어 같은 코스에서 15타 차를 친 것이다. 이게 골프다. 그야말로 ‘골패는’ 스포츠다.
투어를 뛰는 선수도 매일 매일 감이 다르다고 한다. 신체적인 컨디션, 멘탈, 스윙 감, 퍼팅 감 등 어느 하나 일정한 것이 없기 때문이다. 선수 인터뷰를 해 보면 하는 말이 거의 동일하다. “오늘은 샷 감이 안 좋았다. 퍼팅 감이 좋았다.” 등등
매스터스 토너먼트 창시자이자 그랜드 슬램을 달성했지만 영원한 아마추어로 남았던 바비 존스가 한 말이 있다. “실력이 늘어갈수록 점점 어려워 지는 유일한 스포츠가 골프다.”
아마추어는 말할 것도 없다. 선수들처럼 컨디션 조절과 운동을 정기적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회식, 음주 등으로 골프장 갈 때의 컨디션이 천차만별이다. 그래도 내 스코어는 사수해야만 한다??
스코어의 강박 관념에서 벗어나자. 솔직해 지자. 그리고 골프의 속 맛을 즐기자
우리나라 사람 들은 대부분이 스코어에 목숨을 건다. 보기 플레이어라고 얘기하는 대부분의 사람 중에 첫 홀 all par, ok나 멀리건 없이 정확히 90을 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대부분 100 언저리를 칠 것이다.
그래도 이제는 ok 없이 골프를 하면 어떨까..
30센티 퍼팅 하면서 ‘땡그랑’소리 듣는 것도 골프의 묘미다
100개 치면 어떻고 110개 치면 어떠랴.
동반자랑 즐거운 하루를 보내면 그걸로 행복인 것을
그것이 골프의 진정한 맛인 것을
<출처 : http://www.joongang.ca/>
골프장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골프장 경기가 위축되어 있고 내장 객이 줄어 들면서 어쩔 수 없이 바뀌어 가겠지만 앞장 서서 경기 진행을 몰아 부치지 말고 여유 있게 해주면 어떨까. 그게 제일 중요한 서비스가 아닐까..
우리나라 골프장 진행의 문제
‘OK주면 젤 좋아하는 사람은 캐디’라는 말이 있다.
OK를 주면 캐디가 ‘감사합니다’ 라고 말하는 경우도 종종 본다.
골프장에 따라 다르지만 골프를 하는 건지 마라톤을 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몰아 부치는 경우가 많다. 심지어 4시간 남짓한 시간에 성공적인(?) 라운드를 끝내는 경우에도 그저 앞 팀에 멀어지면 마샬(marshal)이 뜨고 생 난리다. 진행이 잘 되더라도 죽으라고 앞 팀의 꽁무니를 따라 가야 하니 나무 한 번 보고 하늘 한 번 볼 시간도 없다. 거기다 걷는 골프가 아니라 카트 타고 휙 지나가는 골프이다 보니 주변 경관 감상할 시간은 절대 없다. 골프장이 오로지 영업을 위해 오로지 진행지상주의로 운영하기 때문 일거다.
비싼 그린 피 주면 다음과 같은 권리가 있다고 본다.
-적당한 경쟁을 하며 공 치는 즐거움
-Fairway 걸으며 동반자와의 정겨운 대화를 나누고
-살랑 이는 바람을 코로 피부로 느끼며 천천히 걸을 권리
-주변의 꽃도 살피고 나무도 살피고 향기도 맡고
-벌과 나비가 노니는 모습도 감상하고..
대부분의 경우는 이런 것 들이 없는 주객이 전도된 골프가 아닐까
뛰면서, OK 받아가면서, 서둘러 라운드 마치려고 비싼 그린피 내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