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토모(성경적 토지정의를 위한 모임) 회장이신 남기업 교수님의 글입니다. 많은 생각을 해 보게 되는 글이라 올립니다.
영원한 청년, 김준곤 목사님의 별세소식을 접하고
지난 9월 29일을 끝으로 한국CCC의 설립자이며 총재인 김준곤 목사님이 소천하셨습니다. CCC 출신인 저로서는 참으로 만감(萬感)이 교차했습니다.
저는 1988년 7월 7일 오후 네 시쯤 하나님의 살아계심과 예수님의 사랑을 비로소 체험했습니다. 그 시간에 제가 있었던 곳은 바로 CCC 여름 수련회 장소 충북 영동 송호리 캠프장이었죠. 나무와 풀과 하늘이 새롭게 보인 그날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수련회에서 선포된 그분의 메시지를 통해서 변화된 것이지요.
그때가 1학년이었습니다. 그 이후에 많은 굴곡이 있었지만 저는 CCC에서 배운 제자화사역, 선교사역에 열심히 참여했었습니다. 저는 김준곤 목사님을 너무나 존경해서 그분의 문설집을 들고 다니며 날마다 읽었고, 중요한 기도문은 줄줄 외우곤 했습니다. 물론 제 후배들에게도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지요.
그러던 중 저는 진로를 고민하던 중 CCC의 3중 헌신 중 하나인 "민족의 입체적 복음화에 대한 헌신"에 이끌려 사회과학을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입체적으로 복음화하려면 하나님의 뜻을 먼저 알아야하겠고, 그뿐만 아니라 한국사회의 문제를 복음의 빛으로 이해하는 과정이 필수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대 신부님을 알게 되었고, 그 분을 통해 헨리 조지를 공부하게 되었으며, 결국 성토모에 오게 되었지요.
그런데 그분과의 갈등(물론 그분과 만나서 직접 만난 것은 아닙니다.)은 아이러니하게도 그분의 가르침인 입체적 복음화를 구체적으로 생각하면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입체적 복음화를 하려면 복음으로 우리 사회를 조명해야하는데, 그러면 그럴수록 그분이 주도했다고 하는 국가조찬기도회, 엑스플로 74대회, 80복음화대성회 등을 비판적으로 보게 되었습니다.
그분이 공개적으로 유신개헌 등에 적극적으로 찬동했던 것이나 전두환 기도회 등에 참여했던 것을 참회했다는 것을 들어보지 못했으며,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게 하는데 가장 방해가 되는 정치세력이나 교권주의자들을 질책했다는 소리를 들어보질 못했습니다. 이 땅에 그리스도의 계절이 오계하자던 그분이 왜 그러셨을까 하는 의문은 아직도 풀리지 않습니다. ‘사회정의 없는 그리스도의 계절’은 불가능한데 말입니다. 자세히 보면 그분의 주장은구체적 실천과 충돌할때가 너무나 많았습니다.
그분은 많은 생명들이 피를 흘리고 죽어간 70~80년대에 사회참여에 반대하며 오로지 개인전도를 부르짖었습니다. 그런데 희한하게도 그분은 돌아가시기 직전까지만 해도 열심히 (제가 보기에 잘못된 방향에서) 사회참여를 하고 계셨습니다. 그 죽음의 희생자들이 깔아놓은 자유와 민주의 도로 위에서 열심히 사회참여를 하고 계신거지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토지와 관련해서는 성토모의 입장을 지지해주셨죠. 그래서 토지정의시민연대의 출범식에 오셔서 축사도 해 주셨습니다. 대 신부님과도 오랫동안 교제를 나눴다는 이야기도 해 주셨습니다. 2007년에 제가 CCC 여름수련회 선택특강하러 갔었을 때 30분 정도 독대할 기회가 있었는데, 놀라울 정도로 성경의 희년사상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계셨고, 통일한국에 희년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잘 알고 계셨습니다.
그런데 왜 그분은 노무현 정부 때 만든 개정 사학법에 그리도 반대하고, 나중에는 반대 집회에 여름수련회를 마치고 돌아온 학생들을 동원시킬 정도로 참여하면서, 종합부동산세를 개악하려는 정당과 이익집단을 질타하지 않으셨는지, 그리고 거짓말을 일삼고, 법치를 훼손하며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이명박 정부, 더 나아가서 하나님의 토지법에 비추어 봐도 정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는 이명박 정부에게는 그렇도록 관대하신지, 이해하기 어려웠습니다.
그래서 김준곤 목사님을 생각하면 만감이 교차합니다. 너무나 아쉽습니다. 혹시 제가 잘 모르는 것이 있어서 그런가 하는 생각을 하지만,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결론은 동일해집니다.
김준곤 목사님을 단순히 추모하고 동경하는 수준에서 멈추면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 때문에 한국교회가 이렇게 성장했다고 하는 칭찬릴레이로 그쳐서는 안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분을 상찬(賞讚)하는 한국교회의 거물급 목회자의 상당수는 점점 극복의 대상이 되어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입니다. 사랑의 교회 원로 목사인 옥한흠 목사는 제2의 김준곤 목사가 필요하다고 했다는데, 정말 이 시대에 필요한 목회자는 어떤 사람이어야 할까를 정말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과거를 어떻게 돌아보느냐가 미래의 방향을 결정짓는다는 격언을 김준곤 목사님을 통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됩니다. |
첫댓글 쉽지 않은 글을 올려주셨네! 요즘 이땅에 우리의 롤모델이 없는듯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