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 니콜스 감독의 "졸업"은 시대를 뛰어넘은 빛나는 청춘영화입니다. 남부 중산층의 수재 청년 벤자민(더스틴 호프만)은 명문대를 졸업하고 고향으로 돌아옵니다. 온 마을 사람들이 벤자민의 졸업을 환영합니다만 정작 본인은 앞으로 뭘 해야 할지 아무런 계획이 없습니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고 싶어 하는지 뭘 잘하는지 알지 못하는 벤자민은 무기력하게 시간만 죽일 뿐입니다.
벤자민은 아버지의 직장 상사 로빈슨을 찾아 가는데 스물한 살은 다시 오지 않으니 기회가 오면 붙잡으라는 충고를 듣습니다. 그런데 벤자민에겐 이상한 기회가 찾아옵니다. 로빈슨 부인(앤 밴크로프트)이 벤자민을 유혹하고 그 때까지 사랑 한 번 못해 본 샌님이었던 벤자민은 로빈슨 부인의 육체적 노예가 됩니다.
그러나 벤자민은 방학을 맞아 집으로 돌아온 로빈슨의 딸 일레인(캐서린 로스)을 보고 첫눈에 반해 사랑하게 됩니다. 벤자민은 순수하고 아름다운 일레인의 마음을 빼앗지만 결국 로빈슨 부인과의 관계가 들통 나고 맙니다. 충격 받은 일레인은 대학으로 떠나 버리고 로빈슨 집안에선 일레인을 다른 남자와 결혼시키려 합니다.
이제야 비로소 사랑을 깨닫고 일레인을 찾아 가지만 일레인이 벤자민을 받아들일 리 만무합니다. 괴로워하는 벤자민, 마침내 일레인의 결혼식에 뛰어들어 신부를 데리고 도망칩니다. 장래 장모가 될 중년 여인과 사위가 애정 행각을 벌인다는 장면 때문에 국내 극장가와 TV명화극장 시간에 공개될 당시 여러 차례 공개중단 파문을 당하는 산고(産苦)를 겪었습니다. 이와 같이 "졸업"은 일부 묘사에서 우리 정서에는 맞지 않는 장면이 삽입돼 있지만 영화사적으로 보다면 60년대 기성 할리우드 영화계에 상업적 행각에 반기를 들고 태동했던 뉴 아메리칸 시네마의 대표작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는 의미 있는 작품입니다.
이 영화만큼 흔들리는 청춘의 심정을 잘 담아낸 영화가 있을까요 ? 꿈이 없는 무기력한 청춘이 진짜 사랑과 꿈을 되찾고 용기를 내는 모습은 정말이지 멋집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하객을 따돌리고 일레인의 손을 잡고 달리던 벤자민의 모습은 무기력한 20대 후반을 밝혀 준 등불이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이먼과 가펑클의 주옥같은 음악으로도 유명합니다. 불안하고 답답한 벤자민의 심정을 잘 드러내 주는 영상과 함께 배경으로 깔리던 멋진 노래들을 잊을 수 없습니다.
사회 초년생의 길로 접어든 주인공의 불안한 심리를 드러내 주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Scarborough Fair와 Sound of Silence가 화면을 정감 있게 채색해주고 있습니다. 이들 주제곡은 공개 당시인 66년 1월 빌보드 차트 상위권에 모두 랭크될 정도로 높은 호응을 받았습니다.
첫댓글 다시 듣는 음악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