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유식론 제9권
13.1. 자량위(1), 2취의 수면에 조복하거나 단멸할 수 없다
먼저 자량위의 양상은 어떠한가?37)
[2취의 수면에 조복하거나 단멸할 수 없다]
게송(『삼십송』의 제26)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이후에38) 식39)을 일으켜서
유식의 성품에 안주함40)을 구하지 않을 때까지는
2취(取)41)의 수면(隨眠)42)에 대해서
아직 조복하거나 단멸할 수 없도다.
논하여 말한다.
깊고 견고한 대보리심을 일으키고 나서부터 이에 순결택분의 식을 일으켜서 유식의 참다운 승의의 성품(진여)에 안주하기를 구하지 않을 때까지는, 이것에 가지런한 것을 모두 자량위에 포함시킨다.
최상의 바른 깨달음에 나아가기 위해서 갖가지 뛰어난 자량을 닦고 쌓기 때문이다.
유정을 위하여 부지런히 해탈을 구한다.
이것에 의거해서 역시 순해탈분이라고 이름한다.
이 단계의 보살은 원인43)ㆍ훌륭한 선지식[善友]44)ㆍ작의(作意)45)ㆍ자량46)의 네 가지 뛰어난 힘에 의지하기 때문에 유식의 의미에 대해서 깊이 믿고 이해하지만,
아직 능취와 소취가 공(空)이라고 요달할 수 없고, 대부분 외부를 향한 문[外門]47)에 머물러 보살행을 닦는다.
따라서 2취(取)라는 말은 2취의 집취(執取)48)를 나타낸다. 능취와 소취의 성품을 집취하기 때문이다.
[2취의 습기, 수면(번뇌장과 수지장의 종자)]
2취의 습기를 그것의 수면(隨眠)이라고 이름한다.
유정에 따라서 아뢰야식에 잠복하기 때문에, 혹은 따라서 허물을 더하게 하므로 수면이라고 한다.
곧 소지장(所知障)과 번뇌장의 종자이다.
번뇌장49)이란 변계소집인 실아로 집착하는 아견[薩迦耶見]을 첫째로 하는 128가지50) 근본번뇌 및 그것의 등류인 모든 수번뇌(隨煩惱)를 말한다.
이것이 모두 유정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게 괴롭혀서 능히 열반을 장애함을 번뇌장이라고 이름한다.
소지장51)이란 변계소집인 실법으로 집착하는 아견을 첫째로 하는 악견(惡見)ㆍ의(疑)ㆍ무명ㆍ탐ㆍ진(瞋)ㆍ만(慢) 등이다.52)
인식의 대상53)과 전도됨이 없는 본성54)을 덮어서 능히 깨달음을 장애하는 것을 소지장이라고 이름한다.
이 소지장은 반드시 이숙식과는 함께하지 않는다.55)
그것56)은 인식작용이 미세 열등하기 때문이고
무명ㆍ혜(慧)심소와 상응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며,
보살의 법공지품(法空智品)이 (제8식과) 함께 일어나기 때문이다.
7전식 안에서는 그 상응하는 것에 따라서 적기도 하고 많기도 하다.57)
번뇌장과 같이 말한다.58)
안식 등 5식은 분별작용이 없으므로, 법에 대한 악견ㆍ의(疑) 심소 등은 반드시 상응하지 않는다. 나머지59)를 의지력에 의해 모두 일으킨다고 인정된다.
이 장에는 다만 불선과 무기의 두 가지 심왕과 상응한다.60)
논서에서 무명은 다만 불선과 무기의 성품에 통한다고 말하기61) 때문이다.
치(癡)ㆍ불치(不癡) 심소 등은 상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번뇌장 중에는 이 장애가 반드시 있다. 그것(소지장)은 반드시 이것(번뇌장)을 사용해서 의지처로 삼기 때문이다.62)
자체는 다르지 않지만, 작용의 차이가 있다.
따라서 두 가지 수면은 성스러운 도(道)의 작용이 뛰어나거나 열등함에 따라서 미혹을 단멸함이 앞뒤가 있다.
이것은 무부무기성에 있어서는 이숙생(異熟生)이고, 63) 다른 세 가지64)가 아니다. 그 위의무기(威儀無記) 등은 세력이 약해서 인식의 대상을 덮거나 깨달음을 장애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것을 무부무기라고 이름하는 것은 2승(乘)에 배대해서 말하는 것이고,
만약 보살에 배대해서는 역시 유부무기이다.
[무명주지(無明住地)]
만약 소지장에 악견과 의심 등이 있다고 말하면,
어째서 이것의 종자를 경전65)에서 무명주지(無明住地)66)로 말씀하는가?
무명이 증성하기 때문에 총체적으로 무명으로만 이름한 것이지, (소지장 등에) 악견 등이 없다는 것은 아니다.
번뇌의 종류에 대해서 일처주지(見一處住地)ㆍ67)애욕주지(愛欲住地)ㆍ68)색애주지(色愛住地)ㆍ69)유애주지(有愛住地)70)의 명칭을 건립하기 때문에, 어찌 그것에 다시 만(慢)ㆍ무명 등이 없는가라고 말하는 것과 같다.
이상과 같은 두 가지 장애에 있어서71)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것은 견소단혹(見所斷惑)에 포섭되고,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것은 수소단혹(修所斷惑)에 속한다.
2승(乘)은 다만 번뇌장만을 단멸할 수 있고, 보살은 모두 단멸시킨다.72)
두 가지 장애의 종자를 영원히 단멸하는 것은 오직 성도에서 가능하다.
두 가지의 현행을 조복하는 것은 유루도에도 통한다.73)
37)
이하 두 번째로 바르게 말하는 분단[第二正說段]으로서, 이것은 5위(位)의 다섯 가지 분단으로 나뉜다. 제1단은 자량위(資糧位)에 관하여 해설한다.
38)
보리심을 일으킨 이후를 가리킨다.
39)
순결택분(順決擇分)의 식(識)을 가리킨다.
40)
통달위에서 진여 체득, 즉 능관지(能觀智)가 소관리(所觀理)에 명합(冥合)함을 의미한다.
41)
여기서는 변계(遍計)의 2취(取), 즉 번뇌장과 소지장을 가리킨다. 참고로 말하면 변계의 2취에는 집취(執取)가 있으며, 의타(依他)의 2취(能取인 견분과 所取인 相分)는 비집(非執)이다.
42)
수면(隨眠)은 종자를 의미한다. 종자가 중생을 수축(隨逐)해서 제8식에 면복(眠伏)하다가 다음 현행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종자를 수면이라고도 한다.
43)
본성주종성(本性住種姓)과 습소성종성(習所成種姓)을 말한다.
44)
여러 불보살을 만나 섬기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악우(惡友)의 연(緣)을 가려낸다.
45)
견고한 승해력(勝解力)을 말한다. 악우(惡友) 등 거스르는 연[違緣]을 만나더라도 결정적인 승해(勝解)에 의해 작의(作意)하여, 기울어지거나 파괴되지 않는 것을 말한다.
46)
여러 선근의 복덕과 지혜의 공덕을 적집하는 것을 말한다. 이것은 열등한 자량을 가려낸다.
47)
객관계의 사상(事相)을 향한 산란된 마음을 말한다.
48)
오직 2취(取)만을 2취(取)라고 이름한다고 말하면, 집착이 아닌 2취(取)의 종자가 있는데, 어찌 그것도 복멸(伏滅)해야 하는가? 또한 상분(相分) 같은 것은 반드시 복멸해야 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여기서는 오직 2취(取)를 집착하여 실유(實有)로 삼는 것 같은 취(取)를 바야흐로 2취라고 이름한다.
49)
다음에 번뇌장과 소지장의 두 가지 장애를 자세히 해설한다. 먼저 번뇌장의 자체를 드러낸다[第一出體]. 번뇌장(煩惱障)은 5취온(取蘊)에 대해서 실아(實我)라고 집착하는 번뇌를 말한다. 이에 128가지 근본번뇌와 스무 가지 수번뇌가 속한다. 이것은 유정의 몸과 마음을 어지럽게 괴롭혀서 열반을 장애하고, 생사에 유전케 하므로 번뇌장이라고 이름한다.
50)
견혹(見惑)이 욕계에서 마흔 가지, 색계와 무색계에서 각각 서른여섯 가지씩 있으며, 수혹(修惑)이 열여섯 가지를 합한 것이다.
51)
소지장(所知障)의 자체를 드러낸다.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 등의 번뇌가 인식 대상[所知]의 참다운 모습[法空]을 그대로 알지 못하게 하므로 이들 번뇌를 소지장(所知障)이라고 이름한다. 또한 참다운 지혜가 발현하는 것을 장애하는 점에서 지장(智障)ㆍ보리장(菩提障)이라고도 한다. 이에 분별에 의해 생겨나는 것[分別起]과 선천적으로 일어나는 것[俱生起]이 있다.
52)
소지장(所知障)의 수(數)도 번뇌장과 같다. 그것은 번뇌장이 일어날 때에는 반드시 소지장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번뇌장은 두드러진[麤] 것으로서 많은 품류(品類)가 있어서 알기 쉽기 때문에 2승(乘)도 역시 단멸한다. 다만 이것은 불선(不善)이고 유부무기성(有覆無記性)이므로 앞에서 숫자를 나타내 보인 것이다. 소지장은 미세한 것으로서 품류가 많지 않아서 매우 알기 어렵기 때문에 오직 보살만이 단멸한다.
53)
인식의 대상[所知境]이란, 유위법과 무위법의 대상을 말한다.
54)
진여(眞如)를 말한다.
55)
다음에 소지장이 8식과 함께하거나 함께하지 않음을 판별한다. 소지장은 제8식과는 반드시 함께하지 않는다. 제8식은 인식작용이 미세하고 열등한데, 이 법집(法執)은 그것에 비하여 두드러지고 강하기 때문이다. 또한 제8식은 무명과 혜(慧)에는 상응하지 않는데, 이 법집은 무명과 혜(慧)에 반드시 함께하기 때문이다. 또한 보살의 법공지품(法空智品)은 제8식과 함께 일어난다고 인정되기 때문이다.
56)
이숙식(異熟識)을 가리킨다.
57)
제7식에서는 근본번뇌 네 가지와 수번뇌 여덟 가지 및 혜(慧)의 심소의 열세 가지가 있다. 제6식에서는 모두 있으며, 5식에서는 근본번뇌 세 가지와 수번뇌 열 가지 등 모두 열세 가지가 있다.
58)
소지장의 자체[體]를 계산하는 것은 번뇌장과 같다.
59)
탐욕ㆍ성냄 등을 말한다.
60)
이하 소지장의 3성(性)을 분별한다.
61)
『유가사지론』 제59권(『고려대장경』 15, p.1040上:『대정장』 30, p.628中), 『대승아비달마잡집론』 제4권(『고려대장경』 16, p.303上:『대정장』 31, p.709中).
62)
번뇌장의 자체는 협소하고 오직 두드러진 것이며, 소지장의 자체는 포괄적이고 두드러짐과 미세함에 통한다.
63)
이숙무기(異熟無記)는 선ㆍ악의 업종자를 증상연(增上緣)으로 해서 얻는 과보를 말한다. 그런데 소지장은 이숙식에 따라서 일어나므로 이숙생(異熟生)이며, 업의 과보[業果]는 아니다. 이숙생은 세력이 강하고 두터우며, 공통적으로 작의(作意)심소로써 일어나고, 계탁하여 일어난 것이며, 능히 소지장을 조복하고, 보리(菩提)를 장애하기 때문이다.
64)
네 가지 무기(無記) 중에서 이숙무기(異熟無記)를 제외한 나머지 위의(威儀)ㆍ공교(工巧)ㆍ변화의 무기를 말한다. 참고로 위의무기는 앉고 서는 등의 동작을 일으키는 마음의 성품이 선(善)도 악도 아닌 것을 말한다. 공교무기는 그림을 그리고 물건을 만드는 신공교(身工巧)와 노래 부르는 등의 언어공교[語工巧]를 일으키는 마음의 성품이 선도 악도 아닌 것을 말한다. 변화무기는 선정의 힘으로 여러 가지를 변화시켜 만드는 마음이 선도 악도 아닌 것을 말한다.
65)
『승만사자후일승대방편방광경(勝鬘獅子吼一乘大方便方廣經)』(『고려대장경』 6, p.1365上:『대정장』 12, p.220上).
66)
무명주지(無明住地)는 견혹(見惑)ㆍ사혹(思惑)ㆍ무명(無明)의 번뇌를 다섯 가지로 분류한 5주지번뇌[五住地惑:見一處住地ㆍ愛欲住地ㆍ色愛住地ㆍ有愛住地ㆍ無明住地]의 하나이다. 무명은 우치한 마음의 자체로서 온갖 번뇌의 근본이고, 주지(住地)는 이 번뇌가 근본이 되어 온갖 번뇌의 의지가 되면서 번뇌를 일으키는 것을 말한다.
67)
5주지번뇌[五住地惑]의 하나이다. 견일처주지(見一處住地)에서 견(見)은 욕계ㆍ색계ㆍ무색계의 견혹(見惑)을 말한다. 이것은 지적(智的)인 미혹으로서 견도(見道)에 들어갈 때 일시에 끊어지므로 견일처(見一處)라고 한다. 주지(住地)는 앞의 무명주지에서 말한 것과 같다.
68)
애욕주지(愛欲住地)에서 욕(欲)은 욕계(欲界)이고, 애(愛)는 탐애, 곧 사혹(思惑)이다. 사혹은 탐욕ㆍ성냄ㆍ어리석음ㆍ거만의 네 가지에 통하는데, 탐욕이 다음 생(生)을 받는 뜻이 가장 강하므로 탐욕으로써 사혹을 나타낸다.
69)
색애주지(色愛住地)에서 색(色)은 색계(色界)이고, 애(愛)는 탐애(貪愛) 곧 사혹(思惑)이니, 곧 색계의 사혹을 말한다.
70)
유애주지(有愛住地)에서 유(有)는 무색계로서, 곧 무색계의 사혹(思惑)을 말한다.
71)
다음에 두 가지 장애의 견소단(見所斷)과 수소단(修所斷)을 판별한다[第二見修分別].
72)
2승(乘)과 보살이 두 가지 장애를 단멸하는 양상을 판별한다[第三約人分別].
73)
다음에 유루도와 무루도에서 두 가지 장애를 조복 단멸하는 양상을 판별한다[第四有無漏道伏斷分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