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산 등산(2006. 1. 13 - 15)
참가자 : 조성식, 황영옥, 박치용, 이은주, 배양범, 김세진, 정철효, 김복남, 강재성, 서종희(10명)
1. 일정
1월 13일 : 거창출발(오후 2시) - 부산항 도착(6시) - 배에 타기(저녁 7시)
1월 14일 : 제주항 도착(아침 6시) - 하선 및 아침 식사(아침 7시) - 관음사 이동, 등산 시 작(7시 30분) - 한라산 정상 도착, 점심 식사(12 : 30 - 1 :30) - 성판악으로 하산 완료(4 : 30) - 다시 제주항 도착(저녁 7시) - 제주항출발, 부산으로 향함
1월 15일 : 부산 상륙(아침 6시) - 거창 도착(10시) - 예배 참석(11시)
2. 등산 일정
관음사 매표소 출발(7 : 30) - 구린굴(8 : 30) - 탐라계곡 대피소(9 : 30) - 용진각 대피소(11 : 00) - 백록담도착(12 : 30) - 점심(12 : 30 - 13 : 30) - 진달래 대피소(2 : 20) - 사라악 대피소(3 : 00) - 성판악(4 : 30)
상행 : 8.6km
하행 : 9.5km
총 : 18.1km(45리)
3. 경비
① 여행사 : 89,000원 × 10명 = 890,000원
② 기름값 및 통행료, 주차료 = 100,000원
③ 식사비 : 선상 뷔페(8,000원) × 10명 × 2끼 = 160,000원
④ 아침 식사(6,000원) × 10명 × 2끼 = 120,000원
⑤ 단체 준비물(주류 및 간식) = 50,000원
⑥ 예비비 = 50,000원
합계 : 1,370,000원(1인당 137,000원)
4. 준비물
방한복(고어텍스, 윈도스토파), 보온물통, 장갑(두꺼운 것, 얇은 것 2개), 커피, 아이젠, 스페츠, 간식, 양말(3컬레), 칫솔, 치약, 멀미약 등등
설봉호
2006. 1. 13
설봉호를 타고 제주도를 갔다 왔다.
설봉호는 금강산을 오가던 배다.
지금은 금강산은 육지로 간다.
하여 그 배가 제주도를 가게 된 모양이다.
설봉호는
특실도 있고 일반실도 있다.
방마다 화장실과 샤워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우리는 7인실, 일반실을 탔다.
설봉호는 부산에서 저녁 7시에 떠나 다음날 아침 6시에 제주에 도착한다.
장장 11시간이다.
11시간 동안 먹고, 마시고, 놀고, 잠자고..
모든 것을 배 안에서 할 수 있다.
배가 엄청나게 크다.
1,000명을 실을 수 있다고 한다.
길이가 100미터는 됨직했다.
저녁 식사를 배에서 했다.
뷔페식이었다.
음식이 깔끔했다.
이런 저런 온갖 종류의 음식이 진수성찬이었다.
그리고 곰탕이 맛이 있었다.
여러 가지 편의 시설이 있었다.
매점, 노래방, 오락실, 주점, 식당 등등 시설이 좋았다.
쇼도 즐길 수 있었다.
팔등신의 미녀가 써빙하는 빠아는 멋진 곳이었다.
미녀를 보는 맛이 컸다.
생맥주 한잔에 3,000원
하이트 맥주 한 병에 4,000원
온갖 안주도 다 팔았다.
그리 비싸지 않다.
파도가 높았다.
그렇게 큰 배도 너울너울 춤을 췄다.
문을 열고 난간에 기대서니 새로운 풍경이 확 다가온다.
바람이 시원했다.
파도가 부서졌다.
설봉호가 가르는 파도는 포말을 뿌렸다.
수십 미터의 폭으로 하얗게 하얗게 퍼져나갔다.
검푸른 바다위에 흩뿌려지는 포말은 빛이 났다.
가끔씩은 그 큰 배가 꿍꿍 둔탁한 소리를 냈다.
무언가 부딪치는 소리다.
고래가 박치기를 한 것은 아닌지 하고 생각이 들었다.
밤새도록
출렁출렁
흔들흔들
요람처럼 흔들렸다.
잠이 잘도 왔다.
추억을 만드는 멋진 여행
배 여행이다.
제주도는 배타고 가는 것이 좋다.
회
2006. 1. 13
건건 테마와 함께 여행을 떠났다.
건건 테마는 전문 여행사다.
작년 여름, 건건 테마 사장님과 같이 백두산 트레킹을 다녀왔다.
최고의 트레킹이었다.
평생 잊지 못할 최고의 추억이었다.
부산항에 도착을 하니 전인규 사장님이 나오셨다.
건건 테마 사장님이다.
우리는 백두산 “동지”이다.
회를 사오셨다.
많이도 사 오셨다.
방안에서 회를 먹었다.
설봉호에서 먹는 회맛은 각별했다.
싱싱한 회...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양이 많았다.
반 밖에 먹지 못했다.
아이스박스에 다시 담았다.
한라산을 오르면서 먹기로 합의를 봤다.
한라산 중턱에서 회를 다시 꺼냈다.
눈 위에 펼쳐놓으니 볼만 했다.
회는 금방 차가워졌다.
순식간에 꼬득꼬득 얼었다.
입안이 시원했다.
가져간 발렌타인과 마시는 회 맛은 환상적이었다.
겨울 등산
눈 덮인 한라산을 오를 때면..
회와 함께..
이것은 또 색다른 경험이었다.
이번 여행은 너무 싸게 다녀왔다.
아무리 계산해도 여행사에는 남는 돈이 없을 성 싶다.
밑지는 장사가 아닌지 걱정이 됐다.
사장님께는 송구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눈
2006. 1. 14
한라산엔 눈이 많이도 내렸다.
장소에 따라 2미터, 3미터
엄청나게 내렸다.
제주도에 이렇게 눈이 많이 내린 적은 몇 십 년 만에 처음이라고 했다.
얼마나 많이 왔으면 제설차량이 제설 도중 눈에 파 묻혔다고도 했다.
택시 기사의 말이었다.
자기 생애 처음이라고 했다.
눈 깊이를 측정해보기로 했다.
등산지팡이로 찔러봤다.
끝이 닿지 않는다.
지팡이는 물론 팔 길이까지 다 들어가고도 남는다.
2미터도 넘는다는 이야기다.
나무들 모습이 요상했다.
큰 나무들이 눈 속에 다 파묻혔다.
사람 몸으로 치자면 가슴 높이까지 눈이 쌓였다고 보면 된다.
올라갈수록 눈은 점점 더 많았다.
우리는 공중을 떠다녔다.
땅에서 2미터, 3미터는 떨어져 다녔다.
그러니 머리에 걸리는 나뭇가지들이 많았다.
간이 화장실도 눈 속에 파묻혔다.
지붕만 빼꼼 내 놓고 있었다.
조금만 등산로를 벗어나면 사정없이 빠졌다.
몸통 전체가 빠졌다.
혼자서는 빠져나오기가 힘들었다.
나도 몇 번이나 남의 도움을 받았다.
푹 빠진 깊이는 끝이 안 보였다.
지옥 굴처럼 깊어 보였다.
하지만..
그렇게 많이 내린 중에도 눈꽃은 없었다.
하나도 없었다.
나무위에 쌓인 눈은 하나도 없었다.
전날에는 비가 내렸고
날씨가 봄날처럼 포근했기 때문이다.
멋진 눈꽃 사진은 찍을 수가 없었다.
연구하기
2006. 1. 14
우리 등산 팀들은 등산을 하면서 “연구”를 한다.
우리 등산 팀만 쓰는 “은어”다.
등산을 하면서도 수시로 소변을 보게 된다.
어떤 때는 대변도 봐야한다.
똥도 누고, 오줌도 누게 된다.
그런데 “똥 눈다.” “오줌 눈다.”
상스런 말이다.
이러한 말을 우리는 우아한 말로 바꿔치기 했다.
“연구한다.”로...
그런데..
연구에도 여러 가지 종류가 있다.
소변 : 작은 연구
대변 : 큰 연구
또 다른 연구가 하나 있다.
여자들만 하는 연구다.
“심각한 연구”
“멘스(menses)”를 말한다.
나는 한라산을 오르면서 큰 연구를 두 번이나 했다.
물론 작은 연구는 여러 번 했다.
장시간 등산을 하다보면 큰 연구도 하게 된다.
지리산 천왕봉을 오르면서도 했고.
민족의 영산 백두산을 오르면서도 큰 연구를 두 번이나 했다.
그 연구물이 백두산 야생화에는 엄청 좋을 것이라고 했다.
건건 테마 사장님 말씀이다.
이번에 한라산에서는 연구하는 데 문제가 생겼다.
등산로를 벗어나면 빠져서 더 이상 전진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급하기는 하고...
방법을 생각했다.
오히려 쉬웠다.
조금만 벗어나면 됐다.
푹푹 밟으면 구덩이가 생겼다.
사람 키가 잠길 정도로 빠졌다.
굴을 파고 그 안에 들어가서 연구를 해도 된다.
백록담 바로 밑에서 연구를 하고 나오니
또 나 같은 사람이 숲 속으로 들어온다.
방법을 갈켜줬다.
오줌 누기가 재미가 있었다.
한 구멍을 집중적으로 공략을 하면 깊은 굴이 생긴다.
2미터, 3미터...
한라산 등산
2006. 1. 13
이번 등산은 힘든 등산이었다.
아차, 잘 못하면 큰일 날 뻔했다.
같이 간 배양범 선생이 탈진했다.
하산을 할 때는 극한 상황에 빠졌다.
언제 쓰러질지 위태위태했다.
쓰러지는 순간 산악구조대를 불러야 한다.
다행이 마지막까지 혼신의 힘을 다해 본인의 힘으로 내려왔다.
탈진하는 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중첩되었다.
본인은 컨디션 조절 실패
많이 내린 눈
떼거리로 내려오는 등산객
3요소가 탈진을 만들어 냈다.
컨디션 조절
전혀 등산 준비가 없었다.
몇날 며칠 잠도 못자고 등산을 왔다.
많이 내린 눈
눈이 많아서 걷기가 보통 힘든 것이 아니었다.
2미터, 3미터가 넘는 눈이 내렸다.
한번 빠지면 나오기가 힘들었다.
체력 소모가 엄청났다.
많은 등산객
사람에 채여서 도무지 올라 갈 수가 없었다.
기다렸다 오르고를 반복했다.
속도도 늦고 시간도 2배 이상 걸렸다.
우리는 관음사 코스로 올랐다.
한라산 정상을 1km 정도 남겨 놓고는 밀물처럼 내려왔다.
겨울방학과 토요일이 겹쳐서 그런 모양이다.
우리 등산 계획은 7시간 정도 만에 오르고 내리는 계획이었다.
그러나 완전히 빗나가고 말았다.
한라산 정상을 오르는 데만 해도 7시간이 걸렸다.
하산 시간까지 합쳐서 11시간 30분이나 걸렸다.
결국은 일행이 째지기로 했다.
나하고 배선생은 천천히 하산을 하고
일행 10명 중 8명을 먼저 가기로 했다.
우리는 저녁 7시 반에 하산을 했다.
깜깜한 한밤중이다.
눈(雪) 빛으로..
달(月) 빛으로..
하산을 했다.
우리는 7시 부산 행 배를 놓쳤다.
8시 대구행 비행기도 놓쳤다.
다음날 아침 비행기를 타고 대구로 내렸다.
9시 반 아시아나 비행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