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녀봉은 빼어난 경관이 없다. 그러나 그것이 또한 최대의 자랑거리일 수도 있다.
산에서의 부족한 것은 갈론마을의 계곡을 더듬어 올라가보면 충족시킬 수 있다.
마당바위, 병풍바위, 형제바위, 강선대 개구리바위,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기국암등 3km의 계곡엔 옥빛 물과 바위가 이루어낸 오염 안 된 풍광이 아직도
수줍은 듯 얼굴을 가리고 있다. 마치 옥녀가 자기 모습을 선 듯 보이지 않고 있듯이...
아가봉은 청천면 운교리와 칠성면 사은리와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그리 높지
않은 산이다. 아가봉은 이름이 없는 산으로 옥녀봉으로 가는 길목쯤으로 생각해
왔으나 능선상의 바위들이 특이한 형상을 하고 있어 많은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으며, 누군가가 표지석을 아가봉이라 하여 근래에 세워 놓았다.아마도
아가산악회가 이름을 붙여서 만든 것으로 산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관심으로 좋은
산이름 하나를 얻었다. 괴산에 있는 많은 구곡(九曲)중 하나인 갈은구곡.
갈론계곡이라는 다른 이름이 있다. 이 계곡을 품은 산이 바로 옥녀봉이다.
옥녀봉 산행 들머리는 갈론마을이다. 갈론마을은 '칡뿌리를 양식으로 해 선비들이
은둔하기 좋다' 는 말처럼 지금껏 노선버스가 다니지 않는 오지이다.
구한말 칼레 신부가 천주교 박해를 피해 숨어든 곳이기도 하다.
산행지인 옥녀봉과 아가봉은 그리 큰 특징이 없는 산이지만 갈은구곡을 품은
산이기에 계곡산행지로 괜찮은 편이다.
갈론구곡(갈은구곡)
갈론구곡은 흔히 갈은구곡이라고도 불리는데 갈은(葛隱)이란 한자 뜻 그대로
‘칡뿌리를 캐먹으며 숨어지내는 곳’이란 이름이다. 계곡 초입의 갈은마을은
이름처럼 버스마저 들지 않는 오지 중의 오지다. 갈론계곡에 들면 우선 쪽빛 같은
물색에 반하고 만다. 어찌 이리 물빛이 맑은지 바닥의 잔돌이 환하다.
갈은동문이란 글이 새겨진 제 1곡의 바위에서 시작해 계곡을 타고 오르면 오를
수록 점입가경이다. 특히 소나무가 빽빽한 제 7곡 고송유수재와 바위 위에 음각해
놓은 바둑판이 있어 신선이 바둑을 두었다는
얘기가 전해오는 9곡 선국암은 비경 중의 비경으로 꼽히는 곳이다.
제 1곡 : "갈은동문"
갈은동문은 예전 갈론분교터에서 계곡 상류로 약 400m 거리 오른쪽 바위 절벽위를
말한다. 절벽 위에 공기돌처럼 놓인 승용차 크기의 사각형 바위에 "葛隱洞門"이
라 글씨가 새겨져 있다.
제 2곡 : "갈천정"
갈은동문 바위 북쪽 계류 건너편 바위지대를 일컫는다. '갈천'이라는 성을 가진
사람이 은거했다는 장소로 갈론마을의 지명 유래가 된 곳이다.
제 3곡 : "강선대"
갈은동문에서 약 200m 들어간 곳인 합수점 상단부 너럭바위 지대에서 동쪽으로
약 100m 거리인 다래골 입구 계류 건너편 작은 절벽이다. 절벽 아래 너럭바위를
휩쓸고 흐르는 옥류가 어우러져 비경을 이룬다. 이름 그대로 신선이 내려왔다
는 곳이다.
제 4곡 : "옥류벽"
강선대로 가기 전 너럭바위에서 남동쪽 계곡 안으로 약 1km 들어간 계곡 왼쪽으로
있다. 마치 시루떡을 층층이 쌓아놓은 듯한 절벽이다. 바위 아래 거울처럼 맑은
담(潭)에다 그림자를 드리운 층층바위 풍광은 매우 환상적이다..
제 5곡 : "금병"
옥류벽에서 상류로 약 100m 거리인 협곡이 ㄱ자로 꺾이는 곳 오른쪽 절벽이다.
황갈색 바위벽에 물빛에 반사된 햇볕이 닿으면 그야말로 비단처럼 보인다는
비경지대다.
제 6곡 : "구암"
금병에서 상류로 40m거리에 있음.구암 음각. 거북이 모양의 바위가 있어 유래되었다.
제 7곡 : "고송유수재"
U자형을 이룬 바위지대 가운데로 계류가 흐르는 곳이다. 왼쪽 바위벽에
‘葛隱洞(갈은동)’ 글자가 음각되어 있다. 갈은동 글자 오른쪽 벽에는 조선조 때
임꺽정의 작가 홍명희의 조부이자 이조참관을 지낸 홍승목(洪承穆), 구한말
국어학자 이능화의 아버지이자 이조참의를 지낸 이원극(李源棘)의 이름도 음각되어
있다. 오래된 소나무가 빼곡히 들어서 있고, 우측에는 정자터가 있으며, 부엌자리
등이 남아있다.
제 8곡 : "칠학동천"
고송유수재 상단부에 있음. 칠학동천 음각. 일곱마리 학이 살았다는 유래를 가진
골짜기 이다.
제 9곡 : "선국암"
칠학동천 상단부 오른쪽 옥녀봉 하산길 옆에 있다. 신선이 바둑을 두던 자리라는
바둑판바위 네 귀퉁이 에는 ‘四老同庚(사노동경)’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네 분의 동갑내기 노인들이 바둑을 즐겼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