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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소설
“서울회집” / 김영자
무수한 생명을 품어 잉태하여 낳는 저 푸른 바다에서 놈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한마리의 등 푸른 바다고기였다.한없이 설레이는 바다를 요람삼아 바다새의 목메인 울음소리를 자장가로 들으며 너무나도 평화롭고 자유로왔던 놈은 며칠전 재수에 옴붙어 신세를 망쳤다.원통하게 솜씨도 그닥잖은 신출내기 배사람의 그물에 걸려 노량진 해물시장에 팔려 나왔다가 박사장의 사입에 걸려 “서울회집”의 비좁은 수족관에 갇히게 되였다. 한스레 갇힌것은 놈만이 아니였다. 아직은 살아 풀떡풀떡 뛰는, 지중해를 넘나들었던 붉은 도미, 점박이중국산 점성어, 남해바다의 우럭, 회청색의 농어, 숭어, 몸뚱이 오른쪽으로 두눈이 튀여나온 도다리 모두가 바다를 잃고 거대한 콩크리트 질서속에 편입되여 죽음의 그늘 수족관에 갇혔다. 주방 저켠엔 아예 죽어서 온 바다놈들도 있다. 번들번들 얼음을 뒤집어쓰고 짐짝처럼 랭동되여온 족속들이다. 태평양의 고등어, 북대서양의 대구, 동해의 청어, 연청색의 삼치, 청갈색의 참치, 중생대의 쥐라기시대의 상어가 진화했다는 가오리, 녀인의 성기를 방불케 하는 전복, 어물전의 망신꼴 골뚜기, 길다란 장어, 목포 세발낙지, 오징어, 병어, 전어, 빙어, 은빛갈치, 석화, 소라, 홍합, 바지락, 꽃게, 멍게, 개불, 재첩, 튀김새우, 미더덕... 민물새우까지 왔다. 삶의 활기가 넘치던 푸른 바다속의 족속들이지만 청람빛의 옥포를 잃고 지레 익사체로 서울회집에 팔려왔다. 넙치는 죽은듯이 수족관 맨밑바닥에 드러누워있다. 밀물 드는 소리, 썰물지는 소리조차 들리지 않는데 싱그러운 바다내음새는 못 견디게 그리움만 덧쌓이게 한다. 금빛으로 빛나는 백사장도, 눈부시게 반짝이는 흰 해안선도 없다. 바다도, 들녘도, 산도 없는 수족관, 장쾌한 바다의 파도소리는 어디로 갔을가?! 림종을 앞둔 늙은 할멈 담끓는 소리마냥 꼬르륵 꼬르륵 숨넘어가는 기계물소리, 수족관에 비껴드는 죽음을 안고 무너져내릴듯한 거대한 빌딩숲의 검은 그림자, 바다고기는 절망에 빠졌다. 죽음이 도사리고 있는 회집이다. 이 시각 바다고기는 한없이 눈부시게 반짝이는 푸른 바다의 물비늘이 보고 싶었고 먼곳에서 들려오는 배고동소리를 들으며 바다우를 날으는 예쁜 제비갈매기 노래소리가 너무나 그리웠다. 밤하늘의 별떼가 바다에 내릴 때 등 푸른 바다고기는 무성한 푸른 꿈을 꾸고 싶었었다. 바다고기의 꿈은 너무나 찬란했었다.
빵빵 되알진 봉고차의 경적소리에 주방일군들은 불난강변에 덴소 뛰듯 밖으로 튕겼다. 언제나 그러하듯 선참으로 달려나가던 박과장이 얼어붙은 콩크리트바닥에 비칠하더니 미끌어넘어지며 수족관모서리에 머리를 짓박았다.
쾅 수족관이 부르르 떨면서 진동했다. 그 서슬에 수족관의 고기들이 일시에 와그르르 움직이며 마구 박과장의 짱구머리를 덮치는듯 했다. 노란 불꽃이 눈앞에 흩날리며 대번에 원치 않은 혹 하나 얻어붙였다. 휭 어지럼증이 나서 돌아가는 머리를 어루쓸새도 없이 박과장은 봉고차에 올라 무거운 짐짝들을 부리웠다. 그때까지 박사장은 핸들을 잡은채 빵빵거리며 일군들을 들볶았다. 회덮밥고기를 칼질하던 오실장은 날이 짧은 칼을 바꿔쥐고 잰걸음치며 아침반찬을 무치며 어물거리는 간댕이-완도녀자에게 괜히 잡아먹을듯이 버럭 소리질렀다.
“게서 아직두 뭘해유?”
“간다닝께…”
간댕이가 독난 뱀모가지같이 고개를 빳빳이 쳐들고 숨넘어갈듯이 빽 소리질러댔다. 픽 돌아서 주방을 나가는 실장의 뒤등을 눈자리나게 쏘아보곤 립스틱 진한 입술을 비쭉거렸다.
“네가 뭔데, 실장이믄 다야.?”였다. 뒤방아낙네의 곤대짓거리다
설겆이대에서 비행접시 날구듯 밀린 그릇들을 씻던 파출부아줌마도 물 묻은 고무장갑을 낀 손을 앞치마에 씻으며 간댕이 뒤를 따랐다.
희끗희끗 눈발이 펄펄 날리는 바깥은 혹독한 회색겨울이다. 물이 뚝뚝 떨어지는 맨손바람에 달려나온 주방일군들의 손은 금시 피라도 떨어질것 같다. 새빨간 맨손에 번들번들 얼어붙은 동태드럼을 봉고차에 부리워 무겁게 들고 들어오던 박과장은 고통스레 얼굴에 일그러뜨렸다. 언 동태드럼을 들고있는 손으로부터 뼈속을 쩡 빠개는 한기가 스며들며 온몸을 갈갈이 훑었다.
탕 주방 콩크리트바닥에 떨군 동태드럼은 반으로 찍 갈라지며 언 내장들이 비쭉비쭉 드러났다. 그 순간 다혈질의 박사장은 발작적으로 고함쳤다.
“씨팔, 박과장 무슨 일을 그따위로 해? 동태가 끊어지잖아…”
박사장의 이마에 대지렁이 같은 검푸른 피줄이 벌떡벌떡 숨 쉰다.
“죄송합니다.”
박과장은 굳어진 얼굴로 언 두손을 찬 수도물을 틀어놓고 한참이나 주물렀다. 사입해들인 해물들을 점검하고 주방을 나가는 박사장의 뒤등에 박과장이 찔 쏘는 눈길이 화살처럼 박혔다.
“죽은 동태는 끊어져서 안되는데 산 사람의 손은 얼어 떨어져도 되는거야?”
밖에서 오실장은 무거운 비닐주머니들을 날라다 수족관 앞에 세운후 칼로 툭툭 찔렀다. 바다물이 금시 흘러내리며 비닐주머니가 훌쭉해지자 들어서 고기들을 수족관에 쏟아넣었다. 금방 바다에서 건져낸듯 물이 싱싱한 등 푸른 바다고기들이 수족관안으로 우르르 쏟아졌다. 고기들은 살아있다는 존재를 시위나 하듯이 꼬리치며 헤염쳤다. 넙치만은 죽은듯이 수족관 맨밑바닥에 드러누워 옴짝 안했다. 죽음을 앞에 두고 모든것을 체념한듯 했다.
주방일군들은 제앞에 일할 몫으로 차례진 해물들을 챙기기에 바빴다. 박과장은 해일처럼 밀려드는 일거리속에서 또 하루종일 허우적거려야 했다. 해도해도 끝없는 일거리다. 내친 동태부터 손질하기 시작했다. 서걱서걱거리는 얼음속에서 동태를 끄집어내선 번들번들 얼음쪼각들이 둥둥 떠다니는 납다라이에 불러놓고 감각 잃은 언 손으로 고기배를 째고 내장 빼고 토막치고 씻고하면서 수없이 반복한다. 온 일신의 뼈짬마디마디에 얼음이 차서 서걱서걱하는 소리가 들린다. 고기아가미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칼질하던 박과장은 손가락을 상했다. 새빨간 피가 뚤렁뚤렁 떨어지며 금시 피물이 바닥에 피여났지만 박과장의 언 손은 통증을 모르고 무감각했다.
“피, 피, 아유 손에 피…”
그제야 박과장은 림시구급 지혈 반창고를 찾아붙였다. 박과장은 아무리 이를 악물어도 또 다시 덜덜덜 맞쫏겼다. 보일러라도 아침에 일찍 올렸으면 이렇게까지는 춥지않으련만 사장은 눈길 한번 주지 않는다. 손님이 들이닥치기전에는…
날마다 떼지어 몰려드는 손님들 때문에 한달에 사흘이란 휴식도 이달에는 개 보름쇠듯 넘어갔다. 그대신 사장은 일당으로 쳐서 주었지만 사람이 무쇠아닌이상 동지섣달 내내 얼음덩이에 손발을 담그고 있을라니 참말이지 죽지못해 하는 노릇이였다.
박과장은 추위에 얼굴이 퍼렇게 얼어 굳어지며 말도 제대로 못했다. 그는 홀써빙 미스유더러 술을 내보내라고 손짓했다. 미스유가 사장 몰래 건네는 술 한병을 빈속에 반나마 나발불고서야 다시 일손을 잡았다. 동태손질은 그런대로 끝났으나 랭동대구는 아직 손도 못댔는데 벌써 홀써빙들의 손님맞는 소리가 고음으로 울리는 련창곡이다.
“어서 오세요. 어서 오세요.”
잇따라 홀써빙들의 카랑카랑한 주문소리가 주방을 향해 비발치기 시작했다. 주방일군들도 련달아 복창했다.
모듬회 대자, 스끼다시 한벌.
모듬회 대자에는 야채와 해물, 밑반찬, 전복죽, 알밥, 새우튀김, 매운탕 서른가지도 넘어 곁들어 나가느라면 주방일군들은 정신이 돌아버리기직전이다.
밀물처럼 주문되는 회와 회덮밥, 초밥으로도 미칠지경인데 손님은 손님들 나름대로 또 랭대구탕, 생대구탕, 생태탕, 동태탕, 알탕,서더리탕, 매운탕, 수제비국을 주문한다. 주방일군들은 제 몫으로 차례지는 일감들을 목이 터져라 복창하고 기억하며 날친다. 손은 손대로 쉴새없이 일하고 발은 발대로 뛰고 코는 코대로 고기 익는 냄새를 분별하며 눈치만으로도 부전조개 이맞듯 일손이 맞물려 넘어가야 했다. 20여개의 가스불이 일제히 켜지고 환풍기가 잉하고 돌아가며 “빨리, 빨리.”를 웨치는 박사장의 목소리는 그대로 등을 후려치는 채찍이 됐다. 박과장은 쉴새없이 고기를 잡으며 네댓가지 생선 굽고 오실장의 뒤치닥거리를 감당하느라 일손이 딸려 쩔쩔맸다.
오실장은 벌써 눈이 시리도록 흰 가운을 입고 머리에다는 주방장 특유의 높다란 주름모자를 썼다. 가뜩이나 길죽한 얼굴이 다른 사람보다 머리 하나는 더 컸다. 손에 쥐고있는 회뜨는 서리발치는 칼과 너무나도 잘 어울렸다.
“박과장 농어 두마리, 숭어, 광어, 도다리…”
오실장이 부디 시키지 않아도 박과장은 벌써 수족관에서 고기들을 건져 주방 콩크리트 바닥에 내쳤다. 회청색 바다고기는 풀떡풀떡 몸뚱아리를 뒤채다가 민첩하게 꼬리로 콩크리트바닥을 찰싹찰싹 두들기며 스스로 자기 생명의 최후를 재촉하고 있었다.
박과장은 둔중한 고기머리 때리는 칼등으로 힘껏 내리쳤다. 고기는 솟구치다말고 굳기름으로 된 눈을 감지 못한채 부르르 떨며 스르르 힘없는 아가미를 열었다. 박과장의 사정없는 칼날이 쿡 박히며 고기머리느 떨어져 나갔고 머리 떨어진 몸체는 다시 한번 꿈틀하더니 검붉은 피를 주방바닥에 덩이채 쏟았다. 밀물처럼 손님들이 쓸어든다. 박과장은 미친 사람처럼 산 고기들을 때려잡기 시작했다. 박과장의 바지가랭이는 고기피물이 질펀하게 배였다.련이어 칼을 바꾸어 잡고는 고기껍질 바르고 뼈를 추려냈다. 떨어져나가는 생명의 편린들인양 번득이는 둥근 고기비늘들이 콩크리트바닥 여기저기에 널렸다. 숭어는 제몸통 길이의 일곱배나 되는 창자를 다 꺼낼 때까지도 몸체는 살아서 푸들거렸다. 이윽고 오실장은 박과장이 넘겨주는 고기들을 한점한점 회뜨기 시작했다. 아직도 살아서 팔팔한 기운을 주는 고기들이다. 고기머리와 앙상하니 남은 하얀 고기뼈들을 박과장은 툭툭 칼로 토막쳐서 간댕이 완도녀자에게 매운탕거리로 남겨줬다. 제 아무리 싱싱하고 큰 고기일지라도 벼락치듯 한순간에 해치우는 박과장의 일솜씨다. 오늘따라 박과장의 고기잡는 솜씨는 더구나 다급하다. 쫓기듯 생선잡는 주방분위기는 말 그대로 살인적이다. 그 어떤 광기어린 위압까지 느껴졌다.
어제 퇴근할 때 박과장은 사장한테서 압사직전만큼이나 숨쉬기 가쁜 말을 들었다. 월급은 더 올릴수 없으니 이달까지만 하란다. 이달이래야 오늘이 마감날이다.
어쩜 이럴수가?! 개를 길러도 그만한 세월이면 정이 들만큼 들겠는데 하물며 사람이 어찌 이를수가?! 생각할수록 분했다. 생각할수록 앞뒤 곱사등이 절통함이랄가, 박과장은 독종같은 사장을 목쳐 죽이고 싶었다. 결혼하던 그해 서른일곱나이에 “서울회집”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세월덕에 주어먹은 나이 마흔다섯이 되였다. 남자나이 마흔다섯, 불혹의 사십대라 하지만 어쩔수 없는 사십대이기도 하다.
신주땅에서 평생 땅파며 지금도 소수레를 마을뻐스처럼 타고다니는 량친부모님을 섬겨야 했고 이제 늦장가에 본, 한번도 본적 없는 아들놈을 소학교에 보내야 했다. 안해는 언제나 셈판이 들겠는지 오늘 아침에도 그가 잠에서 깨기도전에 비싼 국제전화료금을 그 앞으로 결산하며 전화를 걸어왔다.
“나 어제 시내에서 사는 내 친구 동숙이네 집구경하고 왔어요. 우리두 빨리 아빠트 사게 돈을 보내요. 좀 푼푼히 보내요. 동숙이네보다 장식을 더 멋있게 할테니깐요. 아빠트에서 살 생각을 하믄 히히…올해까지 아빠트 안 사믄 나두 나가 돈벌거야요. 꼭 돈 보내주지요?”
울화가 치밀었다.
“씨알머리없이 한심한 년, 아빠트 차구 살 생각이였어?...”
돈 보내라는 소리에 지겹고 지치기만 한다.
“언제까지 전화통 붙잡고있을거야…끊어. 나 출근해야 한다니깐. 내가 저녁에 할거야…”
“후, 산다는게 이게 무슨 꼴이야…밤낮 쫓기는 개처럼 하루도 맘 편할새가 없으니...개처럼 벌어서 정승처럼 쓰라지만…”
밑도 끝도 보이지 않는 이국타향살이 신물이 나지만 별수없이 눌러있는 그다. 사랑이 뭔지도 모르고 흘러간 8년은 두 사람의 가슴을 훑으며 너무나 많은 세월이 흐르며 색바래였다. 이젠 안해의 모습도 아리숭하다. 정이 없는 안해에겐 그리움도 없었다. 녀편네고 뭐고 때려치우고말 생각이 굴뚝같이 치솟다가도 열소경 한막대같이 아들을 믿고 사는 량부모님과 아들놈 때문에 어쩔수 없다. 사진에서나 본 늦장가에 막 만들어진 아들놈이지만 전화통에 대고 “아빠!”라고 부를 때면 참으로 애틋하게 피줄이 땡긴다. 두번 고기배를 타며 목숨걸고 번 돈으로 그는 장가간것이 아니라 녀편네를 사왔다고나 할가. 그나마 푼수떼기를 말이다. 잔치한지 석달만에 징징 매달려우는 녀편네를 떼놓고 나왔는데 그때에 아들씨가 들어않았던것이다.
“오늘 저녁엔 돌아가 그 철딱서니하구 어떻게 통화하지? 일자리 떼웠다고?”
요즈음은 온몸이 어디라없이 삭신이 물라나게 아파서 일이고 뭐도 다 귀찮아 때려치우고 싶었는데 막상 일자리 떼울려니 앞이 막연했다.
“박과장, 오늘은 웬 일이여? ‘서울회집’ 방송이 아직 개시곡두 안 울리니?”
밀려든 손님들이 상을 다 잡고 않았을즈음 주문이 뜸해지자 오실장은 새하얀 천사채를 동그랗게 몽그려 사기쟁반에 아홉봉을 올려놓고 그 우에 흰 고기점들을 싹뚝싹뚝 회를 떠서 얹으며 물었다.
“거시기, 서울회집방송이 오늘부터 프로젝트가 엉망이 됐으닝께 더 묻지 말라우…”
완도간댕이와 한주방에서 5년세월을 일한 탓일가, 박과장은 쩍하면 거시기 머시 기를 풀밭 메뚜기 뛰듯 말에 곧 잘 섞는다.
“어매! 왜 엉망이 됐지라? 방송이 끊기면 안될텐디요?”
간댕이 완도녀자가 끼여들어 깐죽거렸다.
“거시기 머시기 그렇게 됐지라…”
박과장은 퉁퉁 부은 저기압말투에 주방일군들은 엉망이 된 그의 기분을 알아차렸다. 사람좋은 박과장이 일을 할라치면 벼룩간이라도 빼먹을 박사장 몰래 소주 서너잔 마시고는 언 몸을 풀며 우스개부터 시작한다.
“난 말이여, 울 아부지 엄니가 막걸리 먹구 막판에 막 만든 놈이랑께. 가방끈 짜 른 불량품이거든. 하지만 하늘이 두 쪽이 될지라두 아들놈만은 정품으로 키워야겠어…”
얼음 풀린 개천물 흐르듯 온종일 쑤왈거리며 그는 지친 몸을 달래고 덧쌓이는 스트레스와 고향생각을 떨어버린다고 한다. 하지만 “서울회집”에 온 해부터 벗겨지기 시작한 짱구머리는 그 지독한 우스개에도 무관한듯 비껴가며 나이에 걸맞지 않게 아주 훌렁 넘어간 스트레스와 고달픔의 징표 번대가 되고 말았다.
오실장의 번득이는 칼날아래서 싹뚝싹뚝 잘려나가는 고기점들을 보며 박과장은 옭키를 들고 바깥에 나가더니 수족관에서 우럭 두마리를 건져 주방에 내쳤다.평생의 원쑤이기나 하듯이 그 우럭이 고향가는 길목을 막기나 한것처럼말이다. 펄떡펄떡 검푸른 몸뚱이의 비늘을 번뜩이며 우럭 두마리가 몸 부림쳤다.묵중한 고기때리는 칼을 들고 고기머리 명중을 시도하는 박과장의 손길아래서 고기들은 필사적으로 몸을 뒤채며 날렵한 꼬리로 바닥을 때렸다. 그럴때마다 사방에 물방울을 튕기며 아가미를 여닫는다. 칼을 들고 움직이던 박과장은 입술을 깨물더니 탁탁 우럭대가리를 때리고는 아가미에 엄지손가락을 넣고 칼질했다.
머리와 몸뚱이가 제가끔 나뒹굴며 내장이 풀려 나왔다.주방바닥에 피가 튕겼다. 간댕이가 이마살을 찡그려 붙이며 박과장을 흘겼다.박과장은 아직도 아가미를 여닫는 우럭대가리 두개를 우럭내장이 담긴 쓰레기통에 집어 던졌다.굳기름이 뒤덮인 눈을 부릅뜨고 우럭대가리는 제 몸뚱이를 오리오리 회뜨는 오실장을 바라본다.박과장은 아직도 쓰레기통안에서 살아 움직거리는 우럭대가리를 마주보며 시뻘건 초장에 오실장이 썰어놓은 우럭 살점을 찍어 그 무슨 우럭한테 맺힌 한을 풀기라도 하듯이 짓씹어 삼켰다. 우럭머리는 아직도 피를 떨구며 제 살점을 짓씹는 박과장을 초점잃은 희부연 눈으로 어이없이 바라본다.입가에 묻은 뻘건 초장을 쓱쓱 문지르며 박과장은 누구에게라 없이 한마디 툭 뱉았다.
“거시기 나 어제밤 무슨 꿈을 꾸었는지 아시겠어유?”
싸울듯이 거치르게 내뱉는 그 말투에 누구도 대답이 없다. 박과장은 어제밤 꿈을 생각하며 자다가 찬물 맞은듯 온 몸을 부르르 떨었다.
어제밤 박과장은 사장과 함께 쪽배에 앉아 고기잡으러 바다에 나갔다. 망망한 바다는 검푸른 물결을 뒤채이는데 쪽배는 삽시에 무수한 고기떼에 쫓기고 있었다. 등 푸른 고등어떼가 빌딩처럼 몰켜오고 빨간 도미떼는 바다를 피로 물들이며 뒤쫓아왔다. 모래속에 몸을 숨겼던 넙치들이 일제히 배를 덮치고 노란 가오리떼가 바다우를 메우며 날카로운 독가시로 찌르려 달려들었다. 박과장은 죽기내기로 악착같이 노를 저었으나 배는 바다에 뿌리내린듯 맴돌아치며 도저히 나가주질 않았다.
“사, 사장님, 바다고기들이 데, 데모를 하는구먼요. 지들의 동료가 우리 회집에서 너무도 무참히 죽어간다고 말이예유…”
박과장은 넋없이 박사장을 찾았으나 사장은 그 분노한 고기떼속에 자기 혼자 남겨놓은채 호화선을 타고 바다 저편으로 여우작작하게 유유히 사라지고있었다. 고기떼들이 일제히 날카로운 이발을 드러내며 박과장한테 달려들었다. 노란 가오리 독가시에 사정없이 옆구리를 찔렸다. 박과장은 놀라서 고함을 지르다가 그만 노를 바다에 떨어뜨렸다.
“으, 윽, 아, 악, 사람살려…윽…”
옆에서 자던 미스유가 놀라 마구 흔들어 깨우지만 않았어도 그는 바다물우에서 기절해버렸을것이다. 식은땀이 온몸을 오싹하게 적셨다. 옆구리가 바늘로 쿡쿡 쏘는듯 아프다.
“쌍, 빌어먹을, 꿈자리 데럽게 사납군!”
장사는 한밤중에도 마무리가 되지 않았다. 백오십키로도 넘는 고기들을 때려잡고 찍고 베고 토막치고 껍질 바르고난 박과장은 쥐여짠 무명천이다. 후줄근한 바지가랭이는 하루종일 잡은 생선피에 질펀하게 얼룩졌고 남색장화에는 궂은물이 질질 흐르는 희끗희끗한 고기밸들이 거마리가 되여 이리저리 되는대로 달라붙었다. 얼마 남지 않은 머리끝에 매달린 고기비늘들은 가담가담 위태롭기만 한데 번대머리우에 떨어진 허연 둥근 고기비늘들은 아예 말라붙었다. 거뭇거뭇 푸른 기운을 띤 지친 두눈은 죽어가는 생선모습이다. 박과장은 자꾸만 한없이 잦아드는 몸을 겨우나 추스르며 찬 비지땀을 흘렸다. 띠끔띠끔 아프던 옆구리가 오늘따라 별스레 진통이 심하다. 세축이나 사장 몰래 도적술깨나 마셨는데도 진통은 멎지 않았다.
“안되겠다, 래일은 병원에 가봐야지…”
병원에 갈 생각을 하니 병보다 지레 병원비가 겁났다.
밀물처럼 쓸어들던 손님들이 한밤중이 넘어서자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사장은 그 시각에 박과장더러 오늘밤을 넘기지 못할 수족관의 고기들을 마저 잡아서 랭장고에 넣으라고 했다. 수족관에서 모로 축 늘어진채 희끗희끗한 배를 드러내고 거물거물한 등을 추스르지 못하는 숭어를 건져올리며 박과장은 어쩐지 코마루가 찡 저려나며 눈물이 핑 앞을 가리웠다. 한때는 푸른 바다를 주름잡으며 다녔을 등 푸른 바다고기는 “서울회집”수족관에서 죽어가고 있다. 수족관에서 건져올려 콩크리트바닥에 내쳤지만 고기는 이젠 삶을 포기한채 몸부림을 치지 않는다. 너무나 지쳤다. 고기는 초점잃은 눈을 죽어서도 감지않았다. 무엇이 죽으면서도 그리 그리웠을가? 잃어버린 푸른 바다? 생에 대한 미련? 고기를 잡는 박과장의 손이 자꾸만 부들부들 떤다. 박과장은 한참이나 아픈 옆구리를 손으로 누르며 찬 비지땀을 뚝뚝 떨구었다. 8년전 박과장은 이 “서울회집”에 발을 들여놓으며 정말 큰고기를 잡고싶었다. 그때 그는 한마리의 등 푸른 바다고기처럼 싱싱했었다. 서른일곱나이에 두번 고기잡이배를 타서 번 돈으로 찬밥더운밥 가릴새없이 벼락같이 선보고 번개같이 맞아들인 색시는 푼수떼기 천방지축이였다. 천방지축이면 어떻고 만방지축이면 뭐라나. 녀자씨가 마른 세월에 그저 두눈 딱 감고 허리에 치마두른것이면 절구통이건 겨릅대이건 가림없이 안해로 맞아야겠다고 마음을 굳힐 때였으니 그나마 남이 적셔놓지 않아 다행이였다.
서른일곱에 만난 안해는 그에게 화산같은 분출구였다. 신주단지 모시듯한 분출구에서 그는 밤마다 아시벌 재벌 훑으며 초죽음이 되게 죽여주곤 늘어지군 했었다. 안해가 배자굽에 엎드려 왝왝 열물을 쏟을무렵 그는 랭장고속에 랭동되여있었던 상태에서 펄쩍 정신이 돌기 시작했다. 이대로 죽치고 앉아 있다간 비실비실한 량부모님이 하늘나라로 가시기전에 뻔한 세상구경 못시킬것 같고 장가철 놓친 자기가 미친듯이 막 심어 싹틔운 어린 싹마저 먹여살려 못낸다면 화산같은 분출구도 언제 싸늘하게 식어버린 숯덩이가 될지도 모른다는 속셈에 부랴부랴 고향을 떠나 이 빌딩숲속의 “서울회집”으로 왔다. 하지만 밤마다 목마르게 갈구하며 분출구를 찾지 못해 허우적거리는 놈에게 수음따위로 달래기는 너무나 객적은 짓거리였다.
그때 큰거리의 뒤안길에 자리잡은 “서울회집”은 코구멍만한 가게였다. 새벽쥐 서방질할 자리도 모자랐다. 사모님이 간댕이로 일했고 사장이 주방장으로 일했었다. 고기잡고 생선 굽고 야채 손질하고 설겆이하고 청소하고 쓰레기 치우고 다람쥐 채바키 돌듯 뒤치닥거리는 박과장의 몫이였다. 고기배를 두번 타면서 익힌 생선 잡는 솜씨만은 알아줘야 했다. 손이 유난히 크고 두터운 그는 거쿨진 체격에 머리 또한 평안도 골받이군처럼 남북으로 삐여진 짱구였다. 두번째 배탈 때 면목 익히고 종친이라며 자칭 형님으로 된 박사장의 연줄로 브로커에게 리자돈 8만원을 건네주고 여기에 와 눌러앉아 쭉 일해왔다. “서울회집”에서 일하기로 한날 박사장은 분명 그에게 말했다.
“이봐, 박과장 태평양바다에서 우리 서로 목숨 걸구 형제로 되였잖아. 나만 믿으라구. 돈 많이 벌구 장사 잘 되면 나 혼자 잘 먹구 잘 살지는 않을걸세…”
박과장이 늙은 부모님과 천방지축인 안해와 아들에게 생활비를 보내며 리자돈 8만원을 갚고나니 길가의 노란 개나리가 세번이나 훌쩍훌쩍 피였다 지고 국화꽃 피는 계절이 될즈음이였다. 그동안 가게는 생선회집으로 떴다. 박사장은 언제 주방장이였나싶게 사장님으로 출세했고 사모님은 간댕이로부터 카운터의 마님으로 변신했다. 가게는 두번이나 확장됐다. 새로 오실장이 왔고 완도녀자가 간댕이로 취직했다. 마지막 확장할 때 홀써빙으로 아가씨 셋이 불었다. 그때 들아온 미스유는 참 봄날같이 상큼한 녀자였다. 온종일 힘들고 지치지만 언제나 가게를 웃음바다로 만드는 미스유, 다혈질의 사장님은 그녀의 화사한 애교에 가끔가끔 현기증이 난다고 했다.
미스유의 싱그러운 체취가 박과장의 애써 잠재우던 본능들을 또다시 불러깨웠다. 화산같은 열망으로 박과장은 분출구를 노렸다. 남편의 회사가 부도를 내고 실업하자 집안살림은 미스유의 가냘픈 어깨에 짊어지워졌다. 그 무거운 짐을 나누어메기에 박과장은 더없이 기대기 좋은 언덕이였다. 죽고싶을만큼 지독하게 외로운 휴식일날밤 박과장은 가게문을 닫을 시간에 맞춰 미스유를 불러냈다. 둘은 길가 포장마차에서 억수로 술에 취한채 떡이 되여 박과장이 세맡은 옥상집에서 하루밤을 보낸후로 쭉 한맵시로 4년세월을 그렇게 보냈다. 한가게에서 일하는 둘은 장사가 끝나면 의례 길거리 포장마차로 시작해서 박과장의 옥상집에서 한두시간씩 함께 쉬였다가는것으로 마무리짓군 했다. 미스유는 서로 부담 갖지 않고 누이 좋고 매부 좋고 마당 쓸다 돈 줏고 그런 식이라지만 박과장은 좋기만 하지않았다. 호사다마라할가, 예전처럼 좀체로 돈이 모아지지 않았다. 올해에 벌어갖고가지, 래년까지 모으면 되겠지. 한해만 더…이붓애비 제날 미루듯 그렇게 그렇게 실수없이 가는 세월덕에 8년이 흘렀다. 이젠 모으지도 못하는 돈벌이에 지치고 귀찮기만 했다. 술장사 십년에 깨진 주전자만 남았다더니 타향살이 8년에 지친 몸뚱이만 달랑 남았다.
두번이나 확장된 “서울회집” 박사장의 허리는 꿋꿋해졌고 목소리는 점점 굵어졌다. 가게 일군들을 휘동하는 사모님의 수완은 뛰는 놈우에 나는 년이다. 누군가 이집 주인내외는 동지섣달에 벗겨놔도 욕심으로 부산까지 갈거라도 했다.
박과장은 그동안 아이들 자지끝에 매달린 밥풀만큼씩 올려주는 월급을 쭉 한맵시로 받아왔다. 가게는 확장되고 하는 일은 기함이라도 지르게 늘어만났는데 월급봉투는 그냥 허기져있다.
“후, 고기배에서 상한 허리만 아프지 않았어도 주방을 떠나겠는데…”
경력으로 보나 일솜씨로 보나 가게에서 박과장은 고참이다. 월급 줄 때마다 사장은 “가게 확장하느라 대출받은 빚이 있어서…조금만 참아주면 돈벌어. 나 혼자 잘먹구 잘살지는 않을거네.”로 마무리 짓는다. 돈벌면 혼자 잘먹고 잘살지는 않는다는 말을 박과장은 인젠 미친년 꿈에 넉두리쯤으로 짚고 넘어간다. 기대같은건 아예 걸어볼 턱도 없지만 정작 월급을 올려줘야 할 대목에 이르니 피똥싸게 8년 부린 사람을 비루먹은 개 쫓듯 내치는 소행만은 참으로 목을 쳐 갈아마시고싶도록 이가 갈리고 치가 떨렸다.
가게에 걸어놓은 시계시침은 자정으로 가는데 마감 손님의 서비스로 박과장은 등 푸른 청어를 몇번 칼질하여 소금 뿌리고 불판에 올려놓았다. 파란 가스불아래서 청어는 노란 기름을 바질바질 떨구며 잘 익어가고 있었다. 박과장은 웬지 오늘따라 자꾸만 간이나 쓸개가 목줄기에 올라붙은듯 가슴까지 침침하고 옥죄여오며 무시로 옆구리 통증이 심해졌다.
“지랄같이, 아픈 증세가 그저일같지 않은데?...”
오실장은 마감 손님이 주문한 고기를 한 손에 잡고 칼날을 번득이벼 회를 뜨기 시작했다. 한봉 두봉, 육중한 사기쟁반에 눈이 시리게 흰 천사채가 놓이고 그우에 금방 회뜨는 고기점들이 헤염치듯 올랐다. 쟁반두리엔 새파란 물기먹은 파슬리가 뚝뚝 진한 먹피를 토하듯 활짝 피여 슬프게 웃는 자색양란 세송이를 안받침하고있다. 양란과 함께 당근으로 모양을 낸 빨간 나비 두마리가 금시 떨구어놓은 피방울인양 파르르 날개짓을 한다.
이 시각엔 주방일군들은 모두 말이 없다. 그 누구의 탓도 아니련만 지친 사람들은 서로 잡아먹을듯이 악을 쓰고 하루일을 매듭짓는다. 회뜨는 오실장의 손놀림이 빨라진다. 눈부신 형광등아래서 파란 칼날은 푸른 생선등에 박힌다.
“어, 어억…흑…헉…”
갑자기 박과장은 무서운 통증에 가슴이 헉헉 막히며 숨통이 열리지 않았다.
“끄, 끄르륵, 쿨룩…”
박과장은 몸을 외로 틀며 바닥에 쓰러졌다. 쓰러진 박과장의 입으로 검붉은 피가 쿨룩쿨룩 흘러나와 바닥을 적셨다. 박과장이 토해내는 검붉은 피는 금방 머리 떨어진 고기피에 범벅이 되였다. 주방일군들은 급기야 두눈을 흡뜨는 박과장을 보며 기겁을 하였다. 생선비린내, 살인적인 사람생피 비린내로 가득하며 주방에서는 소란이 터졌다.
“박, 박과장…”
오실장의 놀란 부르짖음이 먼산 눈산태에 깔린듯 간간이 들리는데 무수한 바다고기떼가 한꺼번에 덮치며 박과장은 천길나락으로 떨어졌다.
“허, 헉, 끄, 끄르륵…”
미스유가 기겁하여 앰뷸런스를 불렀다. 박과장은 병원으로 가는 길에서 미처 손쓸새도 없이 가쁜 숨을 거두었다. 오실장과 미스유가 차디찬 령안실에 박과장을 두고 나왔다.
“후, 사람 목숨이라는게…”
이튿날 가게는 아침나절 부산했다. 아무리 명은 하늘에 달렸다해도 파장까지 생떼 같던 박과장의 돌연한 죽음에 모두들 아연해진 나머지 허무한 세상살이에 손맥 떨어져 일감을 잡지 못했다.
미스유는 멍청하니 아직도 주방구석에 걸려있는 박과장의 고기피에 얼룩진 청바지를 바라봤다. 그동안 참 많이 기대고 살았던 사람인것 같았다.
“불쌍한 사람, 지지리 복도 없이 객사하다니…”
미스유는 말없이 박과장의 피묻은 바지를 벗겨 비닐봉다리에 넣다가 허리띠에 매달린 옥상집 열쇠뭉치가 선뜩하니 손에 닿자 흠칫했다. 다음순간 미스유는 열쇠고리를 빼내고 쓰레기용 비닐봉다리에 구겨넣었다. 그동안 주고받은 정까지 버리려는듯 박과장이 쓰던 세수비누, 수건, 장화, 끌신따위를 보이는 족족 걷어다 쓰레기주머니에 미련없이 먼지 털듯 툭툭 버렸다. 미스유는 차디찬 병원 령안실에서 이국의 가족들이 오기를 기다리는 박과장의 시신을 떠올리며 오늘저녁엔 좀 일찍 퇴근하여 박과장이 살던 옥상집에 가 부동산계약서를 찾아 래일은 세집을 물리고 저당금 500만원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다. 저당금 500만원을 찾을 생각을 하니 공연히 마음이 급해졌다. 그는 들고다니는 자기 핸드백안주머니에 옥상열쇠를 간수했다. 가게일군들은 묵묵히 일만 했다. 박과장대신으로 간댕이가 주선한 아침에 새로 온 리씨가 낯선 주방에 익숙치 않아 이것저것 들었다놨다하다가 오실장이 시키는대로 “예, 예”하며 부산을 떨었다.
수족관에는 어제 살아남은 넙치가 제 동료들의 죽음을 지켜보며 세상을 흘기고 있다. 참으로 못난 놈이였다. 몸의 좌우가 아예 군형을 잃은채 두눈이 온통 비딱하게 왼쪽에 가 박혔다. 그나마 한쪽눈은 머리우에서 쉴새없이 돌면서 움직이는것처럼 보인다. 눈이 돌아가는대로 움직이며 보다나니 아예 세상을 흘겨보며 살게 되였다. 갓 태여났을 때만 해도 별이상 없던 놈이였는데 자라면서 어쩌구려 생판 두눈이 왼쪽으로 쏠려가 옆으로만 움직이며 살게 됐다. 고약한 심성에 탐욕스러워 동족도 꺼리낌없이 잡아먹는 “바다깡패”다. 험난한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흑갈색 못난 몸뚱이 색갈도 주변 색갈을 따라 변화시킨다.
노량진 아침 해물시장을 봐온 박사장은 등 푸른 싱싱한 바다고기들을 리씨를 시켜 수족관에 쏟아넣게 했다. 물이 싱싱한 고기들은 살아서 헤염치기 시작했다.
서른일곱나이의 리씨는 반년전 로모와 조부를 남해바다 어느 섬마을에 두고 회진땅을 밟으며 서울로 올라온 덜먹총각이다. 한창 기운 쓸 나이에 부담없는 홀몸, 바다가에서 자라 해물에 밝은 리씨를 박사장은 면접보자마자 마음에 들어하는 눈치다.
“이봐 리씨, 아니 리과장이라 해야지. 나만 믿으라구. 장사 잘되여 돈 많이 벌면 나 혼자 잘먹구 잘살지는 않을테니깐, 우리 서로 믿구 일해보세. 일솜씨를 보아서 한달후 계약할걸세…”
죽은 사람은 갔지만 살아있는 사람들은 제 몫을 살아야만 했다. 박과장의 죽음이라는 무겁고 어두운 그림자를 몰아내려는듯 박사장의 드센 억양이 홀에 울렸다.
“미스유, 록음기 틀어봐…”
“네. 알았어요! 사장님…”
님자를 길게 뽑는 미스유는 천연덕스럽다. 박과장의 넋이 너무나 슬퍼할 일이다. 넓은 홀에서 찬송가가 사람들의 가슴을 훑으며 울렸다.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이 갈 길을 다 달리고
땅우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
내 앞에 남은 일 오직 저길...”
그 시각 박사장은 마른 나무토막처럼 딱딱한 표정으로 지하철에서 신문지 덮고 자다가 아침밥 얻어먹으러 들어온 로숙자 두사람을 내쫓고 있었다. 카운터에서 사모님은 아까부터 목탁을 딱딱 두드리며 요지부동 서있는 동냥중에게 천원짜리 지페를 건성으로 건네주며 빨리 나가라고 한손으로 출입문을 열어주었다. 누구에게라 없이 박사장은 짜증스레 역정을 내며 버럭 소리를 내싸질렀다.
“씨팔, 아침장사부터 재수없이 쉬날리게 여기가 뭐 자선사업하는 곳이야!”
참으로 너무나 물이 싱싱하고 예쁜 고기였다. 도미, 이른봄의 도미는 이름도 예쁘다. 꽃돔, 평생을 푸른 바다에서 살면서도 물들지않는 도고함에 사랑을 받는지도 모른다. 온 몸에 붉은 비단을 휘감은듯 유연한 몸짓과 많고많은 어류중에서도 고기맛이 으뜸이라는 평판이 나서 사람들이 잡으려고 할라치면 먹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낚시줄을 잘 끊기로 유명하다. 지중해의 넓은 바다를 자유로이 넘나들 때 도미는 바다가 갯벌 냄새향기에 취한 사람들과 더불어 페활량이 좋아지는 오존에 빨려들어 스쿠버다이빙을 같이 하며 뽀트를 탄 나젊은 엄마의 모습도 만끽했었다. 해저 가까운 깊이에는 새우, 게, 조개, 굴 등 맛나는 먹이가 풍성했다. 오늘도 지중해의 넓은 바다는 삶의 자유로움과 넉넉함을 고스란히 품어안고있으련만 “서울회집” 수족관에 갇힌 빨간 도미는 차츰 생기를 잃어갔다. 도미의 예쁜 모습, 붉은 비늘들이 점점이 떨어지며 지중해바다에서의 도고함을 잃어야만 하는 슬픔을 지녔다. 붉은 비늘이 떨어진 상처자국을 노리며 능청을 떠는 바다깡패들의 날카로운 송곳이도 피해야만 했지만 “서울회집”수족관에는 그럴만한 해초 한포기도 없는 철저히 하얀 라체다.
“미스유, 8만원짜리 광어회 두개, 대자로 해줘…빨리…”
“어서 오세요. 반갑습니다. 그럴게요.사장니임…”
미스유가 잘 숙련된 님자를 길게 뽑아치며 8번상으로 김사장 일행을 안내했다.
오늘 김사장은 미스코리아로 불리우는 녀비서와 동행하지 않았다. 녀비서가 오지 않는 날이면 김사장은 “서울회집” 홀아가씨들에게 인기 만점이다. 홀아가씨는 손님쟁탈에 필요하다면 적당회 죄였던 나사도 풀어버린다. 풀린 나사가 열뜬 사고치기는 여반장인 세월이다. 박과장은 급사한후 미스유가 노리는 단골 기둥손님은 김사장이다. 그만큼 미스유는 자신이 있었다. 죽으러 작정하믄 상감님의 턱이라구 못찰가. 까짓 녀비서쯤이야. 서울바닥엔 남대문시장바닥의 “골라봐”싸구려 물건들처럼 지천으로 깔린것이 사장이라는 이름을 띤 사람들이다. 김사장은 재벌은 아니여도 부자는 옳았다. 그쯤한 부자 골라보는 눈썰미는 미스유의 재간이라 할가. 몇해째 “서울회집”에서 홀써빙으로 일하여 눈치로 탁마해낸 특기라면 특기이다. 지독한 후각을 갖고있는 미스유는 김사장의 부자냄새를 오차없이 맡아냈다.
김사장이 오는 날이자 미스유가 정신없이 돌아치는 날이다. 가게에 들어서는 김사장의 틀거지는 풀먹인 모시보다 더 뻣뻣하지만 눈치빠르고 속셈빠른 미스유가 활짝 웃으며 김사장과 무언의 눈길을 맞추자 금시 명주고름같이 부드러워졌다. 미스유는 랑랑 18세 소녀가 되여 주문을 받았다.
“오실장님, 8만원짜리 광어회 두갠데요. 오늘 광어 물이 참 싱싱하지요? 구로동 김사장님이,아니 구로동 우리 큰오빠 주문이데요. 알아서 해주시지요?...”
“알았어. 미스유, 주문만 많이받아오랑께. 서울회집에 뭐가 없겠어…”
오실장은 정신없이 돌아치는 미스유와 정신있는 맞장구를 치며 두눈을 끔쩍했다. 김사장이 왔다가는 날이자 오실장도 한몫 잡는 날이다.
“리과장님, 빨리 우리 큰오빠 주문한 광어부터 건져와야지요…”
미스유의 진한 애교가 묻어나는 주문소리가 8번상에 앉은 김사장의 열린 귀바퀴에 생생하게 감돌아친다.
“허, 우리 큰오빠? 오빠라? 흠흠 오빠가 아빠되는 세월이야…하하!”
김사장은 밑반찬과 해물 앞스끼다시와 야채 한벌을 들고간 미스유한테 주문한 산사춘 술병을 넘겨주며 아껴먹는 사탕 다루듯 자기곁에 붙여앉히곤 술을 부어달란다. 봄날같은 미스유의 싱그러운 체취가 풍기며 8번상은 익어가기 시작했다.
리과장이 광어를 수족관에서 건져냈다. 금방 건져올린 광어는 풀떡풀떡 몸을 솟구쳤다. 물기 자르르 흐르는 꼬리로 차거운 콩크리트바닥을 찰싹찰싹 깨릴리치면 하얀 물방울들이 부셔져내린다. 물없는 통크리트바닥에서 몸부림치던 고기는 어느새 회뜨는 오실장의 번득이는 칼날아래서 절망과 고통 호소한다.
김사장은 미스유의 감각 좋은 손목을 꼭 잡고 술잔을 입에 갖다댔다. 곬이 금방 보이게 시원스레 내리판 옷깃속에서 드러낼듯말듯 감질나게 잘 부푼 가슴, 물들인 금발머리를 뒤로 상큼하게 걷어올려 깨끗한 하얀 피부에 말끔하게 고운 목선이 그대로 드러나있다. 무더운 여름열기도 식혀낼듯 시원하게 물기 많은 큰 눈, 소백산 철쭉꽃인양 립스틱 진한 도톰한 입, 즐거운 분위기를 만들줄 아는 녀자, 어느 남자가 봐도 한번쯤은 안아보고싶도록 섹시한 몸매,김사장의 말대로 그녀는 서울회집의 브랜드다. 8번상은 미스유의 주문대로 리드돼갔고 술상은 무르익어갔다.
8번상에 주문된 광어는 회친채 접시에서 아직도 살아서 눈알이 움직이다. 물이 싱싱한 회, 그걸 보자 8번상 김사장 일행은 환성은 지르며 그 싱싱한 살점을 탐내여 잘도 집어 먹었다 푸른 와사비에 뻘건 초장을 곁들어 꾹꾹 찍어서 와작와작 쩝쩝 소리내며 씹었다.
“어, 고소하군…”
“어, 싱싱해…”
광어는 그냥 제 살점을 로략질하는 사람들을 향해 눈알을 움직이고 있다. 움직이는 광어의 눈은 절망과 원망과 울분으로 세상을 흘긴다. 누군가 그 기막힌 생살점을 로략질해 씹으려다가 차마 움직이는 광어의 눈을 바라볼수 없어서인지 집었던 살점 하나를 광어의 움직이는 눈에 덮어주었다.
미스유는 도화색 꽃물을 들썼다. 빨간 철쭉꽃입술에 꽃살인양 웃을 때마다 드러나는 가쭌한 하얀 이발, 그속에서 날름거리는 핑크색의 혀를 보며 김사장의 손길은 어느덧 미스유의 등곬을 지나 탱탱한 엉뎅이에 가 피아노를 치고있다. 포근포근 탄력있는 미스유의 몸뚱이가 김사장의 기막히게 쿵쾅거리는 반쪽 가슴에 매달려 잘 각색된 한편의 드라마를 연출하고 있다.
불판우에서 청어 두마리가 자글자글 노란 기름을 떨구며 맛있게 익어간다. 박사장은 간댕이 완도녀자더러 8번상에 서비스로 가져가란다. 내키지 않아하면서 8번상에 갔다 온 완도녀자는 샘나듯 입을 비쭉이며 짜증을 냈다.
“어유 거시기, 저 꽃배아암…”
김사장은 장사마감 마무리에도 싱싱한 도미 한마리를 회떠서 포장해달라고 했다. 비싸긴 해도 집에 사모님한테 갖고가시라는 미스유의 애교스런 권고를 액면대로 받아들였다.
“허, 이것참 볼 떼우고 턱 떼우는 판이군 그래…”
수족관에서 건져올린 도미 한마리가 붉은 몸뚱이를 번득거리며 이리저리 몸부림치지만 어느결에 리과장의 칼을 맞고 비늘이 벗겨진채 오실장의 칼날아래서 만신창이 된 고기점으로 변했다. 지중해의 넓은 바다를 넘나들 때 도미는 먹이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고 낚시줄을 잘 끊기로 유명했어도 콩크리트 빌딩숲속의 서울회집에선 어쩔수 없었다. 김사장이 내미는 수표에 회치는 칼도마에 오르는 운명은 비켜가지 못했다.김사장은 미스유가 들고왔던 쟁반에 세종대왕님 다섯장을 호기스레 얹어주곤 오실장을 불렀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미스유의 특이한 봄 종다리같은 목소리와 오실장의 허스키한 목소리리가 이중창으로 들려왔다. 8번상에 서비스로 나갈 매운탕을 끓이며 완도녀자는 괜히 리과장을 향해 투덜댔다.
“어유 거시기, 머시기 저 닭살들…”
시침은 자정에서 나란히 만났다. 퇴근시간은 벌써 한시간을 넘겼다. 박사장은 퇴근을 서두르는 일군들에게 초과한 시간당 오천원씩 건네주곤 어디론가 피해버렸다. 오실장은 회뜨는 칼을 도마에 덜렁 내치며 얼굴색이 변했다.
“벌써 며칠째 퇴근시간을 늦추는거야? 사람 뭘루 보구 이 짓거리야? 이래두 되는거여? 바위돌은 누가 들고 게는 누가 먹어? 지하철 끊기고 뻐스 끊긴 이 시간까지 부리구 까짓 오천원을 주면 어쩌란 말이여. 집까지 택시타면 료금이 얼마나 나오는지 알기나 하는거여? 지랄같이 만오천이 나와. 만오천씩이나…”
김사장의 까만 자가용은 일군들이 다 퇴근하는 시각까지 가게문앞에서 점잔을 빼고 있다. 퇴근하는 일군들이 가게문을 나서자 굽인돌이에 오토바이를 세워놓고 미스유를 기다리던 남편 남씨가 핸드폰을 들었다.
“어 나야, 아직 장사 끝나지 않았어?”
미스유는 가게안에서 다급히 남편의 핸드폰을 받았다.
“자기야, 지금 거기 어디야?”
미스유의 남편은 생뚱같이 대답했다.
“음, 여기 집인데 너무 늦은것 같아 내가 마중하러 떠나는 참이야…”
“고마워요. 근데 오실 필요없어요. 오늘 직원들이 회식이 있어 늦어지니깐 주방아줌마들과 함께 자기루 했어요. 오토바이 타구 오느라면 위험하잖아. 나 오늘 회식 때 소주 쬐꼼 먹었는데 머리가 어지러워 오토바이 뒤에 앉을것 같잖아. 그러니 떠나지 말어. 집에 못가. 미안…”
미스유는 딱 하고 핸드폰을 닫고는 술취한 김사장을 부축하여 까만 승용차에 올랐다. 그러는 미스유를 사모님은 은근히 불러냈다.
“미스유, 김사장님 잘 모셔다드려. 전번에 최사장님두 우리 가게 단골루 만들었잖아. 이번에 김사장님 꽉 붙잡아줘. 보너스는 섭섭하게 주지 않을테니깐…”
사모님은 미스유의 나긋나긋한 손에 감아쥐고있던 수표 한장을 쥐여주었다.
“알아서 잘할게요. 사모님…”
미스유는 취하지 않았다. 김사장의 서류가방안에 아직도 자기를 위해 남긴 수표 두세장쯤은 있을거고 호주머니에는 카드도 있을거라는 판단은 녀비서가 딸려오지 않는 날 별로 힘들이지도 않고 알수 있는 일상들이다.
“사장님, 어디로 모실가요?”
미스유가 차에 오르자 대리운전기사 아저씨가 김사장에게 물었다.
“골든호텔…”
저만큼에서 네온이 번쩍이는 큰거리로 까만 승용차는 물매미처럼 미끌어져 들어갔다. 남씨가 까만 승용차를 뒤따라서는데 옆골목으로 빠져나온 빨간 택시가 끼여들었다. 남씨는 서울거리에서 둘도 없는 고물같은 오토바이를 퉁탕거리며 뒤쫓았다.
“씨팔, 남의 와이프까지 회쳐먹을 작정을 하는군 아주…”
후회막급이다. 애초에 안해를 “서울회집” 홀써빙으로 보낸 자기가 잘못이였다. 안해는 직장생활 5년만에 회사를 그만두었다. 년년생으로 태여난 두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였다. 아이들은 커서 초등학교에 들어갔다. 돈쓸데는 바다가의 조약돌처럼 많아지는데 남씨가 다니던 회사가 부도를 내자 밥줄이 끊기였다. 할수없이 매일 현장일에 뛰고있지만 이 겨울철엔 일거리가 날마다 있는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남들처럼 가방끈 긴것도 아니고 삐여난 재간 또한 없었다. 전세집 하나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채 남씨는 식구들을 데리고 남의 지하방신세를 지고있다. 무능한 남편 만나 고생하는 안해가 불쌍해서 일거리 없는 날에는 마중오는 그였지만 언젠부턴가부터 뭇사내들속에서 풍기다만 술냄새를 이불속까지 달고 올 때면 환장하여 폭발하기직전이다. 고물같은 오토바이를 타고 까만 승용차를 뒤쫓아가는 남씨의 두눈에서는 살기에 찬 퍼런 불이 뚝뚝 떨어진다.
“씨팔, 년놈 이제 죽었다.오늘이 제사날인줄 알아라.”
남씨는 지그시 가속기를 밟았다. 서울의 거리는 네온으로 번쩍인다. 갑자기 앞에 붉은 신호등이 켜졌다. 앞서가던 빨간 택시가 멈춰서는바람에 남씨는 오토바이를 세울수밖에 없었다. 부아돋은 날 이붓애비가 온다고 까만 승용차는 저만큼 달려가는데 그는 두주먹으로 미친듯이 오토바이핸들을 두들겼다. 까만 승용차의 뒤꼬리 빨간 불빛이 한들한들 남씨를 조롱한다.
오실장은 자정이 넘어서야 겨울바람이 닥달질하는 거리에 택시잡으러 나섰다. 택시탈 일이 없을 때는 그다지도 흔해빠졌던 차들이 정작 오실장이 타자니 없었다. 거치른 밤바람에 한참이나 덜덜거리며 서있는 오실장앞으로 낡은 깡통같은 택시 한대가 굴러와 멈춰났다. “빈차”라고 빨간 상투를 한 깡통택시에 오실장은 지친 몸을 쑤셔박듯 올라탔다. 택시를 잡아탄 오실장은 터질듯 아픈 발때문에 신부터 벗었다.
멀뚱하게 부은 다리에 퉁퉁 부은 발이 달려있다.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놓으면 잘 부푼 만두같아서 뼈가 들어있지 않게 보였다. 아픈 발을 주무느라 굽힌 허리가 금시 부서져내리는것만 같아 오실장은 저도 몰래 앓음소리를 냈다. “으, 음-” 밀려오는 무릎관절통증, 욱신거리는 머리와 어깨, 오실장은 몸뚱이 전체가 어디 아픈지 도무지 감이 잡히질 않았다.
“후유, 세월신세를 많이 봤군. 남의 주머니 돈벌기가 누워서 떡먹기여? 아파도 매인 목숨인게 별수 없지.”
꼭 한달째다. 하루도 휴식이 없다. 박과장이 죽은후로 리과장이 주방일에 익숙해질 때까지 휴식말아달라는 사장의 말은 어떤 리유로도 막지 못했다. 가게에 나와 회뜨는 칼을 잡기만 하면 오실장은 기계가 되고만다. 거기에다 밀려드는 말썽 많은 손님들의 투정을 받아주는것도 오실장의 몫이다. 밑반찬이 짜도, 탕이 싱거워도, 생선이 노릇노릇하게 굽혀지지 않아도 그릇에 채 씻겨나가지 않는 고추가루도, 주방에 가스불, 전기불을 제때에 끄지 않아도, 주방일군이 수도물을 마구 써도, 세탁기 오래 돌려도 사장은 오실장부터 닦아세운다. 머리발 허얘서 젊은 애들앞에서 우거지되게 들볶이고나변 정말 그 자리에서 혀를 깨물고 죽고싶다. 그런것쯤한 닥달은 주인이니 그러려니 하고 넘기지만 매일 장사뒤끝에 들이대는 혹독한 질문 “장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 모양 이 꼴이야?”였다. 그럴 때마다 억울하게도 가진것 없고 먹은것 없이 요강뚜껑에 물 떠먹은듯이, 여기저기 똥 묻은것같은 찜찜한 기분인데 사장은 차액을 찾아내라고 질식해 죽기직전으로 몰아부친다. 참말이지 회뜨던 칼로 기어이 찔러서 피를 보고 싶을 때가 한두번은 아니였다.
요즈음엔 주방에서 느닷없이 축나는 비싼 고급양념들과 랭장고에 넣어놓은 해물들이 축나서 당혹스럽기만 한데 간댕이 완도녀자의 날카로운 가오리 독가시같은 발린 웃음은 늘 뒤통수에 매달려 떨어지지 않는다.
“후, 선무당이 사람잡는다더니 간댕이는 언제든 사장한테 날 생물어먹을 불여시야.”
오실장이 늘 안해와 입버릇처럼 하는 말이다.
이맘때면 회집들의 장사계절이다. 년말년시면 가게는 밀려드는 손님들때문에 즐거운 비명을 터뜨린다. 사람좋은 박과장이 살았을 때는 시키지 않아도 눈길만으로 할 일을 알아서 척척 해냈는데 리과장은 벌써부터 오실장이 부려먹는다고 툴툴거리는 눈치다. 이제 온지 달포나마나 한데 완도간댕이와는 아주 짝궁이 되였다. 비좁은 주방에서 간댕이와 맞부딪칠 때마다 가을잠자리 물차듯 간댕이의 몸뚱이를 손이 닿는대로 어루쓴다. 그럴 때마다 눈꼬리에 색기 자르르한 웃음을 날리는 간댕이와 맞띄우면 오실장은 송충이가 목덜미에 기여오르듯 온몸에 닭살이 돋았다.
며칠전 오실장은 주방일군들이 들고 다니는 핸드백들을 홀에 있는 탈의실에 두라고 했다. 도적개 코세다가 화장품이 들어있는 백을 어떻게 탈의실에 두냐는 간댕이의 말도 일축해버렸다. 그리곤 주방일군들에게 나누어주었던 가게열쇠를 거두어들였다. 주방열쇠는 오실장만 차지했다. 자기를 견주어 하는 오실장의 조치라는걸 간댕이는 알아차렸다.
“흥, 퍼런 대낮에 실컷 초불켜라닝께…닭쫓던 개처럼 썩은 지붕이나 쳐다보라지. 충성해봤자 발톱눈에 때만할가? 초상집 개신세만두 못할텐디요.”
또 분주한 하루가 시작됐다. 하얀 접시들엔 오실장의 칼을 맞은 생선회들이 꼬리를 움직이며 주문받은 상마다 배달됐다. 한접시의 생선회를 다 먹을 때까지도 고기꼬리는 고기 한점 없는 앙상한 뼈끝에서 계속 꿈틀거린다. 이 세상에서 인간보다 잔혹한 략탈은 없을것이다. 살아서 숨쉬는 생살점을 뜯어먹으며 그 움직이는 꼬리를 보곤 환호하고 즐기면서도 아직은 살아 숨쉬는 그것의 생명에 대해서는 추호의 여지도 없으니 인간도 원초적인 본능은 포식인가보다. 본능은 강인하고 그래서 래일을 꿈꾸는 생명을 포식하며 자신의 래일을 꿈꾸는가보다. 참으로 생명을 아낄줄 모르는 인간이 살아있는 생명을 먹으며 뻔뻔스레 꾸는 꿈은 가치가 있을가. 간댕이가 끓이는 매운탕냄비에서는 초점 잃은 두눈을 딱 부릅뜬 고기머리가 피물같은 벌건 고추양념들을 그대로 들쓰며 부글부글 끓고있다. 간댕이는 금방 만들어낸 아구찜에서 고기 한점을 슬쩍 꺼내서 리과장 입에 넣어주며 능청을 떨었다.
“거시기 간 좀 보라우. 아마 맛있을텐디요?”
“어매! 끝내주게 맛있어라!”
게는 가재편이다. 리과장이 간댕이를 위해 고사포를 쏜다.
끊길듯한 허리를 뻗치며 마지막 예약손님의 생선회를 뜨던 오실장은 불시로 헛구역이 나며 별무리가 내렸다. 회뜨던 칼을 움켜쥔채 으스스 몸을 떨었다. 고기는 도마우에서 칼을 맞은채 꿈틀한다.
“리과장, 이 고기마저 회뜰만해?”
“그라지유, 실장님.”
오래전부터 그러기를 기다렸다는듯이 리과장은 냉큼 칼을 받아쥐고 고기를 회쳤다. 오실장은 홀에 나가 박사장을 찾았다.
“사장님, 오늘 예약손님 주문은 끝났습니다. 리과장이 인젠 주방일에 숙련됐으니 저 래일 하루 휴식 주십시오.”
“음, 그럼 주방일 리과장한테 맡기고 한 이틀 휴식하세요. 그리구 월급 올리는 일은 이틀후 출근하여 다시 상의합시다.”
“고맙습니다. 고맙습니다.”
오실장은 무거운 짐이나 부린듯 긴 한숨을 내쉬며 주방을 나섰다.
박사장은 리과장의 솜씨를 알고싶었다. 더군다나 한달 써본다음 일솜씨를 보아서 계약하기로 했으니 그동안 과장쯤으로는 쓸만하다. 실장으로 쓰기는 어떨지 아직은 미결이다. 실장버금으로 실럭이 단단하다면야 오실장의 로임을 더 올리지 않기로 했다. 오실장의 라이벌로 나젊은 리과장을 맞세운다면 금상첨화이리라. 메치나 재껴치나 손해볼것 없었다. 오실장의 나이로는 인젠 주방을 떠날 때도 된것이다. 그 나이에 다시 취직한다는것은 하늘의 별따기라 위기를 느끼면 잘리지 않는것만으로도 오실장은 감지덕지할것이다.
“일이 힘들다고 그냥 월급을 올려달라고 들먹거리면 짤라야지. 병원을 제집처럼 살고있는 오실장의 막내아들이 가엾기는 하지만 내가 살아남자니 별수 없지. 내가 뭐 자선사업가도 아닌바에야…”
박사장의 생각은 적중했다. 리과장은 주방일에 신출내기가 아니였다. 전에부터 자기를 따라다니며 료리솜씨를 배우던 애를 파출부로 불러다 주방을 쓸고 닦고 시렁우의 물건정리까지 마친 리과장은 박사장의 물건사입에까지 끼여들어 장끼를 보였다. 노량진 해물시장에선 어떻게 해야 싼값에 해물들을 살수 있으며 주방에선 계란찜보다 홍합을 국물로 끓여 판다면 비용도 일손도 절약되리라는 판단을 서슴없이 제기했다.
박사장은 이젠 초하루 보름에도 오실장이 반갑지 않을거라는 판단을 내렸다. 금방 들이닥친 손님을 위해 리과장은 파출부애더러 수족관에서 생선을 건져올리게 했다. 리과장이 점찍은 놈을 건져올리려는데 파출부애의 서투른 솜씨가 고기를 놓쳤다. 휘딱 꼬리로 옭키를 탁 치며 고기는 튕겨나갔다. 대신 밑바닥에서 무심했던 넙치가 잡혀선 억울하게 리과장의 칼밑에서 몸부림쳤다. 방심하다 잡혀서 억울하게 대신 죽게 된 넙치, “서울회집” 수족관에서 생사가 엇갈린 비켜갈수없는 운명이였다. 놈도 한때는 바다에서 탐욕스러운 육식어이기도 했다. 새우, 멸치, 까나리는 놈의 먹이였다. 대신 생명을 먹히우게 된 놈이기는 하나 살아있는 동안은 다른 생명을 먹고살기는 마찬가지였다. 먹고 먹히우며 산다는 자체가 서로간에 생명에 대한 로략질이며 다른 생명에 죄짓기 위한것인지도 모른다. 적어도 “서울회집” 에선 이러했다.
오실장이 이틀 휴가를 끝내고 출근하던 날 아침 안해는 미역국을 끓였다.
“당신, 몸이 아프다면서요. 하루만 더 휴식하믄 안돼요? 오늘은 생일인데…”
“가게에 나가봐야지. 이틀째나 주방에 실장이 없다는게 말이 돼? 사장님이 월급오리는 일루 출근하면 의논하자구 했는데 미운 털 박히면 안되지.”
“그래요? 듣던중 반가운 소리네. 몇해를 쭉 내리 한맵시로 내 집일처럼 했으니 월급을 올려주는것은 당연한 일이지요.”
“오늘이 내 미역국 먹는 날이란건 사모님은 잊지 않았을거요.”
“여지음 돈있는 사람들의 인심돌아가기는 자반 뒤집기란걸 모르세요? 그 사람들은 돈으루 귀신도 부려먹어요. 당신처럼 나이들고 빽 없으면 당하기 십상인걸요. 주방일군들두 당신마음처럼 너무 믿지 마세요. 모두 제 살기 바쁜 사람들이니깐요.”
가게일군들의 점심찬거리로 간댕이는 김치찌개에다 콩나물국을 끓였다. 그나마 손님이 밀려드는 복새에 주방에 선채로 밥공기에 되는대로 저마끔 말아먹었다. 오실장은 그래도 오늘만은 이 가게의 어른대접을 받고싶었다.
전번주일날, 김사장을 따라갔다가 남편의 발길에 무참히 체조를 당한 미스유가 며칠만에야 두들겨맞은 부엉이맵시로 출근했을 때에도 사장과 사모님은 미스유의 생일을 기억해주었다. 점심 때에 사장은 밀려드는 손님들의 주문을 오분동안 지체해놓고 가게 일군들을 불러 선 자리에서 3만원짜리 케익에 불달고 채색띠 딱총 터뜨리고 생일축가를 불러주고 마몽드 화장품 한세트에 박수까지 얹어주지 않았던가. 그 행사 다 치르고나서도 주방에 걸어놓은 시계는 5분을 채가지 못했다. 5분을 지체했다고 손님은 가는게 아니였다. 손님들께 오분의 량해를 구해 가게일군의 생일을 챙겨주는 사장을 손님들은 인간적이라며 일후에도 자주 찾아오겠다고 했었다. 하물며 주방의 실장이니 더는 바라지 않아도 그쯤은 할거라고 생각을 굴렸다.
“너무 분주해서 깜빡했나봐…”
오실장은 서운한대로 저녁장사까지 끝냈다. 해마다 오실장의 생일날이 돌아오면 사장과 사모님은 벌써 사흘전부터 아무 날은 실장님의 생일이라고 수선을 떨어주었다. 빈달구지 가는 소리 더 요란한 법이다. 수선을 떤만큼의 선물은 아닐지라도 생일날이면 티셔츠 한벌 아니면 그래도 문양 고운 넥타이 하나라도 성의스레 포장해주었었다. 퇴근시간이 다가오자 저녁손님이 끊기였다.
“저 오늘은 장사 일찌감치 끝내요.”
일찌기 끝나는 장사도 아닌데 사모님은 주방에 들어서며 일군들에게 생색을 냈다.
“실장님도 피곤하실텐데 일찍 들어가세요. 아참, 오늘 실장님 생일이셨네요. 정신없이 장사하다나니 깜박해서 죄송해요. 사장님이 드리라고 하신 선물이예요.”
오실장은 포장가방속에 든 사장의 얄팍한 마음은 알겠지만 생일날을 기억해주는것만으로도 고맙기만 했다. 가방은 묵직했다.
“고맙습니다. 사모님.”
가게를 나와 퇴근길에 오른 오실장은 황송하게 받은 선물가방을 들여보다가 그만 피가 거꾸로 흐르며 늦게 먹은 저녁밥알마저 곤두서며 부아통이 터졌다. 어디에 가 머리라도 쿡 박아 피라도 터치우고싶었다.
가게에서 쓰는 포장용 가방에 아무렇게나 덜렁 처넣은 샴푸 두개, 요즈음 시장바닥에 세일로 너무 흔해빠진 눅거리 샴푸, 어제 저녁 안해는 동네슈퍼에서 그 샴푸 두개를 2천원에 샀다고 했었다. 사장이 선물을 주지 않았었던들 오실장은 서운했을망정 분노하지는 않았을것이다. 여러 사람앞에서 생일선물이라는 사모님의 그 뻔뻔스런 해석에 황송하게 끓었던 피가 얼어붙었다.
“생사람을 회쳐두 유분수지. 그만큼한 세월이면 동네집 개두 정이 들었겠다…”
장사할 때마다 가게이미지 창조를 념불 외우듯 웨치는 사장이 이 눅거리 샴푸 두개에 부여한 의미를 오실장은 짐작하고도 남았다.
“석마칸의 당나귀신세라 다 부려먹었으니 자르겠다는 말이지? 해골바가지 되게 부려먹을 때는 언제고?”
오실장은 선물가방을 통채로 언 콩크리트바닥에 메쳤다. 폭발해버리고 환장할 기분이다. 선물가방을 미친듯이 짓밟다가 발로 걷어차버렸다. 질주하는 차바퀴에 깔려 주황색 플라스틱통 두개가 박살났다. 썩은 생선의 내장같은 희멀건 액체가 바닥에 흘렀다.
“으하하, 훗훗. 생목숨 걸구 충성스런 개처럼 일해준 보답이 이거란말이지? ‘서울회집’이 누구덕에 이만큼 컸는데…누구덕에…”
오실장은 퍼런 너털웃음을 회색 밤하늘에 널어놓으며 길거리 포장마차에 들어가 평생한맺힌 원쑤나 갚듯이 죄없는 술만 억수로 죽여주었다.
“나 이대로 잘리울수 없어. 분해서 도저히 잘리울수 없단말이야. 리과장, 비루먹은 개처럼 네눔이 내 멱을 물었구나. 박사장 혼자 잘먹구 잘살줄 알어? 싹쓸어 불태워버릴 거다. 불태워….”
후줄근한 묵은 시래기 바람에 날리듯 비틀비틀 큰거리에 나선 오실장은 갑자기 쿵 하는 굉장한 소음속에 주황색 불길이 서울회집을 삼키는것을 보았다. 병원에 입원한 아들놈이 불구경을 하고있었다.
그 시각 “서울회집”에서 박사장은 리과장과 5년 계약을 맺고있었다. 월급은 오실장보다 십만원 적은 2백20만원이다. 주방실장자리 하나 따기가 얼마나 힘든 세월인데 십만원 적으면 뭐라나, 주방에서 간댕이와 잘만 짜고 들면 까짓 십만원쯤은 얼마든지 뽑아낼수 있다는게 리과장의 속셈이다. 그러나 그 시각 박사장은 무인감시카메라를 주방 어디에 설치할가를 애써 궁리하고있었다.
“이판사판인 세월인데 누굴 믿어, 차라리 피 없구 살 없는 카메라가 낫지.”
이튿날 오실장은 출근하지 않았다. 박사장은 어제 벌써 오실장의 은행계좌에 지난달 월급을 결산하여 입금시켜놓았다. 이제 더 줄것이 있다면 어제 한루 일한 일당 7만원뿐이다. 다급하게 울리는 전화벨의 날카로운 습격에 박사장은 흠칫하며 보고있던 조간신문을 내려놓고 수화기를 집어들었다.
“예, 서울회집입니다.”
“사, 사장님, 여, 여기 병원인데요. 우리 아, 아빠가 어제밤 차, 차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병원을 집으로 알고 사는 오실장의 막내아들이 절망적으로 울부짖었다.
“뭐? 뭐, 뭐야? 차사고로? 얼마나 술먹었게?”
박사장은 굳어진 얼굴로 가게안을 휘둘러보며 수화기를 덜컥 놓았다. 그리곤 발작적으로 소리쳤다.
“미스유, 록음기 틀어봐.”
“알았어요. 사장니임.”
내 본향 가는 길 보이도다
인생의 갈 길을 다 달리고
땅우의 수고를 그치라 하시니
내앞에 남은 일 오직 저길…
애잔하게 흐르는 록음기의 볼륨을 높이며 박사장은 카운터에 가더니 오실장의 어제 일당금 7만원을 넣은 봉투를 꺼내 겉봉에 부의금이라고 적어서 미스유에게 건네주며 말했다.
“병원에 가서 오실장 가족에게 전해주구 오게. 그 사람 살았을적에 죽으면 화장해서 바다에 뿌려달라했다나. 원…서울회집에서 회쳐버린 바다고기가 너무 많아 죽으면 바다고기로 환생해 속죄하며 더불어 살고싶다했다나…아침부터 재수없이…”
죽은 사람은 갔지만 산 사람은 살아있다는 리유 한가지만으로도 나머지 세월을 살아야만 했다.
미스유는 박사장이 건네주는 부의금, 오실장이 어제 일한 일당금 7만원을 들고 조문하러 거리에 나섰다.
욕망으로 팽창하며 아찔하게 치솟은 거리의 빌딩숲은 회색겨울 날씨엔 완전히 침략당해있었다.
인간은 어디까지나 인간이지 결코 신선이 아니다. 이 세상에 살아남고저 한 인간의 욕망은 언제나 가장 악착한 삶의 방식 포식을 공존하고있다. 그래서 오늘도 “서울회집”에선 꿈꾸는 등 푸른 바다고기들을 서슴없이 회치고있다. *
2004.6.3
두도에서.
김영자 프로필
길림성 화룡시 투도구 거주.
주요작품으로 단편소설 <섭리> 등 다수.
소설집 《거부기 바다로 가다》 출간
<연변문학>문학상, 연변일보 "제당상" 등 수상.
연변작가협회 소설창작위원회 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