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나는 제천에 있는 세계 기독교박물관이라는 곳에 다시 간다. 처음에 이곳에 대한 소문을 듣고 답사를 갔을 때 너무나 실망스러웠다. 조립식 건물 같은 곳에 장난감 같은 것을 전시해 놓은 것 같았다.
몇 년 전에 이집트의 국립 박물관에 갔었다. 거기에는 모세를 대적했던 파라오의 미이라도 안치되어 있었고 세계사에 길이 남을 귀한 물건들이 있었다. 전체가 대리석으로 된 으리으리한 건물이었다. 거기에 비하면 이 박물관은 조잡하기 이를 데 없는 곳이었다. 입장료도 만원이 넘었다. 사실 그 어마어마한 자료가 있는 이집트 국립 박물관에 가서도 역사적인 지식이 부족한 나는 앉을 자리를 찾기만 했었다.
그런데 시간이 갈 수록 박물관이 어떻게 세워졌느냐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고, 결국 박물관을 만든 분을 보면서 나 자신에 대하여 돌아보게 되었다.
박물관을 세운 분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다. 한 사람이 외국 주제 공무원이 되어 이집트로 발령을 받아 갔다. 거기서 그는 성경에 나오는 식물들과 동물들, 그리고 물건들을 새롭게 발견하게 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성경에 나오는 겨자씨를 처음 발견하고 놀랐고, 물매를 보고 자신이 생각했던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물로 때리는 매로 생각했는데 전혀 다른 것이었다는 것이다.
말씀을 너무나 사랑했던 그는 성경 속에 나오는 옷이며 악기며 향유병이며 성경 사본들, 유대인들이 머리에 달고 다니는 경문함 등을 자기 돈으로 모으기 시작했다. 물건을 모으기 위해서 자신의 퇴직금도 중간 정산 받았고, 자신의 모든 돈을 오직 성경에 나오는 물건들을 사 모으는 데 썼다. 성경에 나오는 물건이 있다면 아무리 멀어도 미친듯이 달려가서 구매했다. 그렇게 약 25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그렇게 모은 물건이 13000점이나 되었다.
한국에 돌아와서 이것을 전시할 박물관을 만들고자 했으나 돈이 없었다. 제천에서 컨테이너를 하나 구입해서 먹고 자면서 낮에는 원주에서 아르바이트를 했다. 어느 날 아는 집사님이 함께 기독교 박물관을 세우자고 했다. 그들은 돈이 부족했지만 땅을 구입했다. 그리고 건물을 작으나마 만들기 시작했다. 그렇게 해서 지금도 작지만 한 사람의 일평생의 정성이 베어있는 박물관이 된 것이다.
한 사람이 성경을 너무나 사랑해서 그 책에 나오는 물건들을 평생 모았다는 것은, 삼성 같은 대기업이 돈과 인력을 쏟아서 박물관을 만든 것과는 큰 차이가 있다. 대기업이 박물관을 만드는 것은 더 큰 건물과 더 많은 자료를 비치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돈이 많이 없는 한 사람이 일평생 노력과 땀, 전재산을 들여서 한 개, 한 개 씩 모은 것을 본다는 것은 진귀한 일이다. 비록 조잡하게 보이고 작아 보여도 보이는 것만이 전부는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