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수 - 신동집 민근홍 언어마을 ■ 작품 감상
많은 사람이 여러 모양으로 죽어 갔고 죽지 않은 사람은 여러 모양으로 살아 왔고 그리하여 서로들 끼리 말 못할 악수를 한다. 죽은 사람과 죽지 않고 남은 사람과,
악수란, 오늘 무엇을 말하는 것이냐, 나의 한 편 팔은 땅 속 깊이 꽂히어 있고 다른 한 편 팔은 짙은 밀도의 공간을 저항한다. 죽은 사람이 살았을 때를 그리워 하며 살은 사람이 죽어 갈 때를 그리어 보며 ……
▶ 주제 - 먼저 죽은 자들에 대한 그리움과 산 자로서의 현실 대응 방법
▶ 시구 풀이 * 여러 모양으로 죽어 갔고 - 각각 다른 모습으로 죽어 간 것은 그들에 대한 화자의 그리움을 뜻함 * 여러 모양으로 살아 왔고 - 각자의 삶의 모습. 이를 통해 화자는 자신의 삶을 성찰한다 * 말 못할 악수 - 산 자와 죽은 자가 같은 시공에 존재할 수는 없다. 따라서 이 악수는 시공을 초월한 이해를 바탕으로 하는 것이며 공간적, 심리적 거리감을 모두 떨쳐 버리는 적극적 행위이다. * 땅 속 깊이 꽂히어 있고 - 땅 속에는 죽은 사람이 있다. 죽은 사람과의 악수를 뜻하는 말 * 짙은 밀도의 공간을 저항한다 - 화자가 처하고 있는 현실이 바로 짙은 밀도의 공간이다. 이러한 현실과 타협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저항하며 살겠다는 뜻
[이해와 감상]
이 작품의 발표 연대를 고려하면서 글을 한 번 읽어 보세요. 이 작품은 전체 3개의 문장으로 구성되어 있지요? 죽은 사람이 있고 살아 온 사람들이 있습니다. 1954년에 발표된 작품이니까 이 시에서 말하는 '죽음'이 무엇을 뜻하는 것인지 짐작이 되죠? 신동집 시인의 작품으로 우리 학생들이 알 만한 것은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오렌지>라는 시가 떠오르나요? 정말 어려운 작품이지요. 그리고 알 만한 작품으로는 <목숨>이란 시가 있을 겁니다. 이 <목숨>과 동시대에 발표된 작품이 바로 오늘 우리가 접한 <악수>라는 작품이랍니다. 이 작품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선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목숨>이란 작품에 대한 감상을 학습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겁니다. "목숨은 때 묻었나 / 절반은 흙이 된 빛깔 / 황폐한 얼굴엔 표정이 없다"로 시작하는 작품말이에요. 지금은 고인이 된 신동집 시인(1924~2003. 8.20)에게 전쟁은 고발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또한 인간으로 하여금 생에의 강렬한 애착을 느끼게 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답니다. '산 자'라는 표현을 쓰지 않고 '살은 사람'이라고 하고 있는 것을 보아도 시인의 삶에의 애착을 느끼고 있답니다. 이는 <목숨>이란 시에서도 보이는 표현입니다. 죽은 사람과 죽지 않고 남은 사람이 서로 말 못할 악수를 합니다. 흔히 '악수'는 화해의 뜻으로 많이 사용된답니다. 이상의 <거울>에도 '악수를 모르는'이라는 구절이 있지요. 그래서 죽은 자와 죽지 않은 자들이 나누는 악수는 서로간의 화해라고 이해할 수 있겠지요. 그렇다면 왜 악수를 할까? 서로간에 어떤 거리감이 있기에 화해를 해야만 할까? 한국 전쟁 때 먼저 죽은 자에 대해 살아 남은 자인 화자가 어떤 죄책감을 느낀 것일까? 비록 연대는 다르지만 80년대를 산 사람이라면 대부분 광주 사람에 대한 죄책감 같은 것을 가지고 있거든요. 광주 사람들은 그때 독재 권력에 대항하여 데모를 하다가 많이 죽어갔거든요. 동시대를 살았으면서 그 체험이 다른 데서 오는 부끄러움. 혹은 이미 죽을 자들을 남겨 두고 자신만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도망쳐 나온 것 같은, 그런 감정 말이죠. 시인이 전쟁과 관련하여 느낀 감정이 무엇인지는 확연히 알 수는 없지만, 죽은 자와 살아 남은 자 간의 공간적이고 심리적인 거리감을 좁혀 주는 것이 바로 악수라고 이해하면 될 듯 합니다. 따라서 '악수'는 이 시에서 정말로 중요한 기능을 하는 시어랍니다. 그래서일까? 시인은 7,8행을 도치시켜 두었어요. 문장 어순으로 본다면 7,8행 뒤에 6행이 있어야 하거든요. 이는 '악수'라는 시어를 강조하기 위해서일 겁니다. 도치법은 강조하기 위해 쓰거든요. 두 번째 문장에서 '악수'의 참된 의미가 무엇이냐고 반문합니다. 세 번째 문장에서 한 팔은 죽은 사람과 악수를 위해 땅 속을 향하고 있고 또 다른 한 팔은 현실로 향한다고 합니다. 즉 죽은 이와 끊임없이 악수하며, 현실에 타협하지 않고 굳건히 살아가는 것이라고 하네요. 전쟁으로 희생된 자들을 잊지 않고 그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도록 현실에 저항하며 살겠다는 시인의 각오가 돋보이는 문장입니다. 따라서 이 작품에서의 '악수'는 단순한 화해의 이미지 뿐만 아니라 죽은 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더욱 치열한 삶을 살겠다는 각오를 다지는 시어로 이해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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