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정리글입니다
밀양 후기
밀양을 보고 발제문을 써야할 때에는 막막했던 것이 구조를 잡고 다시 생각해보니 조금씩은 풀리는 것 같았다. 이창동 감독의 평소 영화스타일을 보건데 종교적 구원이라든지 종교에의 의지 등은 문제의 본질이 아닌 것 같았고 또 그렇게 생각해보니 영화 전반이 종교로 사건을 전개하고 있었음으로 다른 문제를 제기하기가 힘들었던 것 같다. 결국 일반적 삶의 모습이 어떻게 이루어지는가에 대해서 서술했는데, 결론적으로 보자면 완전 헛다리를 짚은 셈이었다.
밀양은 주체와 종속에 대한 이야기이다. 정확히는 주인공(전도연)이 종속적인 존재에서 주체적인 존재로 나아가려하는 과정과 그 곁에서 그를 바라보는 송강호와 secret sunshine의 이야기이다. 아래에서는 이에 대해 서술하겠다.
1. 전도연의 변화 양상
굳이 전도연의 변화 양상이라고 제목을 잡은 이유는 그녀는 종속의 상태-남편에서부터 아들 그리고 하나님에 이르기까지-에서 갖은 대결을 펼치면서-도둑질을 한다거나, 간음, 자살에 이르기까지- 주체적인 상태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세속적인 나는 굳이 종속의 상태도 나쁠 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이렇게 말하면 굉장히 비철학적이고 속물처럼 보이겠지만 세상 살아가는데 뭔가 의지할 존재가 있다는 것이 굳이 나쁘지만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일반적인 입장에서 본다면 굉장히 혁명적인 발전 양상을 띄는 것이다. 하지만 주체적인 노력으로 나아가려고 하지만 성공할 지는 미지수다. 미용실을 뛰쳐나와 혼자 머리를 자르는 그녀에게 송강호는 거울을 비추어주고 흩어진 머리카락을 따라 비추는 밀양은 불완전한 그녀의 자아이기하며 이면(裏面)은 항상 있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 난 개인적으로 이렇게 해결책을 안주는 감독을 보면 항상 밉다. 왜냐하면 내 결론이 그와 부합하는지 그렇지 아니한지 늘 궁금하기 때문이다.
2. 송강호의 변화 양상
송강호는 영화의 전반에 종속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전도연에게도 종속적인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영화를 보면서는 대체 송강호가 무슨 역할로 영화에 나온 것인지 궁금해했었다. 그런데 사실은 내가 발견하지 못한 것이었다. 나중에 영화 평론을 하면서 교수님께서 그의 종속적인 모습 또한 바뀌었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가 정말 뭔가 변화를 보였나? 하며 미심쩍어 할 정도였다. 나중에 들어보니 송강호가 전도연에게 정신차리라고 대체 왜 그러느냐고 화내는 장면이 바로 그가 그 자신의 주체성에 눈을 뜬 장면이라고 하던데 난 그게 송강호의 주체성을 나타내는 장면인지도 모를 정도로 그에 대해 관심을 쏟지 못했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종속적인 그녀에게도 종속되어있던 그 이므로 그의 변화 양상이 만약 영화 전개에서 뭔가 임팩트를 줄만한 정도였다면 그것도 영화의 무게중심이 맞지 않는 상황이 연출되리라고 생각했다.- 이건 전적으로 그런 변화도 눈치 채지 못한 나를 위한 변명이다. 아무튼지 그 또한 뭔가 나름의 주체를 세우는데 그것도 어찌 될지는 모를 일이다. 전술하다시피 인간은 늘 불완전하니까.
3. 번외
웅변학원원장과 딸과의 관계에 대해서는 많은 추론을 할 수 있다는 사실에 대해 놀랐다. 사실 웅변학원 딸이 사건의 전개가 끝난 후에도-구조를 완벽하게 오해한 내 관점에서-계속해서 등장한다는 사실에 의구심을 품었던 내게 딸의 밀양으로써 아버지를 생각해보니 아귀가 맞아떨어지는 것이 영화후기를 논하면서 가장 재미있었던 부분이다.-이렇게 생각해보니 이창동 감독, 참 치밀하고 꼼꼼해서 무서운 사람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