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행복시대 「부탄의 교훈」
(전)남원문화원장 이병채
얼마 전 돈 없는 부탄은 왜 행복할까? 라는 주제로 히말라야 동쪽 끝에 있는 작은 나라(왕국) 부탄을 팩트 TV를 통해 시청한 바 있다. 앞서 KBS에서도 연초에 비슷한 내용의 다큐멘터리를 방영한 바 있었다.
국민소득1인당 2500달러의 가난한 농업국가 부탄은 국민 97%가 자신들이 행복하다고 당당히 말한다. 우리 상식으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데 그들이 행복하다는 이유는 무엇일까?
‘은둔의 왕국’이라고 불리는 부탄은 국토의 70%가 험준한 산악지대이며 자원이 부족한 나라이다. 국민대다수는 농업에 종사하고 있으며 대 가족이 자급자족하며 살아간다. 불교국가인 부탄은 군인보다 승려수가 더 많다고 한다. 국민은 ‘현실에 만족하라’는 불교의 가르침에 따라 욕심 없는 삶을 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그들의 행복한 이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그러나 그것만이 국민 행복의 전부는 아닐 것이다.
부탄의 행복은 최고지도자의 탁월한 통치이념에서 비롯됐다. 현 국왕의 조부인 3대 국왕은 농노를 해방하고 귀족과 국왕소유의 땅을 분배해 주었다. 이 때문에 농경국가인 부탄은 국민의 생활격차가 그리 크지 않다. 부탄은 가난하지만 기아와 거지가 없는 나라이다. 4대 국왕은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GNH' 개념을 도입했다. ‘GNH'의 H는 Happiness 즉 ‘행복’의 머리글자로 ‘GNH'는 ‘국민총행복’을 뜻한다. 4대 국왕은 국민이 추구하는 삶의 가치는 경제성장이 아니라 행복에 두었다.
이를 위해 부탄은 ‘국민행복위원회’라는 기구를 만들어 국가의 모든 정책은 이 기구를 통과해야한다. 여기서 국가의 정책이 국민의 행복과 어떤 관련이 있는지를 따져서 국민행복을 증진하는 경우에만 통과시킨다. 부탄 헌법은 국가는 국민 행복정책을 추진하는 여건을 마련하고 모든 개발 행위의 궁극적인 목표는 국민행복에 있다고 명문화했다. 국가의 모든 정책을 국민행복에 맞추도록 제도화했다. GNH의 4대축은 ①평등하고 지속적인 사회·경제발전
②전통문화의 보존발굴 ③올바른 통치구조 등으로 나뉘어 있다.
박근혜 대통령께서도 후보시절 ‘국민행복시대’를 열겠다고 공약했다. 그러나 집권 3년차를 맞은 현 시점에서 보면 어느 것 하나 제대로 행복의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정치는 소란스럽고 경제 또한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남북관계를 비롯 외교문제 또한 비뚤어지고 꼬이고 있어 안타깝다. 서민들의 삶 또한 갈수록 팍팍해지고 있다. 생계 때문에 가족 동반자살 뿐만 아니라 흉악범죄가 판치는 가운데 가진 자들만 배를 두드리며 태평성대를 구가하고 있을 뿐이다.
산업국가인 우리나라와 농업국가인 부탄은 여러 면에서 차이가 많다. 역사와 전통도 다르고 현재의 생활상도 다르다. 그렇다고 부탄의 정책을 그대로 우리가 따르자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부탄국민이나 한국인이 바라는 행복의 가치는 모두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휴머니즘을 통한 이웃사랑, 함께 나누는 공동체, 자연환경의 소중함을 인식 온 국민이 이 운동에 동참한다면 행복은 그리 멀리 있는 것만도 아니다. 문제는 이같은 가치를 국민이 인식하고 제도적인 정책이 관건일 것이다.
UN의 발표에 의하면 한국의 행복지수는 156개국 가운데 41위로 나타났다.
이제라도 정부(지자체 포함)는 각종 정책을 정치논리 경제논리 안보논리도 중요하지만 국민행복 시대의 눈높이에 맞춰 기획 집행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