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가지 악기를 다루다 보면 한편 신기한 생각이 듭니다.
어떤 악기가 최초로 발명되었을 때는 비교적 단순한 구조로서 만들기는 쉽겠지만 연주가 어렵고 단순한 선율 기능밖에 안되는 한계가 있었으나 점차 개량되고 발전하여 오늘날의 복잡한 구조로 진화되었을 겁니다.
또한 그 기능 (음역의 확장이나 음량의 증대) 뿐 아니라 다루기 쉽도록 많은 연구가 투입된 것으로 생각됩니다.
특히 인체의 구조나 능력에 적합하도록 최적화 된 면모를 엿볼 수 있습니다.
저는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부합되는 악기중에 하모니카를 꼽습니다.
어려서부터 하모니카를 장난감처럼 만졌던 분들은 대다수가 이런 점을 느낍니다.
악보를 볼줄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어찌어찌 해보니 노래 (연주) 가 되더라는 거지요. 본인도 옛날 그랬으니까요.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에도 형님이 갖고 놀던 하모니카로 "산토끼" 같은 노래를 어설프게나마 해본 기억이 있습니다. (물론 콩나물은 몰라도)
나름 생각해보니 이유가 있을듯 합니다.
우선 노래를 부를줄 안다면 음높이의 변화는 인지할 것이고,
하모니카 (또는 대다수 악기들 역시) 는 음높이 순서대로 배열되어 있으므로,
음높이 변화에따라 위치를 대략 옮기면 비스무리한 범위를 맞출 수 있는 겁니다.
그런데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건 어떻게 구별하게 되는가?
여기에 우리 몸의 생태적 비밀이 있습니다. (이걸 이용한게 인체공학)
하모니카의 기본적 구조로서
숨을 내쉴때는 도 미 솔 도 가 순차적으로 나오게끔 배열됩니다.
숨을 들이쉬면 레,파,라,시 가 순차적으로 나오지요.
도,미,솔,도 는 으뜸화성 (Tonic) 으로서 안정된 느낌을 줍니다.
레,파,라,시 는 딸림화성 (Dominant) 로서 불안정 또는 긴장된 느낌을 줍니다.
우리가 평소 생활할때 놀라거나 갑자기 긴장되면 "헉!" 또는 "허걱!" 하는데, 이때 숨을 들이쉬게 되고,
안정상태로 돌아갈땐 "후유~" 하고 안도의 한숨은 내쉬죠.
바로 이러한 심리상황에 따른 호흡의 습관 그대로 악기 구조에 매칭된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가 노래를 배울때 그 멜로디를 주로 신경써서 외우지만 그 음 하나하나의 성격 (으뜸음, 딸림음, 이끔음 등) 도 알게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인지되는것 같습니다. 더우기 풍금반주를 통한 화성감 역시 잠재적으로 학습에 도움이 되겠지요.
그런 식으로 잘 아는 노래를 연주할때 음높이 변화에 따라 대충 위치를 옮겨가면서 음 성격에 따라 거의 무의식적으로 호흡하면 대략 그럴싸하게 나오게 된다는 것입니다.
또한 음높이 위치를 다소 잘못 맞추었어도 같은 Chord 의 음이 좌우로 배열된 관계로 어색하지 않은 음정이 되므로 별 지장이 없고 그래서 다루기 쉽다는 장점이 됩니다.
게다가 여타의 관악기와는 달리 연주하면서 자연히 호흡이 되므로 장시간 연주에도 전혀 숨차지 않다는것...
만약 이런 시도를 해보면 어떨까요?
하모니카를 분해하여 리드판을 뒤집어 붙입니다.
그러면 들이쉴때 도,미,솔,도, 내쉬면 레,파,라,시 가 되는데,
아마 이거 불어보려면 엄청 헷갈릴겁니다. (인체공학의 역행?)
또한 처음배우는 사람도 대단히 어렵다고 느낄겁니다.
아주 예전 독일인가? 유럽 어디에서 희한한 실험을 했는데,
자전거 핸들과 바퀴가 반대로 움직이도록 개조한 것을 가지고 여러사람 시도했지만 (상품까지 걸림)
거의 모두가 2~3m 못가서 쓰러집니다. (목표거리 5m 성공한 사람 없었음)
이처럼 간단한 하나의 악기가 만들어지고 진화하는데도 상당히 디테일한 연구가 있었다는 점이 신기할 따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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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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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