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6월 1일 꼭두새벽에 광주를 출발, 버스로 네 시간 걸려 인천공항에 도착하였다.
이어 비행기를 타고 이스탄불을 경유, 아테네에 도착하기까지는
꼬박 하루가 걸리는 머나먼 여정이었다. 그야말로 강행군이었다고나 할까.
그러나 꿈에 그리던 아테네의 국제공항에 내리면서 바라본 그리스는 그야말로 황량하기 그지없었다. 한없이 밋밋한 평원, 키 낮은 올리브나무들만이 지키고 있는 대지는 참으로 실망스러웠다. 이를 보노라니 베스트 셀러, ‘유럽도시기행’을 쓴 유시민 작가의 글이 생각났다. 그는 이를 빗대어 ‘인생의 모진 풍파를 견디고 이겨내느라 기운을 다 써버린 사람’으로 비유한 바 있다.
그런데 말이다. 이처럼 척박한 나라가 조상들을 잘 둔 덕분으로 세계 방방곡곡에서 관광객들이 밀려들고 있으니 부럽기조차 하였다. 그런데도 그들은 이처럼 많은 방문객을 아크로 폴리스 광장에 줄을 세워 놓고 뙤약볕에서 한시간이나 방치해두고 있으니 한심하기 그지없었다. 눈앞의 파르테논 신전을 두고 인내로 버텨내기란 참으로 힘들었다. 어디 우리나라 같으면 그러겠는가.
어디서 가져오든지 과감한 투자로 쾌적한 시설을 만들어 놓고 보다 많은 관람객을 유치하겠지만 말이다. 그리스에서는 아침부터 도로변 카페에서 노닥거리는 사람들이 넘쳐나고, 점심 또한 몇 시간에 걸쳐 즐기는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이 나라는 결코 경제 사정이 좋을 수가 없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시겠지만 일찍이 그리스는 바다의 나라로 해양 강국이었다. 그러나 나라가 사분오열되고 이슬람 제국의 오랜 지배를 받았으며, 유럽 열강들의 간섭으로 경쟁력이 쇠퇴하게 되었다. 이번에 가보니 그럼에도 그리스는 여전히 해양 대국이었다. 세계 최대해양박람회인 ‘조선해양박람회 (POSIDONIA 2024)’가 격년마다 아테네에서 열리고 있는데, 이번 행사에도 엄청난 인파가 몰려 그리스의 잠재력을 실감할 수 있었다.
특히 박람회장에는 조선 강국답게 ‘KOREA’ 라고 큼지막하게 쓴 한국관이
가장 큰 규모로 중심부에 자리하고 있어 대단한 자부심을 가질 수 있었다. 많은 관람객이 현대, 삼성, 한화 조선사 부스에 몰려와 손님맞이에 땀 흘리는 직원들 모습 또한 기쁜 마음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다 보니 우리에게 선박 제조 노하우를 전수해 준 일본 전시장이 상대적으로 왜소해 보이기까지 하였다. 전관을 돌아보면서 자랑스럽게 태극부채를 든 관람객들이 여기저기 보일 때마다 뿌듯함까지 느낄 수 있었다.
여기서 반가운 소식 한 가지를 전하고 싶다. 필자가 이끌고 있는 광주전남지역혁신플랫폼에서 연구비 지원을 받은 목포대 교수들이 친환경선박기술을 개발하였는데, 이를 대한조선이 채택하여 만든 대형원유 운반선 3척 (약 3,600억원 )이 그리스 선사에게 팔렸다는 뉴스이다. 이런 성과를 내기까지는 그동안 전라남도의 아낌없는 지원과 목포대학교의 노력이 돋보이는 유기적인 산학관 협력의 성공 사례라고 할 수 있겠다.
이처럼 우리 지역의 기업들이 수출경쟁력을 갖게 될 때 양질의 일자리 창출로 이어질 것이며,
그렇게 되면 광주전남의 적지 않은 청년들이 지역에 정주하게 된다는 점에서 참으로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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