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내용은 현장 강의의 도반들에게는 이미 알린 내용이나 몇 개월간의 휴강과 관련해 家苑의 ‘일신상의 사유’에 대해 궁금해하시는 동영상 회원들을 위해 그간의 소식을 전하고 아울러 간략하게 소회를 밝힙니다. - 家苑]
그동안 늙음이 이르는 줄도 모르고(不知老之將至) 살아오다가 며칠 전 다소 힘든 발걸음으로 수락산을 산책하던 중에 문득 ‘아! 내 나이가 육십을 훨씬 넘어 칠십으로 향하는 耆老에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적잖은 나이임을 이제야 느끼다니…
그동안 집필과 강의에 몰두하며 늘 바삐 활동하였기에 앞서 세월을 따라가면서 뒤로는 자신의 나이가 쌓이는 줄은 알지 못했습니다. 그러다 작년에 매우 悲歎스러운 일을 겪은 뒤에 아이들의 권유로 10월에 건강검진을 받은 결과 좌우 양쪽 유방암 판정을 받았습니다. 급히 강의 일정 등을 조정해 1월 9일에 수술하고, 지금은 항암치료 중입니다. 1차 항암치료 후 ‘病魔와 싸우는 鬪病이 이런 것이구나!’를 고통스럽게 느끼면서 새삼 나이를 돌아보니 耆老의 가운데에 있음을 깨달았던 것입니다.
그러다가 문득 畢生의 마지막 작업을 『春秋』 강의로 마무리하려고 하는데 건강을 잘 유지할 수 있을까 하는 岐路에 놓여있음을 발견했습니다. 4차까지의 항암치료를 받은 뒤 일정 기간 건강을 회복하여 강의를 재개하고, 『書經大觀』을 완강한 뒤 내년 초부터 약 4~5년에 걸쳐 『春秋左傳正義』를 정리하면서 완강하려면 정말 건강관리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지게 되었습니다. 그래야 斯文의 그 길인 其路의 끝까지 탄탄히 다 걷고, 좀 노닐다가 선현들을 만나러 가면 되겠지요?
『春秋』는 요즘처럼 어지러운 시대를 후대에 고발하기 위해 정리한 孔子의 마지막 집필로, 大成至聖先師께서는 “知我者도 其惟春秋乎며 罪我者도 其惟春秋乎인저”라고 하셨던 글입니다. 오늘날 우리 사회는 물론 세계 정치사회의 흐름을 읽어보려면 『春秋』 筆法에 대한 이해가 꼭 필요함에도 이를 제대로 공부하는 이들이 없는 듯합니다. 그러하기에 저는 제 畢生의 마지막 所任을 『春秋』로 정했고, 최선을 다해 임할 예정입니다.
亞聖인 孟子의 말씀을 인용하며 글을 마무리합니다. 현장 강의가 재개되는 날, 모두 건강한 모습으로 뵙기를 기대합니다.
“孟子曰仁은 人心也요 義는 人路也니라 舍其路而不由하며 放其心而不知求하나니 哀哉라 人이 有鷄犬이 放則知求之하되 有放心而不知求하나니 學問之道는 無他라 求其放心而已矣니라(맹자 왈, “仁은 사람의 마음이오, 義는 사람의 길이니라. 그 길을 놔두고 따르지 아니하며, 그 마음을 잃어버리고 찾을 줄을 알지 못하나니, 슬프도다! 사람들은 닭과 개가 나가면 찾을 줄을 아는데 마음을 잃고서는 찾을 줄을 알지 못하나니, 학문의 길은 다른 데에 없음이라. 그 잃어버린 마음을 찾을 따름이니라)”
첫댓글 선생님께서 혹시나 편찮으신가했더니...그간 너무 무리하신듯 합니다. 하늘의 보살핌이 있어 이상없이 쾌차하실것으로 믿고있겠습니다.
선생님의 굳센 의지로 치료의 고통을 극복하시길 두 손 모아 비옵니다. 찾아 뵙고 위로를 드려야 하나 글로 나마 먼저 쾌유를 비옵니다. 여기에서 선생님의 글을 접하니 반갑습니다. 선생님과 엊그제 만난 것 같은데 벌써 1달이 지났습니다. 이번 주 월요일부터 치료를 하신 다기에 걱정 많이 했습니다. 선생님 힘내세요 우리가 있자 나요. 지난번 주신 대학 강의자료 독학하고 있습니다. 고통속에서도 춘추강의에 대한 열정을 지니신 선생님을 존경합니다. 늘 고마움을 전합니다. 쾌유를 비옵니다.
修人事待天命이지요. 두 분 모두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선생님께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선현들의 글을 제대로 읽을수 있는 안목을 배웠으니까요. 아무쪼록 건강 잘 챙기셔서 하늘이 선생님께 주신 천명을 이루시길 간절히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서구유목문화에만 傾倒되지 말고, 보다 많은 이들이 문명사와 함께 그 문명의 철학을 읽을 수 있는 慧眼이 밝아지기를 바라는 마음입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5.02.25 12:42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5.02.25 16:45
선생님 쾌유를 매일매일 기원합니다.
공부의 끈을 놓지 않으려 시간내어
천자문도 다시 천천히 듣고...ㅎ
천자문 강의의 마술에 빠진듯 합니다.
서경공부 후 듣는 천자문 강의는
감탄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나중에 주역공부 후 듣는 천자문
강의는 어떨지...
공부계획에 넣었습니다.^^
서경도 시간 날때마다 보고 있어요.
사무실 업무는 휘몰아 치고 잠시
잠잠하고 다시 일주일 휘몰아치는
일상의 반복이라 매일 공부하겠다는
저의 계획을 실천하지 못하는 날이
많아서... 살짝 속상해 하고 있어요.^^
건강찾으시고 하루 빨리 서경강의
재개해 주세요.~~~
오늘도 암이란 놈에게 좀 더 멀어지시는
하루 보내셨죠?
고생 많으셨습니다.
편안히 쉬시는 밤 보내세요.^^
제 경험상, 儒學經傳 공부는 바쁠수록 더욱 잘 된다는 사실입니다.^^
왜냐구요? 천자문의 破字解를 통해서 익히 깨달으셨겠지만,
뜻글자와 유학경전은 인류의 삶의 軌跡을 담아내면서 指向해야 할 바를 제시해놓았기 때문이지요.
淵泉님은 머지않아 長足의 발전을 이루리라고 봅니다.
강의를 쉬는 덕분에(?*.*) 저는 거의 매일 주로 수락산 7부능선을 정점으로 하여 2만보 안팎을 걷고 있습니다.
항암1차 3주차인 그제부터는 정수리 두피가 좀 아픈 듯하더니
오늘 아침부터는 머리카락이 제 살 곳 싫다고 흐늘흐늘이 도망가네요!
나 싫다고 도망가는 놈은 절대 붙잡지 않는 줄도 모르고...
암튼 人生觀照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