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에서 연출은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연출되지 않은 오페라는 절반만 완성된 예술 작품이지요. 간혹 무대위에서 ‘음악회 형식의 오페라(오페라 콘체르탄테)의 밤’이 펼쳐지기도 하지만요. 악보로 고정된 음악과는 달리,오페라는 연출가의 손으로 다양하게 변형 할 수 있는 열린 장르입니다. 그렇다면 연출가는 오페라를 공연하기 위해 어떤 솜씨를 발휘하나요? 이른바‘원작에 충실한 연출’에서는 대본과 악보,거기에 적힌 지시사항,역사적인 배경에 초점을 맞춥니다. 반면 오페라를 훨씬 자유롭게 해석하는 현대적 연출은 전통적인 공연에서 벗어나 오페라의 현대적 의미를 살리려고 시도하지요. 자유로운 연출의 극단적인 유형은 ‘연출가 연극(Regietheater)’입니다. 특히 독일어권에서 많이 시도하는 유형이지요. 1970년대에 연출과 연극은 음악과 무대 위 공연의 관계를 새롭게 정의했고,이는 큰 반향과 논쟁을 불러일으킵니다. 연출가의 역할은 눈에 띄게 커졌고,포스트모던 이론은 더 이상 진실하고 보편타당한 작품의 의미는 존재하지 않으며 다양한 해석의 가능성만이 존재한다고 주장합니다.오페라는 항상 비판적으로 검토해야 하고,늘 새롭게 해석하며 현재적 의미를 담아내야 합니다. 이제 연출가의 해석은 오페라의 줄거리나 음악의 흐름에까지 파고들어 간섭합니다. 2001년에 베를린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도리스 되리에(Doris Dörrie)가 연출한 <코지 판 투테>는1970년대를 배경으로 삼고 있고,루이지 노노의<사랑을 가득 실은 위대한 태양에게(Al gran sole carico d’amore)>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페터 콘비츠니(Peter Konwitschny)는 2004년에 ‘올해의 연출상’을 수상했지요. 비평가들은 예전부터 이런 연출가 연극을 “원작의 훼손”이라고 비난하면서.음악을 전면에 내세우고 무대에서의 지나친 연출을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합니다.하지만 때로는 독특한 연출이 예기치 않게 그들의 마음마저 사로잡기도 하지요.간혹 획기적이지만 환영받는 멋진 연출이 등장하곤 합니다. 2006년 에센의 알토 극장에서 선보인 스테판 해르헤임(Stefan Herheim)의 <돈 조반니>처럼 말이죠. 헤르헤임은 주인공을 성직자로 분하게 하고 교회를 주무대로 삼습니다. 좀 파괴적이고 거친 그의 연출에 청중은 폭발적인 반응을 보이며 우레와 같은 박수갈채를 보냈지요. 반대로 2002년 하노바 국립 오페라 극장에서 상연된 연출가 칼릭스토 비에이토(Calixto Bieito)의 <돈 조반니>는3500명의 예약자들을 잃는 참사로 이어졌지요. 오페라의 새로운 연출이 관객들에게 인정받느냐 외면당하느냐 하는 문제는 전적으로 연출가에게만 책임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만약 모든 연출가가 엄격하게 원작에만 충실하게 따른다면,오페라의 시각적인 매력은 금방 소진되고 말것입니다.그런 점에서 본다면,연출가 연극을 지향하며 예술적으로 멋진 무대를 만들려는 노력은 분명히 오페라계에 생기를 불어넣어 줍니다.늘 비슷해 보이는<돈 조반니>는 관객들에게 더 이상 매력적이지 않을 겁니다.물론 엄청난 스캔들이 될 수도 있는 위험을 안고 았긴 하지만 새로운 연출 시도는 항상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안겨주지요. 원작에 충실한 연풀을 주장하는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사실을 간과하곤 합니다.모든 해석의 순간에는 음악과 연출이 어떻게 조화롭게 어우러지도록 할 것인가를 새롭게 고민해야 한다는 사실 말입니다.어쨌든,원작에 충실한 연출과‘연출가 연극’은 서로 반대되는 극단을 보여줍니다.성공적인 오페라 연출을 위해서는 둘 사이의 타협점을 찾는 것이 중요하죠.음악의 질과 독창적인 연출,어느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잘 저울질해야 합니다. <출처:쾰른음대 교수진,‘클래식 음악에 관한101가지 질문’_05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