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섬에 세운 전에 없던 도시... 송도 구석구석을 탐방하다
미래를 보고 싶다면, 송도로 오세요
인공섬에 세운 전에 없던 도시... 송도 구석구석을 탐방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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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 멀지 않은 도시의 미래
'Welcome to Tomorrow'
지금도 그대로인지는 모르겠으나 과거 두바이가 한창 개발을 시작할 무렵 공항 입국장에 내걸었던 슬로건이다.
'내일로 오신 것을 환영한다' 쯤으로 해석할 수 있겠다. 대단한 자신감의 표현이 아닐 수 없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두바이는 바다 위에 거대한 인공섬을 만들고, 사막 한가운데 스키장을 짓고 있었다. 아무나 시도할 엄두조차, 아니
생각조차 할 수 없었던 꿈을 현실로 만들어 가는 창의적 역발상의 도시가 두바이였다. 그 정도는 인정할 만 했다.
그처럼 거창하지는 않지만 우리의 도시가 지향해야 할 가까운 미래상을 구현하는 도시가 있다.
바로 대한민국 인천의 송도다. 인천에는 두 곳의 송도가 있다. 하나는 육지 송도다. 연수구 동춘동과 옥련동 일원이다.
정식 명칭은 아니고 일제 강점기부터 관습적으로 그렇게 불렀다. 행정동 명칭으로 쓴 건 구 송도와 바다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신 송도다. 공식 명칭은 '송도국제도시'다(참조 : 2002년 인천광역시사).
이 도시의 사면은 바다다. 엄연한 섬이다. 이제야 제 이름을 찾은 셈이다. 사람들이 바다를 메워 만들었다.
도시정부와 시민들은 이 인공섬에 사람중심도시의 꿈을 차곡차곡 실현해 나가고 있다. 그 대역사는 현재진행형이다.
지금도 외곽의 바다가 메워지고 도시 곳곳에 건축물들이 올라가고 있다. 그런데 이 도시에선 제 땅에 제 건물 짓기도
쉽지 않다. 디자인과 도시경관 등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야 한다. 모두 작품처럼 보이는 건축물들은 그런 노력의 결정체다.
도시정부는 그만큼 세심하게 도시를 관리한다. 제 건물일지라도 포스터 한 장 마음대로 붙이지 못한다.
이 도시에 들어온 외국의 유명호텔이 간판 문제로 도시정부와 신경전을 벌였다는 일화는 지금도 회자된다.
그래서 이 도시를 처음 방문한 사람들의 처음 소감은 우리나라 같지 않다는 거다. 그만큼 낯설다. 도시 곳곳에서 독창성과
실험정신이 엿보인다. 넓적한 빗살무늬토기 3개를 연결한 것처럼 보이는 공연장 '트라이볼(Tri-Bowl)은 그것의 상징이다.
이 도시는 민관공동투자방식으로 개발되고 있다.
그 과정을 축약해 말하자면 정부가 바다를 메워 만든 땅을 민간기업에게 팔고 기업은 그곳에 아파트나 상가건물을 지어
분양해 이익을 내는 방식이다. 그 과정에서 남은 이익의 일부로 공원이나 학교 등의 공공시설을 지어 시에 기부한다.
민간업자들이 단돈 1달러에 명의를 넘긴 '송도 컨벤시아'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그러니까 송도는 관과 민간기업, 시민들이
합작해 창조해 낸 효율성의 도시이기도 하다.
푸르고 시원한 도시
방문객들의 두 번째 소감은 푸르다는 거다. 센트럴 파크, 미추홀 공원 등 대규모 공원과 녹지가 도시 곳곳에 산재한다.
정식공원만 85개, 녹지까지 합하면 185개에 이른다. 녹지율이 33%를 넘는다. 이 정도면 국제적 수준이다. 도시 전체가
쾌적할 수밖에 없다. 자연환경뿐 아니라 사람들도 푸르다. 이 도시 사람들의 평균연령은 35.4세(2020년 12월 기준,
행정안전부 인구통계).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축에 든다. 아연 활기가 넘친다.
이 도시는 또 시원하다. 1년 내내 바닷바람이 도시를 활보한다. 대기는 청정할 수밖에 없다. 길도 그렇다.
3개의 8차선 대로를 축으로 사통팔달 잘 닦인 도로들이 연결된다. 아기자기한 골목이 없다는 건 조금 아쉽다.
미관을 해치는 쓰레기봉투도 눈에 보이지 않는다. 자동집하시설로 통합처리 되기 때문이다.
스카이라인을 망가뜨리는 전신주나 전선도 없다. 모두 땅 밑으로 얌전히 들어가 있다. 눈마저 시원하다.
이 도시의 남서쪽 끝엔 국립 인천대학교가 있다. 캠퍼스 뒤에 솔밭공원이 있다. 공원 부근에 '케이슨 24'가 있다.
나무 한 그루 없는 드넓은 평지가 나타나고 그 너머로 눈부신 바다가 펼쳐진다. 인천대교를 건설할 때 구조물을 만들어
실어 나르던 임시 선착장이다. 바닥은 흙이 아니라 강철판이다. 그 위에서 바닷바람을 맞으며 한가롭게 그네를 타는
커플의 풍경은 낭만적이다. 시원함의 끝판왕이다.
핫플 오브 핫플
송도는 땅값이 비싸다. 비싼 땅을 효율적으로 활용하려면 한껏 위로 올려야 한다. 이 도시에 고층 건물이 즐비한 이유다.
그런데 그 반대도 있다. 위가 아니라 앞뒤로 길게 지은 건물이 있다. 방문객들은 건물 안을 다니면서도 거리를 걷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이 멋진 거리를 다 돌아보려면 발품깨나 팔아야 한다. 실제로 건물은 3개 블록에 걸쳐 있다.
송도의 대표적인 명소로 자리매김한 '트리플스트리트' 이야기다.
이곳은 관(官)이 시행하고 민간이 운영하는 복합쇼핑몰이다. 하지만 단순한 쇼핑몰을 뛰어넘는다.
한번 발을 들이면 좀처럼 빠져나갈 수 없는 매력이 가득하다. 세상의 모든 맛집과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노는
놀이시설과 영화관과 공연장과 스포츠 시설까지 완벽하게 갖추어 있다. 모두 170여 개의 점포가 입주해 있다.
한 해 방문객만 300만 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한다. 가히 핫플 중의 핫플이다.
이 도시는 또 맛집 천국이다. 국내 모든 프렌차이즈는 다 있다.
'국제경양식(돈가스)', '대성불고기(한우요리)' 같은 원도심 강자들도 속속 이곳에 터를 잡았다.
이 화려한 도시에서 거대 음식점들에 기죽지 않고 경쟁에 임하는 작은 식당도 많다. 송도2동 상가에 자리 잡은
'비담비'는 그 대표 주자다. 대한민국 메밀 음식의 자존심을 자처한다. 이 집은 여전히 메밀을 '모밀'로 부른다.
예술가적 고집과 장인정신의 표현이다.
이 집의 가장 큰 미덕은 가성비다. 메밀 한 판에 6000원, 사이드 메뉴 격인 통만두는 10개에 3500원이다.
유부와 어묵이 가득한 우동은 단돈 5000원. 메밀 면은 놀랍다. 외형부터 윤기가 반지르르하다.
면은 두툼하지만 말도 못하게 부드럽고 쫄깃하다. 비빔면도 있지만 깊은 맛의 가쓰오부시 육수와 함께 먹는 판메밀을
강추한다. 만두도 절대 그에 못지않다. 투명한 피에 속은 알차게 여물었다.
1만 원 이하로 이렇게 배불리 먹을 수 있는 곳도 드물다.
평등한 도시, 평등한 시민들
이 도시엔 단독주택이 없다. 모두 아파트나 오피스텔 같은 공동주거시설 일색이다.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도시의 외곽에 있는 산(山)도 없다. 언덕이나 구릉조차 찾아볼 수 없다.
높낮이 없이 사방이 평평하다. 매립지라 그러려니 해도 그 광경은 자못 이색적이다. 그
래서 그곳 사람들은 스스로를 세상에서 가장 평등한 도시라 부른다. 광활한 '케이슨 24'는 이 평등한 도시의 상징이다.
버나드 쇼는 '성공하는 사람들은 스스로 원하는 환경을 찾아 나선다.
만약 찾지 못하면 그들은 제 손으로 환경을 만들어 낸다'고 말했다. 송도 사람들이 딱 그래 보인다.
그들은 자청해 이 섬으로 들어왔다. 그들 이전에 이곳에 살던 이들은 없었다. 땅덩이 자체가 새로이 빚어진 도시다.
그러니 지금 그 도시의 사람들은 명실상부한 1세대다.
그들은 섬의 고립을 즐기며 도시의 풍광만큼이나 멋진 그들만의 평등한 문화를 창조해 내고 있는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