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포의 새벽 편지-460
천자문077
동봉
0285말씀 언言Word
0286말씀 사辭Words
0287편안 안安Well
0288정할 정定Fix
이엔-쓰-안-딩言辭安定
말은 편안하고 명확하게 하라
0285말씀 언言/화기애애할 은言
말씀 언言자는 언어의 총칭입니다
말씀 언言자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매울 신辛자에 입 구口자입니다
신辛자는 손잡이가 있는 칼의 모양이고
구口는 맹세의 뜻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시 말해 믿음을 주지 못하거나
배신했을 경우 그에 따른 대가를 치르겠다는
서약이 깃들어 있는 게 언言자입니다
말씀, 말을 비롯하여
견해, 의견의 뜻도 있습니다
글과 언론과 맹세의 말을 함께 지닙니다
호령, 하소연, 건의, 허물 잘못과
서로 꺼리고 싫어하여 생긴 틈
곧 혐극嫌隙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요컨대, 다시 말하면, 이에
여쭈다, 묻다, 기재하다, 적어넣다
또는 소송하다, 이간하다, 알리다
서로 헐뜯어 멀어지게 하다, 예측하다
말하다, 조문하다, 위문하다
'말씀 언'자가 아닌
'화기애애할 은'으로 읽을 경우가 있습니다
화기애애하면서 삼가는 모양이거나
위엄이 있는 모양일 때는
'언'이라 하지 않고 '은'으로 읽습니다
'은'이라는 발음은 처음이라고요?
그럴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느 누구도 언言을 '은'으로 읽지 않으니까
하지만 한문은 그래서 민감합니다
어디 한문뿐인가요
영어도 똑같은 철자를 놓고
앞뒤 연결된 내용에 따라 발음이 다르고
일본어도 앞뒤 글자에 따라
받침의 발음이 달라지고 있습니다
이는 우리말도 마찬가지입니다
0286말씀 사辭
매울 신辛이 부수이며 총19획이지요
말씀
문체 이름
핑계
사퇴하다
알리다
청하다
타이르다
사양하다 등으로 쓰일 때가 있습니다
사辭가 워낙 복잡한 글자다 보니
간체자가 발달했습니다
말씀 사辞
말씀 사辝
말씀 사辤 등으로 쓰기도 합니다
물론 같은 말씀 사辭자입니다
이 사辭자에는 명료와 복잡이 섞여 있습니다
곧 신辛이 간단명료함이라면
란亂은 뒤섞임이고 복잡함이지요
매우 간단한 말辛로
복잡하게 얽힌 세계亂를
깔끔하게 처리함이 사辭의 역할입니다
0287편안 안安
인류사에 있어서 이 말보다
더 사랑받는 숙어는 아마 없을 것입니다
'편안하다'입니다
편안便安
편안하다
편안하게 하다
안존하다=아무탈 없이 평안하게 지내다
즐거움에 빠지다
즐기다, 좋아하다
어찌, 이에, 곧
어디에
안으로, 속으로 등의 뜻이 담겨 있습니다
여기에 내가 덧붙이는 새김이 있습니다
아내 안安
안사람 안安
집사람 안安
여인 안安이 이에 해당합니다
다른 말로 엄마 안安으로 새기고
며느리 안安 주부 안安으로도 새깁니다
왜 이런 새로운 새김을 만들었는지
나의 해석에서 엿볼 수 있습니다
갓머리宀는 우주宇宙며 집住宅입니다
여기에는 민갓머리冖를 포함합니다
이 우주에 남자들만 존재하고
여자가 없다고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거창하게 우주까지 들먹이느냐고요
우주, 곧 집 우宇 집 주宙 두 글자가
다 갓머리를 머리에 이고 있습니다
우주가 너무 넓고 광활하니까
축소하여 지구만 놓고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 지구에 아내가 없고
안사람이 없고
여인이 없고
집사람이 없다고 상상해 보셨습니까
상상이라! 생각도 하지 마십시오
불필요한 생각을 할 게 뭐 있습니까
그렇게 생각지 않더라도
지구에 사는 모든 생명의
75%가 다 여성이고 암컷인데요
수컷은 남자를 포함하여 전체 25%입니다
인간을 제외하고는
성비性比가 암컷이 높습니다
암컷이 워낙 많이 차지하기 때문입니다
집宀 안에 지붕宀 아래
여자女가 있는 집은 편안安합니다
아내女가 있는 집宀은 안정安定됩니다
집사람이라도 좋고
안사람이라 하더라도 좋습니다
건강한 삶Wellbeing이 유지되려면
집안을 안존하게 이끌어갈
엄마가 며느리가 주부가 있어야 합니다
아내는 집이나 꾸려가는 사람이냐고
내게 화살을 날릴 분도 있겠지만
세상에서 집보다 가정보다
더 우선하는 것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만일 집안에 여자女가 없다亡면
이미 잘못된 가정妄입니다
온전한 가정일 수 없습니다
우리말에 '아내'라는 말은
안을 밝게 비추는 해라는 뜻입니다
'안의 해'가 '안 해'로 안 해에서 '안해'로
안해에서 '아내'가 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언어의 발달과정은 대부분이
그림씨形容詞에서 이름씨名詞로
움직씨動詞에서 이름씨로 바뀌어가지요
영어로는 아내가 와이프Wife입니다
와이프의 머릿글자 W가
여성이 지닌 자궁Womb에서 왔다면
자궁을 몸에 지닌 자W와
삶Life이 한자리에서 하나로 만나면서
L이 탈락하고 W가 자리를 차지하게 됩니다
와이프는 라이프의 다른 뜻입니다
와이프 없는 라이프는 있을 수 없습니다
스와힐리Swahilli어語에서
약혼녀를 음춤바Mchumba라고 합니다
여자친구를 음춤바라 하기도 하는데
한두 번 그냥 만난 사이가 아니라
사귐의 깊이가 깊을 때 음춤바라고 하지요
이는 체임버Chamber라고 하는
방, 사적인 방, 침실을 뜻하는
독일어에서 온 말이라고 하는데
언어의 시원에 대해서 나는 잘 모릅니다
그러나 집을 뜻하고 방을 뜻하는
집사람 안사람과 같은 말임은 알고 있습니다
한문으로 실인室人이나
또는 내자內子도 같은 의미입니다
사람의 삶에는 안의 세계가 있고
밖의 세계가 있습니다
밖의 세계는 바깥양반이 대표고
안의 세계는 안사람이 주인입니다
그래서 바깥양반, 안 주인/안주인입니다
안安은 평온함이고 조용함이며
평화가 온통 가득하여
시나브로 행복을 느낄 수 있는
한없이 너그러운 마음의 상태입니다
이는 평화로움Peaceful이며
조용하고 잔잔하고 차분함이며
고요하고 침착하고 아늑함Calm입니다
안安은 장소와 환경이 조용하고
평온하고 잔잔함입니다
마음의 태도 등이 차분하고 평화롭고
변함없고 안정됨Tranquil입니다
따라서 안安은 외롭지 않음이며
사랑이 가득함이며
행복이 싹틈이며
마음을 주고받음이며
웃음과 대화가 자연스레 오감입니다
0288정할 정定
원숭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질 못합니다
그래서일까 원숭이를 보고 있노라면
불교에서 사람의 마음세계를
원숭이 행동에 비유하고 있음이
이해가 가고도 남습니다
어떤 때는 우리 인간과 조상이 같다는
찰스 다윈의 진화론을 생각하면서
원숭이의 변덕보다 더 심한 것이
마음이라 스스로를 위로하고는 합니다
따라서 사람이 제 마음을 다잡기가
얼마나 어렵고 또 어려울지
깊은 사고의 늪으로 빠져듭니다
마음을 다잡을 때
마음을 한 곳에 집중하여
고요히 가라앉히고
아무 때나 움직이지 않는
안정된 상태를 선정禪定이라 합니다
같은 뜻 다른 글자로
이마 정/정할 정㝎자가 있기는 한데
번체자 정定이나 간체자 정㝎이
다 함께 갓머리宀를 쓰고 있다는 것은
마음의 조복은 강제성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뱀은 그냥 놓아두면 자연스럽게
갈짓자之로 나아가게 마련이지요
그러나 대통이나 파이프 속을 지날 때
뱀은 곧게 갈 수밖에 도리가 없습니다
우리가 마음을 닦을 때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좌선을 하도록 함은
그렇게 하지 않고서는 뱀처럼
갈지자로 나아갈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원숭이는 가만히 있지 못하는 성격이지만
밀폐된 우리 안에서 살게 되면
어쩔 수 없이 환경에 적응할 수밖에요
이는 우리 마음도 마찬가지입니다
정할 정/이마 정定㝎에는
정하다, 정해지다, 바로잡다, 다스리다
평정하다, 편안하다, 안정시키다
머무르다 준비하다, 자다, 그치다
이마 곧 이마=앞머리
별이름, '반드시'의 뜻이 들어있습니다
정定은 발足이 지붕宀 아래 있으니
움직이더라도 지붕 아래고
뛰더라도 지붕 아래입니다
뛰어보았자 부처님 손바닥일 뿐입니다
아무리 자유분방㝎하게 움직인다 한들
지붕 아래의 문제일 뿐입니다
아무리 달리고足 싶다 한들
마음 먹은 대로 달려지겠습니까
언사안정言辭安定입니다
언言이 직접적 말이라면
사辭는 간접적 말이며
언言이 주제 발표라면
賜는 주제를 놓고 토론함입니다
언言이 지나온 과거를 들춤이라면
사辭는 현재와 미래를 지향함입니다
언言이 언言 스스로를 위해
존재하지 않으면 안 되는 언어라 한다면
사辭는 대중과의 소통을 위해
서로 교류하고 서로 얽혀 돌아가는
복잡계複雜界Complex System입니다
복잡계란 기상, 생명 현상, 화학 물질
수리 통계, 경제활동 등
수많은 요소들이
모여서 만든 체계입니다
언사言辭는 복잡미묘합니다
그러나 단순명료한 것이 언사입니다
사람의 마음도 한없이 복잡하지만
알고 보면 텅 빔 그 자체입니다
04/04/2016
곤지암우리절 선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