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탄생
뜨거운 열기가 식은 여름밤
시원한 바람에 깊은 잠이 든 왕비는 신비한 꿈을 꾸었다.
여섯 개의 이빨을 황금으로 치장한 하얀 코끼리가 허공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일곱 부위가 땅에 닿는 거대한 코끼리는 놀랄 겨를도 없이 성큼성큼 다가와 옆구리로 들어왔다.
알 수 없는 상쾌함을 느끼며 잠에서 깬 왕비는 왕을 깨워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다.
이른 아침 궁전의 뜰은 왕의 부름을 받고 달려온 바라문과 선인(仙人)들의 발걸음으로 분주했다.
“들으시오, 왕비가 간밤에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진 코끼리가 오른쪽 옆구리로 들어오는 꿈을 꾸었소 무슨 징조이겠소?”
웅성거리던 바라문과 선인들이 한목소리로 답하였다.
“경하드립니다. 태몽입니다.”
“여섯 개의 이빨을 가지고, 일곱 부위가 땅에 닿는 흰 코끼리는 잠부디빠를 통일한 전륜성왕만이 가질 수 있는 보배입니다. 왕비께서 전륜성왕이 되실 왕자를 잉태하신 것이 분명합니다.”
나이 마흔이 넘도록 자식이 없던 왕에게 왕비의 회임은 더 없는 경사였다. 숫도다나왕은 네 성문에서 무차회(無遮會)를 열어 굶주린 이들에게는 음식을, 추위에 떠는 이들에게는 의복을 나눠주었다.
해산할 날이 가까워지자 숫도다나왕은 꼴리야로 향한 도로를 정비하고 향기로운 꽃으로 길가를 단장하였다.
왕비는 해산을 위해 고향 데와다하(Devadaha)로 향하였다.
만삭의 왕비는 서둘렀지만 걸음이 더디어지다보니 룸비니(Lumbini)동산에 다다라 임시숙소를
마련하였다.
기원전 624년 사월 초파일, 샛별이 유난히 반짝이고 동쪽 하늘이 파르스름하게 밝아오고 있었다. 이슬이 영롱한 동산에는 잠을 깬 새들이 합창을 시작했다.바람은 차지도 덥지도 않았다.
가볍게 동산을 거닐던 마야왕비는 한 나무 아래 걸음을 멈췄다.
손을 내밀어 무지개처럼 드리운 가지 끝을 잡는 순간, 바람에 밀리는 배처럼 대지가 흔들리고 구름 없는 하늘에서 붉고 푸른 꽃비가 쏟아졌다. 왕비는 문득 산기를 느꼈다. 놀란 시녀들이 서둘러 나무 주위로 장막을 치자마자 왕비는 산통도 없이 선 자리에서 아기를 낳았다.
사람들은 산통 없이 왕자를 출산하게 한 공덕을 기려 그 나무를 아소까(Asoka, 無憂)나무라 불렀다.
오른쪽 옆구리로 태어난 아기는 오른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왼손은 땅을 가리키며,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걸으면서 사자처림 당당하게 말하였다.
“ 내 오직 존귀하나니
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삼계(三界) 내 마땅히 안온하게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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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통 괴로움에 휩싸인 삼계, 내 마땅히 안온하게 하리라!
세상에 첫발을 내 딛는 부처님의 원력이 정말 대단하지요.
이렇게 부처님은 우리의 곁으로 오셨습니다.
이 맘때 쯤이면 항상 생각나는 또 하나의 얘기가 있죠.
난타의 빈자 일등이 회자됩니다. 가난한 여인의 정성스럽게 켠 등이야 말로 부처님의 첫째 제자라 할 지라도
꺼지지 않은 위대함을 보았듯이 우리도 며칠 뒤에 또 다시 우리 곁으로 오실 그분을 각자 어떻게
정성스럽게 맞이 하실건지 곰곰이 생각을 해 보심은 어떨런지요?
일화합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