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2월24일 여독모 책 독후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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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수이야기 – 역사를 바꾼 은밀한 이야기>
사이먼 하비 지음, 김후 옮김
1. 이 책의 앞부분은 주로 서양에서 대서양을 둘러싸고 일어난 이야기가 주를 이루고 있다. 포르투갈, 네델란드... 등의 나라는 알겠지만 아주 많은 사람들이 나오고 카리브해 등 많은 지명이 나온다. 우리는 서양 사람들 중에 세계사에 나오는 아주 유명한 사람들만 아는데 우리에게는 너무나 생소한 사람들이 나와서 집중하기가 힘들었고, 대서양에 존재하는 그 많은 지명이 나올 때는 짜증이 날 정도였다. 이 책은 저자의 박사학위 논문을 기초로 만들어졌기에 아주 세세한 내용도 나오고 있으나 우리 같은 서양의 역사를 잘 모르는 동양인들에게는 모든 것을 소화하기에는 너무나 벅찬 내용이었다.
2. 밀수는 왕실이나 국가가 무역을 독점하기 때문에, 그리고 무기나 마약처럼 거래가 금지된 품목이 있기에 생겨난 개념이다. 지금이야 과학기술이 많이 발달하였고 국경과 해안선이 잘 수비되고 있기에 국가 간의 무역이 매우 치밀하게 통제되고 있다고 하지만 (그래도 그날 김동명이가 얘기 했듯이 숭숭 구멍이 뚫려 있는데) 해외무역이 왕성해지던 15세기나 그 후에 19세기까지는 국경과 해안선 통제를 비롯한 전체적인 국가통제가 엉성하여 원래 공식적인 허가받은 무역보다도 밀수가 훨씬 많았을 것으로 짐작된다. 그렇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정식 무역이고 어디까지가 밀수였는지의 경계가 불확실하였고 그 규모나 숫자는 무의미하고 제대로 파악되기도 힘들다.
그렇지만 서양의 나라들이 해외 개척을 하면서 무역을 많이 하였는데 소금이나 담배 같은 국가독점 품목뿐만 아니라 사치품 향신료 차 골동품 같은 품목들은 많은 이익을 남길 수 있었기에 위험을 무릅쓰고 국가통제를 벗어나서 많은 밀수가 행하여 졌다.
“밀수는 비열하면서도 고귀하고, 추악하면서도 영웅적이며, 혁명적이면서도 이익지향적이고, 일탈적이면서도 일상적인 일로 인식될 수 있다. 기회주의적이었지만 때로는 소금의 경우처럼 지나친 과세에 대한 역사적으로 뿌리 깊은 저항이기도 했다.” (181쪽)
김동명이가 얘기 했듯이 중국의 소금에 대한 국가독점은 작년에야 해제 되었다.
3. 역사상 밀수의 가장 추악한 모습은 아마도 중국과 영국의 아편전쟁일 것이다. 대개 밀수는 개인이 하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국가(영국)가 개입한 역사상 가장 규모가 크고 은밀하게 진행된 것이 아편이었고 그 희생자는 근대화에 뒤떨어진 중국이었다. 1차 2차 아편 전쟁에서 패한 중국은 마약을 거의 통제 없이 수입할 수밖에 없었고 영국의 국가수입은 막대한 것이었다. 1859년 2차 아편전쟁 이후 중국에는 그 전보다도 2배나 되는 마약이 수입되었고 1880년대에서야 제동이 걸리기 시작하였고, 1909년에 인도가 마약수출을 중단하였지만 중국에는 그 이후에도 아편굴이 성행하였고 중국을 점령한 일본도 마약을 적극적으로 통제하지 않는 방법으로 중국을 정신적으로 무장해제 시켰다. 마약이 중국 국민을 피폐하고 국가의 기강이 흩트러지게 한 것이다. 중국공산당이 정권을 잡은 1949년에야 비로서 마약이 사라졌다. 중국의 아주 수치스러운 역사이다.
그러고 보니 더 끔찍한 밀매는 노예무역이었네! 그런데 이 책에는 왠지 아주 조금씩만 나오네!
4. 나는 독일 나찌에 대한 연구를 많이 했는데 주로 나찌 전범들과 협력자들이 제2차 세계대전에서 패망한 후에 어떠한 법적인 논리로 빠져나가려 했으며 어떻게 재기를 했는가가 나의 연구대상이었다. 이 책은 ‘인간밀수’라고 해서 나찌전범들이 처벌을 면하기 위해서 어떻게 독일에서 빠져나가 해외로 도피하였는가 하는 사례와 방식들이 언급되어 있다. 놀랍게도 로마 카톨릭이 주로 아르헨티나를 비롯한 남미로 전범들을 빼돌리는 작업에 많은 역할을 했다고 한다. 또한 나찌 피해를 안 입은 스위스와 오스트리아 같은 중립국, 스웨덴과 같은 북유럽 국가들도 인간밀수를 위하여 협력하였다고 한다. 어찌 이런일이?
5. 조승종이가 언급했듯이 이 책에는 한국이 딱 한번 언급된다.
“한국은 명품 핸드백과 같은 최고급 사치품의 ‘슈퍼 모조품’(super copies)생산국으로 유명하다. 이런 모조품은 오리지널 제품만큼 품질이 우수한데, 뒷골목의 허름한 작업장이 아니라 시설이 제대로 갖춰진 공장에서 생산된다”
한국의 기술수준을 제대로 평가한 것 같으면서도 짝퉁제품을 많이 만들어 낸다는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고 있는데 이 저자의 한국에 대한 빈약하고 왜곡된 인식이 드러난다.
6. 이 책의 백미는 그 날 장강순이가 많이 언급했듯이 한쪽에서는 전쟁을 하면서도 한쪽에서는 밀수를 하면서 사익을 챙기는 상황이다. 그 많은 전쟁은 잔혹한 방식으로 행하여지는 문물의 교환 행위였고 기술발전의 촉매제였다. 미국의 독립전쟁의 와중에 수많은 밀수가 이루어졌고, 베트남 전쟁에서 마약과 무기가 밀수를 통해서 많이 유통되었다. 베트남전쟁에서 우리나라도 미군이 준 무기를 많이 뻬돌렸고! 이러한 상황은 그 후에도 지속되었고 1970년대에 문제가 된 미국의 콘트라 반군에 대한 지원이 마약을 밀매하는 방식으로 자금 조달을 하였다는 것이 드러나서 미국이 발칵 뒤집어졌었다. 무기와 마약은 유통금지품목이기에 위험부담이 있지만 고수익을 안겨주었고 그래서 밀수의 단골품목이다.
이 책에는 잠깐 언급되는데 미국에 금주법 시대(1919~1933년)가 있었다. 이 법이 잘 시행되었겠는가? 의도야 좋은 것이겠지만 밀주를 만드니 값은 올라가고 마피아 같은 범죄조직이 밀매를 해서 큰 돈을 벌었지. 법적으로 보면 현실을 무시한 실패한 법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우리나라 한국전쟁과 그 이후에도 미군물품이 흘러나와 야매시장을 형성하고 부자들은 미제물건을 많이 샀지! 내가 근무하는 평택(송탄)에서도 미군 공군기지에서의 미제물품의 밀반출은 우리나라가 못 살때 지역경제는 물론 국가경제를 떠받치는 것이었다.
7. 이 책에는 밀수에 대한 너무나 많은 얘기가 광범위하게 언급되는데 시대와 사건을 좀 집약해서 서술했으면 좋았겠다. 번역의 문제점도 보이고. 그리고 이 책의 최대 문제점은 서양 사람들이 자기들의 위주로 자기중심적 역사관에 의하여 썼다는 점이다. 지금 세계사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한국과 일본은 거의 언급되지 않고 있고 중국도 주역이 아닌 조연 역할을 한다.
끝까지 읽기가 쉽지 않았다. 중간중간에 언급되는 이야기들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고 우리에게는 전혀 필요 없는 얘기들이었다. 서양사를 전공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할지 모르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