즐겨보던 드라마 <남남>이 끝났다. 웹툰 원작이라던데 그래서인지 시청하는 내내 내용이 상당히 진보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러가지 인상적인 내용들 가운데 가장 내 마음에 들었던 것이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이다. 30년 만에 나타난 친부를 미워하는 마음이 아닌 편안한 마음으로 아저씨라고 부르는 것이 우리 정서에서 얼마나 용인이 될까? 30년 동안 아이의 존재를 모르고 살았으므로 자신이 아닌 엄마의 성을 따르는 것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친부 또한 몇이나 될까?
은미가 친구인 미정과 그녀의 어머니와 함께 가족이 되고 은미의 딸인 진희는 태어나면서부터 할머니와 이모가 생긴 설정을 통해 피가 섞여야만 가족이 되는 것이 아님을 보여주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었다. 핏줄로 엮인 부모 자식간이지만 10년 넘게 연을 끊고 사는 진홍의 가족과는 대조를 이루며 말이다.
가족을 핏줄로만 정의하는 것은 이제 진부한 시대가 되었다. 핏줄에 연연하다보니 우리 문화는 여전히 입양에 대한 편견이 심하고 생긴 아이도 낳지 않는 경향이 크다. 세계에서 출생율이 가장 낮다고 걱정하면서도 모순이게도 태어난 아이를 홀대하거나 태어날 아이의 출생을 억압하고 있다.
가족에 대한 새로운 접근을 한 드라마가 <남남>이 처음은 아니다. 5년 전 <최고의 이혼>에서도 새로운 접근을 보여주었다. 새로운 접근의 작품들이 자주 등장하면 좋겠다. 드라마나 영화에서 한 번 소개했다고 해서 세상이 단번에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전통을 고수하고자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새로운 시도에 대한 저항이 만만치 않다. 전통이 무조건 나쁘고 새로운 것이 무조건 좋다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시도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이고 고민해보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랄 따름이다.
나는 다양한 가족의 형태를 인정하는 것이 우리 사회가 한발짝 진일보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핏줄에 의한 다양성만을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핏줄과 무관한 가족도 얼마든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정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