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시계
여자로 태어나
아이를 낳는 순간
어머니가 되었습니다
그 고운 모습
어딜 가고
골진 주름위
흰 서리 얹고
해거름에
굽은 등 보이며
걸어가는 뒷모습에
야속하게 흘러버린
그 세월이 무정해
뒤돌아서 소리 없이
눈물이 고일 때가
지금도 아련히 묻어옵니다
가끔은 골목길을
돌아 오실 것만 같은
내 어머니
어머니의 선한 눈빛으로
사랑을 배웠고
부드러운 손길로
세상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어머니로 산다는건
근심 걱정이 있어도
내색 한번 못하고
다주고
다 버리고
빈 가슴까지
내어주면서
자식이
놓치고 간 것들을
뒤에서 거두고
추슬러 주어가는
땔감같은 일상
그건 희생이 아니라
사랑의
또 다른
모습이었을 겁니다
오늘도
내 마음의
모정의 등불은
꺼지지 않았습니다
내 맘속에
동경하는 최초의 집
그건 엄마의 품속이니까요
내 삶의
시작이었는데
이제는
그리움으로만 남은 어머니
난로보다
이불보다
햇살보다 따사로왔던
어머니의 마음을
살면서
한 걸음씩
알아가나 봅니다
우리가 보낸 마음은
동그라미 같은
인생 속에
이리 흐르고 저리 흐르다
마음에 주인에게
그대로
되돌아오 듯
자식따라 도는
엄마의 시계는
영원히 멈추지 않을겁니다
펴냄 / 노자규의 골목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