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내 커리어 아주 초창기의 노래들을 언급하면서 "그런 노래 좀 딱 하나만 더 만들어달라"라는 말을 건네면 사실 나는 몹시 퉁명스럽게 면박을 주거나 최소한 무시로 일관 해 왔습니다. 그렇게 행동하는게 사람들이 흔히 나에대해 갖는 이미지와 일치하기도 하고요.
그러니 저 손발이 오그라드는 의외의 상냥한 대답에 많은 사람들이 다양한 반응들을 보내왔더랬죠.(패닉 수준이든데)
음......나는..정말 싸움을 하듯이 음악을 했습니다.
그저 녹음하는 것 자체가 신기하고 즐거웠던 습작성 앨범을 두 장 내놓고 얼치기 스타가 된 후에, 타는듯한 갈증이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음악을 정말 '잘하고' 싶엇습니다.
마음처럼 음악이 되지 않을때 정말로 벽에 머리를 부닥치며 절규하다가 벽지에 뭍은 것이 내 피인걸 알고 멈춘 기억을 떠올리면 내 입에서도 미친놈 소리가 나옵니다.
연예인 똥은 황금똥인 줄 아는 사람들과 초면에 반말 욕지꺼리를 내뱉는 사람들 사이의 간격에서 시작된 자살충동은 집요하게 등에 업혀왔고, 만 스무살에 쓴 가사들은 자기혐오와 허세와 몸부림으로 도배질, 차라리 드물게 사랑 노래를 쓸 때가 맘이 편했습니다.
괴로워서 못마시는 술을 마셧고, 술에 취해 잠들면 내가 이래도 되나 불안해서 술이 깨기도 전에 일어나 악기든 기계든 손에 잡아야 했습니다.
골프, 스키, 당구, 도박 등 금기목록엔 해마다 손바닥을 찢어 도장을 찍었고, 돈을 벌면 나태해질거라는 강박이 심해지자 평생 내 명의로 된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으며 귀금속을 몸에 걸치지 않고 내 돈 주고 옷과 신발을 사지 않는다라는 조항이 추가되었습니다. (협찬은 받음)
소속사가 난색을 표하는 제작비를 그렇게 마련했고, 콘서트장의 음향비에 사비를 갖다 박고, 드물게 돈이 남으면 밴드하우스에 당구대를 들여놓고 양주가 가득찬 홈바를 설치하고 그 대신 동료들을 그 집에 감금한 후 나와 같은 방식으로 살 것을 요구햇습니다.(실패...)
폭포수처럼 손에서 땀이 솟는 다한증, 그 증상 중의 하나는 손가락이 누에처럼 퉁퉁 붓는 것입니다.
거의 모든 악기를 다룰 줄 알지만 프로 수준의 연주는 단 한가지도 이루지 못한다라는 절망이, 미디라는 단어가 외계어이던 시절 시퀀서를 다루도록 내몰았고, 팝음악의 편곡에서 마침내 오케스트라를 어느 정도 자유스럽게 다루게 되자, 멈추지않는 허기는 직접 음향 엔지니어링을 공부하도록 몰아세우더군요.
나이 서른에, 누가 뭐라고 지껄이던 강북 빈민아파트에서 시작해 마침내 내손으로 돈벌어 내 스스로 유학왔다라는 오기로 버티던 중에 터진 영국발 광우병 파동, 쓰레기로 버려지는 쇠고기 더미를 가득 차에 싣고 와서 엄청난 양의 장조림을 만들고 히히덕 대던 것은 즐거운 추억입니다.
육식 민물장어였던게죠.
가위바위보에서 지는 바람에 시작 햇던 보컬자리, 초창기의 가관이었던 가창력 변천사는 쑥스럽지만 인간승리 수준이 아닌가합니다. 천장이 찢어지게 울려대는 헤비매틀 보컬 말고는 아무런 관심도 없는(하지만 불가능한. 전교에서 가장 낮은 목소리) 얼치기 발라드 및 댄스가수. 이미 이십대 초반에 전국적으로 유명해진 저음.
넥스트의 두 번째 앨범에서부터 그 선을 넘어갔고 많은 사람들이 신기해햇습니다.
나는 테너가 아니라 바리톤으로 태어났기 때문에, 급가속으로 쥬다스 프리스트와 헬로윈의 영역에 진입하는 것이 더더욱 무리가 갑니다. 튜바로 피콜로의 악보를 연주하는 것이죠.
이 창법을 사용하면서 두시간 이상의 공연을 하면 두개골 내부의 압력 대문에 실핏줄이 터져서 눈은 새빨갛게 충혈이 되고 이틀이상 지독한 두통에 시달리게 되죠. 선천적으로 타고난 음역을 많이 거슬러 올라갈 수록 고통은 비례하는데, 노래실력이야 어쨋든 실제 유효한 최저음과 최고음의 간격이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가수인 저는 가장 노래를 할 때 고통받는 가수인거지만, 소년시절의 유일한 꿈인 헤비메탈의 세계에 대한 입장료라면 싼거죠.
음...그리고 얼마안돼서 드디어 찢어지는 고음으로만 이루어진 앨범을 구상 할 무렵, 너바나가 등장하고 고음 록 보컬의 시대는 막을 내립니다. ㅋ
얘기가 길어졋넹..올해 마지막 글이라고 생각해선가..
그러니 나는 전작 앨범을 절대 듣지 않았습니다. 내 귀엔 단점과 쪽팔린 치부만 들리기 때문이죠. 그저 지우고 싶은 과거일뿐인거고, 그 지우고 싶은 시절의 노래를 그리워하는 사람들은 팬명부에서 지운지 오래이고, 아무리 내가 점점 난해한 음악을 한다는 소리를 듣고 살지만 배신자는 배신자. 떠난 놈은 떠난 놈. 니가 나를 지웠듯이 나또한 너를 인정치 않는다.
트위터를 시작하면서 재미있는 만남이 시작 되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낸 26장(27장인가?)의 앨범 중 오로지 초창기의 딱 세장만을 알 뿐, 그 이후의 내 행적은 긴가민가하는 나이롱 사이비 변절자 '팬'
이게 왜 재미있느냐. 나도 '변절'햇기 때문이죠.
이제야 나는 손발이 오그라드는 '우리 앞의 생이 끝나갈때'의 가사를 들으며 쿠쿠 순진했었어라고 웃게 되엇어요.
비록 넥스트 팬들의 넘버원 선정가사인 '불멸에 관하여'를 모르지만 이 가사를 인생의 한 페이지로 여기고 잇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니까요.
혈압이 폭발 할 정도로 믹싱상태에 불만이 잇던 '인형의 기사'의 사운드를 들으며 이제는 그냥 고개를 흔드는건, 70인조 오케스트라 재녹음 버전도 이 골때리는 오리지날버전과 청춘을 지낸 사람들에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인정하기 때문이죠
서두의 트위터글에서 '순수하고' '미숙했던'나로 돌아갈수 없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그저 외면하고 싶은, 지워버리고 싶은 '미숙했던' 나를 이제 받아들임은 이제는 내가 '완숙하기 때문'은 아닌거죠.
그런 날은 오지 않아요. 내가 '완숙'이 되든 '반숙'이 되든....죄송. 유부남 개그.
'미숙'했던 나는 과거 시점에 영원히 '미숙했던' 모습으로 존재하겠죠.
하물며 내 자신이 고개를 돌리고 싶은 그 모습을 기억하고 추억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면, 나는 대중을 주인으로 하는 대중음악가로서 고집부리지 말고 영예로 받아들여야한다..
설령 그가 그 이후에 내 앨범을 스믈다섯장이나 안샀더라도...
설령 그가 그 이후에 내 앨범을 스믈다섯장이나 안샀더라도...
설령 그가 그 이후에 내 앨범을 스믈다섯장이나 안샀더라도...
설령 그가 그 이후에 내 앨범을 스믈다섯장이나 안샀더라도...
그러니 그때 그 시절 같은 음악을 또 만들어달라는 말씀은 하지마십시다.
나의 가슴이 그때의 가슴이 아니듯 당신도 그때의 얼굴이 아닌것이니.
스무살 때까지의 나이는 오토매틱으로 먹지만 그 이후의 나이는 각자 사는대로 색색가지로 먹어가는 것이니.
나는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을 하겠습니다.
그 시절 같은 노래는 다시 만들지 않아요. 세상에 한번도 존재 한적이 없는 그 무언가를 좇는것이 우리 음악하는 자들의 임무니까.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시절의 노래를 변해버린 목소리, 바뀐 표정으로 당신에게 불러주는 것.
그러나 당신이 나의 바뀌지않은 부분을 알아볼 수 있다면, 나 역시 당신을 알아보겠죠.
나를 좋아하지 않는 당신의 아내, 치를 떠는 당신의 남편을 데려와도 좋아요.
그들이 나를 좋아하게 만들지는 모르는 일이지만, 당신이 나와 세월을 보낸 이유는 최소한 납득이 가도록 해드리죠. 난 아직 너무 멋지거등.
아이들을 데려와요. 내가 누군지 모르는 아이들이 눈을 똥그랗게하고 얼어붙어있는 걸 보는건 너무 좋아요. 그 아이들이 덩실덩실 춤을 추기 시작하면 같이 웃어요.
첫댓글글이란 건 읽는 당시의 ...그 글을 읽는 당사자의 심경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면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웃기죠..글 쓴 이가 결국 하고자 하는 말보다 결국은...읽는 사람 맘대로니. 물론 궁극적으론 어찌 보면 그게 글을 쓰는 목적에 더 부합될 수도 있죠. 글 쓴 당사자가 아니라 ..그 글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 따라 다가오는 글의 무게와 향기라는 게.
첫댓글 글이란 건 읽는 당시의 ...그 글을 읽는 당사자의 심경에 의해 자의적으로 해석되는 면이 더 많은 것 같아요
웃기죠..글 쓴 이가 결국 하고자 하는 말보다 결국은...읽는 사람 맘대로니.
물론 궁극적으론 어찌 보면 그게 글을 쓰는 목적에 더 부합될 수도 있죠.
글 쓴 당사자가 아니라 ..그 글을 받아들이는 사람 입장에 따라 다가오는 글의 무게와 향기라는 게.
<나는 이제 계약에서 풀려나 봉사의 임무가 끝나가니.>
그때 그 시점에.. 이 글에서 저를 이렇게까지 걸고 넘어졌던 부분은 마왕의 이 말이 아니었는데..
하필, 오늘은... 바로 이 부분이네요.
미안하단 말보다는 고맙다는 말이 하고 싶은데..
아직은 미안하단 말밖에 안 떠올라 더 미안해 마왕.
당신이 나의 인생의 일부,
특정한 시간을 함께 해주었음을
불안함과 열등감에 힘들었던 그 시간들을 함께 했음을 기억할께요...
고마워요... 미안해요...
난 마왕이 뭘하든... 어떤 모습이든... 어떤 장르의 음악을 하든 항상 응원했고 지지했고 앞으로도 그럴맘인데... 도대체 어디 간거야?!ㅜ
<내가 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그 시절의 노래를 변해버린 목소리, 바뀐 표정으로 당신에게 불러주는 것> 이 부분이 맘에 아 닿네요.
어제는 넥스트 1,2집 노래를 들었어요....사실 그 때 그 목소리가 그리워서..^^
ㅠㅠ
이렇게 가슴시린 초대장은 첨 읽어 보겠네요 ㅡ많이 힘들었든 정황들이 보여지는 초대장 이네요
"당신이 나의 바뀌지않은 부분을 알아볼 수 있다면, 나 역시 당신을 알아보겠죠."
그 바뀌지 않은 부분은 아직도 약속. 헌신. 영원. 사랑을 믿는 마음 속 깊은 곳의 신해철이 아닐지.
진심
우리 신해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