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광종의 차이나 別曲] [258] 교만이 부른 위기
유광종 종로문화재단대표
입력 2023.08.25. 03:00
일러스트=박상훈
일러스트=박상훈
청(淸)대 마지막 황제 부의(溥儀)에 앞서 그 자리를 차지했던 사람은 광서제(光緖帝·1871~1908)다. 그는 기울어가는 왕조의 명운을 되살리고자 나름대로 변법유신(變法維新)의 개혁까지 꿈꿨던 인물이다. 그럼에도 그는 쓰디쓴 운명을 맞는다. 꿈을 펼칠 만한 현실적 방도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의 그런 품성을 두고 중국인들이 흔히 지적하는 말이 있다. “뜻은 거창하나 재주는 부족하다(志大才疏)”는 내용이다.
이런 사람의 성격을 중국인들은 ‘대의(大意)’라고도 적는다. 나아가 조심대의(粗心大意)라는 성어로도 표현한다. 꼼꼼하지 않고(粗心) 매사에 데면데면하거나 신중치 못한(大意) 사람의 성격이다. 뜻만 거창해 디테일을 죄다 놓치는 경우다.
광서제는 자신의 은인이자 정치적 최대 자산인 서태후(西太后)와 반목하면서 스스로 입지를 크게 좁혔다. 이어 서태후의 안배로 맞이한 황후(皇后)와도 자주 다퉈 고립을 부른다. 그가 신뢰했던 이들은 변법의 이론 토대를 제공한 학자 그룹이었다. 강유위(康有爲), 양계초(梁啓超) 등 이론가들은 학식이 뛰어났을지 몰라도 정치적인 역량은 부족했다. 이들만을 오로지 신뢰한 광서제는 결국 서태후에 의해 감금당하고, 그녀가 죽기 하루 전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포부가 거창하다고 일이 절로 이뤄지지 않는다. 의리와 충절로 유명한 ‘삼국연의’ 주역 관우(關羽)도 이 점에서 큰 비판을 받는 사람이다. ‘조심대의’의 전형으로 꼽히며, 교만함과 부주의로 인해 촉한(蜀漢)의 핵심 거점인 형주(荊州)를 내주다시피 한 인물이다.
눈만 높고 손은 더딘 안고수비(眼高手卑)의 본보기다. 요즘 중국이 그렇다. 자만심 가득한 강대국 몽상에 빠졌다가 미국의 경계심만 키웠고, 내부의 문제에는 제때 대응치 못했다. 현실에 어두웠던 광서제, 형주를 내준 촉한의 위기 속으로 공산당이 스스로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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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사
2023.08.25 06:15:50
역사가 중요한 이유는 현실과 대비되어 미래를 볼 수 있다는 의미. 시황제를 넘고자 별의별짓을 다하는 시씨가 막판까지 난리 법석. 푸틴과 함께 보여주는 신판 서유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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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08.25 07:20:51
하는짓만 보면 대국은 커녕 소인배 잡것 그자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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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탄
2023.08.25 07:17:49
중국의 비극은 광서제, 장개석, 모택동, 습근평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의 비극도 박헌영, 김대중, 노무현, 문죄명으로 이어 오고 있으며, 현재 진행형이다. 죄없는 박근혜를 22년 징역형 처분을 만든 윤석렬 검찰이 오늘도 살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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先進韓國
2023.08.25 09:23:02
무슨 일을 창업했다가 실패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뜻은 좋으나 능력이 안 따라주는 경우다. 유광종 대표는 그 '능력부족'을 '교만'이라고 한정하나 그렇지 않다. 겸손해도 능력 부족한 사람 많다. 교만해도 능력이 출중한 사람은 성공한다. 요즘 잘 나가는 머스크 봐라. 아주 교만한 인간이다. 그러나 미국 정부도 중국에 투자하는 머스크를 제어 못한다. 요는 창업자는 능력이 중요하다. 물론 그 창업자가 부족한 부분을 메워줄 부하들이 있으면 창업자가 능력이 조금 부족해도 성공한다. 그 경우네는 창업자가 인간적 매력이 있어 유능한 부하들이 그에게 많이 따라붙으므로 성공하는 거다. 물론 교만해서 실패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건 능력도 부족하면서 교만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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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JA SqS
2023.08.25 09:08:17
그러게 잘 나간다 싶을 때 조심을 했어야지.... 우리에겐 너무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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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지기
2023.08.25 08:41:18
중국을 말하려 중국 역사를 인용하는데 이것도 잠재적으로 큰 중국에 빠져있는 건 아닐까. 우리나라의 성공한 志大材大, 細心大意, 眼高手高한 분들 예도 많지 않은가. 고구려 미천왕, 소수림왕, 신라 지증왕도, 확실히는 고려 광종이나 조선 태종 등이 이에 해당되지 않을까. 더 가까이는 목숨은 버렸지만, 한 목숨 조국을 위해 버린 박정희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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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니아
2023.08.25 09:23:12
조심대의- 뜻만 거창하고 디테일은 부족함. 안고수비-눈만 높고 손은 더딤. 여기 해당되는 지도자가 떠오른다. 좋은 글로 아침을 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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