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한 99가지 이야기들 80화.
한상국의 농사^^(어우야담)
상국 '한응인(韓應寅)'이 신천(信川) 땅에서 상을 치르고 있었는데,
당시 왜구가 온 나라에 가득해 세가(世家)가 모두 편안하지 못했다.
상국은 집안 사람들을 이끌고 농사일에 힘쓰며 시비(侍婢)로 하여금 논에서 일하도록 하였다.
4월 말에서 5월 초순경,
김매기를 두 번 끝내자 온 논에 가득한
벼가 푸른 구름처럼 일렁였다.
상국이 지팡이를 짚고 논 두둑을 살펴보고는 기뻐하며 돌아와 늙은 농부에게 자랑하여 말했다.
우리 집 농사는 김을 두 번 매고 벌써 푸른 구름을 이루었으니 매우 기쁘오.
늙은 농부가 가서 보니 벼가 아니라 모두 강아지풀이었다.
대개 시비는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일찌기 시골 구경을 한 적이 없었고,
일삼은 것이라곤 비단옷 입고 거문고를 타며 노래하고 춤추는 일 뿐이었다.
하루 아침에 논에 몰아넣으니 김매어 없앤 것은 모두 좋은 벼이고,
가꾸어 기른 것은 모두 강아지풀이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온 집안이 농사일을 몰라 깨닫지 못했던 것이다.
신천 사람들은 이를 비웃었으며,
매번 잘못된 일을 볼 때면 반드시 '한상국의 농사'라고 하였다.
아! 말세에 사람을 쓰는 것이 이와 비슷하다.
*
세가--
여러 대를 이어 가며 나라의 중요한 지위에 있어 특권을 누리거나 세록을 받는 집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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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담*설화(終)
신기한 99가지 이야기들--- 한상국의 농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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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01.01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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