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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자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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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 작품 1 | A형 남편과 B형 아내 |
대표 작품 2 | |
수상연도 | 2013년 |
수상횟수 | 제32회 |
출생지 | 충북 보은 |
[대표 작품]
A형 남편과 B형 아내 / 김민자
혈액형에 따른 성격분류는 바넘 이펙트(Barnum effect)일 뿐이라고 믿고 있다. 이 효과는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특성을 자신만의 것으로 받아들이는 현상’이다. 요즘 인기 있는 유머나 정보를 보면 혈액형에 대한 것이 많다. 서점가에서도 혈액형별 학습법, 자녀양육, 식단 차리기, 목욕법, 연애하기 등등 살아가면서 매우 유용한 정보처럼 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살아있는 생명체의 몸속에 뜨겁게 흐르는 것이기에 어찌 그렇지 않을까.
혈액형은 우리 집에서도 모든 사건의 시작이자 결말이다. 내가 현실을 잘 알지 못하고 혼자만의 상상으로 무턱대고 일을 벌이는 돈키호테형이라면, 남편은 골똘히 생각에 잠기고 고민이 많아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햄릿형이다.
그래서 우린 가끔 서로를 보며 도무지 알 수 없는 외계인 대하듯 할 때가 있다.
A형인 남편은 한결같이 성실하며 질서정연한데다 깔끔하다. 매사 일처리가 고르다. 보수적이며 소심하다. 변화보다는 유지를, 개혁보다는 보수를 선호한다. 다른 사람에게 신세지기 싫어하고, 다른 사람이 방해하는 것도 싫어해서 자신에게 엄격하고 인간에게 주어진 역할 -여자다움, 남자다움, 자식다움, 부모다움-에 대한 판단이 정확하다.
또 남편은 감성적이고 자상하다. 작은 화병에 계절 꽃을 사다 꽂거나 TV를 보면서 건강수칙이나 맛깔 난 반찬 레시피를 적어주는 것도 남편이다.
반면 B형인 나는 어떠한가. 자기 주관이 강하고, 싫고 좋은 것이 이성보다는 기분에 따라 변한다. 기분파에다 변덕쟁이로 싫증도 잘 낸다. 좋아하는 일에는 집중력이 높지만 관심이 없으면 콧방귀도 뀌지 않는다. 호기심이 많아 바깥일에 관심이 많은데 한 가지에 열정을 쏟기보단 여러 가지 일에 관심이 많다. 그래서 남편에게 나는 늘 철없고 유치하고 어리광 많은 사람으로 핀잔을 듣기 일쑤다. 성격이 급해 일을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나이가 들면 차분해 진다지만 나의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다. 피는 속일 수 없는 것일까? 여전히 덤벙거리니 말이다. 그래도 젊게 살고 싶어하고 스피노자의 말처럼 ‘비록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해도 나는 오늘 한 그루의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낙천적인 생각을 하며 산다.
그런 우리 부부를 보고 막내 딸 아이가 말한다.
“아빠는 대문자 A형이고 엄만 대문자 B형이야”
맞는 말이다.
옛날이야기에 나오는 인물로 비유한다면 남편은 ‘콩쥐’고 나는 ‘팥쥐’다. 나는 콩쥐나 흥부보다는 톰 소여나 허클베리 핀에 가깝다.
그러니 티격태격할 일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백화점에 갔다가 예상치도 않은 고가의 물건을 덜컥 사들고 올 때, 신중히 문서를 다룰 일에도 호기를 부릴 때, 식당에서 나온 맛난 반찬을 나 혼자 다 먹어버렸을 때, 남편이 쓰고 있는 화장실로 황급히 뛰어 들어갔을 때, 남은 식재료를 모두 섞어 반찬을 만들었을 때 남편은 난감한 표정을 보인다. 내가 글쓰기를 시작 했을 때 표정도 그랬다. 그뿐이랴, 관공서나 은행에서 잊고 나오는 내 물건은 언제나 남편 손에 들려있다.
“어찌, 그런 부인을 두었소.” 하고 남편을 위로 한다면 A형도 녹녹하지는 않다. 물건 하나를 사려면 수십 번은 만져보고 따져보고 그래도 집에 돌아와 예산을 짜야 살 수 있고, ‘허허허’ 하고 웃어주면 될 일에도 조목조목 따진다. 음식에 재료가 들어가는 순서도 지켜야 하고 먹는 모양새며 신발장에 신발을 벗어놓는 것도 가지런하고 깔끔해야 한다. 내가 어쩌다 재미삼아 ‘로또’를 사면 혀를 찬다.
그동안 어찌 살았냐고? 여성적이며 소심하고 내성적인 A형 남성과 남성적이며 대범하고 외향적인 B형 여성의 조화. 참으로 만물이 신비롭다는 생각을 안 할 수 없다. 해와 달, 음지와 양지, 동과 서, 남과 북, 움직임과 고요함. 남편은 참 애석한 일이라지만 A형은 B형이 있어야 빛이 나고, B형은 A형으로 인해 빛이 난다. 서로의 피가 섞이면 혈구덩어리를 만들어 죽음에 이를진 모르지만, 마음으로 서로의 부족함을 채워주며 정을 섞어가는 일이 우리부부의 삶이 아닌가 한다.
한 평생을 살아오면서 여성스럽지 않은 아내 때문에 서운하고 섭섭한 남편이지만, 법정(法頂)스님의 말처럼 부부란 거문고 줄처럼 가지런해서 한가락에 같이 울릴 수 있어야 하며 서로가 소유를 하거나 당하지 않기 때문에 조화가 깨어지지 않는 것이다.
삼십년을 넘긴 부부. 혈액도 묽어지는가. 서로에게 A형이 되고 B형이 되어 산다.
그런데도 딸아이가 좋아하는 청년이 있다는 말에 나는 대뜸 “혈액형이 뭐니?”하고 묻는다.
[수상 소감]
봄은 손이 여러 개인가 봐요 / 김민자
봄은 손이 여러 개인가 봐요.
꽃도 거느리고 오고, 훈풍도 거느리고 오고, 이쁜 봄소식도 거느리고 옵니다. 그리고 내게 한국수필문학상 수상을 거느리고 왔습니다.
가슴이 쿵쿵 뛰었어요, 수필가라면 누구나 받고 싶어 하는 그 상이 내게로 오다니, 믿기지 않았지요. 솔직히 이 상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감히 고개 들어 바라볼 수 없는 과분한 상이었으니까요.
어찌 기쁘지 않겠습니까. 한편 슬그머니 걱정도 되었어요. 이 상을 주시는 것은 마음의 끈을 단단히 조여 좀 더 노력하라는 것이니까요.
한국수필문학상의 권위에 누가 되지 않도록 땀과 정성을 기울여 한편의 빛나는 글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공부하려합니다.
부족한 글을 뽑아주신 심사위원님들께 깊은 감사드립니다.
[작가 프로필]
충북 보은 출생
서울시교육청 산하 초, 중등학교 행정실장으로 근무하다 명예퇴직.
2001년 <문학 21>, 2010년 <에세이 문학>로 등단.
한국수필문학진흥회, 한국수필가협회 이사, 한국문인협회, 에세이문학작가회, 송파여성문학인회, 일현수필문학회 회원
저서: 사찰기행수필집 『풍경소리 들리는 길』(2007년)
수필집 『A형남편과 B형아내』(2013년)
e-mail;musanhang@hanmail.net
[작품 심사평]
수상자 김민자의 수상 수필집 『A형 남편과 B형 아내』은 처녀 수필집 『풍경소리가 들리는 길』에 이은 두 번째 저서로 인생에 대한 발견과 깨달음을 담아내고 있다. 불교 신자로서 구도자적인 자세가 엿보인다. 삶에 대한 긍정적인 힘과 노년기를 맞아 새롭고 역동적인 인생의 길을 전개하고 있다. 공직 생활 은퇴 이후, 인생 후반기를 활력과 기쁨으로 채우려는 역동성과 시도가 모범적인 삶의 자세를 보여준다. 인간관계에 있어서 대립이 아닌 화합을 이루려면 이해와 양보를 통한 조화, 조율의 지혜가 필요함을 알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