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예수님이 태어나신 성탄의 기쁨을 중보자님들과 본 교회 인터넷 카페를 방문하시는 모든 분들께도 전합니다. 주님이 주시는 샬롬의 평화가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 하시길 원합니다. 이번 글에서는 2018년도 성탄절의 은혜를 나누기 전에, 여러분들에게 먼저 오래 된 사진 한 장을 보여 드리고 글을 적어 보려고 합니다.
< 2007년 12월 25일 초임 목회지인 제천 초대교회에서 교회학교 아이들과 함께 >
사진은 저의 초임 목회지인 충북 제천초대교회 교회학교 아이들과 함께 성탄절에 아기 예수님의 생일 축하드리는 모습입니다. 꼬박 만 11년 전 사진인데, 세월의 흐름을 느낍니다. 가운데 교회학교 언니의 품에 안겨서 허리도 가누지도 못하는 아기가 효주이고, 맨 오른쪽에 형들과 누나들의 틈 사이에 끼지도 못해서 그저 앉아서 아기 예수님의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손뼉을 치고 있는 아이가 동규입니다. 그리고 맨 왼쪽에는 당시 교회학교 사역을 맡았던 아내, 김홍진 사모의 모습입니다. 그때 아이들의 나이가 5학년 6학년이었으니까, 지금은 23, 24살이 되었을 거 같습니다.
아이들 하나 하나 모두 얼마나 귀한 아이들이었는지요. 이 아이들 중에는 부모님이 예수님을 함께 믿는 경우도 있지만, 불신자 가정에서 온 아이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주일에 한 번 교회에 나오는 것도 쉽지 않은 아이들이었습니다. 가끔씩 교회에 나올 때면 아이들의 얼굴은 이미 그림자가 짙게 있어서 부모님께 혼을 나고 교회에 왔음을 짐작할 수가 있었습니다. 그럼 아내는 아이들의 마음이 크게 상한 것을 알고는 사랑하는 마음으로 엄마처럼 꼬옥 안아 주었습니다.
딱 11년 전, 성탄절에 찍은 저 사진을 보면서 저 아이들이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새삼 궁금해졌습니다. 그리고 이미 성인이 된 아이들의 기억 속에는 11년 전 오늘, 아기 예수님의 생일을 축하해 드리며 촛불을 함께 불었던 그날이 모습이 어떻게 남아 있을지도 궁금합니다. 바라기는 부모님의 반대에도 교회에 나와서 예수님의 생일 파티를 함께 했었던 그 믿음을 지금도 간직하고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로부터 11년이 지난 지금, 지금은 터키로 부르심을 받고서 현지인들과 함께 예수님의 나심을 축하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하나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선물이 너무도 크셔서, 이번 성탄절을 준비한 모든 성도들이 큰 감동을 받게 하셨습니다. 성탄절 준비는 지난 10월에 토르발르 시 문화원에서 한국화 전시회를 마치자 마자, 우리 이즈미르 교회와 테페쿄이 현지인 교회 두 곳을 오가면서 곧바로 시작에 들어갔습니다.
교회에서는 예배 시간 마다 현지인 교회와 연합으로 할 성탄절 행사를 위해서 기도회를 시작했고, 그들을 위해서 보여줄 연주와 찬양을 연습했습니다. 그와 함께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 온데르(가명) 목사님 가족과 만나서 기도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이번 성탄절에 초대할 무슬림 가정들을 찾아가서 만남을 가졌습니다.
두 가정을 찾아 갔는데요. 먼저 찾아 간 가정은 테페쿄이 교회 온데르(가명) 목사님 장녀, 세르귤(가명) 자매 가정입니다. 남편이 아주 보수적인 무슬림이라 예수님을 믿는데 핍박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어떻게 목사님의 딸이 무슬림과 결혼할 수 있느냐고 생각하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는데요. 지금 이곳 현실이 그렇습니다. 2018년도 2월 기준, 터키 통계청에 따르면 등록된 터키 총 인구수는 80,814,525명입니다. 이들 중 믿는 자들의 수는 대략 5천명 정도인데, 이런 상황에서 믿음의 배우자를 만난다는 것은 외국인이 아닌 이상 아주 어렵습니다.
온데르 목사님도 세 명의 딸이 있는데 출가를 안 한 막내 빼고는 두 명 모두 남편들은 무슬림입니다. 이번에 찾아 간 세르귤(가명) 자매는 매주일 예배에 못 나올 뿐만 아니라 집 안에서는 남편 자신은 물론이거니와 두 자녀들에게 성경을 읽거나 이야기 해 주는 것 조차 집에서는 금지라고 하니 목사님과 자매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온데르 목사님은 우리와 함께 기도하면서 이번에도 사위 가정을 교회로 초대하는 일을 함께 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부탁을 하셨습니다. 아내와 나는 당연히 함께 하겠다고 말씀을 드리면서, 하나님께서도 우리와 함께 하시기 때문에 힘을 내자고 손을 잡아 드렸습니다. 우리는 기도하면서 방문할 좋은 날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마침 11월에 목사님의 손녀 딸이 한 돌 생일을 맞는데, 그때 함께 가자고 하셨습니다.
< 온데르 목사님의 손녀 딸 한 돌 생일 잔치, 사위 부부와 함께 >
우리는 처음 만나는 사위에게 아기 생일 선물을 준비해서 예의 갖추어 인사를 했습니다. 그런데 사위는 차갑게 형식적인 인사만 했습니다. 가족 간에 냉기가 느껴졌습니다. 사모님은 사위와 마주치지 않으려고 주방에 한참을 계셨고, 김홍진 사모는 세르귤 자매와 딸과 있었습니다. 온데르 목사님은 사위와 함께 있는데도 나하고만 이야기를 줄곧 하려고 하셨습니다.
분위기가 너무 어색했습니다. 하는 수 없이 사위하고는 대화해 줄 사람이 나 밖에 없어 보여서, 나는 지금 하고 있는 칼럼을 쓰는 기자 일과 참전용사 사역과 얼마 전에 끝난 한국화 전시회 일들을 이야기 하면서 냉랭한 분위기를 최대한 부드럽게 하려고 했습니다. 사위의 굳은 표정에 나도 정말 어려웠습니다. 그러던 중에 사위 어머니가 오셨습니다. 어머니의 표정도 사위와 다르지 않았습니다. 하나님을 믿는 우리가 아주 싫다고 하는 표정이 역력해 보였습니다. 분위기만 봐서는 그냥 나와야 하는 상황 같았지만, 용기를 내어 사위와 그의 어머니에게 성탄절에 초대하고 싶다는 말을 했습니다. 그날에는 우리가 맛있는 한국음식과 멋진 음악도 준비할 거니까 꼭 오셔서 시간을 함께 보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그렇게 불편한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자리를 나왔습니다. 온데르 목사님은 사위의 집을 나오면서도 몇 번을 고맙다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때도 나는 목사님의 손을 꽉 잡아 드렸습니다. 그리고 하나님께서 일하실 것이니, 우리는 기도하자고 말씀을 드렸습니다. 그 후로 한 주 후에 온데르 목사님은 그 동안 우리가 기도로 먼저 준비해 왔던 무슬림 가정을 찾아가자고 하셨습니다.
지난 번에 그들을 방문하고 카페에 소개해 드렸던 쿠르드 가족들입니다. 사람들마다 차이는 있지만 쿠르드 사람들은 터키인들과는 또 다르게 종교성이 아주 깊습니다. 내가 지금 만나고 있는 주변에 쿠르드 사람들도 대부분 신앙심이 아주 깊습니다. 온데르 목사님은 혹시라도 우리가 실망할 까봐서 안 올 수 있는 가능성이 훨씬 더 크다는 말씀을 몇 번을 하셨습니다.
우리도 이미 만나고 있는 쿠르드 사람들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쉽지 않을 거라는 생각은 했습니다. 하지만 그러면 그럴수록 마음이 참 편안했습니다. 신기했습니다. 우리는 만날 때마다 기도를 했고, 매 주일 마다는 우리 이즈미르 한인교회와 터키 현지인 교회가 각 예배 처소에서 온 성도들이 성탄절에 오게 될 무슬림 영혼들을 위해서 기쁜 마음으로 기도했습니다.
사진에서 보면 바닥에서 식사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 오는데요. 모두는 아니지만 쿠르드 사람들은 이렇게 바닥에서 먹는 생활양식이 있습니다. 이 날에는 얼마나 비가 많이 왔는지요. 온데르 목사님 가족과 우리 가족은 소나기에 비를 훔뻑 맞은 채로 이들 가정에 방문을 했습니다. 방문 내용은 지난 글에 적은 것과 같습니다. 이들에게도 어려운 마음으로 용기를 내어 성탄절 초대를 했습니다.
그렇게 기도와 초대하는 일을 다 마쳤습니다. 이제 이들을 맞이할 프로그램들과 음식, 선물들, 장식들을 해야 합니다. 아래 장면은 성탄주일 하루 전날, 테페쿄이 교회 성도들과 최종 점검을 하는 모습입니다. 준비하는 현지인 교회 성도들의 얼굴도 밝습니다. 온데르 목사님과 나는 성탄주일 예배는 성도들의 언어와 문화를 너머 영으로 하나님께 예배하는 시간이기 때문에 한국인 예배와 터키인 예배는 따로 드리기로 서로 의견을 모았습니다.
<테페쿄이 현지인 교회 성도님들과 성탄절 교회장식과 선물준비>
성탄주일 예배 후에 우리 이즈미르 한인교회는 서로가 정성껏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었습니다. L집사님께서 예수님의 떡케잌을 손수 만들어 오셨습니다. 방앗간도 없는 곳에서 떡을 직접 만들어 오신 것을 보고서 얼마나 놀랐는지요. 게다가 케잌 한 가운데 하트 모양으로 데코까지 장식 해 주셔서 떡 케잌이 더 귀하게 보였습니다. 그리고 아내는 어른과 아이들이 모두 좋아하는 떡볶기와 김밥을 준비했습니다. 음식도 음식이지만 오직 주님의 교회를 위해서 이렇게 마음으로 섬겨주시는 성도님들의 마음이 감사해서 식사를 하는 내내 마음이 뭉클했습니다.
< 터키 이즈미르 한인교회, 성탄예배 후 점심식사 >
식사를 마친 다음에는 급히 서둘러서 테페쿄이 현지인 교회에 초대한 무슬림 이웃들을 위해 준비한 한식들과 피아노를 차에 실고 장소를 옮겼습니다. 그동안 우리가 기도하면서 관계 전도를 계속 해 왔던 무슬림들이 예수님이 태어나신 이 날에 단 한 번만이라도 교회에 와서 복음을 들었으면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1분 1초를 기다렸습니다.
프로그램 시작은 오후 2시부터 하기로 했는데, 2시 15분이 다 되어서 현지인 교회 성도들이 한 명 두 명씩 왔습니다. 시간은 정했어도 늘 정시에 시작하는 법이 없는 현지인들을 보면서 이제는 정감이 느껴졌지만, 시간을 정확하게 지키는 우리 한인 성도들에게는 기다리게 하는 내내 죄송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터키 성도들은 늦게 와서도 한 사람, 한 사람씩 모두 포옹을 하고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우리가 함께 방문하고 초대했던 9명 쿠르드 가족들과 목사님의 사위와 그의 어머니까지 조용히 들어와서 앉았습니다. 정말 눈물이 핑 돌았습니다. 온데르 목사님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나에게 와서 사위와 그의 어머니까지 교회에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9명의 쿠르드 가족들도 지금까지는 관계 전도만 하다가 교회에 나온 것은 처음이라고 하시면서 너무도 놀라운 일이라고 하셨습니다.
사람들이 자리를 정돈하고 앉았을 때, 온데르 목사님의 기도와 설교로 그날의 프로그램이 시작되었습니다. 목사님은 초대를 받아서 나온 무슬림들에게 창조에서부터 원죄,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 사건까지 아기 예수님이 이 땅에 무엇 때문에 오셔야 했는지에 대해서 예화 없이 성경으로만 복음의 핵심을 전하셨습니다. 사도바울도 예수님을 전혀 믿지 않는 사람들에게 자신은 복음을 전한 것만으로 사명을 다했다고 한 것처럼, 온데르 목사님도 그들이 듣던 듣지 않던 복음의 내용을 다 전하셨습니다.
성탄절에 분위기가 한참 행복해야 하는 날에 복음을 듣는 무슬림들의 표정들이 다 어둡습니다. 어떤 이들은 핸드폰을 보고 있고, 또 어떤 이들은 바닥을 보기도 합니다. 그리고 맨 뒤에 목사님 사위와 그의 어머니는 아예 듣지를 않고 있는 모습입니다. 하지만 나는 이들이 아기 예수님이 나신 날, 주님의 교회로 나와 복음을 들었다는 것만으로 얼마나 고맙고 내 영혼이 행복했는지 모릅니다.
모두가 긴장을 하는 가운데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해졌으니 이제 분위기를 바꿔야 합니다. 찬양과 게임을 시작했습니다.
<천사들의 노래가>
<고요한 밤 거룩한 밤>
<합당하신 아버지>
<마쉬멜로를 하나씩 물면서 '뚱뚱한 토끼'를 외치는 게임 >
<풍선 게임>
<터키 이즈미르 한인교회 찬양연주>
< 2018년도 성탄의 영광을 모두 하나님께 올려 드립니다! >
성탄절 당일 촬영과 PPT를 맡아서 정작 우리 이즈미르교회 성도들이 찬양을 할 때는 영상을 담지를 못해서 아쉬운 마음이 큽니다. 하지만 예수님이 태어나신 성탄절에 테페쿄이 현지인 교회를 위해서 강건케 하시는 하나님의 은혜와 사랑을 우리 이즈미르 한인교회와 온 성도님들, 그리고 모든 중보자들까지도 큰 기쁨의 도구가 되게 하신 것만으로도 오직 하나님께 영광을 올립니다.
성탄절 행사를 끝으로 2018년도의 모든 사역을 은혜 가운데 잘 마쳤습니다. 절대로 우리의 힘만으로는 이 큰 사역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작고 약한 우리들이지만 여러분들의 중보의 힘을 더해서 2019년도에도 터키 토르발르 이 도시를 예수 마을로 세워가는 일에 성실을 다해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여러분 모두와 섬기시는 교회에도 주님이 주시는 참 평화와 기쁨이 날마다 가득하시기를 축복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