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송 주왕산으로 1... (문경을 지나며)
둘 이상의 서로 대립하는 국가 또는 이에 준하는 집단 간에 군사력을 비롯한 각종 수단을 사용해서 상대의 의지를 꺾으려고 하는 행위를 전쟁이라 한다. 전쟁은 국가의 존망과 생사의 문제이고 패자는 승자의 의지 앞에 굴욕적인 굴복을 당한다. 또한 민족이나 국가 사이의 분쟁은 조정기관에 의해서 해결된 일은 거의 없었고, 유일한 해결수단으로 전쟁을 구사해 왔다. 전쟁은 약속이나 계약에 의해서 발발하는 것이 아니라 전쟁을 하고자 하는 자의 의지에 의하여 시작된다. 중국 주왕이 패하여 도망친 곳이 주왕산((周王山))이란다.
당나라 때 진(秦)나라 재건을 위해 반란(反亂)을 일으킨 주왕((周王)이 반역(反逆)에 실패하였다. 그는 쫓기고 쫓겨 신라에 숨어들었단다. 이에 당나라는 신라에 그를 잡아달라고 요청하였다. 신라 마일성 장군은 주왕산의 굴에 숨어있던 그를 체포하여 참수(斬首)되었다고 전한다. 하지만 최근 일부 학자들은 중국 주왕(紂王)의 전설이 아니라 신라의 왕위쟁탈전 이었다고 한다. 이름부터 한자가 틀리다. 왕위쟁탈전에서 밀려나 반란을 일으켰던 김주원, 김헌창, 김범문이 실패한 反亂을 감추기 위해 당나라를 끌어 들였다는 설명이다.
태백산맥의 남단에 위치한 周王山... 암벽으로 둘러싸인 산들이 병풍처럼 이어져 석병산(石屛山) 또는 주방산(周房山)이라고도 불리었다. 이곳에는 신라 문무왕 때 창건한 고찰 대전사(大典寺)가 있다. 부속 암자로는 주왕의 딸인 백련공주의 이름을 딴 백련암(白蓮庵),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살았다는 학소대(鶴巢臺), 샘이 없이 계곡 물을 끓어 올린 급수대(汲水臺), 주왕과 마장군이 격전을 치렀다는 기암(旗巖), 주왕의 아들과 딸이 달구경을 하였다는 망월대(望月臺), 동해가 바라보이는 왕거암, 주왕이 숨어 있었다는 주왕굴(周王窟) 등이 있다. 이 주왕산을 10월 26일 한화관광을 따라 여행을 떠났다.
대전을 떠난 여행길... 죽암 휴게소에서 아침을, 문의와 낙동분기점을 지나 북상주IC로 빠져나가면 문경시 점촌(店村)동이다. 상주군 영순면 지역이었던 店村은 옹기점이 있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한때는 점촌시로 승격하였지만 지금은 통합 문경시의 소재지다. 이어 예천시로 연결된다. 소백 준령의 높은 줄기가 감싸고 있는 낙동강과 내성천이 흐르는 예천시... 제일 먼저 용궁면이다. 약 500년으로 추정되는 황목근(黃木根, 팽나무)이 있는데 누런 꽃을 피운다하여 성을 黃, 근본있는 나무라는 뜻을 따 이름을 木根이라 지었다고 한다.
청송 주왕산으로 2... (예천을 지나며) .
국내에서 가장 많은 토지(12,232㎡)를 소유한 담세목(擔稅木)으로 높이는 15m, 둘레는 3.2m이다. 나무하니 ‘초목이 자라는 것을 보고 그 땅이 어떤 땅인 줄 알고, 부리는 사람을 보면 지도자가 어떤 사람인줄 안다.’는 속담이 생각난다. 최근 구설수에 오른 박대통령... 청와대 안에는 지당대신(至當大臣)만 있는지... 윗사람의 말에 동감하여 지극히 당연하다고만 하는 신하, 즉 무능한 신하를 비웃어 至當大臣이라 한다. 중국 북송(北宋)의 신종(神宗) 때 재상(宰相)인 왕규(王珪)가 말끝마다 ‘성지(聖旨)’란 말을 썼다는 데서 유래하였단다.
임금의 뜻이라는 聖旨... ‘성인 성’자인 聖... 성인(聖人), 성자(聖者), 성현(聖賢), 대성(大聖)에 쓰이고, 불교에서 도(道)가 높은 스님을 성승(聖僧), 기독교계는 성모(聖母), 성상(聖像), 성서(聖書)이라 한다. 또 성군(聖君), 성대(聖代), 성명(聖明), 성상(聖上) 성지(聖旨), 성은(聖恩)은 임금에 대한 존칭이며 성단(聖壇), 성지(聖地), 성토(聖土), 성화(聖火), 신성(神聖)은 ‘거룩하다’ ‘신성하다’로 최고의 표현이다. 아울러 시성(詩聖), 악성(樂聖), 화성(畵聖)하면 ‘잘하다’의 뜻이며 지극히 높여서 이를 때는 성웅(聖雄)이라 하였다.
근처에 회룡포(回龍浦)가 있다. 옛날에 용이 날아오르면서 내성천 줄기가 마을 주위를 350도 휘감아 돌아나갔다. 감입곡류(嵌入曲流)하여 만든 전형적인 충적지로 마을 주위에 고운 모래밭이 펼쳐지며 산과 강이 태극 모양의 조화를 이룬다. 맑고 푸른 강에는 쏘가리, 은어 등이 서식하고 있다. 은모래가 쌓인 백사장과 그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급경사의 지형, 울창한 식생, 농경지와 마을이 어우러져 비경을 연출하고 있다. 마을 건너편 비룡산의 전망대인 회룡대에 오르면 주변 경관이 한눈에 들어온다. 비룡산에는 장안사가 있다.
더 지나면 선몽대(仙夢臺)... 1563년 퇴계 이황의 종손인 우암 이열도가 하늘에서 신선이 내려와 노니는 꿈을 꾸고 난 후 지은 정자다. 울창한 노송 숲과 낙동강 지류인 내성천이 한눈에 굽어보이는 빼어난 절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다. 懸板은 퇴계 이황이 썼고, 퇴계 이황, 약포 정탁, 서애 유성룡, 청음 김상헌, 한운 이덕형, 학봉 김성일 등 당대 유명한 문인들이 이곳을 찾아 절경을 노래한 한시(漢詩)를 남겼다. 예천군 호명면에서 안동으로 들어서면서 풍천면... 검무산을 배경으로 경북도청이 이전한 신도시다. 역사와 전통이 살아있는 문화도시, 녹색생장 생태도시, 광역행정중심도시로 승화할 것이다.
청송 주왕산으로 3... (안동을 지나며)
국도로만 달리니 화장실이 마땅하지 않다. 비상(非常)으로 서안동IC 근처의 농산물도매시장으로 갔다. 과일이 산적되어 있는데 마침 경매(競賣) 과정을 볼 수 있었다. ‘서로 다투도록(競) 하여서 비싼 값에 판다(賣).’는 뜻이다. 즉 사겠다는 사람이 2명 이상일 때 값을 제일 많이 부르는 사람에게 파는 競賣... 손짓으로 행하는 모습이 일반인으로서는 알 수가 없다. 기술이나 운동 능력의 낫고 못함을 다툰다는 경기(競技), 말을 타고 빨리 달리기를 겨루는 경기인 경마(競馬) 등에 쓰인다. 안동으로 가면서 학가산(鶴駕山) 온천이 있다.
지하 암반 700m에서 솟아나는 양질의 암반수로 알카리성 중탄산 나트륨형 온천수다. 수질이 부드럽고 온열에 의한 진정(鎭靜)작용이 있어 혈액 순환, 신경통, 불면증, 피로 회복에 효과가 있단다. 국도 35번으로 가면서 낙동강 변에 있는 영호루(映湖樓)... 밀양의 영남루(嶺南樓), 진주의 촉석루(矗石樓), 남원의 광한루(廣寒樓)와 함께 한강 이남의 대표적인 누각(樓閣)이다. 북쪽에는 공민왕의 친필 현판을 걸고, 남쪽 면에는 박정희 대통령의 친필인 ‘영호루’를 걸었다. 홍건적의 난이 일어나자 공민왕은 이곳 복주로 피난하였다. 그는 영호루를 잊지 못하여 금자현판(金子懸板)을 보내어 누각에 달게 하였다고 한다.
국도 35번으로 이어지면서 임하(臨河)면... 임하댐이 있는 곳이다. 반변천이 흐르는 강가에 있다고 하여 臨河면이란다. 오류헌, 양동댁, 이우당종택 등의 고택(古宅)과 안동 임하동 동3층석탑, 안동 임하동 십이지 삼층석탑, 호계서원, 사빈서원 등 문화재가 있다. 1993년 준공된 임하댐... 다목적 사력(砂礫)댐으로 높이 73m, 길이 515m, 총저수량 5억 9500만㎥이다. 하류지역의 홍수피해를 줄이고, 수질개선은 물론 낙동강 중·하류 지역의 늘어나는 물 소비량을 충당할 수 있게 되었다. 砂礫댐은 댐 본체를 암석으로 사용한 댐이다.
안동의 가장 남쪽인 길안(吉安)면... ‘편안하고 이 고을에 살면 만사가 형통한다.’는 뜻에서 신라시대 길안부곡(吉安部曲), 고려 충혜왕 때 길안현, 조선시대에 안동으로 편입되었다. 묵계서원과 종택(宗宅), 두릉 고택, 용담사 무량전, 만휴정, 금정암 등의 문화재와 송사동 소태나무와 용계리 은행나무 등 천연기념물이 있다. 이곳에서 914번을 따라 청송으로 이어진다. 안동은 퇴계 이황, 서애 유성룡 등을 배출하여 유교 문화의 本鄕이다. 또 차전놀이, 놋다리밟기, 하회별신굿 탈놀이 등 민족 문화의 보고(寶庫)요, 불교문화의 정수(精髓)다.
청송 주왕산으로 4... (주왕산에서)
길안면에서 914번을 타고 지경재를 넘으면 청송군 파천면이다. 이곳에 만석꾼인 청송 심씨 부자인 송소(松韶)고택이 있다. 청송에는 이곳 이외에 사남고택, 서벽고택, 평산 신씨고택, 등 많은 전통 가옥이 있다. 글을 쓰다 보니 사남고택을 띄어 써야 할지, 붙여야 할지 헷갈리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외삼촌댁’을 붙여 쓰면 외숙모가 되고, ‘외삼촌 댁’이라고 띄어 쓰면 외삼촌이 사는 집이 된단다. 띄어쓰기를 완벽하게 익히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유는 글은 살아있는 생명체 같아서 수시로 변하기 때문이다.
청송읍내로 진입하기 전 국도 31번을 타고 청송터널을 지나니 주왕산 안내판이 있다. 주차장에서 대전사까지 가는 길 좌우에 많은 기념품 가게와 식당이 즐비하다. 거기에 노점상까지 있어 매우 혼잡하다. 대전사에서 용추 폭포까지만 갔다. 가는 길에 주방천 페퍼라이트(peperite)를 지나치는 사람들이 많다. Peperite는 아직 고결(固結)되지 않은 퇴적물 위로 용암이 흐르거나, 마그마가 미고결(未固結) 퇴적층내로 관입하여 혼합되면서 형성된 암석을 칭한다. 주왕이 무기를 숨겼다는 무장굴(武藏窟), 연꽃 모양의 연화봉, 신선이 놀았다고 하는 신선대와 선녀탕, 폭포 등은 경승지로서의 가치가 충분하다.
대전사에서 일행이 합류한 후 토산물식당으로(042-873-2923)... 빈대떡과 산채 비빔밤을 주문하여 먹었다. 따라 나오는 된장국... 해장국에 좋은 음식이다. 해장국에는 북어, 콩나물, 선지 등도 좋지만 된장과 고추장을 체로 걸러 쌀뜨물에 풀어 배추속대를 넣은 된장국... 거기에 소고기까지 넣으면 금상첨화(錦上添花)다. 더 나아가 송이버섯, 해삼, 전복, 소의 양지머리, 갈비, 사골을 넣으면 산해진미(山海珍味)일 것이다. 가을이 되면 집나간 며느리가 돌아온다는 전어구이, 조강지처(糟糠之妻)도 몰아낸다는 가을 아욱국도 생각난다.
주왕산에서 나와 청송읍을 거쳐 의성읍으로 나왔다. 이제 어둠이 들기 시작한다... 봉양면에서 의성IC로 진입하는 줄 알았더니 군위와 선산읍을 거쳐 선산IC로 진입한다. 칠흑 같은 밤길에 국도를 달리는 것보다 고속도로가 낫지 않을까? 우려스러운 여행길이다. 퇴직 후 다닌 여행... 다리가 성할 때까지 끝까지 달리고 싶다. ‘인생은 마라톤, 달리자 끝까지’가 아닌가? 나는 아직 젊기에 할아버지라고 부르지 않았으면 바램이다. 청년이라고 불러주면 나에게 보시(布施)하는 것이다. 대전에 도착하면서 여행을 마친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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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매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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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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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추폭포
첫댓글 수고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