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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강 : 감성을 어떻게 훔쳐낼 것인가
1, 시가 나에게 주는 보상과 영광은 내가 시를 쓰고 있는 한 그것이 보상이다
2, 문학의 주제는 인간이다. 그래서 문학은 인간학이라고 한다
3, 화자에 대한 오해, 즉 왜곡되어져 나오는 게 진짜 시라고들 한다
4,시는 자신을 들키기 위해서 쓴다고 한다. 그래서 겹겹이 껴입지 말라 는 뜻이다
5, 사물은 저마다 자기 형상 속에 자신의 인생이 있다
6, 사물을 반대의 시각으로 보라, 즉 사물의 뒷모습, 그 사물을 바라보 는 자신의 시각을 뒤집어 보는 연습이 늘 필요하다
7, 익숙한 자리에서 전혀 다르게 각도를 잡고 들여다보면 낯선 풍경이 보인다
8, 아주 작은 모티브를 잡고 세밀하게 그 속을 들여다보면 화자가 그 속에 들어가 있는 걸 알게 된다
9, 시는 눈치 볼 필요 없이 마음껏 쓰라, 어차피 인생이 나와 한 판 승 부라면 시도 한 판 승부적인 마음으로 쓰야 한다
10, 나의 이야기를 쓰라, 남의 인생을 기웃거리지 말고 정직하게 자신 을 파헤쳐라, 그러면 아우라를 볼 것이다
11, 그것이 시인이 쌓아온 신뢰이며 삶의 업적이니까
12, 시인을 닮으려고 하지 말고 그 시인의 밑바닥을 먼저 들여다보라
13, 시를 엄숙하게 쓰지 말고 무슨 놀이처럼 가볍게 서야 시에 지지 않는다
14, 시에 교훈을 찾으려 하지 말라, 그저 시 그 자체로 보는 게 뭉클 한 감동이다
15, 시작품 안에서는 자연미, 인간미, 사회가 들어가면 훨씬 더 울림이 크게 전달된다
16, 그러나 가슴에는 운율이 살아 있다 그것을 내제율이라고 한다
17, 자신의 감정에 도취되면 사물을 바로 보는 것 또한 어려워지기에
사물을 냉정하게 보지 못하면 표현할 방법이 없다
18, 시는 악기다 자신의 불운을 딛고 울 때는 울어야 한다
19, 문학적인 질병을 버려라, 비슷한 느낌의 시 같은 거는 피해야한다
얼굴반찬 / 공광규
옛날 밥상머리에는,
할아버지 할머니 얼굴이 있었고,
어머니 아버지 얼굴과,
형과 동생과 누나의 얼굴이
맛있게 놓여 있었습니다.
가끔 이웃집 아저씨 아주머니
먼 친척들이 와서
밥상머리에
간식처럼 앉아 있었습니다.
어떤 때는
외지에 나가 사는,
고모 삼촌이
외식처럼 앉아 있기도 했습니다.
이런 얼굴들이
풀잎 반찬과 잘 어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 내 새벽
밥상머리에는,
고기반찬이 가득한
늦은 저녁 밥상머리에는
아들도 딸도 아내도 없습니다.
모두 밥을 사료처럼 퍼넣고,
직장으로 학교로
동창회로 나간 것입니다.
밥상머리에는
얼굴반찬이 없으니,
인생에
재미라는 영양가가 없습니다.
고물사 古物寺
이봉주
부처가 고물상 마당에 앉아 있다
금으로 된 형상을 버리고 스티로폼 몸이 된 부처
왕궁을 버리고 길가에 앉은 싯다르타의 맨발이다
바라춤을 추듯 불어온 바람의 날갯짓에 고물상 간판 이응
받침이 툭 떨어진다
반야의 길은 낮은 곳으로 가는 길일까
속세에서 가장 낮은 도량, 고물사
주름진깡통다리부러진의자코째진고무신기억잃은컴퓨터
몸무게잃은저울목에구멍난스피커
전생과 현생의 고뇌가 온몸에 기록된 낡은 경전 같은 몸들이
후생의 탑을 쌓는다
금이 간 거울을 움켜쥐고 있던 구름이 후두둑 비를 뿌린다
뼈마디들의 공음, 목어 우는 소리가 빈 병 속으로 낮게 흐른다
오직 버려진 몸들만이 모이는 고물사
스티로폼 부처는 이빨 빠진 다기茶器 하나 무릎 아래 내려놓고 열반에 든다
먼 산사에서 날아온 산새 한 마리 부처 어깨 위에 앉아 우는데
어디서 들리는 걸까
불기佛紀의 긴 시간 속에서 누군가 읊는 독경소리
고물사 앞을 지나가는 노승의 신발 무게가 독경 속으로
천천히 가라앉고 있다
-한림대 평생교육원 시창작반
봄날
박남준
곡우 지나 뒷산에 올라 고사리 끊다가
문득 저만큼 고사리에 눈 어두워
덤불 속으로 몸 구부려 손 내미는데
찰싹 눈두덩이 아프게 때린다
바라보니 아아 아기 진달래
나 여기 꽃 피어 있다고
고사리만 쫒던 마음 매질하는데
눈시울 붉히며 주저앉아 목 메이는 봄날
산꿩은 무엇에 쫒겨 저리 우는 것이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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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도시락 1 / 이영춘
춘천시 남면 발산중학교 1학년 1반 류창수
고슴도치같이 머리카락 하늘로 치솟은 아이
뻐드렁 이빨, 그래서 더욱 천진하게만 보이는 아이,
점심시간이면 아이는 늘 혼자가 된다
혼자 먹는 도시락, 내가 살짝 도둑질하듯 그의 도시락을
훔쳐볼 때면 아이는 씩, 웃는다 웃음 속에서 묻어나는 쓸쓸함,
어머니 없는 그 아이는 자기가 만든 반찬과 밥이 부끄러워
도시락 속으로 숨고 싶은 것이다 도시락 속에 숨어서 울고 싶은 것이다
어른들은 왜 싸우고 헤어지고 또 만나는 것인지?
깍두기조각 같은 슬픔이 그의 도시락 속에서
빼꼼히 세상을 내다보고 있다
그랬을 것이다
정 하 해
봄이 어디서 오는지 모른다
이맘때 오는 잎들은 밤낮이 따로 없다
뭇별은 산비탈을 지나 마을로 오고
모든 눈이 꽃이라 불리 울 때
나는 또 거기서 애인이 되고
하루가 된다
기다림을 겪은 사람은
멀리까지 내다보는 슬픔을 가졌다고 한다
그리운 것은 당장 올 수만은 없는 일
그런 걸 잊기 위해 나는 물밥을 먹는다
생각해 보면 나도 누군가의
그리움이었거나
아픔이었거나
외로움도 습관이어서 지금은 꽃나무 아래
세들어 산다
첫댓글 시 · 문예교실 교재. 감사합니다. 최상순드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