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8월 배우 채드윅 보즈먼(Chadwick Boseman)의 사후, 할리우드 공동체에 애도의 물결이 일었다. 이 세상에서 그의 영원한 부재는 또한 두 번째 시리즈 < 블랙 팬서: 와칸다 포에버 >(Black Panther: Wakanda Forever)의 이야기 전개에 대한 전폭적인 수정을 요구했다.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의 새로운 유망주로 급부상한 고인에 대한 예식을 속편의 중대한 대목으로 투영해냈다.
슈퍼 영웅 영화에 관객들이 보통 기대하는 재미와 흥미진진한 액션에 충실하면서도 다른 한편으로 주인공 배우의 죽음, 애도, 그리고 유산을 기리는 자리를 마련해 그야말로 지구촌 “찐팬”들의 슬픈 마음을 달래주겠다는 양동 전략(?) 보스만의 트찰라 왕의 공백에 따른 중력은 여동생 슈리(레티티아 라이트 분)가 승계하고, 곧 그녀가 이웃 탈로칸 왕국의 공격으로부터 나라를 지켜야 하는 상황에서 영화는 진정 지도자란 무엇이고, 누가 그 강력한 왕권의 주인이 될 것인가라는 깊고 의미 있는 탐구에 관객을 초대한다.
속편의 중심에는 원작의 주요 여배우들이 재 등용되었으며, 슈리 역의 레티티아 라이트를 위시해, 라몬드 역에 안젤라 배싯, 나키아 역에 루피타 뇽오, 오코에 역에 다나이 구리라와 같은 여성 블랙 투사들이 전면에 나섰다. 그야말로 여권신장(!) 영화의 본질적 경향은 음악에도 반영되어 나타난다. 바베이도스 출신 여가수 리한나(Rihanna), 나이지리아 여가수 템스(Tems), 멕시코 여가수 겸 작곡가 비비르 퀸타나(Vivir Quintana)와 멕시코시인 마레 아드베르텐시아 리리카(Mare Advertencia Lirika), 여가수 파우디커쉬(Foudeqush), 미국 래퍼 스노우 타 프로덕트(Snow Tha Product)가 그 면면들. 켄드릭 라마(Kendrick Lamar)가 원작의 주인공이었다면 속편에선 다수의 여성을 필두로, 다국적 음악 예술가가 따로 또 같이 합심했다.
여러 노래가 영화 내외로 포함된 한편, 전반적인 스코어는 루드비히 괴란손이 지휘봉을 다시 잡았다. < 블랙 팬서 >로 아카데미 음악상을 거머쥔 원조 작곡가의 귀환은 당연지사. 공들여 연구한 범아프리카의 민속음악과 미국의 서부음악을 혼합한 음악으로 극의 독자성을 확립하고, 그 진가를 인정받은 괴란손의 이번 음악은 전과 거의 같은 구성이다. “와칸다 포에버”에서 그의 음악은 전통 아프리카 타악기와 가창을 혼합한 대규모 오케스트라가 여전히 지배적이지만, 전보다 더 많은 전자음악을 구성요소로 사용했다는 점이 차이. 덧붙여 2편에서 가장 흥미로운 멕시코 고대 마야 문명에 근거한 음악적 접근법이다.
당대 존재했던 악기들을 포함해 마야인들의 음악에 대한 정보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악보를 써내기 위해 괴란손은 마야 문화에 대한 지식을 가진 음악 고고학자, 민속 음악학자, 그리고 멕시코 토착 전통 음악가들과 함께 작업을 진행했다. 와칸다의 적국 네이머 왕자가 통치하는 해저 왕국 탈로칸 음악을 본질적인 차원에서 유출해내기 위해 점토로 만든 플루트에서 거북이 껍질까지, 다양한 토속 타악기와 목관악기를 실험적으로 사용했다. 일례로 ‘데드 휘슬’(Death Whistle)과 같은 악기는 해골 모양에서 비명과 같은 소리를 뿜어내는데, 멕시코 아스테카 문명의 특별한 의식이나 타민족과의 전투에 사용했던 것에서 유래했다.
와칸다의 아프리카 문화를 묘사하기 위해 괴란손은 세네갈 가수 바바 말(Baaba Maal)과 타악기 연주자 마삼바 디옵(Massamba Diop)을 연임한 한편, 서아프리카의 현악기 코라(Kora)를 편성했다. 기타와 하프의 복합적인 소리를 내는 코라는 트찰라의 죽음을 애도하는 국가적 비탄을 묘사한 면에서 스코어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메소아메리카 음악 구현을 위해 괴란손은 나이지리아 싱어송라이터 템스(Tems)와 멕시코 가수 파우드퀴시(Foudeqush)를 포함해, LA와 런던에서 20인조와 40인조 합창단을 대동했다.
고대 민속과 전통문화에 뿌리를 댄 음악이 극의 배경 무대 설정에 따른 고증인 반면, 전자음악의 강조 비중이 상대적으로 커진 건 특히, 슈리 블랙 팬서와 리리 윌리엄스의 아이언 하트, 두 캐릭터와 연관한다. 이야기의 중심에서 두 천재 기술자가 갖는 개성은 고전이나 전통보다 최신 힙합과 리듬 앤드 블루스에 훨씬 더 천착해 있으며, 일렉트로닉 전자음악적인 면의 증대는 힙합 아티스트 차일디시 갬비노(Childish Gambino)와 함께 그래미를 수상한 괴란손의 이력을 고려할 때 더욱 고무적인 결과물로 표출된다.
스코어는 결국 아프리카의 전통 음악과 마야 문명의 전통적인 음악을 탐구하고, 현대 전자음악을 캐릭터 성향 강조를 위해 보강함과 동시에, 회고적 성찰의 순간과 영웅적인 액션 장면을 강화하는 요소로 오케스트라를 동원하는 식이다.
오스카 승자 괴란손은 원작의 후속편 “와칸다 포에버”에서 다시 한번 정교하면서 다면적인 스코어를 작곡했다. 본질적으로 대서양의 서로 다른 두 고대 문화의 부족 음악에 근거했으며, 현대의 음악 양식과 절묘하게 결합해냈다. 고증적인 한편 대중적인 요소를 두루 갖췄다. 영화의 이야기 전개에 수반한 스코어의 전반부는 원시적 추상성과 실험적인 면이 다분하지만, 이후에는 대규모 액션과 다문화적 음악 스타일이 상호작용하면서 매우 강력하고 인상적이다. 독자적 창의성과 탐구적 진정성, 그리고 섬세한 면모를 재입증한 작품.
고증적 양대 문화와 현대 음악의 조화가 대중 지향적 노래 사운드트랙에도 적용된다는 점은 더욱 흥미롭고 주목할 만하다. 스코어와 노래는 따라서 따로 놀지 않고, 서로 물이 흐르는 것처럼 유동적으로 상통한다. 이질감이 아닌 동질감을 충분히 느낄 수 있게 집중력을 높였다. 모음집으로 발매된 앨범 수록곡 총 20곡 중 괴란손은 14곡을 공동 작곡하고, 17곡을 제작했다.
자메이카의 국민 영웅 밥 말리(Bob Marley)의 레게 명곡 ‘No woman, no cry’를 다시 부른 템스의 리메이크 제작을 포함해, 작곡과 제작에 참여한 리한나의 ‘Lift me up’, 파우디커쉬의 ‘Con la brisa’, 마야 언어로 부른 랩 송 ‘Laayli' kuxa'ano'one’가 대표적인 예. 에이디앤 마야 콜렉티보(ADN Maya Colectivo)의 'Laayli' kuxa'ano'one'은 팻 보이(Pat Boy), 얄렌 케이‘우히(Yaalen K'uj), 올 마얀 위니크(All Mayan Winik)가 동참해 노래했으며, 종영인물자막과 함께 나온다. 앨범으로 출시한 음반은 미국 빌보드 200순위 12위, 사운드트랙 앨범 순위 1위를 차지, 원작에 이어 그 진가를 다시금 인정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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