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도 시작 전 성전에 잠깐 앉아 보았습니다.
리드비나 언니와 세실리아의 연주 연습도 들리고,
c.d.p에서 들려오는 연주도 들려오고, 밖에서 이곳 저곳에서 얘기 나누는 소리도 들렸습니다.
그런 가운데 가만히 눈을 감았습니다.
또 다시 스물스물 기어 올라오더군요.
금요일에 저의 마음을 무지하게 불편하게 했던 한가지 일이 저를 너무나도 힘들게 하였습니다.
한 방울 조르륵 눈물이 맺혔습니다.
얼마 전까지만해도 '나의 죄는 무엇인가'로 정말 무식한 화두를 갖고서 고통아닌 고통을 만들며 지냈었고,
저의 죄를 아주 작으나마 빙산의 일각 속에 먼지만큼 알게 되었을 때의 혼란스럼은 이루 말 할 수 없었습니다.
그분께서는 어느분을 통하여 제게 말씀 하셨습니다.
"누구에게나 죄는 있고, 그 죄에서 벗어날 수 없고, 그런 죄에 대하여 힘들어 하고 연연해 하지 말고, 언제라도 용서하시는 그 분을 사랑하도록 노력하라."
문득 생각이 이어졌습니다.
'내가 지은 죄보다, 죄에 연연해 하기보다,
그 분을 향한 사랑이 더욱 커질 수만 있다면, 더욱 큰 열망이 생긴다면, 죄는 보이지 않을 것이다.'
벅차왔습니다.
'이런 마음을 어떻게 봉헌해야 할까! 아~ 예전에 골롬바 아주머니가 제대에 꽃을 봉헌한 것처럼 나도 그렇게 하자.'
컴컴해진 길을 내려가 들국화랑 해바라기 또 꽃잎은 떨어져버리고 씨만 남아 있는 해바라기랑, 알 수 없는 들풀꽃을 한 묶음 꺽어 그야말로 '난잡한 꽃꽂이'를 봉헌하였습니다.
그 뒤론 저를 괴롭히던 그 녀석이 말끔히 사라지고 분심 없이 기도 할 수 있었습니다.
기도 중에 '... 성령이여 사랑의 길로 인도하소 ...'란 노래에서부터
시작하여 '사랑의 나눔 있는 곳에 하느님께서 계시도다'란 노래까지 눈물을 함빡 쏟아야만 했습니다.
무엇때문에, 왜 그리도 두 손에 움켜쥐려는 것이 많았을까!
그렇게 살면서 '님을 더욱 사랑할 수 있는 열망을 주소서~'라고 청했던 나의 기도는
속이 텅빈것도 모자라 바람이 숭숭 들락거리는 빈 껍데기 임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어깨에 뭉쳐있던 근육이 풀리면서 편안해 졌습니다.
이런 감사와 회개(?)에도 불구하고...
주일 오후 조금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조금 멀리 1시간 남짓 지하철을 탔습니다.
지하철을 탄지 20여분 지나서 앉을 수 있었습니다.
조금 후 제 앞에 서 계신 중년 후반의 여자분을 모르는체 했습니다.
또 조금 있으니 조금은 벌겋게 취기가 있으신 아저씨 한분이 제 앞에 오셔서 검지 손가락을 까닥까닥하며 일어나라는 표시를 한 후,
"아가씨 나한테 자리 양보 좀 해."했습니다.
그렇게도 제 엉덩이가 무거운 줄 몰랐습니다.
억지로 일어나면서, 별의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
맨 처음에는 불쾌함이 심했고,
다음엔 내 모습의 연민(난 지금 아프고 힘들어)이 깊어서 스스로 불쌍하게 여겼으며,
다음엔 신자들의 기도문 한구절이 툭 튀어 나왔습니다.
'이웃을 위해 나를 희생하여야 할 때에, 어머님 저희를 위하여 빌어주소서'
마음이 아려오면서 다시금 고개를 숙였습니다.
나의 의지가 미처 생각하기 전에 이 마음 그대로를 예수님께 다시 봉헌할 수 있었습니다.
첫댓글 그 날 성당 꽃꽂이 정말 이뻤답니다. 그대의 마음처럼... 몸과 마음이 하나되는 날까지는 아직 멀어보이기는 하지만, 마음만은 확실히 선합니다.
안 봐도 정말 이뻤을 것 같아요. 재주보다는 하느님께 마음을 드리는 것이니까요. 앞으로 무서버서 ... 소화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