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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더지, 현동, 제인, 시우, 승희, 다은, 한결, 해천 함께 하였습니다.
#1. 지난 모임 이후 어떻게 지냈는지?
제인 : 곧 개학을 해서 한 주 동안 몸과 마음을 잘 준비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했는데, 사실 잘 안 됐다. 생각으로는 이런 저런 것들이 있었지만 몸이 안 따라주는 경우가 있었다. 어쨌든 곧 아이들을 만나고, 새로 입학한 아이들을 볼 생각에 설레고 좋다.
승희 : 요가 학원을 이번 주로 마치기로 했다. 다른 친구들은 쉽게 하는 것이 나는 잘 안 돼서 속상했다. 한 번도 안 빠지고 꾸준히 다녔는데, 지나고보니 실력도 늘고 많이 늘었다는 것이 뿌듯했다. 앞으로도 학원이 아닌 집에서 꾸준히 하고 싶다.
아르바이트를 하는데 처음에는 아무것도 안 들리고 허둥댔다. 아직 적응하는 단계지만, 처음보다 많이 수월해지고 자리를 잡고 있다는 게 느껴진다.
다은 : 필라테스와 아르바이트를 다니러 밖에 다니는데, 그 외에 나갈 일이 없으니 집에서 처지는 게 느껴진다. 그래서 일부러 산책 등을 다니면서 밖으로 다니려고 한다. 배고프면 혼자 식당에 가서 밥을 먹어보자고 마음을 먹어보기도 했는데, 혼자 식당에 간다는 게 생각보다 힘들었다. 혼자 밥먹는 걸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보는지 걱정되는 마음이 있고, 내게 그런 힘듦이 있다는 걸 알았다.
현동 : 마을인생학교의 이름을 '순천 마을인생학교'로 불러보기로 했다. 포럼 때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져주었는데, 청소년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서 많은 어른들이 자기 삶을 돌아보게 됐다는 말을 들었다. 이번 포럼에서는 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뤘지만, 청소년 뿐만 아니라 모든 사람들이 자기 삶에서 쉼과 치유를 통해 돌아볼 필요가 있다는 것을 느낀 것 같다. 그런 점들이 좋았고, 특히나 쉼의 과정을 보낸 은서가 앞에 나와서 이야기를 해준 것이 와닿았다.
이번에 1박 2일로 풀무학교의 김인우 선생님이 오셔서 말씀듣는 시간을 가졌다. 뵈면서 청년을 만났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정말 우연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움터에서 계속 청년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고 있는데, 그 과정에서 또 다른 곳에서 자신의 삶을 멋짓는 청년을 만났다는 것이 놀라웠다. 내 마음에 어떤 생각을 품느냐에 따라 내 세상이 달라지는 것 같다. 내가 내 안에 무엇을 품고 살아가는지 다시 한 번 보게 되는 시간이었다.
하루하루 봄이 오고 있다는 것을 특히나 이번 주에 들어서 느낀다. 우리도 2주 만에 보는데, 얼굴보니까 참 좋다.
시우 : 요즘 몸을 잘 보고 있다. 척추가 많이 휘어진 것을 느낀다. 몸의 균형이 안 맞는다거나, 피부에 뭐가 올라온다거나, 잠을 못잔다거나 하는 것들에 대해 언젠가는 괜찮아 질 것이라는 막연한 생각으로 지냈다. 그러다가 이 신호를 잘 보고 행동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해천 : 지금 나이가 25살인데, 친구들이나 선후배들끼리 우스갯소리로 반오십이 됐다면서 농담을 주고받았다. 요즘 사회적 성인이 됐다는 것을 좀 체감하는 중인데, 이런저런 부고 소식이나 결혼 소식이 들려오는 게 그렇다. 친구들이나 지인들의 조부모님이나 부모님의 부고 소식이 조금씩 들려오고, 한 선배가 결혼을 했다는 소식도 들었다.
이런 소식들을 듣다보면 착잡하다고 해야할지, 오묘한 기분이 든다. 며칠 전 외할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전화를 받고 급하게 고향집에 다녀왔다. 조문객이 얼마나 많이들 오시는지, 저녁 늦게 도착했는데도 늦은 밤까지 절을 하느라 혼났다. 이번 설에 외할머니를 뵙고나서 별 생각 없이 여름에도 또 뵐 것이라고 생각을 했는데, 갑작스럽게 전화를 받고 적잖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어릴 때는 가족 중에 어르신이 돌아가시면 장례식장에 좀 있다가 끝나면 쉬는 경우가 많았다. 이번에는 장례식을 마친 후에 외할머니댁을 정리하고, 다른 친척들이 이런 저런 서류를 발급받으러 바쁘게 돌아다니고, 이런 과정을 옆에서 지켜보고 함께 했다. 각자가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그 시기를 지혜롭게 잘 보내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이후의 일처리에 정신이 없다. 직장에서는 경조사 휴가로 사망진단서를 요구하기 때문에 수시로 친척들 중에 서류가 필요한 사람이 없나 묻고 다니고, 갑작스럽게 떠나신 분의 뒷자리를 정리하느라 정신이 없다. 많은 사람들이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내고, 이별을 겪는 것에 있어서 상당히 미숙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 또한 미숙하다는 것을 느꼈고, 또 이 사회의 방식이 그렇다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 나도 그렇고, 그 누구도 자신 또한 언제든 떠나는 사람이 될 수 있음을 아는 사람이 없다고 느꼈다. 나 스스로는 이 시기를 지혜롭게 잘 보내는 것에 대해 마음을 모으는 중이고, 한 편으로는 사람들이, 이 사회가, 이 세상이 죽음과 이별 같은 것을 더 지혜롭고 건강하게 맞이할 수 있기를 기도하고 있다.
#2. 오래된 지혜를 배우기, 내면의 소리에 귀기울이기, 두 가지를 실천하며 살기
한결 : 말로는 무슨 말인지 알겠는데, 그런 것들이 어떻게 해야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는지는 잘 모르겠다. 막연하게 떠오르는 게 몇 가지 있는데, 그런 단순한 것들이 맞을까 싶다.
다은 : 저번에 두더지 말씀이 솔직히 기억이 안 났다. 오래된 지혜라고 했을 때, 뭔가 지혜로운 스승이나 어른들을 만나고 이야기를 나눌 때 그런 것들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야기를 나누면서 이 안에서 자연스럽게 지혜가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
혼자 있으면서 보통 내면의 소리라고 하는 것을 듣는 것 같다. 여러 사람이 모일 때보다는 혼자 있을 때 주로 그렇다.
실천이라고 하니 좀 막막하다. 내가 지금 직접 하는 게 없기도 하고, 뭔가 깊이 들어가서 한다는 게 무겁다. 이 자리를 가볍게 생각하는 중인데, 잘 모르겠다.
현동 : 지혜가 내 삶에 필요한지 질문이 든다. 내가 살아가기 위해 지혜가 필요하고, 그 지혜라는 것이 관념적이거나 철학적인 게 아니라, 실제 내 삶을 주인공으로 잘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다. 요즘에는 굉장히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내 일상 속에서 어떤 선택을 할 때 어떤 마음으로 어떻게 선택할 것인지에 대해서 그렇다. 그런 지혜를 내가 받아들이고 느끼는 과정 자체가 내면의 소리를 듣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오래된 지혜, 내면의 소리라는 것이 분리된 것은 아니다. 각각의 과정이 없이는 서로가 이루어질 수 없을 것이다. 나로서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잘 듣는 것으로 그 과정을 밟으려고 한다. 지금까지는 청년들의 이야기를 잘 듣지 못했다. 들으려면 그들을 만나야 하고, 귀를 기울여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 배움터에서 뭘 해야하기 때문이 아니라, 내 안에서 그런 마음이 우러나서 행동하고 싶다는 마음이다. 내 삶을 생동감있게 잘 살기 위해서는 청년들의 삶을 잘 들여다봐야만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그렇기 때문에 내 개인의 삶에서 청년들의 삶을 중요히 여길 수 밖에 없다. 청년들을 만나는 과정에서 그 청년들이 각자 삶에서 가지는 질문들을 도서관에서 잘 돕고 싶다. 청년들이 뭔가 하고 싶다거나, 배우고 싶다거나 할 때 스스로가 각자의 삶을 멋짓는 과정에 동참하고 싶다.
시우 : 오래된 지혜는 잘 모르겠지만, 두더지가 자주 하시는 말씀 중에 한 가지가 생각난다. 신체를 유지하기 위해 밥을 먹는 것처럼 영혼의 유지를 위해 풍경소리 같은 좋은 글귀를 읽으면 좋겠다는 말씀이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런 글귀를 읽으면 하루를 잘 보내는데, 읽지 않은 날은 그렇지 못하는 것 같다. 우선 무언가를 할 때 하나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스스로 느끼기에 생각이 너무 많아서 어떤 일을 할 때나 혼자 있을 때 늘 라디오나 노래를 튼다거나 하는데, 그러다보니 어떤 일을 하더라도 정신이 없다.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 내가 가장 먼저 해야할 일은, 어떤 거창한 일이 아니라 하나의 일에 집중하는 것이 우선이겠다는 생각이다.
예전에 창조학교를 다닐 때, 일주일에 한 번씩 글을 한 편 쓰는 시간이 있었다. 그럴 때 한 주가 잘 정리되면서 되돌아볼 수 있었는데, 그런 것을 다시 해보려고 한다.
해천 : 예전에는 막연하게 지혜라든가 하는 단어를 봤을 때 무거운 단어라고 느끼고는 했다. 최근에 반야심경에 대한 공부를 했는데, 그것은 내 삶에 있어서 중심적인 화두로 잡고 살아갈 하나의 가치로 자리잡았다. 그 과정에서 배운 것 중 한 가지가, 지혜라는 것이 마냥 가벼운 것만은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부담을 느끼고 어려울 정도로 무거운 것도 아니라는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 들어오는 이런저런 문구를 보면서, 내가 이해하는 것과는 다르게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어떤 궁극의 지혜가 더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어떤 경지에 올라야만 책에서 말하는 것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러고 있는 나를 보았고,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생각해보면,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사는 것 같다. 말을 있는 그대로 듣는 게 아니라, 들리는 말에 내 의견과 추측을 마구 덧붙여서 혼자 엉뚱한 결론을 내고, 그렇게 어렵게 산다. 그런 것 없이 그대로 듣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훨씬 쉽게 할 수 있는 일인데 굳이 그렇게 하고 있다. 나 또한 그렇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혜라는 것도 마찬가지로 내가 생각하는 어떤 궁극의 경지에서만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일상을 건강하게 살기 위해 필요하다는 것이 더 진실에 가까울 것이다.
제인 : 내게 지혜가 필요할 때 어떻게 하는지 생각해봤다. 보통 가까운 어른께 여쭙는 것 같다. 혼자 있을 때 책을 읽다보면 나에게 집중을 하게 되는 시간이 생긴다. 그런 시간을 가질 때 스스로에게 집중이 되고, 그럴 때 들리는 것에 귀를 기울이고 적어보기도 한다.
승희 : 지혜라는 게 엄청 어렵게 느껴지기도 하고, 가깝게 다가올 때도 있다. 아직 구체적으로 뭐가 지혜로운 삶을 사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최근에 알게된 건데, 내면의 소리를 듣기 위해서는 차분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뭔가 일을 하거나 다른 걸 할 때면 정신이 없고 바쁘게 휘몰아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았는데, 요즘은 내가 할 일에 대해 내게 맞게 조절하면서 조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최근에 알았다. 요즘에는 건강한 생각에 대해 나도 모르게 고민하게 되고, 스스로가 그런 것을 바란다는 것을 알게 됐다. 이것을 어떻게 내 삶에 연결해서 가져갈지는 잘 모르겠다.
#3. 모임 소회, 앞으로 만남의 방향성
한결 : 현동의 말씀을 들으면서 공감이 됐다. 한 바퀴를 시작하면서 오래된 지혜라든가 내면의 소리라는 것이 굉장히 어렵고 멀게 느껴졌는데, 들으면서 그런 순간이 내 삶에 생각보다 가까이 있었다는 게 떠올랐다. 나는 내 삶에서 의미있는 선택을 하고 있는지 질문이 생겼다. 말로 들으면서는 그렇구나 생각하는데, 실천하는 게 어려운 것 같다. 그 방법을 찾아가는 단계인 것 같다. 책모임이 생각났는데, 좋은 책이라는 건 지혜와 지식이 모여있는 결정체 같다는 생각이다. 내가 내 의지만 있으면 어떤 상황이든 그게 지혜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전에는 분명 좋은 책과 좋은 사람들이 모였는데도 그게 의미가 남지 않았던 순간이 있다. 그게 어떤 방식이든 실천을 할 때 내 마음을 다잡거나, 내 마음이 내키는 일을 하는 게 중요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언가 실천하는 부분에 있어서 내 마음에 더 집중하고 잘 살피는 게 필요하겠다.
이 자리 자체가 청년들에게 도움이 되고, 또 스스로 도움을 받기 위해 이루어졌고 그런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 오늘 오는 길에는 이번 모임까지만 하고 그만할 것 같다고 생각했는데, 이야기를 들으면서는 이렇게 이야기를 나누고 듣는 것 자체가 도움이 된다고 느꼈다.
시우 : 잘 모르겠다.
해천 : 세 번의 만남이 좋았다. 우리가 앞으로 한 달에 한 번 꼴로는 만나기로 했다. 이 만남이 청년들에게 힘을 주고 싶다는 바람에서 시작된 만큼, 각자가 이 만남을 통해 어떻게 하면 힘을 얻을 수 있을지 질문하며 편한 마음으로 지속하다보면 자연스럽게 흘러가리라고 본다. 그러다보면 하고 싶은 무언가 생길 수도 있고, 그걸 같이 해볼 수도 있고, 다른 곳이나 다른 사람과 해보고 싶은 일을 우리가 도울 수도 있다. 다 같이 할 수도 있고, 또 다른 무언가로 나아갈 수도 있다. 무엇이든 될 수 있을 것이다.
제인 : 이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전혀 모르고 왔다. 이 자리에 함께 하는 게 맞는 건지 의문을 가지고 왔다. 우선 그냥 얼굴을 보니 좋다.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좋았다. 앞으로 어떻게 해야 이 자리를 통해 힘을 받을지 잘 모르겠지만, 이야기를 잘 듣는 시간을 갖고 싶다.
승희 : 이 모임을 처음 한다고 했을 때 어리둥절한 상태로 와서 이야기를 나눴는데, 아직도 뭘 하는 자리인지는 잘 모르겠다. 같이 이야기를 하다보면 비슷한 결을 가진 고민을 나누는 순간이 있었고, 거기서 힘을 받는 순간도 있었다. 꼭 어떤 목적을 갖지 않더라도 함께 하는 건 좋다.
다은 : 뭔가 마음이 잘 내키지 않은 상태로 와서, 막상 오면 이야기를 듣고 나누는 게 좋았다. 오늘처럼 어떤 주제를 갖고 이야기를 하게 되면 모두가 하는 말이 다 다르고,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보면 놀랍기도 하다. 이런 순간에 든 감정, 생각들을 잘 갖고가고 싶다.
현동 : 기운을 받는 자리다. 함께 할 수 있는 게 있으면 해보고 싶다.
다음 모임은 3월 27일 늦은 3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