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학주의 정선 이야기6
활력 정선, 시장 활성화의 모범을 보인 정선아리랑시장
<정선아리랑시장 신의 보살핌이 넘실넘실>
2024년 4월 12일 정선아리랑시장 공연장에서는 번영기원제가 열렸습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제물과 제례복을 곱게 입은 제관들이 정성으로 기원을 했습니다. 주변에는 많은 상인과 방문객들이 모여 함께 기원했지요. 기원제 장면을 본 사람이라면 정선아리랑시장이 발전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정선사람들의 간절함이 배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유세차~ 여기 맑은 술과 정갈한 음식을 진설했으니 신께서는 흠향하시기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축문을 태우면서 기원제 의식은 끝나고, 이어서 기원제 축하공연이 치러졌습니다. 정선군립아리랑예술단의 흥겨운 아라리 공연이었지요. 아라리 공연이 이어지자 사람들은 익숙한 듯 어깨춤을 덩실덩실했습니다. 아라리와 어우러진 어깨춤은 전통시장의 분위기를 더욱 값지게 드러냈습니다. 어디 그뿐인가요. 상인들도 가면을 쓰고 공연을 이어갔습니다. 어쩌면 부끄럽고 쑥스러운 심정을 가면의 힘을 빌려 힘찬 공연으로 이어갔을 겁니다. 각설이 타령, 품바타령, 시장 노래자랑, 떡메치기 등이 이어져 축제의 분위기를 한껏 냈습니다.
제의 후 난장으로 이어진 우리나라 축제의 근원이 속속들이 배어 진행됐습니다. 정선아리랑시장이 매년 발전하고 달라지는 이유는 정선아리랑시장 상인들의 절절한 소망에 답하는 신(神)의 보살핌이 있기 때문 아닐까요. 흥에 겨운 아라리 가락과 덩실덩실 어깨춤처럼 신께서는 정선아리랑시장이 넘실넘실 잘 넘어갈 수 있도록 보살펴 주소서.
<역사도 오래된 시장, 변화를 주도하는 정선아리랑시장>
정선아리랑시장은 ‘읍내장(邑內場)’으로 시작했지요. 언제부터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어요. 그런데 1911년에 출간된 조선지지자료 정선군 군내편에 보면 ‘읍내하동(邑內下洞)’에 있는 ‘읍내장’으로 기록돼 있습니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선의 명칭이 붙지 않았지요. 1963년에 2·7일 장날과 상설시장으로 되기 전까지는요. 물론 읍내장도 국립민속박물관에서 1995년도에 펴낸 강원도 시장민속에 보면 2·7일장으로 이어졌는데요. 1963년에 와서 정선지역에 인구가 부쩍 늘면서 상설장으로 활성화됩니다. 이후 자연스럽게 발전하면서 이어지다가 또 다른 계기를 만들게 됩니다.
정선사람들은 상업형 대형마트(mart)의 확장을 보면서 새롭게 변신해야겠다는 인식을 갖고 곧바로 실천에 옮깁니다. 상가를 체계적으로 다양화하고 새롭게 꾸미지요. 청량리에서 출발하는 아리랑 열차를 운영하고 공연을 이어갑니다. ‘아리랑 열차’는 그 이름만 들어도 정말 낭만적이지 않나요. 밤새 열차를 타고 정선아리랑시장을 보러 사람들이 서울에서 와요. 진정 큰 변화를 만들어갔지요. 그리고 주변에 볼거리까지 갖추면서 시장이 단순히 물건만 사고파는 장소가 아니라 정선 문화의 집합체가 되게 합니다. 그 변화의 중앙에는 정선아라리가 있었지요. 아리랑의 발원지다운 발상이었습니다. 은은하게 그리고 구수하게 정선아라리가 언제든 들리게 했습니다. 민족의 정서를 사람들의 가슴에서 끄집어냈다고나 할까요.
주역의 요체가 변화인데요. 주역 계사전에서는 궁(窮)하면 변(變)하고 변하면 통(通)하고 통하면 오래간다[久]고 합니다. 바로 궁즉변(窮卽變) 변즉통(變卽通) 통즉구(通卽久)의 원리입니다. 이렇듯 정선아리랑시장의 변화는 주역의 원리와 같습니다. 왜 정선아리랑시장이 우리나라 시장의 선두주자이면서 최고의 시장으로 꼽히는지를 알 수 있습니다. 태극(太極)의 원리처럼 스스로 힘차게 변화하여 음양(陰陽)을 낳듯이 계속 새로움을 창출했기 때문입니다.
정선아리랑시장의 변화에는 그 중심이 있어요. ‘가장 정선다운 문화가 가장 세계적인 문화’라는 생각입니다. 생각해 보세요. 정선아리랑시장 가판대에 외국 제품이나 값비싼 고급제품으로 진열했다면 어떨까요. 전통시장의 특성이 사라지고 말겠지요. 정선아리랑시장에는 정선다운 물품이 주를 이룹니다. 정선아리랑시장이 세계적인 시장이 된 핵심입니다. 그러고 보니, 정선아리랑시장이 참 달리 보이네요.
<볼거리 많고 흥이 넘치는 한국 최고의 시장>
이제 한국인이면 정선아라리의 이 구절 정도는 모르는 이가 없을 겁니다.
“눈이 올라나 비가 올라나 억수장마 질려나 만수산 검은 구름이 막 모여 든다~.”
한국인이면 누구나 흥얼거리는 가락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빠른 가락도 있지요.
“우리 댁의 서방님은 잘 나선 지 못 나선 지 어깨팔이 곰배팔이 노가지나무 지게에 엽전 닷 냥 걸머지고 강릉 삼척에 소금 사러 가셨는데 백봉령 굽이굽이 부디 잘 다녀오세요~.”
이 가락은 언제나 정선아리랑시장에 가면 들을 수 있고요. 아라리 소리 공연도 볼 수 있지요. 어디 아라리 소리 공연만이겠습니까. ‘아리랑 고개너머 시집살이 주말 공연’, ‘뮤지컬공연 아리아라리’, ‘뗏꾼’, ‘비밀의 노래’ 등이 아리랑시장과 주변 공연장에서 펼쳐집니다. 전통을 이어가면서 계속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냅니다. 전통시장에서 맛보는 문화공연, 그리고 정선 전통의 물건을 사고, 먹을 수 있는 기쁨이 언제나 함께해요.
어깨를 스칠 정도로 많은 사람이 찾는 정선아리랑시장입니다. 그 많은 사람이 싱글벙글 흡족한 표정을 짓지요.
<세계 무형유산으로 등재해야 할 전통 정선아리랑시장>
정선아리랑시장은 한 번 가면 또 가야 하는 매력이 있어요. 가 본 사람이 또 가게 되는 힘이지요. 관광에서 가장 선호하는 재방문의 매력 말입니다. 매력이 아니라 마력이라 할 수도 있습니다.
이렇게 정선아리랑시장이 마력을 가진 이유는 한국 고유의 전통시장 정신을 이어가기 때문입니다. 전통시장에서 느끼는 정신은 정, 덤, 흥정, 그리고 끊이지 않는 웃음이지요. 이렇게 정선아리랑시장은 누천년이 지나도 이어질 한국 고유의 전통시장이 가진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마음에 가라앉은 유전자(DNA)라 할 수 있어요.
누구나 그저 시장에 가면 마음 편안해지고 흥분되는 시공이지요. 3~40년 전만 해도 전통시장은 우리에게 유일한 먹거리와 물품을 사고팔던 장소였습니다. 국밥 한 그릇 먹고 싶어 어머니와 할머니 뒤를 먼 시장까지 걸어갔던 기억 말입니다. 고무신을 사기 위해 재를 넘어 오일장에 갔던 기억입니다. 아련하지만 뚜렷하게 남아 있는 설렘과 아이러니의 시공이지요.
과거로의 여행이라 할까요. 시간과 공간을 모두 공유하고 싶은 마음이 가 있는 장소입니다. 시간기계[타임머신]와 공간기계[스페이스머신]를 타면 갈 수 있는 먼 옛날의 시공이 바로 정선아리랑시장에서 펼쳐집니다.
저는 정선아리랑시장은 세계적인 문화유산이라 생각합니다. 정선아라리를 중심으로 우리의 아리랑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듯이 정선아리랑시장을 중심으로 우리나라의 전통시장이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으면 합니다. 충분히 그럴만한 가치를 지니고 있고요. 우리나라에서뿐 아니라 세계인이 보전해야 합니다. 정선아리랑시장이 세계인이 함께 즐기고 보전하며 누천년 이어지기를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