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랍다’라는 말을 함부로 쓴 자가 치르는 대가 / 주현
글감이 경이 또는 놀라움이라는 공지를 보고 관련 이야기가 있을지 곰곰이 생각했지만 떠오르지 않았다. 그래서 다른 수강생의 글을 읽었다. 스쳐 지나가는 일상에서 발견한 진기한 일들을 어떻게 아직 기억하는지 놀라웠다. 하지만 내가 지금 느끼는 바는 교수님이 언급한 소재와 의미상으로 거리가 있으므로 다시 생각을 뒤져봤다. 그동안 많은 일에 자잘하게 놀랐고 그 감정을 흘러가는 시간에 버렸기 때문에 내 안에 남아 있는 게 없었다.
경이를 찾기 위해 감정에 도달하기까지의 과정을 짚어보았다. 발견, 탐구, 관찰, 자각 그리고 주목이 있었다. 내가 탐구를 해본 적이 까마득하다. 학생에게는 다른 사람의 관점을 비판적으로 판단할 줄 알아야 한다고 가르치면서 정작 나는 편향된 뉴스 조각을 읽고 받아들이는 행위를 습관으로 만들었다. 너무 편했기 때문이었다. 주목이 뇌를 거치지 않고 마음으로 곧바로 향하자 ‘오, 대박’이라는 말을 되풀이하는 기계가 되었다. 남이 놀랐다 하니 나도 그랬다. 감정의 주체는 내가 아니었다. 여기까지 사고가 닿자 경이했다. 감탄에 가까운 놀람이 아니라 두려움에 가까웠다. 분명 한 때는 세상을 다르게 보려고 했는데 지금은 불꽃을 잃었다.
삶을 귀찮게 여긴 것도 잘못이지만 나를 온라인 세계에 가둔 현상이 문제였다. 한 마디의 말을 맥락에 맞지 않게 혹은 국가가 추구하는 사상과 다르게 꺼내 순식간에 ‘암매장’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자들이 써둔 글에 달린 댓글, 퍼지는 조롱을 읽으며 설득할 의지를 잃었다. 그 와중에 빠르게 소비할 수 있는 자극적인 내용이 뇌를 장악했다.
다시 불꽃을 찾으려 한다. 얼마나 긴 시간이 걸릴지, 그 과정에 어떤 괴로움이 있을지 알 수 없지만 더 나은 삶을 위해서 도전해야겠다. ‘일상의 글쓰기’ 수업은 작문 실력을 기르는 데에 도움을 줄 뿐만 아니라 무언가에 매몰된 나를 원래의 나로 되돌리는 치유 기관으로 느껴진다.
쓰다 보니 두 가지에 대해 경이를 느낀다. 하나는 삶, 다른 하나는 글에 대한 경이이다.
첫댓글 중심을 잡는 게 쉽지 않더군요. 글 잘 읽었습니다.
다시 불꽃을 찾으려고 하는 선생님이 더 경이롭습니다.
제목이 철학적입니다. 삶에서 도전의 시기는 언제나 열려있는 것 같습니다.
이미 그 불꽃을 찾으셨네요.
선생님 글을 읽고서 스스로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습니다. 저 스스로는 경이로움을 만들어내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을까? 하고요.
생각거리와 생각하는 시간을 주셔서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