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연구본부장 남용운
우리나라의 핵융합 연구개발은 핵융합에너지 개발 진흥법에 따라 5년 단위로 수립되는 ‘핵융합에너지 개발 진흥 기본계획’에 의해 진행된다. 개발 진흥계획은 크게 3단계로 구분되는 데, 현재는 2단계 4차 시기로 핵융합 실증로 건설을 위한 핵심기술 개발 가속화 및 전략적 기반 조성이라는 세부 목표하에 연구개발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5년 중간진입전략을 통해 핵융합 연구에 대한 꾸준한 투자를 바탕으로 단숨에 세계적 수준의 핵융합 기술 역량을 확보하는 데 성공하였다. 그 중심에는 우리나라의 인공태양이라 불리는 ‘KSTAR(Korea Superconducting Tokamak Advanced Research)’ 장치가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연구장치인 KSTAR를 기반으로 우리나라는 핵융합 실현을 위한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손꼽히는 초고온·고밀도 플라즈마 운전을 선도하고 있다.
핵융합 실현 주요 과제, 고성능 플라즈마 운전 선도
특히 지난 수년간 KSTAR에서는 고성능 운전 모드를 달성하고 초전도 자석을 이용한 장시간 운전 능력을 바탕으로 이러한 모드의 지속 시간을 연장하기 위한 연구를 집중적으로 수행해 왔다. 이 중에서도 플라즈마 내에서 발생하는 고속이온의 효과를 활용하여 중심부 이온 온도 1억 ℃ (9 keV) 이상을 달성할 수 있는 FIRE(Fast Ione Regulated Enhancement) 모드를 발견하였으며 해당 연구 논문은 Nature 지에 게재되었다.
이 외에도 KSTAR의 연구진들은 2008년부터 현재까지 장기간 운전을 통해 쌓아온 장치 운영 노하우 및 선도적인 장치 업그레이드 등을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핵융합 연구 역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고성능 플라즈마 장시간 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플라즈마 대면체의 열부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하여 텅스텐 재질의 모노블럭 디버터를 국내 자체 기술로 제작하는 데 성공하였다. 디버터는 핵융합 플라즈마의 불순물 및 열속이 집중적으로 빠져나오는 장치 하단에 위치하여 플라즈마 대면재 중 가장 높은 열속을 버텨야 하는 동시에 불순물에 의한 플라즈마 성능 저하 현상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야 하는 핵심 부품이다.
텅스텐 디버터가 설치된 KSTAR 진공 용기 내부
실증로에서는 가장 높은 온도를 견딜 수 있는 재료인 텅스텐을 열배출을 극대화할 수 있는 모노블럭의 형태로 가공하여 제작한 텅스텐 모노블럭 타입의 디버터를 적용하는 것이 가장 유력한 대안으로 논의되고 있다. KSTAR에서는 이러한 텅스텐 모노블럭을 이용하여 모듈화된 형태로 제작한 카세트 타입의 디버터를 국내 기술로 제작하여 설치하였으며 이를 통해 견딜 수 있는 최대 열속을 기존의 4.3MW/m2에서 10MW/m2 이상으로 개선하였다.
이러한 장치 성능 향상을 바탕으로 2023년 캠페인에서 고성능 플라즈마를 102초 동안 유지하는 실험 결과를 달성하였다. 해당 플라즈마의 성능 지수는 토카막 내부에 가둘 수 있는 플라즈마의 압력과 관련된 βN은 2.1, 연속 운전 성능과 관련된 βP는 2.5로 102초의 연속 운전 기록은 βN > 2 이상의 고성능 플라즈마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해당 실험하는 동안 텅스텐 디버터의 온도 변화는 기존의 1/20 수준인 15도 이내로 유지되어 100초 이상의 연속 운전도 문제없이 견딜 수 있음을 검증하였다.
또한, 16년 간의 장기간 운전에도 KSTAR 초전도자석이 최대 성능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큰 성과이다. KSTAR의 초전도자석은 0.8mm의 초전도 선재 다발로 이루어져 있으며, 각각의 선재는 2마이크로미터(㎛) 두께의 크롬 코팅이 되어있어 서로 절연 상태를 유지한다. 하지만 반복적인 고자기장 운전에 따라 이 크롬 절연층의 품질 저하가 발생하면 교류 손실이 커지고 운전에 따른 초전도자석의 온도 상승이 발생하여 운전의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장기간 운전에 따른 KSTAR 초전도자석의 성능을 정확하게 평가해 보고자 연구진은 펄스 방식으로 운전하는 중심 솔레노이드 자석에 정격 전류인 25kA를 인가해 보는 테스트를 수행하였다. 그 결과 3만 회가 넘는 반복적인 펄스 운전에도 불구하고 초전도자석의 성능을 나타내는 데이터가 모두 안정적인 수치를 기록했으며 교류 손실로 인한 총 발생 열량은 과거보다 줄어들어 자석이 더욱 안정된 것을 실험적으로 검증하였다.
이는 KSTAR 초전도자석 제작 및 운영 기술의 우수성을 실험적으로 증명하는 결과이자, KSTAR가 앞으로도 장기간 플라즈마 실험을 수행할 수 있는 장치 안정성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핵융합 상용화 위한 도전적 연구 추진
KSTAR는 이번 가을부터 2024년 캠페인을 시작한다. 지난 캠페인에서는 처음 적용한 텅스텐 디버터 환경에 적응하고, 기존의 탄소 디버터 조건에서 달성하였던 고성능 운전 모드를 재현하는 데 초점을 맞추었다면 올해에는 텅스텐 디버터 환경 특성을 고려하여 플라즈마의 성능을 더욱 향상하고 안정화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목표이다. 또한, 플라즈마 붕괴 및 경계면 불안정 현상 등 향후 실증로 운전 기술 확보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이벤트 제어 연구 역시 함께 수행할 계획이다.
특히 새롭게 대두되고 있는 핵융합 상용로 개발 가속화라는 국제적인 추세에 발맞추기 위해 KSTAR를 통한 핵융합 연구 계획 역시 더욱 도전적인 방향으로 개편할 예정이다. 초고온 플라즈마로 대표되었던 KSTAR의 고성능 운전모드에 고밀도 및 고전류 성능 또한 추가하여 핵융합 조건 달성에 필요한 모든 성능을 동시에 높일 수 있는 운전모드를 개발하고 수백 초 수준의 플라즈마 유지 시간 연장 대신 24시간 연속 운전 시에 필요한 자체 전류 구동 능력을 직접적인 목표로 하여 실증로에 필요한 고성능 운전 시나리오는 KSTAR를 통해 조기에 개발할 수 있도록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다.
디지털 트윈 기술을 활용한 가상 KSTAR
또한 이를 위해 KSTAR의 장치 성능을 획기적으로 높여 실증로 플라즈마 연구를 더욱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한 KSTAR 업그레이드 계획을 준비하는 한편 가상 KSTAR 및 시뮬레이션 기술과의 연계를 통해 플라즈마 진단 및 제어 능력을 극대화하고 이를 통해 KSTAR의 실험 결과를 실증로 수준의 플라즈마로 연장하여 분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자 한다.
필자소개
한국핵융합에너지연구원 KSTAR연구본부장
서울대학교 원자핵공학 박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