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랜드 이미지
※ '25.5.12. 영남경제신문 게제
손 원
모든 인조물(人造物)에는 고유한 브랜드가 있다. 손톱깎이 하나에서부터 고가의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브랜드가 있어 소비자의 관심을 끌고 가치를 높이려 한다.
기업의 브랜드 이미지는 단순한 로고나 슬로건을 넘어서, 소비자가 기업에 대해 느끼는 총체적인 인식과 감정을 의미한다. 이는 소비자의 구매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며, 장기적인 기업 성장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그렇다면 기업은 어떻게 브랜드 이미지를 긍정적으로 구축하고 유지할 수 있을까. 기업윤리를 가지고 소비자에게 다가가고 소비자는 기업을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 현대 소비자들은 단순히 좋은 제품을 넘어서 윤리적이고 책임감 있는 기업을 선호한다. 환경 보호, 사회 공헌, 지역사회 연계 활동 등은 기업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를 갖도록 하는 수단이 된다. 이는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를 높이고, 충성도 높은 고객을 만드는 데 기여한다.
브랜드 가치는 소비자가 결정한다. 세계적 기업브랜드 평가 기준은 얼마나 잘 알려져 있는 가와 신뢰도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한다. 우리나라의 경우 ‘2025 대한민국 명품 브랜드 대상’에서 시장 점유율을 비롯해 이미지, 재구매 의도, 만족도, 선호도 등에 대한 고객 평가를 기준으로 선정했다고 한다.
기업브랜드 이상으로 국가브랜드가 중요하다. 국가브랜드는 국가의 위상과 명성을 높인다. 국가브랜드와 기업브랜드는 유기적인 관계를 맺고 있다. 국가브랜드란 국력을 기반으로 한다. 국가브랜드와 국력이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 국가브랜드는 누가 결정할까? 세계의 모든 나라와 세계인이 결정한다고 하겠다. 미국은 국력이 부동의 세계 1위고, 국가브랜드 또한 세계 1위다. 초강대국인 만큼 모든 국가와 인류를 위해 좋은 역할을 해 왔기에 세계인은 그렇게 인정한 게 사실이다. 미국은 경제적, 군사적 기술 분야에서 초강대국으로서, 글로벌 경제, 국제 질서, 기술 혁신, 군사적으로 책임 있는 역할을 해 오고 있다.
이렇듯 미국은 세계질서를 지켜 주는 국가, 과학기술의 선도 국가,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는 국가 등 다방면에서 선도적이고 지도적인 국가로 인식되었다. 그것이 미국의 브랜드 가치다.
이런 미국이지만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강력한 힘을 매개로 초강대국의 면모에 걸맞지 않은 경제 전쟁을 벌이고 있어 미국이란 브랜드를 잃을 수도 있다. 자국보다 약한 모든 나라를 대상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한다면, 현재의 국가이미지를 잃고 국가브랜드 가치도 추락할 것이 자명하다. 미국은 수십 년간 모든 국가의 소위 맏형 노릇을 해 왔다. 국가간 맏형이란 표현이 부적절하지만, 편의상 그렇게 표현해 보겠다. 미국이란 맏형이 하루아침에 돌변한 것이다. 지금까지 아우에게 베풀었던 모든 혜택을 갑자기 중단하겠다는 것이다. 무릇 내리사랑이라고 했고, 가진 자가 베푸는 것은 미덕이다. 잘 살고 있는 형님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동생을 돕고 있다면, 순수한 마음이어야 한다.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의 이득만 챙긴다면 배신감이 커지고 형님 대우를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미국 우선주의를 내세운 트럼프 행정부는 보호무역의 명분으로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발표했다. 국가별 상호 관세율은 중국 104%(당초 34%)를 비롯하여 대부분의 국가를 대상으로 20% 이상을 부과한다고 했다. 눈여겨 볼 나라는 베트남 46%, 캄보디아 49% 등이 적용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예외없이 25%를 적용받아 수출 전선에 빨간불이 켜졌다.
한국과 미국은 꽤 오래 혈맹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금년도 방위비 분담금을 미국은 약 5조 8,000억 원, 한국은 1조 2,780억 원을 제시하고 있다. 앞으로의 인상 요구를 감안할 때, 대부분 국민은 10배 이상의 방위비 인상을 요구하는 미국에 분노한다. 이들 중 일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주장하는가 하면, 일부는 오히려 미국으로부터 우리가 주둔 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의견도 표출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의 안보를 담당하는 전초기지다. 양국의 이익을 반영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한국에 미군이 주둔하게 되었던 것이다. SOFA 제5조에 “주한미군의 주둔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을 규정하고 있다. 냉전 해체 후 주한미군이 한국의 안보에 전적으로 기여를 한다는 이유로, 1991년 SOFA 5조에 대한 예외 협정으로 “한국인 고용 비용과 필요한 다른 필요한 경비 일부를 한국이 부담하도록”하는 한미 방위비 분담금 특별협정(SMA)을 체결했다. 미국은 중러를 잠재적 적국으로 간주하는 동아시아 세력 균형 정책, 국제무대에서 미국의 영향력 유지라는 글로벌리즘에 한국 기지가 필수적이다. 미국 이익이 우선이므로 주둔 비용은 미국이 전액 부담해야 한다. 더 나아가 한국이 주둔비용을 받아야 한다는 논리도 비합리적은 아니다.
특히 세계 패권을 두고 미국과 중국은 서로 간 견제가 심화하고 있다. 모르긴 해도 이런 때일수록 미국은 더욱 베푸는 맏형의 자세를 가져야 한다. 트럼프는 지금까지 미국은 호구가 되어 많은 것을 손해 보고 있다고 하지만 과연 그럴까. 미국이 베푸는 것 이상의 초일류 국가 브랜드로 더많은 것을 가져가지 않았을까.
미국의 상호 관세율 폭탄과 방위비 분담률 증액에 세계는 반발하고 있다. 이것은 미국을 능가하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중국에 호재가 될 수도 있다. 중국은 경제 성장과 기술 개발, 군사력 강화로 인해 초강대국으로의 도약 가능성을 보이고 있다. 특히 A1과 5G 기술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맏형의 지위를 갖고 초일류 국가 브랜드를 가지려면 많은 것을 베풀어야 함은 삼척동자라도 알 터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