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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악산 잣나무 숲의 햇살바람 박 상건 아침해가 운악산 이마 환하게 닦고 있다 절벽마다 그을린 이름 모를 열꽃 덩굴잎 서리 진 주름살을 펴고 잣숲에 새깃처럼 기지개 켜는 햇살의 하루 울울한 숲에 세세한 햇살 줄기들이 솔방울에 벌 떼처럼 빨려 들어가고 낙하한 높이만큼 무수한 햇무리 쏟아내던 응달에 달팽이처럼 혀를 날름대던 햇살들을 보면 절망의 끝은 절망이 아니다 절망은 희망의 고갱이다 꿀물처럼 가득 깊어가 허공에서 그을린 검은 잣 튀는 소리들 계곡 물소리 하얗게 달구던 햇살들이 물살에 뜨겁게 앵겨 운악산 가슴 깊이 퍼 질러간다 푸른 산빛에 황산을 내뿜는다 익어가는 산허리에는 눈부신 산길의 열선이 칡덩굴 따라 들국화는 피고 화정 고추밭 한소끔 맵게 태우고 있다 사랑도 그리움도 뜨겁게 타고 나면 빈 산이듯이 두고 온 사랑 못다 준 사랑 마음 아파서 계곡마다 골바람 꾹꾹 눌러두고 더 어쩌지 못해, 해설피 우는 정수리에 하잔한 마음 눈시울 다 붉히면서 별빛 몇 개 걸어두고 무심히 스러져가던 햇살바람 소리 |
잣나무는 소나뭇과의 상록 교목으로서, 높이 약 30m 정도이고, 잎은 다섯 개씩 뭉쳐나며, 이듬해 가을에 잣송이가 익는다.
우리 주변에서 가장 흔하게 접하고, 주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나무가 아마 소나무일 것이다. 그런데 소나무는 일본 적송(Japanes Red pine)으로 알려져 있고, 한국 소나무로 소개되고 있는 나무는 잣나무(Korean pine tree)이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소나무를 잣나무로 알고 있다. 잣나무의 다른 이름으로 나무의 속이 붉다고 해서 홍송이라고도 하고, 잎의 한 묶음에 잎이 5개씩 달린다고 해서 오엽송으로도 불린다.
잣나무는 암수 한 나무로 늦봄에 꽃이 피어 수정이 되면 이듬해 가을에 송이로 된 잣이 여문다. 덜 익은 파란 잣송이를 따서 담금주와 1:3 비율로 밀봉하여 6개월쯤 담가 두었다가, 꺼내서 체로 거른 후, 한 잔씩 장복하면 몸이 가벼워지고 건강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잣나무 열매는 귀한 약과 음식이 되기도 한다. 흉년에는 허기를 이기는 데 소중하게 사용되었다.
잣나무의 종류로는 섬에서 자라는 섬잣나무, 옆으로 비스듬히 자라는 눈잣나무, 미국에서 들여와 조경 및 가로수용으로 많이 심고 있는 스트로브잣나무 등이 있다. 스트로브잣나무는 우리의 잣나무에 비해 잎이 가늘고 더 부드럽다.
그러나 먹을 수 있는 잣이 달리는 것은 오로지 우리나라 원산의 잣나무뿐이다. 잣나무는 나이가 적어도 10년 이상이 되어야 열매를 맺을 수 있고, 수령이 25년 정도는 되어야 많은 열매를 수확할 수 있다.
출처 : 장이기(2016). 이야기 숲에서 놀자. 프로방스.